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조상래 책임연구원은 2000년 인터넷 공인인증서를 만든 주역 중 한 명이다. 그를 지난해 11월 23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는 ETRI에서 만났을 때 “공인인증서를 19년 전에 개발했다”는 얘기를 듣자 묘한 느낌이 들었다. 공인인증서는 온라인 상거래 이용을 불편하게 하는 장치로 많은 이용자의 지탄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인인증서 폐지’를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심지어 전임 박근혜 대통령도 공개 회의에서 당시 주무장관에게 ‘올해 안에 액티브X를 없애라’라는 주문을 한 적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종열(45) 박사는 ‘시각 인공지능’ 연구자라고 ETRI 홍보실은 알려줬다. ‘시각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로봇 눈을 개발하거나, 도로의 자율주행자동차가 차량이나 길거리 사람 등을 잘 알아보고 피할 때 필요한 기술이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홍보실은 박종열 박사의 연구 관련 자료가 있는 인터넷 링크를 내게 알려줬다. 링크를 따라가 사이트를 열어보니, ‘ETRI, 쓰레기 투기 단속에 AI 적용한다’라는 제목의 2018년 11월 20일자 보도자료가 나왔다.보도자료에 따르면, ETRI가 개발한 시각지능 ‘딥뷰(
한국화학연구원 황성연 박사는 “원유정제공장에 황(黃) 폐기물이 산처럼 쌓여 있다”면서 “그걸 조금이라도 처리할 방법을 연구했고, 그 결과 자가치유(self-healing) 기능을 갖는 폴리우레탄 소재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바이오화학연구센터를 이끈다. 바이오화학연구센터는 대전과 울산에 조직을 두고 있다. 지난 11월 9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만난 황 박사는 자신을 “바이오플라스틱을 합성하는 연구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쉽게 말하면,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화학자”라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성익(42) 박사는 지난 2월에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Raleigh)시를 세 번이나 찾았다. 당시 평창 올림픽 공식 TV중계 방송사인 NBC가 롤리 지역에서 미국 사상 처음으로 UHD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롤리 소재 지역방송인 CBC가 차세대 UHD 방송을 성공적으로 시범 방송했다.지난 11월 2일 대전에서 만난 박성익 박사가 롤리까지 날아간 건, 자신이 제안하고 개발한 UHD 방송의 성공적인 데뷔를 기술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UHD 방송은 기
영화배우 신성일을 죽인 건 폐암이었다. 이광호 박사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폐암 신약을 연구한다. 지난 11월 9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만난 이 박사는 “폐암이 암 중에서 한국인을 가장 많이 죽인다”고 말했다. 나는 암 중에서 최대 사망 원인은 위암이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그는 폐암을 연구하는 이유에 관해 암의 발병 메커니즘이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폐암 환자가 많은 것이 두 번째 연구 이유라고 했다. 그는 폐암 중에서도 한국인 폐암 환자의 30%를 차지하는 EGFR(상피세포 성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권영수 박사는 컴퓨터 두뇌에 해당하는 CPU 설계자다. 지난 11월 2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ETRI에서 만난 권 박사는 “지금까지 한 일 중 2014년 독자 설계한 CPU가 들어간 AP 설계가 가장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컴퓨터 CPU는 미국 기업 인텔이 만든 386, 486, 그리고 펜티엄 칩이 유명하다. AP(Application Processor)는 스마트폰용 CPU다. 권 박사는 인터뷰를 녹음하던 내 스마트폰을 가리키며 “그 안에 AP가 들어 있다”면서 “AP는 데스크톱PC용 CPU와
기초과학지원연구원 나노표면팀장인 이현욱 박사에게 2014년은 ‘기적의 해’였다. 그는 이해 12월, 1년 반의 공백 끝에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이 논문을 토대로 혼자서 1년에 8~10편을 쏟아냈다. 그가 논문을 최고 많이 쓴 해는 공동저자 논문을 포함해 18편을 기록했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자체적으로 선정하는 우수논문상을 줄줄이 차지했다. 지난 10월 4일 대전 대덕에서 만났을 때 “1905년이 아인슈타인에게 기적의 해라고 하는데, 이 박사에게는 2014년이 그런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웃으며 “그해 12월에 정규직도 됐고, 아이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본관 로비 벽면에는 대형 현미경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건물 4층 높이쯤 될까? HVEM 전자현미경은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을 대표하는 장비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고가의 연구 장비를 보유하고 외부 연구자가 이를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이 중요 기능 중 하나다. 고가 장비를 연구기관마다 사놓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HVEM 전자현미경으로는 분자 크기까지 볼 수 있다. 관찰하려는 물체를 전자로 때리면 그 대상물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데 이를 모아 이미지를 구성한다.장기수 박사는
전근 박사는 지난 8월 말 한국화학연구원(KRICT) 창립 42주년 기념식에서 ‘올해의 KRICT인 상’을 받았다. 공로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옥심계 광(光)개시제(photon-initiator) 개발 및 상업화이다. 지난 9월 19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전근 박사를 만났다. 전 박사는 경희대 화학과 77학번. 그는 “젊은 연구자가 많은데 나까지”라며 인터뷰하러 온 데 대해 겸손해했다.전 박사가 개발했다는 ‘광개시제’라는 말이 낯설다. 전 박사에 따르면, 광개시제는 빛을 받으면 화학반응을
서장원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차세대 태양광전지 개발이 한창이며, 상용화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차세대 태양광전지 소재로 각광받는 ‘무유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에서 한국의 정상급 연구자로 평가받는다. 한국화학연구원 에너지소재연구센터의 무유기태양전지 그룹을 이끌고 있다.지난 9월 19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화학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 서 박사는 책상 위에 있는 태양광 서브 모듈 한 개를 보여줬다. 태양광패널 하면 떠오르는, 검은색이고 납작한 모양이었다. 서 박사는 페로브스카이트라는 구조를 가진 물질로 만든 태양광전
권요셉 박사는 대전 대덕의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생물재난연구팀 팀장이다. 지난 9월 10일 연구실을 찾아갔을 때 그는 “지난 4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위원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말을 증명하듯 권 박사 책상 위에는 노로바이러스 소독제(Noro-Free Hand Sanitizer Type C)가 몇 개 놓여 있었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식중독 증세인 복통, 구토, 설사를 한다.권 박사는 설날이던 지난 2월 16일 전남 광주에서 노로바이러스 소독제를 싣고 강원도 평창을 향해 출발했다. 소독제는 권
국가핵융합연구소의 홍석호(47) DEMO기술연구부장은 경희대 물리학과 석사과정 직후인 1999년 4월 9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1979년)인 스티븐 와인버그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와인버그는 미국 오스틴-텍사스대학 교수이며 핵물리학계 거물이다.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주인공인 핵물리학자 이휘소 박사의 절친이기도 하다. 홍 박사는 이메일을 받고 놀랐다. 석사 논문을 미국 국립로스앨러모스연구소 프리프린트 사이트(학술지에 게재되기 전에 미리 논문을 공개하는 사이트)에 올려놓았는데, 와인버그가 그걸 본 것이다. 와인버그는 “당신의
정확하게 냄새를 식별할 수 있는 나노 전자코, 주사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암인자 검출센서, 초미세먼지를 잡는 나노 마스크, 신선육이 상했는지 알아내는 나노 센서, 말라리아 진단 나노 키트….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권오석 박사가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장비다. 1979년생이니 39세. 지난 8월 20일 대전 대덕의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만난 권 박사 자리 위 벽면에는 논문 표지가 15개 이상 붙어 있었다. “작년과 올해 쓴 논문이다. 젊었을 때 논문을 많이 쓰려고 노력한다”고 그는 말했다.권 박사는 자신을 “질병과, 미세먼지와 같은 위해
손미영 박사는 줄기세포로부터 사람의 작은창자(소장)와 비슷하게 기능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지난 8월 20일 대전 대덕의 한국생명과학연구원에서 만난 손 박사는 “소장 오가노이드, 즉 장관 유사체는 신약 개발 실험에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소장 오가노이드 관련 손 박사 논문은 지난 8월 2일자 학술저널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렸다. 이 저널은 관련 분야 상위 5% 학술지에 속한다.손 박사에 따르면 줄기세포 연구에는 세포 치료제 개발과 신약 개발이라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세포 치
대전 국가핵융합연구소의 김성식 박사는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연구소 본관 지하의 수퍼컴퓨터 제2호기를 사용한다. 지난 8월 2일 김 박사를 따라 지하에 내려가 보니 영화 속에서 본 검은색 수퍼컴퓨터들이 책장처럼 놓여 있었다. 초당 80조번의 계산을 하는 컴퓨터다. 40도 폭염 속에 취재하러 가는 길은 힘들었으나 수퍼컴퓨터실은 에어컨 소리로 요란했다.김 박사는 국가핵융합연구소의 다중스케일난류 연구팀장이다. 여기서 ‘난류’는 따뜻한 물의 난류(暖流)가 아니고, 소용돌이와 같이 유체의 운동이 예측하기 어려운 난류(亂流)를 말한다. 점성이 있
최진혁 박사는 대전 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지질학자(국토지질연구본부 지질연구센터 소속)다. 지난 8월 2일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연구원에서 만났을 때 최 박사는 “본가는 양산단층, 처가는 울산단층 근처에 산다”고 웃으며 말했다.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은 2016년 9월 12일 경주지진, 2017년 11월 포항지진 이후 알려진 활성단층으로,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한 학술조사 필요성이 부각됐다.그는 경주지진 이후 정부가 추진 중인 두 가지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행정안전부가 추진 중인 전국 활성단층 지도 제작이고, 다른 하
김현수 박사는 1억도 플라스마를 견디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본체를 만드는 기계설계공학자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 토카막 기술부 진공용기기술팀장을 맡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마르세유 북동쪽 80㎞ 지점)에 미국, 유럽연합,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등과 함께 ITER를 짓고 있다. 김 박사가 이끄는 팀은 ITER 사업의 핵심인 ‘진공용기’를 만든다. 지난 7월 19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핵융합연구소에서 김 박사를 만났다. 무엇보다 핵융합실험로가 1억도라는 상상할 수 없이 높은 온도를 어떻게 견뎌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는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핵융합로를 개발하기 위한 전 단계로 플라스마를 연구한다. 고진석 박사는 ‘플라스마 물리’ 연구를 위한 시설인 KSTAR의 바로 옆방에서 일한다. 핵융합특수실험동 143호 그의 방에는 KSTAR에서 나온 광케이블들이 들어와 있다. 그의 방과 KSTAR가 놓인 방 사이에 난 구멍을 통해 케이블들이 들어온다. 플라스마는 물질의 네 번째 상태라고 흔히 표현된다. 원자의 핵이 깨져 전하를 띤 원자핵과 전자가 기체와 같이 돌아다니는 상태가 플라스마다. 형광등이 플라스마 원리를 이용한 조명시설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하수 연구자 하규철 박사는 “지하수를 이용해서 지하지질의 퍼즐을 풀어가는 연구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지난 7월 16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는 지질자원연구원에서 만난 그는 지하수와 지진과의 관계를 예로 들며 지하 퍼즐이 얼마나 오묘한지 설명했다. 특히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제주도 지하수 얘기를 들려줬다.동일본 대지진 직후 남과 북이 백두산 연구 관련 회담을 열었다. 폭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백두산을 같이 연구하자는 취지였다. 당시 북측 대표가 동일본 대지진 직후 북한의 지하수가 출렁출
박형석(36) 박사는 의료영상을 연구하는 수학자다.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국가수리과학연구소(소장 정순영) 바이오의료영상-컴퓨팅연구팀 선임연구원. 지난 6월 20일 그를 만났을 때 ‘의료영상’과 ‘수학자’의 접점이 어딘지 궁금했다. 의료영상은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X선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말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의료 영상 장비들이다. 박 박사는 연세대에서 의공학(Biomedical Engineering)과 수학을 복수전공했고(02학번), 계산과학공학과 대학원에서 2015년 박사학위를 받았다.“MRI나 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