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이타현 벳푸시는 온천과 놀이기구를 결합한 테마파크를 추진한다. 사진은 홍보 동영상에 공개된 장면. ⓒphoto 벳푸시청
일본 오이타현 벳푸시는 온천과 놀이기구를 결합한 테마파크를 추진한다. 사진은 홍보 동영상에 공개된 장면. ⓒphoto 벳푸시청

맨 몸에 대형 수건을 두른 사람들이 놀이공원 롤러코스터를 탄다. 열차 안에는 물이 가득 차 있다. 물을 찰랑거리며 롤러코스터가 출발하자 곳곳에서 즐거운 비명이 터져 나온다. 50m 높이의 회전관람차에 탄 사람들도 몸에 걸친 것은 수건뿐이다. 관람차의 각 캡슐은 작은 욕조로 만들어졌다.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내려다보면 먼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뿐만이 아니다. 대형 수건을 몸에 두른 사람들이 공원을 활보하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화제의 동영상이다. 실제 상황은 아니지만 조만간 현실이 될 전망이다. 동영상은 일본 오이타현 벳푸시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것이다. 온천과 놀이기구를 결합한 기발한 프로젝트는 벳푸시의 젊은 시장 작품이다.

나가노 야스히로(41) 시장은 벳푸시 역대 최연소 시장이다. 2015년 4월 세 번째 도전 만에 시장에 당선됐다. 나가노 시장은 ‘전통적인 온천도시’ 벳푸를 ‘놀고 즐길 수 있는 젊은 온천도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보 동영상은 관광객 급감의 위기 속에서 나왔다. 지난해 4월 인근 구마모토현에서 두 차례의 강진이 발생한 이후 규슈 전체 숙박 예약취소가 70만건에 달했다. 벳푸시도 지진이 발생한 지난해 4월 16일 이후 20일 동안 예약취소가 11만건에 달했다. 나가노 시장은 홍보 동영상을 제작하고 지난해 11월 5일부터 3주간 벳푸에서 온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등에서도 관계자를 초청해 온천의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나가노 시장은 학술대회에서 준비한 동영상을 공개하고 “동영상 재생 횟수가 100만뷰를 넘으면 실행에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동영상은 11월 21일 유튜브에 공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4일 만인 25일 동영상 재생횟수는 120만뷰를 돌파했다. 1월 9일 현재는 270만뷰를 넘어섰다.

나가노 야스히로 벳푸시장
나가노 야스히로 벳푸시장

“벳푸를 동양의 블루라곤으로”

나가노 시장은 지난 1월 10일 주간조선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동영상이 공개된 후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반응이 뜨거웠다. 언론, 관련 기업 등에서 문의 전화와 메일이 쏟아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면서 “실행에 옮겨졌을 경우 누드 차림으로 활보하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비롯해서 프로젝트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메시지가 훨씬 많았다”고 밝혔다.

나가노 시장은 공약에 따라 지난해 12월 28일 홍보 동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실천 계획을 발표했다. 동영상에 등장한 것처럼 온천 놀이공원을 올여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포함한 3단계 계획이다. 1단계는 매년 4월 2일 열리는 ‘온천수 뿌리기’ 축제를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한다. 소방 펌프차를 동원해 엄청난 규모의 온천수를 쏟아붓고 관광객도 참여할 수 있는 깜짝 이벤트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나가노 시장은 이를 위해 동영상을 총감독한 기오카와 신야 감독을 이벤트 팀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2단계는 홍보 동영상을 그대로 현실에 옮기는 것이다.

기간은 일단 오는 7월 말 벳푸 불바다 축제가 열리는 3일간이다. 장소는 동영상을 제작한 라쿠텐치 놀이공원. 롤러코스터, 대관람차 외에도 가능한 놀이기구를 모두 활용해 온천과 놀이기구를 결합한 온천 테마파크를 운영할 예정이다. 3단계는 아이슬란드의 최대 휴양지인 블루라군의 노천탕에 버금가는 시설을 건설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나가노 시장은 “벳푸를 동양의 블루라군으로 만들고 싶다. 건설 예정지나 규모에 대해서는 말할 단계가 아니지만 세계 최대의 온천답게 세계적 규모의 온천 시설을 만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놀고 즐기는 온천도시로 리모델링하기 위한 젊은 시장의 파격 제안에는 시민들의 호응도 크다. 동영상 제작에도 벳푸 시민 150여명이 자원봉사로 나섰다. 놀이동산을 온천으로 변신시키기 위해 소방차, 소방호스 등을 동원해 쏟아부은 온천수는 12t에 달한다.

촬영 장소인 라쿠텐치 놀이공원은 해발 1070m의 다테이시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곤돌라를 타고 아찔한 급경사를 올라가면 벳푸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봄이면 벚꽃이 장관이다. 촬영 장소인 라쿠텐치의 놀이기구를 활용하면 동영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가노 시장은 “프로젝트 실행 계획 중 2단계까지는 세금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벳푸시는 세계 최대의 온천수 용출량을 자랑한다. 미국 와이오밍주 옐로스톤 온천지대가 용출량으로는 더 많지만 입욕 기준으로 하면 벳푸가 세계 1위이다. 벳푸시에서는 매분 8만3058L의 온천수가 쏟아진다. 성분에 따라 온천의 종류를 분류하면 10가지에 이르는데 벳푸에서는 유황온천 등 8종류를 즐길 수 있다.

지옥온천 순례로 유명한 벳푸는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다. 벳푸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인이 5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벳푸는 1970년대부터 일본인들의 신혼여행, 수학여행 1번지였다. 숙박객 수가 연 600만명을 넘었다. 인근에 위치한 유후인 등 새로운 관광지가 뜨면서 2000년대 들어 관광객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연 400만명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최근 다시 활기를 띠면서 2015년엔 879만명에 달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43만7764명, 그중 한국인이 21만6627명이었다. 최근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벳푸 경제는 관광산업이 절대적이다. 인구 13만명의 도시에 숙박시설만 호텔 30곳을 비롯해 322곳에 달한다. 2015년 한 해 관광객이 와서 쓴 돈은 913억엔이었다.

나가노 시장은 온천과 놀이공원을 결합한 프로젝트 이외에도 미용과 건강에 중점을 둔 힐링관광, 스포츠 선수들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스포츠 관광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벳푸 출신인 나가노 시장은 “관광객 유치보다 벳푸의 팬을 늘리는 것이 목표이다. 벳푸 시민들이 벳푸를 자랑스러워하고 외지에 나간 사람들이 고향을 위해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벳푸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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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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