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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96호]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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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차기 서울시장이 꼭 해야 할 부동산 정책

김원중  부동산학 박사ㆍ건국대 겸임교수 

▲ 12·16대책 풍선효과로 집값이 치솟고 있는 수원시 아파트 단지. photo 연합
정부와 집권당이 부동산 대책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수·용·성(수원·용인·성남)의 집값이 급등하자 이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입장이고, 집권여당은 좀 더 지켜보자는 편이다. 여당은 서슬 푸른 청와대의 기세에 눌려 지금까지 군말 없이 정부 결정을 따르다가 갑자기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다들 짐작하다시피 선거철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입버릇처럼 ‘민생을 챙긴다’고 떠드는 정치인들은 선거가 코앞에 닥치니 유권자들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다. 정치인들이 부동산 정책을 경제적 시각이 아닌 정치적 시각으로 접근해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여당은 지금까지 명분과 표심이라는 정치적 시각에서 부동산 정책을 결정했다. 명분은 “서민이 불편함을 느끼는 집값은 내려야 한다”는 것이었고, 표심은 “집 없는 서민은 많고 우리는 이들을 대변한다”는 것이었다. 집을 가진 자와 갖지 않은 자의 투표수를 계산하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진 것이다. 경제 분야에 속하는 부동산을 지금까지 경제적 시각이 아닌 정치적 시각으로 재단하고 정책을 집행했기에 집권 뒤 19번째의 부동산 대책을 준비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세상 어느 나라가 국가 정책을 2개월에 한 번씩 발표하고 시행하는가. 두 달 단위로 바뀌거나 추가하는 정책을 비싼 밥 먹고 만들어내는 정치인과 선출직 공무원들을 보고 있자니 기가 찰 일이다.
   
   같은 유권자라고 해도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대한 견해는 집주인이냐 세입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집주인은 정부가 집값 상승을 억누르기 위해 조정대상지역 등으로 규제하는 데에 반대한다. 그러나 세입자는 입장이 다르다. 그들은 정부의 가격 규제를 찬성한다. 임차인은, 정부가 집값 규제 조치를 시행하면 자신이 부담하는 전세금(또는 월세) 인상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자의 처지에 따라 정부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는 달라진다. 집권당이 정부가 내놓으려는 부동산 규제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임대인과 임차인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는 이유다.
   
   
   참여정부, 현 정부 집값 상승 패턴은 같다
   
   이 글을 쓰는 2월 19일 현재 정부는 19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를 예고했다. 정부가 내놓을 대책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으나 지금까지 고수한 수요 억제 정책 기조를 벗어날 가능성은 낮다. 정부여당이 출범 당시 내놓은 정책 기조를 뒤엎으면 가장 중요한 선거 시즌에 콘크리트 지지층의 이탈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규제 지역을 확대하고 금융 규제 조건을 강화하는 조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가 집값을 때려잡기 위해 벌이는 ‘두더지 게임’ 영역이 확장되는 선에서 그칠 듯하다.
   
   만일 정부가 도심에서의 충분한 주택 공급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수요 억제 대책을 되풀이한다면, 게릴라식으로 나타나는 집값 상승을 결코 막을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상승 지역을 확대시킬 것이다. 정부 정책을 이처럼 비관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현 정부가 수요 억제에 집착하다가 실패한 참여정부와 일란성 쌍둥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공급 정책은 지방 혁신도시와 세종시 개발, 그리고 2기 신도시 개발로 요약된다. 정작 수요가 몰려 있던 서울 도심의 주택 공급은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2015년 기준 경기·인천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수도권 거주 근로자의 21.2%는 통근에 1시간 이상을 쓴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출퇴근시간은 58분으로 OECD 평균인 28분의 2배다. 이 자료상의 수치는 참여정부 시절의 상황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은 ‘버블 세븐’(강남·서초·송파·양천구 목동·분당·평촌·용인 수지)이었다. 현 정부 들어서는 강남 4구의 집값이 제일 먼저 뛰기 시작한 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집값이 급등했다. 현재는 수·용·성 지역과 대전, 대구 등 광역도시의 집값이 한 달 새 몇억씩 올랐다는 소식이다. 집 없는 사람들과 자신의 집값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 이들이 상실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집권기와 현재의 집값 상승 지역을 비교하면 차이점과 공통점이 있다. 차이점으로는 현 정권에서 가격이 상승한 지역은 강남의 대안으로 떠오른 강북 도심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신분당선 등을 이용해 강남 접근성이 향상되고 신축 아파트가 집중된 경기 남부 지역이 참여정부 때보다 강력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이 항상 집값 상승의 출발점이 되는 이유는 이곳에 서울의 일자리가 가장 많이 몰려 있어서다. 참여정부 시절과 현재의 집값 상승 측면의 공통점은 강남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가격이 먼저 오르는 패턴을 보였다는 점이다.
   
   각 정권의 주택 공급에 대한 의지를 시기별 주택공급량과 인허가 건수를 기준으로 비교해 보자.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부터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까지 서울은 연 평균 12만3000호를 지었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기였던 2004~2007년에 주택 공급은 연간 5만3000호에 그쳤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주택공급량은 김대중 정부와 비교해 눈에 띄게 줄었음을 알 수 있다.
   
   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서울 지역 민간분양주택 인허가 건수 비교 결과는 어떨까. 박근혜 정권에서 현 정권으로 권력이 넘어간 시기가 2017년 5월이므로 2017년의 수치는 제외한 채 박근혜 정부(2013~2016)와 문재인 정부(2018~2019)의 민간 주택 건설인허가를 비교해 보자.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건설 인허가를 받은 서울 민간분양주택의 수는 총 29만7600호로서 연 평균 7만4400호나 됐다. 그러나 2018~2019년 문재인 정권에서 인허가를 받은 주택물량은 총 11만6386호로서 연 평균 5만8193호로 줄었다. 그런데 2016년부터 서울의 연간 멸실주택 수는 4만호를 훌쩍 뛰어넘어 2012년도의 멸실주택 수(1만9527호)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필자가 주간조선 2538호(‘알맹이 없는 3기 신도시 계획, 서울 노후주택 개발부터’)에서 지적했듯이 서울에서 30년 넘은 노후주택(16만7019동)은 전체(44만9064동)의 37.2%나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앞으로 멸실주택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데 현 정부에서 순증주택(준공주택·멸실주택)의 수는 매년 2만호 미만이다. 서울시의 연간 적정 공급량 4만호의 절반도 안 되는 규모다. 서울의 신규주택 공급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수많은 부동산 투자클럽들이 고객들을 모시고 ‘주택 쇼핑’을 목적으로 서울과 수도권 전역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다. 정부가 투기꾼을 욕해봐야 뛰고 있는 집값을 억누를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시각에서 볼 때 집값은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과 비슷하게 올라야 정상이다. 만일 집값이 기준치보다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면 정부는 시장 실패(market failure)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때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일방적으로 개입한다. 그리고 시장을 교란한 원흉으로 투기꾼을 지목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을 대하는 논리 체계다. 그런데 투기는 집값 상승의 결과나 과정은 될 수 있어도 원인은 될 수 없다.
   
   
   정책 실패에 빠진 정부
   
   최근 발표된 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 자료는 정부의 부동산 시장 대응 논리가 경직되고 잘못됐음을 알려준다.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6년 동안 매년 올랐다. 198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뒤 최장 기간 상승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6억635만원이었으나 2020년 1월 9억1216만원을 나타냈다. 현 정부는 자그마치 18번의 부동산 대책을 시행했지만 집값은 3년 반 동안 50.4%나 상승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 시절에 해당하는 2014년부터 2017년 4월까지 서울 부동산 가격은 13% 상승에 그쳤다. 규제가 심한 현 정부에서 집값이 더 오른 것이다. 이 자료는 집값 상승을 시장 실패라고 보고 시장에 개입한 정부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한다. 사실 미국 경제학계에서도 정부의 시장 개입은 주택 가격을 인상시킨다는 사실을 이미 실증적으로 증명한 바 있다.
   
   일반 재화(상품)는 가격이 상승하면 즉시 재화에 대한 수요가 줄거나 공급이 늘어나 새로운 균형가격에 도달한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서는 결코 이 원리가 작동할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은 가격 상승이 있더라도 단기간의 공급 증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가격이 할 수 있는 일은 공급량의 배분이다. 가격이 높거나 낮으면 주택 구입이 줄거나 늘어서 오직 소비량에 영향을 끼칠 뿐이다. 갑자기 주택 수요가 많아진다고 해서 토지 공급이 빨라질 수는 없다. 토지 공급이 매우 비탄력적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 시장의 이 같은 공급 특성을 무시한 채 오직 수요 억제에 골몰해서 정책 실패(policy failure)에 빠졌다. 부동산 시장처럼 공급이 완전히 비탄력적인 시장에서 ‘수요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기본을 정부가 망각한 결과다.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정책 실패와 세금 한 푼 들어가지 않은 민간 실패 중에서 어느 것이 국가경제에 더 위험할까.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을 정부만 모른다. 시장에 겸손하지 않은 탓에 잊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와 서울시는 집값을 인위적으로 부추기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재개발·재건축 정비 사업을 옥좼다. 서울에서 신규주택 공급지는 이 영역밖에는 없는데도 말이다. 그런 뒤 정부가 한 일은 매년 10조원을 투자해 ‘담 벽에 벽화를 그리는’ 도시재생사업에 몰두한 것뿐이다.
   
   서울시가 공을 들이고 있는 가로주택정비사업도 뚜렷한 성과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필자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시 산하 25개 자치구에서 수령한 ‘가로주택정비사업 현황’ 자료를 분석해보니, 2019년 말 기준 ‘건축심의 완료’나 ‘철거신고’ 단계에 진입해 있어서 2년 이내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은 채 1000가구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신규 공급 계획이 미미하므로 서울 집을 사면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믿음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서울시가 진정으로 집값을 잡고 투기꾼이 낭패를 보도록 만들고 싶으면 충분히 많은 물량의 주택이 공급될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
   
   
   집값 하락은 정책 목표가 아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집값 하락이 될 수는 없다. 정부와 정치인이 할 일은 국민 모두의 주거복지를 고민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주거복지를 직접 챙기되 이들을 제외한 국민의 주거는 관여해서도 안 되고 간섭할 필요도 없다. 시장원리에 맡기되 불법, 탈법이 있을 때에 개입하면 된다. 정부가 중산층 이상의 국민을 위해 할 일은 그들이 원하는 곳에 양질의 주택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 된다. 정부는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까지 성장한 국가 경제를 과거에 했듯이 홀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서울시장이라면 반드시 유념해야 할 부동산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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