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기온이 낮 최고 21도로 올라가는 등 완연한 봄기운이다. 바야흐로 골프 시즌이다. 잔디가 올라오려면 4월 중순이 돼야 하지만, 일단 가벼운 옷차림으로 제 스윙을 할 수 있게 됐으니 골퍼들은 제 세상을 만났다.

골프장 도착 후 후반 9홀 시작하기 전까지 유의사항을 알아본다.

먼저 식사. 전날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면 국물 있는 메뉴는 삼가는 게 좋다. 뜨거운 국물은 근육을 풀어지게 한다. 아메리칸 조식(早食)이 적당하다. 과식을 하면 피가 머리로 몰려 근육이 팽팽해지는 걸 막는다. 먹고 싶은 양의 70% 정도만 먹는 게 좋다. 배가 약간 주린 상태여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헝그리 정신’은 히딩크 감독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축구뿐 아니라 골프, 복싱, 마라톤에서 성적을 내려면 꼭 필요한 요소다.

식후 커피나 녹차 같은 카페인이 든 음료는 각성제 효과가 있어 집중력을 높인다. 차를 마시면 여유와 평온함도 되찾을 수 있다. 차를 마신 후 좀 부지런을 떨어 양치질을 하면 입안이 상쾌해 ‘첫 홀 굿 샷’에 도움이 된다. 보스턴백에 칫솔과 치약을 준비하자.

연습 퍼팅은 필수다. 연습 그린과 실제 그린은 상태가 다르지만, 퍼팅 연습을 하면 무엇보다 자신감을 갖게 된다. 짧고 긴 퍼팅, 오르막 내리막 퍼팅 등 다양하게 퍼팅을 구사하면 실전에 큰 도움이 된다. 아마추어들이 미스하기 쉬운 1m 안팎의 짧은 퍼팅 10개가량은 ‘족집게 과외’나 다름없다. 15분간의 스트레칭은 부상을 예방하고 굳은 몸을 풀어준다. 15분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면, 무릎에 반동을 주며 양팔 뿌리기를 30번 해보라. 신기할 정도로 어깨가 풀려 첫 홀부터 부드러운 스윙이 가능하다. 티샷 전 캐디들의 구령에 맞춰 하는 스트레칭은 안 하는 게 낫다. 평소 안 쓰는 근육을 갑작스레 움직여 역효과가 난다.

첫 홀 티샷 땐 몇 번 쓴 볼을 꺼내는 게 좋다. 한 개 6000~7000원 하는 새 공을 티에 얹으면 “분실할 경우 설렁탕 한 그릇 날아가는데…”라는 걱정이 앞서 빗맞기 쉽다.

오랜만의 라운드라면 불안감에 ‘드라이버 입스(공포증)’에 빠질 우려가 크다. 잘못 맞아도 OB(아웃 오브 바운즈) 이상 벌타가 없으므로 배짱 있게 휘두르면 공이 바로 날아갈 수 있다.

전반 9홀을 마친 후 그늘집에서 술을 마시며 친선을 다지는 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오전 9~10시인데도 막걸리 두세 통을 나눠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골프에 대한 모독이다. 술김에 후반전엔 공이 왔다 갔다 하고 캐디들에게 쓸데없는 농담을 하게 된다. 꼭 마셔야 한다면 각자 맥주 반 캔, 막걸리 한 잔 정도로 서로 기분만 맞추자. 술을 마시면 아침 과식과 마찬가지로 머리가 따뜻해져 집중력을 잃게 된다. 동양의학에서 강조하는 건강법인 ‘두한족열(頭寒足熱·머리는 차고 발은 따뜻하게)’을 명심하자.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황영조는 운동 중에는 이온음료와 카스텔라, 혹은 바나나 먹기를 권한다. 소화가 잘되기 때문이다. 몸에 흡수가 더딘 대표적인 음식은 짜장면이다.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전 스포츠조선 부국장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