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 ⓒphoto 뉴시스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 ⓒphoto 뉴시스

‘인터넷 공룡’ 네이버의 주가가 추락하고 있다. 지난 1월 2일 88만5000원으로 2018년을 시작했던 네이버의 주가는 5월 30일 현재 65만2000원까지 떨어졌다. 반년이 채 안 돼 주가가 26.33%나 추락했다.

네이버의 주가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무섭게 솟구쳤다. 지난해 11월 30일 80만원이던 주가가 12월 들어 상승하기 시작해 12월 28일 한 달 전보다 8.6% 오른 87만원으로 2017년 주식시장을 마감했다. 2018년 들어 상당수 증권사들이 네이버의 e커머스와 핀테크 확대, 광고 능력, 실적개선 가능성 등을 언급한 리포트를 쏟아내면서 주가는 더 상승세를 탔다. 특히 올 1월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뜨거웠다. 1월 한 달 중 7일을 빼곤 매일 대량 매수하며 네이버 주가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 결과 1월 2일 88만5000원(종가)이던 주가가 1월 8일 95만원으로 솟구쳤다. 1월 10일에는 장중 97만5000원으로 폭등하며 당장 100만원을 돌파할 분위기였다.

하지만 네이버 주가는 2월 초부터 순식간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2월 5일 87만9000원으로 90만원대가 무너졌고, 3월 19일에는 78만5000원으로 내려앉으며 80만원대 아래로 추락했다. 이후 70만원대 중반을 유지하던 네이버 주가는 5월 17일 69만7000원으로 70만원대마저 무너졌고, 5월 30일 65만2000원까지 추락했다. 곧 100만원을 돌파할 것 같던 올 최고가를 기준으로 하면 딱 다섯 달 만에 31.37%나 폭락해 버린 것이다.

큰 성장성이 강점으로 꼽히며 주목받아온 네이버의 주가를 단기간에 폭락시킨 요인은 무엇일까. 일단 최근의 드루킹 사태로 부각된 뉴스 댓글 조작 등 공정성 논란이 꼽힌다. 사실 이 문제는 일찌감치 네이버와 네이버 주가에 위험 요소로 지목돼왔다. 네이버는 이미 지난해 10월 프로축구연맹 관계자의 청탁을 받고 관련 뉴스의 위치를 바꿔버린 ‘뉴스 배치 조작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분노한 여론에 한성숙 대표가 직접 사과까지 했고 오너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겸 라인 회장 역시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나가 사과했다.

지난 3월 터진 ‘드루킹 사건’은 한번 금이 갔던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에 치명상을 입혔다. 이 사건이 특검까지 부르는 대형 정치 이슈로 확산되며 네이버는 주요 사업 영역이었던 뉴스 서비스 방식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부랴부랴 뉴스 댓글과 배치 등에서 일정 부분 결정권을 언론사에 넘기는 ‘아웃링크’ 시스템 도입을 발표했다. 하지만 네이버의 뉴스서비스 논란이 정치권과 얽히며 투자자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했다. 정치권, 특히 입법기관의 뉴스 서비스 관련 규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지경이 됐다.

현재 시장에서는 성장가도만 질주해온 네이버 대표 등 경영진의 리스크 관리 능력, 대응 능력이 미숙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외국계 투자사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의 주가 움직임을 결정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3월 이후 주가 하락에는 투자자 심리 영향도 크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은 물론 한국의 기관투자자들은 네이버에 많은 돈을 안겨주는 주력 사업과 향후 예상되는 투자보다는 쟁점화된 ‘이슈’에 특히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드루킹 사건과 외부청탁에 따른 뉴스 배치 조작 행위로 촉발된 뉴스 서비스 분야의 사업 재조정 가능성이 네이버 주가 폭락의 모든 원인일까. 뉴스 서비스의 아웃링크 확대가 네이버의 수익성을 해칠 가능성은 사실 적다. 네이버 수익구조에서 뉴스 서비스의 비중이 생각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KB투자증권 이동륜 연구원은 “2017년 기준 네이버의 뉴스 관련 수익은 연간 1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며 “아웃링크 도입으로 인한 광고 수익 감소가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2017년 기준 네이버 수익구조를 분석하면 비즈니스플랫폼(46%)과 라인 및 기타 플랫폼(36%)의 매출 비중이 높은 반면, 뉴스 등과 연계된 광고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쯤으로 추산된다.

네이버는 수년 전부터 뉴스·광고·쇼핑·콘텐츠 유통 등 포털의 전통적 온라인 사업에서 핀테크·AI 영역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라인’으로 대표되는 모바일로의 사업 확장 역시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뉴스와 콘텐츠 유통 서비스와 연결된 광고 수익 비중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줄고 있다. 물론 네이버 전체 서비스 중 가장 강력한 고객 유입 통로는 아직도 뉴스 서비스다. 콘텐츠 유통이나 라인 등 모바일 사업, 심지어 최근 네이버가 가장 공을 들이며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AI 관련 사업 등에서도 뉴스 서비스 연동을 통해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게 현실이다.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사업구조에서 뉴스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아직도 막대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10월 국회에 출석한 네이버 이해진 GIO. ⓒphoto 뉴시스
지난해 10월 국회에 출석한 네이버 이해진 GIO. ⓒphoto 뉴시스

진짜 문제는 무너지는 실적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네이버의 주가 폭락 원인은 실적과 성장의 문제로 분석할 수 있다. 최근 1년 네이버의 실적, 특히 성장성 면에서 이상 징후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일본 시장에 상장하고 동남아에서도 인기를 끈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의 성공 이후 네이버는 기존 재벌과 비슷한 대기업화의 길을 걷고 있지만 이것이 실적 확대와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기업화가 네이버를 주목하게 했던 성장성과 혁신에 위협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의 실적을 살펴보자. 2015년 네이버의 매출은 3조2539억원이었고, 2016년에는 4조226억원, 지난해에는 4조6785억원이었다. 2015년에서 2016년 매출 증가율이 23.6% 이상이었지만 2016년에서 2017년 매출 증가율은 16.3%로 떨어진 것이다. 사실 네이버 정도의 기업이라면 매출 증가율이 더 이상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성장가도를 달려온 네이버로서는 규모 확대보다는 내실이 더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출 4조원짜리 기업이 앞으로도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기업인지를 가늠하는 데 있어 내실 관리는 매우 중요한 지표다. 하지만 현재 투자라는 관점에서 이 부분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네이버가 장사를 해 벌어들인 돈의 규모부터 살펴보자. 2015년 8302억원을 조금 넘던 네이버 영업이익은 2016년 무려 1조1020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대를 돌파했다. 지난 3월 발표한 2017년 영업이익은 1조1791억원이었다. 2015년에서 2016년까지는 영업이익이 32.74%나 증가했지만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오면서 영업이익 증가율이 7%로 떨어진 것이다. 내실 다지기라는 면에서 보면 단 1년 만에 급격히 줄어든 영업이익(증가율) 하락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장성’이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꼽혀온 네이버이기에 특히 투자자들을 고민스럽게 만드는 부분이다.

영업이익 성장세의 가파른 하락과 함께 순이익 성장성 역시 같은 궤도로 추락하고 있다. 2015년 5169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이 2016년 7590억원을 넘겼지만 2017년에는 7701억원에 머물렀다. 2015~2016년 46.84% 가까이 폭증했던 당기순이익 증가율 역시 2016~2017년에는 1.45% 증가에 그친 것이다.

네이버의 성장성 추락은 최근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지난 1년 동안의 성장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 네이버의 2018년 1분기(1~3월) 영업이익은 2570억원이었다. 이것과 직접 비교가 가능한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2908억원이었고, 직전인 2017년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은 2911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11.62% 넘게 추락했고,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11.71%나 쪼그라든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네이버의 분기별 당기순이익 변화도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2017년 1분기 2108억원을 넘던 당기순이익이 2분기 1714억원, 3분기 2158억원, 4분기 1720억원을 기록하더니 올해 1분기에는 1537억원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3분기에 회복하는 듯하던 당기순이익이 이후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1분기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을 비교하면 무려 27.09%나 줄었고, 직전 분기인 2017년 4분기와 비교해도 10.64%나 쪼그라들었다.

최근 네이버는 매출은 늘고 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사실상 역성장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역성장을 당장 뒤집고, 다시 고성장 기업으로 빠르게 전환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서는 우세하다.

매출 유지와 확대를 위해 영업비용을 늘렸고, AI와 핀테크 분야 투자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는 AI와 핀테크 분야 투자 확대가 가까운 시간 안에 가시적 성과(실적)로 연결되기 힘들다는 데 있다.

네이버는 AI와 핀테크 분야 투자를 하면서 개발·관리 인력 확보와 유지를 위해 상당한 돈을 쓰고 있다. 기대가 성과에 못 미칠 경우 자칫 투자 비용이 소모성 비용으로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투자가 순수 개발비와 기술 자산 확보보다는 인건비 증가에 쏠리고 있다는 점에서 ‘내실’과 ‘성장’을 위한 것인지 물음표를 떨쳐내기 쉽지 않은 상태다.

글로벌 플랫폼들의 위협

“네이버의 독점적 사업자 지위 축소”와 “신규 고객을 끌어들일 콘텐츠와 서비스 매력 축소” 같은 본질적 문제를 지적하는 분석도 있다. VIP투자자문 김민국 대표는 “투자 면에서 과거 네이버가 가졌던 독점적 사업자 지위 축소를 짚어야 한다”며 “독점적 사업자 위치에 있을 때 평가됐던 주가와 가치를 지금 투자시장이 다시 평가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네이버가 성장해온 기반은 방송과 신문으로 향하던 기업들의 광고를 (2000년대 초·중반부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공유한 것이었는데 지금도 그것이 유효하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고 했다. 광고에 의존하던 방송과 신문이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으로 침체를 맞았던 것처럼, 네이버도 전통적 성장 기반이었던 광고시장의 성장 정체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광고시장의 정체가 쇼핑 등 비즈니스 플랫폼과 AI, 핀테크 같은 신규 사업 영역으로 네이버의 투자 확대를 유도했지만 투자비와 영업비에 비해 실적(내실) 다지기는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한국 온라인 시장에서 네이버가 가졌던 독점적 사업자로서의 지위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문제”도 지적했다. 온라인과 모바일 소비력이 왕성한 10~30대에게 네이버는 이제 대체 불가능한 플랫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검색·동영상·엔터테인먼트·쇼핑·SNS 등 전통적 온라인·모바일 서비스는 물론 AI와 핀테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네이버를 능가하는 기능과 접근성, 편의성을 가진 글로벌 플랫폼을 10~30대들은 더 친숙하게 사용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다음(현재 카카오)과 네이트 정도만 존재하던 한국 시장에서 구글·유튜브·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글로벌 플랫폼이 사용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를 향한 시장의 시선은 기관투자자들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2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4달 동안 기관 투자자들이 네이버 주식을 순매수한 날은 14일에 불과하다. 보유하던 네이버 주식을 4달 내내 사실상 내다팔기만 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시장의 평가와 움직임에 대해 네이버 곽대현 수석부장은 “ICT 기업 대부분이 비슷하게 주가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것과 관련해 언급할 게 없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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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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