NC 다이노스의 에릭 테임즈 ⓒphoto 조선일보 DB
NC 다이노스의 에릭 테임즈 ⓒphoto 조선일보 DB

2015년 KBO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은 NC 다이노스. 막내 꼬리표를 떼고 1군 진입 3년 만에 본격적인 대권 도전에 나섰다.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에릭 테임즈(29). 그는 지난해 KBO리그 데뷔 첫해 정상급 활약으로 연착륙했고 2년차 시즌이 되자 리그를 지배하고 나섰다.

6월 16일 현재 테임즈는 NC의 62경기에 모두 출장, 타율 3할4푼5리, 71안타, 21홈런, 65타점, 57득점, 15도루, 출루율 4할6푼5리, 장타율 .767, OPS(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수치) 1.232를 기록 중이다. 이 성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면 타점·장타율·OPS 1위, 홈런·득점 2위, 출루율 3위, 타율 3위, 도루 6위, 안타 9위에 해당한다. 타격 주요 부문이 모두 10위 안에 들었다. 득점 생산능력을 뜻하는 RC(Runs Created)도 78.81점으로 1위. 테임즈가 1번부터 9번까지 들어설 경우 경기당 평균 14.88점을 올린다는 의미다.

미국 태생으로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거친 테임즈의 활약은 같은 팀 동료들도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NC 간판타자 나성범의 솔직한 고백이다. “테임즈와의 경쟁에서 이겨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이길 것 같으면 다시 멀어지더라. 후반부터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서 다가갈 수 없을 정도였다. 테임즈는 정말 대단한 선수다.”

NC 김경문 감독도 “국내 선수들과 스윙 스피드 자체가 다르다. 타격 폼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공을 때리는 게 확실히 다르다. 스윙이 간결하면서도 상체 파워가 대단하다”고 인정하며 “지난 시즌을 소화하면서 체중이 줄어드는 걸 느꼈는데 비(非)시즌 때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체중을 늘린 게 효과를 보고 있다. 상대팀에서도 테임즈를 많이 분석하며 약점을 공략하려 한다. 그래도 약점을 작게 하고 장점을 살리는 모습이 보인다. 작년에는 당겨서 많이 쳤는데 지금은 밀어치는 게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테임즈는 압도적인 성적이 보여주듯 상대팀에 공포의 존재가 됐다. 테임즈와 홈런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롯데 강민호는 오히려 포수로서 타자 테임즈를 상대할 때마다 더 큰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강민호 선수의 말이다.

“컨디션이 좋을 때 테임즈는 사실 방법이 없다. 섣불리 몸쪽으로 승부를 걸었다가는 장타를 맞는다. 차라리 바깥쪽 위주로 리드하면서 단타로 맞는 게 낫다.”

테임즈가 4번 타순에서 확실한 중심을 잡아주고 있기 때문에 NC 타선의 화력도 대단하다. 3번 나성범은 “내가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테임즈가 해준다. 뒤에 테임즈가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테임즈 하면 보디빌더 같은 근육질 몸매가 트레이드마크. 이호준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몸매”라고 표현했다. 테임즈는 공식 프로필상으로 183㎝, 95㎏의 체격을 갖췄다. 운동선수로서 키가 큰 것은 아니지만 지방을 찾아볼 수 없는 딱딱한 근육질 몸매로 특히 상체가 발달돼 있다. 강민호는 “팔뚝에 종아리를 달고 다닌다. 방망이를 장작개비처럼 붕붕 돌리는데 팔꿈치보호대까지 금색이라 더욱 위압적이다”고 말한다.

어릴 적부터 웨이트트레이닝에 눈을 뜬 테임즈는 야구하는 시간 이상으로 웨이트에 중독 수준으로 매달렸다. 그러나 2008년 대퇴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프로 데뷔 후에는 유연성 강화에 중점을 뒀다. 시즌이 끝난 뒤에 최대한 몸을 만든다.

그 대신 테임즈는 유연성을 늘리기 위해 요가를 한다. 미국에서부터 요가를 시작한 지 7년이 됐는데 어려운 스트레칭 동작도 곧잘 한다.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매에 어울리지 않지만 요가를 통해 몸의 밸런스를 잡는다. 그는 “과거 대퇴부를 수술한 적이 있기 때문에 경기 전에는 항상 스트레칭을 많이 한다. 하체 밸런스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테임즈가 홈런을 칠 때마다 그의 수염 잡아당기기 세리머니를 하는 포수 김태군도 “테임즈가 하는 하체 밸런스 운동을 따라하는데 밸런스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하나 놀라운 건 파워에 어울리지 않는 스피드를 갖췄다는 점이다. 도루 15개가 테임즈의 스피드를 말한다. NC 전준호 주루코치는 “테임즈는 기본적으로 스피드가 좋은 선수다. 지난해는 첫 해라 한국 투수들의 습관을 몰랐을 뿐이다. 스피드가 있기 때문에 도루 성공률도 높다”고 설명했다. 올해 테임즈는 도루 실패가 단 2개로 성공률이 88.2%에 달한다.

테임즈는 4번 타자이지만 팀 내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베이스러닝을 한다. 내야땅볼을 치고도 적극적으로 1루에 질주하고,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테임즈는 “베이스러닝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이다. 베이스러닝은 야구의 기본이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야구”라며 기본을 강조했다.

매사 성실하게 열정을 다하는 자세가 지난 4월 9일 광주 KIA전에서 사이클링히트를 만들어냈다. 김경문 감독도 테임즈의 이 같은 프로정신을 높이 사고 있다. “테임즈는 베이스러닝을 정말 열심히 한다. 중심타자가 저렇게 열심히 뛰는 게 쉽지 않은데 정말 보기 좋다. 상대팀에서도 테임즈의 주루가 까다롭게 느껴질 것이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다.

타고난 친화력을 갖춘 테임즈는 인성에서도 높이 평가받는다. 하나의 팀원이 돼 선수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 한국어 공부를 위해 직접 읽고 쓰는 공부를 할 정도로 한국이라는 나라와 문화에 대한 존중심도 갖췄다. 팬들이 턱수염을 잡아당겨도 웃으며 넘길 정도로 팬서비스에도 열린 마인드. 김경문 감독은 “한국에 와서 실력이 많이 늘었다. 이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홈런도 많이 치고 하니까 야구가 재미있을 것이다”라며 흐뭇해했다.

한국에 온 지 2년째, 에릭 테임즈의 코리안드림이 영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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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학 OSEN 야구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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