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이를 알려주는 것이 족보입니다.”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진주소씨대종회(晋州蘇氏大宗會) 사무실에서 만난 소운영(蘇運永·80) 대종회 회장은 이번에 25년 만에 새롭게 발간하는 문중 족보에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대부분의 대종회(종친회)는 25~30년 간격으로 족보를 재정비한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보기 때문이다. 요즘은 족보가 디지털 형식으로도 만들어져 과거에 비해 한층 쉽게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소 회장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며 “족보를 보면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2017년 5월 2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그래픽디자이너 한호림(73)씨가 거북선 복원 연구 발표를 했다. 당시 한씨는 “현존 복원거북선들은 ‘반신불수’로 제 몸도 못 가누는데 무슨 해전을 하겠느냐”며 “문약(文弱)에 빠진 전문가들이 창피한 복원거북선을 만드는 통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전공에 도리어 욕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메이플라워Ⅱ호, 세계 최고(最古)의 해군함 콘스티튜션호, 디즈니랜드 해적선 카리브호, 제노바 해적선 넵툰호, 스톡홀름의 바사 박물관, 오슬로의 바이킹롱십 박물관, 토론토의 세계범선대회(Tall Ship Sh
우리나라 국제결혼 1호 커플은? 무려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가락국을 세운 김수로왕과 아유타국 공주로 알려진 허황옥 커플이 그 주인공이다. 허황옥은 먼바다를 건너온 외국인 신부였다. ‘삼국유사’에 수록된 가락국기에 따르면 서기 48년 7월 27일, 붉은 돛을 휘날리며 배 한 척이 당시 가야국인 김해 남쪽 해안에 도착한다. 20여명의 수하를 거느리고 배에서 내린 여인은 “나는 아유타국 공주로 성은 許(허), 이름은 黃玉(황옥), 나이는 16세”라고 소개했다는 기록이 있다. 수로왕은 신하를 보내 성대하게 이들을 맞고
지난 5월 말, 필리핀 북부 루손 지방의 카포네스섬에서 벌어진 뉴스가 일본 전역에 퍼졌다. 일본인 4명과 필리핀인 14명 체포 소식이었다. 죄명은 ‘무단 굴 파기’. 인적이 드문 밤을 이용해 허가 없이 폭 5m, 깊이 6m 정도의 굴을 파다가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이었다.일본인이라면 ‘필리핀에서의 굴 파기’란 얘기를 듣는 순간 어떤 상황인지 금방 이해한다. 그 유명한 야마시타(山下) 보물이 또 소동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짐작들을 하는 것이다. 야마시타 보물은 일명 ‘야마시타 재보(山下財宝)’라 불리는 도시 전설(Urban Legend
지난 2월 부산 광남초등학교를 졸업한 김숲(13)양은 지난해 12월 초 학교 체육 수업시간을 잊지 못한다. 여학생과 남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을 함께 뛰면서 축구공을 주고 받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광남초 6학년 학생들은 당시 남녀 구분 없이 반 학생 20여명이 절반씩 팀을 짜 함께 축구 경기를 했다. 김양은 “그전까지는 여학생이 함께하는 스포츠 수업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었는데, 남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하니까 훨씬 재미있었다”며 “여학생들이 운동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운동장에 나갈 때만 해도
인도네시아의 어느 마을, 문자가 없는 민족이 있었다. 어느날,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자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글자를 갖게 된 이들은 비로소 자신들의 말을 제대로 쓰고 읽기 시작했다.동화 같은 이 얘기는 실제다. 인도네시아 부퉁섬에 사는 소수민족 ‘찌아찌아족’ 얘기다. 2009년 이들이 한국 사회에도 널리 알려졌다. 찌아찌아어만 있을 뿐 문자가 없었는데, 한글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한글의 우수성 입증’ ‘최초의 한글 수출’이라며 큰 화제가 됐다. 교과서에도 실렸을 정도다. 9년 동안 찌아찌
지난 4월 18일 국제우편으로 온 소포를 받았다. A4 크기의 박스 안에는 345통의 엽서와 한 통의 편지가 정갈하게 들어 있었다. 엽서는 네 뭉치로 나뉘어 1~345번까지 번호가 붙어 있었다. 한국 대표화가 이중섭(1916~1956)의 부인 이남덕(95·야마모토 마사코)씨가 일본에서 보낸 엽서였다. 이씨는 현재 도쿄도 시부야구에서 둘째 아들인 이태성(67·야마모토 야스나리)씨와 함께 살고 있다. 엽서에는 한 장 한 장 번호와 이름이 쓰여 있었다.36. 정해인씨저한테도 해인씨와 같은 나이 손자가 있습니다. 글자가 너무 예뻐서 놀랐어
조선은 19세기 중엽까지 서구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다. ‘금단의 나라’(Ernest Oppert·1880), ‘은자의 나라’(William Elliot Griffis·1882)로 불렸다. 함축적인 표현은 “가장 덜 알려지고 가장 적은 사람들이 찾아온 나라”(C.N Curzon·Problems of Far East·1894)였다.청일전쟁 직후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1894년 8월 4일)는 이렇게 보도했다.“조선은 동아시아의 큰 반도이며 중국의 황해와 일본열도 사이에 위치한 북태평양 국가로, 몽골리안 종족의 단일민
맨 몸에 대형 수건을 두른 사람들이 놀이공원 롤러코스터를 탄다. 열차 안에는 물이 가득 차 있다. 물을 찰랑거리며 롤러코스터가 출발하자 곳곳에서 즐거운 비명이 터져 나온다. 50m 높이의 회전관람차에 탄 사람들도 몸에 걸친 것은 수건뿐이다. 관람차의 각 캡슐은 작은 욕조로 만들어졌다.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내려다보면 먼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뿐만이 아니다. 대형 수건을 몸에 두른 사람들이 공원을 활보하고 있다.유튜브에 올라온 화제의 동영상이다. 실제 상황은 아니지만 조만간 현실이 될 전망이다. 동영상
러시아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에서는 이 시기에 보기 힘든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110㏊(33만평)의 땅에서 양파 싹이 올라오기 시작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다. 양파는 추위에 약한 대표적 작물이다. 러시아에서는 월동 재배가 안 된다. 보통 5월에 심어 가을에 수확한다. 재배 기간도 길다. 씨양파를 얻고 수확을 하기까지 2년 가까이 걸린다. 크기가 작고 무른 데다 맛도 좋지 않지만 가격은 비싸다.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양파 수입 세계 1위국이다.지난 8월 중순부터 타타르스탄공화국에 심기 시작한 양파는 한겨울을
# 이남덕 할머니, 아직도 많이 속상하세요? 이중섭 아저씨는 돌아가셨지만 여기에 많은 것을 남겨 주셨어요. 죽기 전에 못 보고 떨어져 속상하셔도 할머니 마음속에 계세요. 안녕히 계세요. 정원준 올림.# 마사코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에 사는 박세연 학생입니다. 제가 이중섭 화가의 그림들을 보았어요. 보았더니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슬픈 마음, 행복한 마음, 그리운 마음…. 그리고 마사코 할머니의 마음도 왠지 공감되고요. 할머니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안녕하세요 할머니. 저는 정지원이라고 해요. 제가
세상에는 다양한 인연이 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인연이 허무하게 스러지기기도 하고, 잠깐 스쳐지나가는 것으로 알았던 짧은 인연이 오랜 기간 반복되기도 한다. 세계적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과 나의 인연은 후자에 해당한다. 세이모어 번스타인과 나는 35년이란 시간 동안 가는 인연의 끈이 끊어지지 않은 채 때로는 깊게, 때로는 마치 끊어진 듯 희미하게 이어져왔다.1981년이었다. 나는 서울예술고등학교(이하 서울예고)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며 대학 입시 준비에만 몰두해 있던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피아노를
지난 11월 25일, 6년의 감옥 생활을 마친 한 남자가 콧수염을 기른 목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주여! 이 어린양의 죄를 용서하소서.” 목사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남자의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기도를 했다. 안수기도를 받은 사내는 사행성 도박게임인 ‘바다이야기’를 국내에 처음 들여온 이만구(63)씨. 목사는 서울 논현동에 강남 사랑의교회를 세운 김용남(64)씨다. 그는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방해사건에 연루됐던 정치깡패 ‘용팔이’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씨는 통일민주당 창당방해사건에도 연루된 적이 있다. 이씨는 1999년 이후
지난 10월 31일 밤 11시40분, 서울 수유동에 사는 변해진(69)씨는 누워서 그 주에 발행된 ‘주간조선’(2379호)을 읽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자리를 걷어차게 만든 것은 영화 ‘인턴’을 소개한 기사였다. ‘한국의 로버트 드 니로를 찾습니다’란 제목의 기사로 ‘815그룹’에서 영화 속 로버트 드 니로처럼 열정 넘치는 시니어 인턴을 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인턴 접수 마감은 10월 31일 밤 12시였다. 아뿔싸! 남은 시간은 15분이 채 안 됐다. 더구나 영화 ‘인턴’처럼 자기 소개를 담은 동영상과 이력서를 제출해야 했
국내 건설사 엔지니어 4명이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 후’에 동시 등재되었다. 주인공은 현대건설 연구개발본부에서 근무하는 지성현(48) 부장, 김영오(47) 부장, 서태석(40) 과장, 문병욱(37) 대리다. 이들 네 명은 각각 준설매립, 하폐수와 바이오에너지, 콘크리트, 진동에 관해서라면 국내 건설업계에서 손꼽히는 실력자들이다. ‘마르퀴즈 후즈 후’는 매년 정치·경제·사회·과학 등 각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우수한 업적을 남긴 인물 5만명을 선정해 업적과 프로필 등을 등재하고 있다. 특히 서태석 과장, 문병욱 대리는 영국
“공부하기 힘들지 않았냐고? 어휴~ 말도 마. 기억은 잘 안 나지, 눈은 잘 안 보이지, 귀는 잘 안 들리지… 왜 안 힘들어? 칠판에 쓴 3자가 8자로 보이고, 지금 처자가 ‘검정고시’ 하면 내겐 ‘검정고기’로 들려. 비결이 뭐냐고? 반복이야 반복. 기출문제를 풀고 또 푸는 거지. 100점 맞을 때까지.”(이종암)“공부하느라 코피 터질 뻔했다니까. 숙제가 매일 있는데 수학 문제가 잘 안 풀리는 거야. 계속 풀다 보면 동이 틀 때가 있어. 너무 힘들었는데, 이렇게 한 번에 합격해서 내가 생각해도 내가 참 장해. 마흔여덟 살 우리 사위
2007년 어느 날 경기고등학교 72회(1976년 2월 졸업) 졸업생 몇 명이 모여 앉았다. 졸업 30주년을 맞아 만들기 시작한 문집의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 논의하는 자리였다. 술잔을 기울이며 논의한 끝에 ‘화동의 꿈은 계속된다’로 정했다. 경기고등학교는 우리가 졸업한 뒤 서울 강남으로 이전했지만 그전까지는 ‘이~ 서울 이름 높은 화동(종로구) 언덕’에 ‘빛나는 역사 오랜 학교’로 자리 잡고 있었다. 화동은 우리를 상징한 것이다.계속되어야 할 꿈은 무엇일까? 꿈은 각자가 꾸는 것, 공동의 꿈이 있으랴마는 최근 느닷없이 경기 72회가
“72초 드라마는 디지털 친화적인 20~30대를 겨냥해 만들었다. 20~30대는 10대만큼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나, 1인 미디어 시장은 10대를 중심으로 편성되는 양상이다. 30대가 재미있게 즐길 만한 콘텐츠가 거의 없다. 72초 TV는 이걸 파고들었다.”㈜칠십이초의 성지환(38) 대표를 지난 6월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이 회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72초 드라마는 드라마 한 편 분량이 72초인 초압축 드라마. 72초는 은행 ARS 서비스를 이용해 상담원과 연결될 때까지 소요되는 평균시간이다. 편당 40~50분짜리 드라마에 익숙
2010년 연말에 개봉된 앤드루 재러키 감독의 영화 ‘올 굿 싱스(All good things)’는 2000만달러를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65만달러를 벌어들이는 실패로 끝났다. 백만장자인 로버트 더스트의 아내 실종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였다. 제작 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개봉이 지연되다가 1년 이상 미뤄진 끝에 세상에 나온 흥행 성적표였다. 영화의 실패로 전전긍긍하던 재러키는 예상치 못한 전화를 받는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로버트 더스트였다. 더스트는 재러키에게 인터뷰를 제안했다. 이후 재러키와 더스트가 수년에 걸쳐 총
“조상이 주신 성(姓)을 어떻게 다르게 쓸 수 있습니까. 그렇다고 일일이 재판을 할 수도 없고…. 특히 후손들 중에는 자신의 성이 잘못 표기된 걸 아는 사람들도 많지 않아요.”지난 3월 16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가승미디어’ 사무실에 노인들 몇 분이 모였다. 족보 전문 출판사인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원주 변씨 종친회 간부들. 원주 변씨 별좌공파 회장 변덕희(82)씨는 “일제가 자신들이 쓰는 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변씨 성을 마음대로 바꿔버렸다”며 “이걸 바로잡기를 원한다”고 말했다.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 “변씨 성 한자가 ‘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