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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아베 공세가 선거용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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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66호]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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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아베 공세가 선거용이 아닌 이유

장부승  관서외국어대 교수·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 박사 

▲ 지난 6월 3일 열린 주요 정당 지도자 토론회에 참석한 일본 각 정당 대표들. 왼쪽부터 마쓰이 이치로 일본유신회 대표,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 야마구치 나츠오 공명당 대표, 아베 총리(자민당 대표),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 시이 가즈오 공산당 대표, 요시카와 하지메 사민당 간사장. photo 뉴시스ㆍAP
한·일 간 경제전쟁이 개시됐다. 외교적 갈등이 경제를 수단으로 하는 전쟁으로 비화된 것이다.
   
   지난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대한국 수출관리 운용방식 개정 방침을 발표했다. 방침은 두 가지 조치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한국을 수출관리 카테고리 체계에서 재분류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총 27개 국가로 구성되는 소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 속했다. 이 27개 국가 중 21개 국가가 유럽 국가들이다. 나머지 6개 국가의 분포를 보면, 북미 지역은 미국·캐나다, 중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가 유일하다. 오세아니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가 있다. 그리고 한국이다. 즉 아시아, 아프리카를 통틀어 오직 한국뿐이다.
   
   화이트리스트는 바세나르 체제 운용 목적으로 유지된다. 바세나르 체제는 일종의 국제 수출관리 체제인데, 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의 수출을 통제하는 데 목적이 있다. 독재국가나 혹은 침략을 꾀하는 나라에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자의 과도한 유입을 막고, 평시에도 군사 목적으로 전략물자가 과잉 축적되는 것을 막는 데 기본 취지가 있다.
   
   
   아시아 유일의 화이트리스트 국가
   
   이 바세나르 체제에 가입한 국가들은 이중용도 품목 및 기술 리스트(9개 카테고리 대상 및 민감품목, 초민감품목 포함) 그리고 22개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군수품 리스트에 대해 수출심사를 하게 된다. 그런데 리스트에 해당하는 품목이 매우 방대하다. 전자, 컴퓨터, 통신, 정보 보안, 항공 우주 등 여러 주요 산업들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과 소재가 거의 총 망라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된 국가로 가는 수출품의 경우에는 이 바세나르 체제에 따른 규제가 완화된다. 즉 화이트리스트 국가는 신뢰할 수 있는 나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되지 못한 국가로 전략물자를 수출할 경우에는 ‘캐치올(catch-all)’ 규제라고 해서 건별로 심사를 해야 한다. 일본이 바세나르 체제 운용 목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화이트리스트에는 지금까지 한국을 포함해 27개 국가가 포함되어 있었다. 전 세계 국가들 중 이 27개 국가를 제외한 국가로 가는 모든 전략물자 수출은 건별로 심사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겠다는 법령 개정 의사를 관보에 고시했다. 이제 1개월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8월 1일부터 한국은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다.
   
   두 번째 조치는 보다 구체적이다. 우리 경제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치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세 가지 핵심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감광액), 불화수소(에칭가스), 그리고 그 생산 설비 및 생산 기술을 한국으로 판매할 경우, 7월 4일부터 종전까지의 포괄 수출심사에서 건별 수출심사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와 언론은 일본의 이런 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역을 정치적 보복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다소 온도차가 느껴진다.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이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를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 대한 한국 정부의 책임도 묻고 있다. 소위 ‘징용공’ 문제를 일으킨 일차적 책임은 한국 측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 정부 측에 대해서는 이번 조치가 자유무역 지지를 기조로 해온 전후 일본의 대외경제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고 훈수를 두고 있다.
   
   일본 경제계의 경우에는 일본 언론과 다소 입장차가 느껴진다. 아마도 일본 기업들로서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경영자 단체인 경제동우회는 사쿠라다 겐고 대표간사의 정례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상황이 조속히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하면서도,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는 WTO 규정에 기반한 것이고, 이번 조치로 인해 한국 측에 더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번 사태의 책임이 한국 쪽에 더 큰 만큼 한국 측에서 일본 측의 메시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일본 상공회의소의 미무라 아키오 회장은 일본 측 조치 발표 다음 날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가 한·일 간 막혀 있는 상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일 간 대화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일본 정부 조치의 파장이 얼마나, 어디까지 미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일본이 건별 심사를 하겠다는 세 가지 소재는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생산 공정의 핵심 소재들일 뿐더러, 세계시장에서 일본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일본이 수출 심사 결과 수출 허가를 거부하거나 심사에 시간을 끌면 당장 우리 회사들의 디스플레이 패널과 반도체 생산에 큰 지장이 올 것이다.
   
   우리 측으로서도 일본 측 조치에 대응하여 응당 수입 다변화나 수입 대체를 추진해야 하겠지만, 회사나 공장이 단기간에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충분한 대체를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조치는 일본 정부가 운용하기에 따라서는 더 심대한 영향을 야기할 수 있다. 왜냐하면 소위 전략 물자로 분류되는 품목은 그 종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바세나르협정 당사국이어서 별도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전략물자관리원을 두고 있다. 이 전략물자관리원에서 관리 대상으로 하는 이중용도 품목의 리스트만 A4 용지로 587쪽이나 된다.
   
   
   일본 야당은 거의 붕괴 상태
   
   일본은 왜 이런 조치를 단행한 것일까? 우리 국내 언론을 보면 7월 21일에 예정되어 있는 일본 참의원(일본은 양원제, 그중 상원이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실시한 것이라는 추리가 가장 눈에 띈다.
   
   하지만 이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는 추리이다. NHK가 매월 실시하는 월례 정치의식 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보여왔다. 오히려 7월 1일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방식 개정 방침 이후 지지율이 소폭이나마 하락했다. 더욱이 일본 집권세력의 지지율을 일본 야당과 비교해본다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별로 고전할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현재 아베 내각은 자민당과 공명당 간 연립정부이다. 따라서 두 정당의 지지율 합계를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로 볼 수 있다. 두 정당에 대한 지지율 합계는 실제로 아베 내각 지지율과 대동소이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략 40% 내외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야당은 현재 거의 붕괴상태이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지지율이 올해 들어서 한 번도 6%를 돌파하지 못했다. 모든 야당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올해 들어 단 한 번도 14%를 넘어서지 못했다.
   
   물론 지지정당이 없다고 답하는 부동층이 40% 내외로 커 보이기는 하지만 과거 일본 선거 사례를 보면 부동층은 선거 막판에 여당 쪽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 국내적으로 이번 7월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여당 측이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류를 차지하는 데는 이런 이유들이 작용하고 있다. 즉 어차피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국 내 일부 언론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개헌선 확보를 목표로, 즉 참의원에서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식의 분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함부로 개헌안을 내놓지 못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의석 확보 비율보다는 국민투표 때문이다. NHK가 매년 실시하는 정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지난 10여년간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여왔다.
   
   아베 총리가 설사 중참 양원에서 3분의 2 의석을 확보한다 해도 개헌을 위해서는 국민투표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치인에게, 더구나 헌법 개정과 같은 중차대한 사안에 대한 국민투표는 건곤일척의 승부이다. 패배하면 굴욕 속에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 현재로선 설사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친다 해도 통과되기 어렵다고 하는 의견이 일본 국내적으로 적지 않다. 국민투표라는 더 큰 싸움에서 질지도 모르는 판국에 과연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에서 3분의 2 의석 확보라는 목표를 위해 대외경제 관련 이러한 초강수를 두는 무리수를 선택했을까?
   
   더욱이 아베 총리가 개헌안을 발의하여 중참 양원에서 통과시키려면 자민당 단독으로 3분의 2 개헌선 확보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연립정권 파트너인 공명당은 종교단체에 기반한 정당으로서 평화주의 색채가 강해서 헌법 개정에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지난 두 번의 참의원 선거에서 양당 합쳐, 각각 56% (2013년)와 60%(2016년)의 의석을 확보하였다. 이제 조금만 더 의석을 늘리면 66%를 확보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명당이 헌법 개정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2013년 선거에서 자민당은 참의원에서 단독 과반도 확보를 못 했다. 2016년 선거에서는 간신히 절반 의석을 확보했다. 물론 이것도 큰 승리이긴 하지만 단독으로 3분의 2를 확보하기에는 아직 한참 못 미친다.
   
   게다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측면인데, 실제 일본의 참의원 선거 캠페인을 보면, 아베 정부가 국내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섰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현재 참의원 선거전에서 최대 이슈는 외교 문제가 아니라 연금 문제이다.
   
   
참의원 선거의 최대 이슈는 연금
   
   지난 6월 초 일본 금융청이 평균적인 일본인이 은퇴 후 30년 동안 노후빈곤 없이 살려면 연금 말고도 추가로 2000만엔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일본 내 논쟁에 불을 댕겼다. 야당은 이 보고서가 현재 노인복지정책의 허점과 연금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정부 여당을 공격하고 나섰고, 여당은 보고서가 과장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일본의 TV 뉴스와 토론 프로그램은 연일 연금 문제로 시끄럽다. 각 당의 연금 관련 공약이 비교되고 각 당 대표들이 나와서 연금 문제로 토론 중이다. TV에 나오는 각 정당의 공식 선거 광고를 봐도 중심 이슈는 연금이다.
   
   아베 총리의 경우 공식 선거방송에 나와서 자민당 여성국장과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유세를 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연금 문제의 세세한 부분까지 거론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외교정책은 거의 거론되지 않았으며 한국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다른 정당의 선거 방송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이나 한·일 관계는 전혀 쟁점이 아니다. 선거전에서 거론도 잘 되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자기들의 인기를 올리기 위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한 것이라면 선거전 와중에 이 이슈를 활용해야 할 텐데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선거 이용론 말고도 국내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일본이 한국의 경제적 도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이런 조치에 나섰다는 설명도 간혹 보인다. 한국 경제가 더 커져서 일본을 위협하기 전에 그 싹을 자르려 한다는 것이다.
   
   이상한 설명이다. 한국 경제 규모가 커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본 경제 규모의 3분의 1 정도이다. 일본의 영토 면적은 남한의 약 4배이고, 일본이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 비해 약 2.5배의 인구를 갖고 있다.
   
   한국의 GDP가 대만에 비해 약 3배 정도 되고, 면적은 약 2.8배이며, 인구는 약 2배이다. 우리는 대만에 대해 위협감을 느끼나? 대만에 대해 위협감을 느껴서 대만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통해 대만 경제의 싹을 미연에 잘라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드나?
   
   이런 사고방식은 경제의 상호의존성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은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 주로 완성품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완성품 생산을 위한 주요 원자재, 부품, 공작기계는 주로 일본에서 수입한다. 작년에 한국의 대일 수출액이 약 300억달러,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이 약 550억달러였다. 약 250억달러 적자이다. 한국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단 한 번도 대일본 무역에서 흑자를 본 적이 없다. 매년 수백억 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다.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지난 54년간 대일 무역적자 누계액만 약 6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700조원이 넘는다.
   
   양자 경제관계에서 흑자는 무조건 선이고 적자는 악이라는 좁은 시각에서 보면 한·일 무역관계가 잘못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무역역조는 우리가 선택한 산업구조의 결과이다. 한국은 초고속성장을 위해 일본의 부품, 소재, 공작기계를 활용하여 완성품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고, 그 전략이 성공했기에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일본을 제외하고, 중국·미국 등 다른 경제 주체들과의 교역에서는 흑자를 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의 부품, 소재를 들여와서 좋은 물건을 만들어서 세계시장에서 잘 팔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부품 및 소재, 기계 산업에 있어서도 차곡차곡 모두 국산화를 이뤄가며 성장을 해서 전 생산공정에서 완벽하게 자립을 실현하는 방식의 산업화를 해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제한된 자원을 갖고 고속성장을 해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던 우리 경제가 만약 중간 단계까지 모두 국산화를 해가면서 전진하고자 했다면 지난 50년간의 고속성장은 과연 가능했을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부품, 소재 산업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보다는 그러한 의존이 전 세계적인 공급망의 일부분으로서 존재하고 있었고 그러한 공급망의 확대를 통해서 우리는 물론 일본도 이득을 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부품, 소재를 일본에 의존하는 산업구조에서 대일 무역적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우리의 완성품 생산과 판매가 증가한다는 말이다. 또 뒤집어 말하자면 한국의 완성품 생산 확대는 일본에 있어서도 좋은 일이었다. 더 많은 부품과 소재를 한국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 일본에 무서운 일이고, 그러한 공포 때문에 일본이 한국 경제의 싹을 미연에 자르려고 경제제재 조치에 나선다는 것은 한국 경제의 본질이나 한·일 경제관계에 대한 오독에서 비롯된 허상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아베 정부는 왜 이번 수출 규제에 나선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이미 아베 총리가 자신의 입으로 여러 번 말했다. 예를 들어 참의원 선거전 개막을 앞두고 7월 3일 일본 기자클럽에서 열린 7개 정당 당수 초청 토론회에서 대한국 수출 규제의 원인과 성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아래와 같이 분명히 밝혔다.
   
   기자 “아베 총리에게 한·일 관계에 대해 묻겠습니다. 정부가 징용공 문제 관련 사실상의 대항조치를 취했습니다. 이것은 역사 인식 문제를 무역 문제에 결부시키는 것으로서, 트럼프 같은 수법인데, 한·일 양국에 별로 좋지 않을 거라고 다들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떤 형태로 마무리 지으실 생각인지, 그림을 지금 그리고 있는 겁니까?”
   
   아베 총리 “지금 그런 인식은,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잘못된 것입니다. 역사 문제를 무역 문제에 결부시킨 것이 아닙니다. 징용공 문제는 역사 문제가 아니라 국제법상의 나라와 나라 간의 합의를 지키느냐의 문제입니다. 1965년에 청구권 협정을 맺어서, 서로 청구권을 포기했다, 이것은 나라와 나라 간의 약속입니다.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또는 위안부 합의, 이것은 정상과 정상 간의, 외교장관과 외교장관 간의 합의입니다. 유엔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오바마도 이 합의를 평가했습니다. 이런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다, 국제적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당신의 인식은 틀렸습니다. 이번 조치는 WTO 규정에 반하는 조치가 아니라 무역관리의 문제로서, 여기에는 바세나르 체제라고 하는 국제적인 룰이 있습니다. 일본도 들어가 있습니다. 이것은 안보상의 무역관리로서 각각의 나라가 이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실은 의무입니다. 그러한 의무 상황에서 상대 국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우대 조치는… 이것은 수출 금지 조치가 아닙니다. 지금껏 해오던 우대 조치는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것은 당연한 판단이라 생각하고, 절대 WTO 규정에 반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신뢰 못 하니 우대 조치도 없다
   
   쉽게 말해 아베 총리는 이번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는 한국 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상응조치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위안부 합의도 지키지 않고, 54년 전의 합의에 대해서도 해석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나오니, 이제 더 이상 한국을 신뢰할 수 없고, 한국에 대한 신뢰에 근거하여 제공해오던 우대 조치는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측으로서는 나름대로 우리 측에 대한 좌절감과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 측으로서는 우리 나름의 설명을 할 수 있다. 위안부 합의의 경우에는 성립 과정에서 근본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지킬 수 없었다든가, 징용 문제의 경우에는 우리 정부가 해석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 사법부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든가 설명을 제공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상대가 엄연히 자기 입으로 설명하는 이유는 외면하고 ‘일본의 조치에는 국내 정치적 의도가 있을 거야’, 혹은 ‘우리 경제를 파괴하려는 의도가 있을 거야’라는 식으로 추리만 거듭하는 것도 진지한 협상을 바라는 입장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한·일 간 갈등은 단순히 말과 감정의 문제를 넘어 양국의 산업 생산과 일자리에까지 실제적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경제전쟁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피해의 확산을 막고 양국 관계를 정상으로 회복시켜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모두 동의할 것이라 본다.
   
   더 이상의 갈등을 막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은 우선 상대의 진정성을 전제로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다. 우리도 우리 나름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밝히고 그 진심을 설명하며, 일본 측에 대해서도 일본 측이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바가 일본의 진심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인정해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자세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진심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상대는 뭔가 숨겨둔 목적이 있고 겉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모두 거짓말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솔직한 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일 양국 모두 서로의 이견은 이견대로 인정하되 상대방의 진정성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갖는 것, 그것이 현재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갈등을 풀어내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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