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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0호]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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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의 과학자들] 장기수 기초과학지원연구원 광학현미경 개발자

반도체 살리고 암세포 죽이고

최준석  선임기자 

photo 최준석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본관 로비 벽면에는 대형 현미경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건물 4층 높이쯤 될까? HVEM 전자현미경은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을 대표하는 장비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고가의 연구 장비를 보유하고 외부 연구자가 이를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이 중요 기능 중 하나다. 고가 장비를 연구기관마다 사놓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HVEM 전자현미경으로는 분자 크기까지 볼 수 있다. 관찰하려는 물체를 전자로 때리면 그 대상물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데 이를 모아 이미지를 구성한다.
   
   장기수 박사는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광분석장비개발연구부장. 그는 전자현미경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광학현미경을 개발한다. 광학현미경 중에서도 레이저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공초점(confocal)레이저광학현미경을 만든 게 가장 최근의 실적이다.
   
   지난 10월 4일 장기수 박사 연구실에 가보니, 그가 동료들과 함께 개발한 광학현미경 4, 5대가 보인다. 장 박사는 “광학현미경은 살아있는 물체를 관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현미경과 다르다. 해상도는 전자현미경이 광학현미경보다 1000배 정도 우수하나, 광학현미경은 관측 대상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현미경은 나노급(10-9) 분해능을, 공초점레이저광학현미경은 마이크로급(10-6) 분해능을 갖고 있다.
   
   
   세계 최고의 분해능
   
   장 박사는 특히 반도체 산업과 디스플레이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발열영상 현미경을 개발했다. 세계적 수준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제조업체는 일본 기업이 만든 공간분해능 3000나노미터급의 발열영상 현미경을 사용한다. 장 박사와 김동욱 선임연구원은 일본 제품보다 성능이 10배 가까이 우수한 제품을 개발, 지난해 한국 업체(나노스코프시스템즈)에 기술이전을 했다. 공간분해능이 350나노미터나 된다. 장 박사는 일본 업체의 현미경과 자신이 개발한 현미경을 이용해 측정한 반도체 소자 발열영상을 비교해 보여줬다. 두 개의 현미경 성능 차이가 한눈에 들어왔다.
   
   “삼성에서도 우리 장비가 우수함을 확인하고 갔다. 일본 업체 장비로는 반도체소자의 발열영상을 정확히 볼 수 없으나, 우리 장비로는 소자의 어디에서, 그리고 표면 아래 어느 부분에서 열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현미경은 대표적인 과학 연구 장비로 적지 않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장 박사는 “반도체 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 반도체 업계가 사용하는 연구 장비인 현미경을 수입해다 쓰고 있다. 한국이 연구 장비 개발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 박사는 연구 장비의 국산화를 위해, 그리고 최고 수준의 장비를 위해 애써온 덕분에 ‘장비 국산화 특공대’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장 박사는 2012년에 발열영상 현미경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고, 2015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발열영상 현미경을 내놓았다.
   
   장 박사는 인하대 전자재료학과 91학번. 자신의 연구와 관련 “박사학위는 레이저로 했다. 전공은 크게 보면 광학이다. 레이저도, 광학현미경도 광학이다”라고 설명했다. 대학원 석·박사 과정은 광주과학기술원(GIST) 정보통신공학과에서 했다. 거기서 광전자공학을 공부했다. 광전자공학은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 특히 레이저와 반도체 상호작용을 다룬다. 반도체 안에는 전자가 들어 있고, 레이저는 빛이다. 그 둘의 상호작용을 응용한 대표적인 게 반도체레이저다.
   
   용어가 낯선 반도체레이저에 대해 장 박사는 “반도체인데 빛, 즉 레이저를 내는 반도체”라고 설명했다. 장 박사에 따르면 빛을 내는 반도체로 광전자공학에서 응용되는 두 가지가 있다. LED와 반도체레이저다. 장 박사는 이 중에서 반도체레이저를 공부했다. 반도체레이저를 사용하는 분야가 여러 곳 있으나, 대표적인 게 광통신이라고 했다. “집에 들어오는 고속광통신 케이블은 모두 빛으로 통신한다. 빛이 레이저다. 그 빛이 어디서 나오느냐? 반도체레이저에서 나온다.”
   
   반도체레이저는 물질 이름이 아닌 소자(device)라고 했다. “화합물 반도체를 많이 깎아 굉장히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는 소자이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수직 공진 표면 발광 레이저 설계 제작 특성평가에 관한 연구’. 0.1밀리미터, 즉 1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소자인 ‘수직 공진 표면 발광 레이저’가 빛이 퍼지지 않고 모여 나오도록 하고, 순도가 좋게 단일 파장으로 나오도록 만들었다. 레이저 빛이 모여야 현미경에 잘 사용할 수 있다. 다른 파장을 죽이고 하나의 파장(single mode laser)만 나오게 하면 광통신과 광센서로 사용할 때 요긴하다.
   
   장 박사는 공대 출신이어서 그런지 자연과학을 공부한 연구자와는 생각이 달랐다. GIST에서 공부할 때 이용탁 지도교수는 연구의 기승전결, 즉 마무리 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대생은 연구가 얼마의 경제 가치가 있는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교수님은 저널에 논문을 쓰기 전에 특허를 먼저 신청하게 했다. 논문 쓰기보다는 특허 내고 사업화하고, 또는 기술이전해서 경제적인 가치를 어떻게 창출할까 고민하면서 연구해야 한다고 하셨다. 나도 그렇다.”
   
   박사논문을 2007년 5월에 쓰고, 대전에 있는 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12월 입사했다. 지도교수는 학교에 남아 있기를 바랐지만, 그는 대전으로 떠나왔다. GIST 연구실 후배와 결혼했는데, 부인이 석사를 마치고 대전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도체레이저 부문에서는 세계 최정상 근처까지 왔다고 생각했다. 그걸 시스템 차원에서 연구를 해보고 싶었다. 반도체레이저라는 작은 소자가 아니라 그걸 응용해 보고 싶었다. 그러면 연구가 강력해진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입사해서는 연구장비개발부에서 일하게 됐다. 반도체레이저는 기초과학지원연에서는 더 이상 연구할 수 없었다. 반도체레이저를 개발하려면 팹 시설이라는 인프라가 있어야 하는데, 청정실과 그 안에 구축되어 있는 여러 가지 반도체 공정장비가 연구원에는 없었다.
   
   새로운 직장에서 초기에는 힘들었다. 석·박사 7년 동안 해온 걸 다 버리는 줄 알았다. 장 박사는 처음 2년간은 공부만 했다고 말했다. 갖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서 개발할 수 있는 연구장비가 뭐가 있을까를 찾다가 열반사 현미경에서 희망을 보았다. 2009년부터 ‘초정밀 열영상 현미경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적외선 열영상 현미경과 열반사 현미경이 있다. 이를 통틀어서 열영상 현미경이라고 한다. 적외선 열영상 현미경 기술은 기존에 이미 나와 있었다. 특별히 더 할 게 없었다.” 장 박사는 남들이 안 한 걸 찾았다. 열반사 현미경에서 틈새를 발견했다.
   
   
   열화상카메라에 현미경렌즈를 붙이다
   
   공항 입국장에 가면 열화상카메라가 있다. 해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사람 중에서 열이 나는 사람을 찾아내는 도구다. 메르스 감염자를 찾아내는 데 유용하다. 이 열화상카메라에 현미경렌즈를 붙이면 적외선 열영상 현미경이 된다. 반면 장 박사가 개발하려는 새로운 열반사 현미경은 들여다볼 샘플에 LED를 비추고, 샘플로부터 반사된 빛을 CCD카메라로 받는다. LED 반사율이 온도에 따라 미세하게 변하는데 장 박사는 반도체레이저를 만들 때 이걸 알았다. 반도체레이저에 전류를 흘리면 레이저 빛이 나오는데 그러면 온도가 올라간다.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열이 발생하면 반사율이 변해서, 레이저 특성이 달라졌었다.
   
   “박사과정 때는 반도체 소자에서 열이 어떻게 하면 덜 나게 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현미경을 개발하면서는 기존과는 어떻게 다른 원리로 발열영상을 구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박사과정 때의 공부가 도움이 될 줄 몰랐다.”
   
   온도 변화에 따른 반사율 변화의 분포를 측정해서 그걸 모으면 되겠다 싶었다. 샘플 표면과 안쪽의 지점들을 하나씩 매핑(mapping)할 수 있다. 이런 점을 하나씩 찍으면 발열영상을 얻을 수 있다. 영상도 어차피 점점으로 이뤄진다는 원리를 이용해 발열 영상을 얻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연구했다. GIST 후배로 박사후연구원이던 최해룡·유선영 박사와 같이 열반사현미경 개발에 매달렸다. 개발에 성공했고, 2012년 기술이전 업체를 찾았다. “연구장비 개발업체가 한국에 거의 없다. 있더라도 영세했다.” 일본 업체의 한국 대리점 역할을 하는 업체에 기술이전을 하기로 계약을 했다. 삼성전자만 해도 이 일본 업체의 제품을 1년에 100억원어치 이상 사서 쓰고 있었다. 한국산 열반사 현미경을 사용한다면 빛나는 국산화 성과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상용화하지 못했다. 한국의 연구장비업체는 그만큼 허약했다. 연구 결과가 공중에 떴다.
   
   
   레이저 공초점 열반사 현미경 개발 착수
   
   장 박사는 이후 레이저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레이저 공초점 열반사 현미경 개발에 착수했다. 레이저 현미경은 샘플 내부의 발열 분포를 볼 수 있고 그 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도체 소자는 표면이 아니라 안에서 열이 나는 경우가 많다. 해서 내부의 열원(熱源) 분포를 반도체 제조업체는 보고 싶어 한다. ‘공초점’은 이 측정을 가능하게 한다. 표면을 측정하려면 레이저 초점을 표면에 맞추고, 반도체 안을 측정하려면 표면 아래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공초점 원리의 장점이다.”
   
   2014년부터 연구에 착수해 2015년 기술개발에 성공했고, 2017년 기술이전까지 성공했다. 기술이전을 한 나노스코프시스템즈의 전병선 대표는 카이스트 기계공학 박사 출신. 나노스코프시스템즈는 레이저스캐닝 공초점 현미경 전문 생산업체다. 얼마 전에 대당 1억원이나 하는 장비의 시제품이 나왔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한 대를 구입했고, 국민대 나노종합기술연구원과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가 장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장 박사는 열정이 많아 보였다. 하고 싶은 일의 리스트가 길다. 레이저 현미경에 적외선 기능을 추가한 새로운 현미경도 얼마 전에 특허를 냈다고 했다. 레이저를 쏴도 반사가 없는 물질이 있는데 태양전지가 한 예다. 태양전지도 열이 어디서 나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레이저 대신 적외선을 사용해야 한다. 적외선현미경으로는 작은 걸 볼 수 없으니 레이저현미경에 적외선 기능을 추가해야 했다. 한 업체와 기술이전 의향서를 교환했다. 연구 개발을 경제가치로 만들어내려는 공과대학 출신 엔지니어의 일하는 방식이다.
   
   장기수 박사는 지난해부터 바이오-의료 쪽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암 치료의 한 방식인 광열 치료를 들여다보고 있다. 금속은 자유전자가 많기 때문에 빛을 쪼이면 열을 낸다. 금속이 나노 규모로 작아지고 여기에 특정 파장의 빛을 비추면 전자가 공명하면서 열을 많이 낸다. 이 나노 크기의 금속을 암세포에 붙이고, 그 금속에 빛을 쪼이면 뜨거워지면서 암세포가 죽는다. 금 입자를 몸 안의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달라붙게 해서 암세포를 죽이자는 ‘광열 치료’ 연구가 현재 활발하다. 광열치료과정을 세포 수준에서 직접 볼 수 있는 현미경 개발이 장 박사의 새로운 연구다. 이와 함께 6년 프로젝트로 ‘다중모드 광학현미경’ 개발에도 지난해부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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