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글귀 하나로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에서는 더욱 그렇다. 폐부를 찌르는 글귀 하나에 자극받아 눈부신 성과를 이룬 사례는 수없이 많다.

2016년 리우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결승전. 9 대 13으로 밀린 절체절명의 순간 ‘난 할 수 있다’를 속으로 무수히 외치며 5연속 득점을 따내 금메달을 목에 건 박상영.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난 아직 배고프다(I’m still hungry)”며 선수들을 독려해 4강 신화를 이룬 히딩크 감독 등. 골프에서 라운드 도중 샷이 달라질 수 있는 명언과 경구를 알아본다.

‘선거나 골프나 고개 쳐들면 진다’ =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한 말에 ‘골프’를 살짝 얹었다. 헤드업은 미스 샷의 최대 주범이므로 매번 샷하기 전에 반드시 주문처럼 외우자.

‘공은 걱정하는 대로 간다’ = 대개 초보자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다. 파3홀에서 그린 앞에 워터해저드가 있을 경우 ‘물에 빠지면 어쩌지~’라고 걱정하면 십중팔구 ‘퐁당’이다. 그 대신 ‘빠져봤자 1벌타밖에 더 돼?’라며 한 클럽 길게 잡고 배짱 있게 휘두르면 쉽게 물을 건널 수 있다. 미국의 LPGA 최고 강자인 렉시 톰슨은 지난 11월 20일 열린 시즌 마지막 대회 18번 홀에서 ‘툭~ 치면 들어가는’ 60㎝짜리 퍼팅을 놓쳐 우승과 함께 ‘올해의 선수’상을 아쉽게 날려 버렸다. “이걸 못 넣으면 큰일인데~”라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았을까.

‘미스 샷의 90%는 스윙이 빠르기 때문이다’(세계적인 골프교습가 데이비드 리드베터) = 세상에 빨라서 좋은 것은 하나도 없다. 스윙이 빠른 이들은 다운 스윙때 한 템포 쉰다는 생각을 하면 방향성이 좋아진다.

‘‘앗!’은 우드의 다른 이름’ = 이른바 몽둥이로 불리는 우드는 정확히 맞히기가 어렵다. 그래서 치고 나서 “앗!”이라는 비명을 지르기 십상이다. 클럽 페이스가 바닥에 제대로 놓여 있는지를 확인하고 헤드업을 조심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참고로 드라이버의 다른 이름은 ‘왜 이러지?’이며 퍼터의 별칭은 ‘오늘도 안 되네~’이다. 프로 선수도 매번 멋진 샷을 할 수 없는데, 아마추어가 미스를 저지르는 것은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다.

‘하늘엔 별이, 내 가슴엔 양심이 반짝인다’ (임마누엘 칸트) = 동반자의 눈을 속여 ‘알까기’를 하거나 터치 플레이 등 남모르게 룰을 위반하면 이후 홀에서 양심에 찔려 샷이 엉망이 된다. 어떤 상황이든 규칙이나 에티켓을 어기지 말고 ‘골프의 품위’를 지키자. 룰 위반의 유혹에 빠질 땐 칸트를 떠올리자.

‘희망은 자동차 키와 같다. 잃어버린 것 같지만 찾아보면 늘 주변에 있다’ (영화 ‘저스티스 리그’ 중 수퍼맨의 대사) = 초반에 더블 보기, 트리플 보기를 저지르는 등 부진에 빠졌다고 실망하지 마라. 이순신 장군이 “신에게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며 명량대첩에서 대승을 거둔 것처럼, 남은 홀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면 의외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언제나 18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 대역전승을 거둔다는 임전무퇴의 자세로 임하자.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전 스포츠조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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