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돈 천천히 갚으세요."요즘 은행들의 기조가 이렇다. 은행에서 내놓는 대출들의 만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원래 상환기간이 길었지만 지금은 더 늘었다. 최근 우리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은행 주담대 만기는 가장 긴 게 35년이었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다른 시중은행도 마찬가지. 주담대 만기를 40년으로 늘렸다. 옆 나라 일본에서나 보던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환이 이젠 진짜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게다가 보통 5년 만기였던 개인신용대출도 기한이
50대 A씨는 서울 도심 낡은 빌라의 주인이다. 몇 년 전에 노후생활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샀다. 최근 그는 임차인과의 다툼으로 속앓이를 했다. 보증금 7000만원에 전세 살던 임차인이 계약이 만료되어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그 대가로 2000만원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전세금의 30%에 육박하는 돈을 일종의 ‘이사비’로 요구한 것이다. A씨는 임차인의 지나친 요구를 들어줄 수 없어 계약상 임차인인 LH(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건물인도를 요구하는 명도소송까지 준비했다. 변호사 비용을 들여가며 소장까지 작성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쉽게 해
문재인 정부가 거의 ‘끝물’에 가까운 부동산정책을 발표했다. 민관 공동 도시개발사업에서 민간의 이윤을 총사업비의 10%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계획이다. 차라리 그동안의 실책을 인정하고 다음 정부에 맡겼더라면 더 좋았을 법한 불필요한 계획이다. ‘제2의 대장동 사건’을 막기 위해서라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10일 도시개발법 시행령과 도시개발업무지침 개정안에 대해 입법·행정예고를 발표했다. 현 정권이 임기 말 도입하려는 새 규제를 부연설명하면 ‘민간이 부담하는 총사업비의 10% 이내’로 개발이익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일이 가까워지니 후보들의 경쟁이 뜨겁다. 부동산 분야에서도 후보 간 경쟁은 치열하다. 눈여겨볼 대목은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의 공통분모가 많다는 점이다. 공급정책 분야에서 그렇다. 현 정부가 지난 5년간 주택공급을 외면한 탓에 국민들의 반감이 크다는 사실을 여당 후보가 인지하고 있어서다. 공급정책에서 차이점이 없다면 어느 분야에서 차별화될까. 누구의 정책이 현실적이고 후손들에게 부담을 덜 주는 지속가능한 공약인가.먼저 여야 후보의 공약이 많이 일치하는 공급정책을 살펴보겠다. 여당 이재명 후보는 서
지난 2월 3일 열린 대통령 후보 1차 TV 토론회의 화두는 단연코 부동산이었다. 4명의 후보들은 대장동 사건 발생의 원인부터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시장 혼란의 해결법까지 열띤 공방을 벌였다. 대통령 후보들이 부동산과 관련해 주장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한다.야당 후보들은 토론회가 시작되자마자 여당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포문을 열었다. 윤 후보는 “대장동 사업이 공공개발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아 분양은 일반 (부동산) 개발처럼 했고 토
부동산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수급과 정책 그리고 국내외 거시경제 변화 등에 영향을 받는 자산이다. 그러나 주식과 부동산은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주식은 부동산보다 현금화는 쉽지만 가격 변동성이 매우 심하다. 반면 부동산은 현금화는 어렵지만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런 특성은 무시한 채 한국부동산원은 전국의 집값 추이를 매주 발표하기 위해 연간 수십억원 이상의 국민 세금을 지출한다. 단국대의 김정선 박사는 학술 논문에서 어느 선진국도 주간 단위로 주택가격 추이를 추적해서 발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들
정부는 올해 종합부동산세로 5조7000억원을 부과했다. 작년보다 4조원이 늘었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과 비교하면 15배 증가했다. 종합부동산세 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징벌적 세금’이라는 평가가 지나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2017년에서 2020년까지의 누적 물가상승률이 4.3%이고 코로나19로 돈을 많이 풀었는데도 작년 물가상승률이 0.5%에 그친 사실을 고려할 때 종부세 인상률은 비상식적으로 높다.현 정부의 과도한 세금 인상은 종부세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2015년에서 2019년까지 OEC
여당이 개발사업의 국가 이익환수를 확대하겠다고 난리법석이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앞장섰다. 그는 민간사업자의 이윤율을 총사업비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현행 20~25% 수준인 개발이익 부담률을 50% 수준으로 상향하겠다면서 도시개발법과 개발이익환수법의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는 개정안을 제출하는 이유로 성남시 대장동 사업을 들먹였다.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엄청난 규모의 돈을 개발업자들이 벌어들였으니 ‘제2의 대장동’ 사태를 막기 위해 입법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의 주장
올바른 부동산 정책은 무엇인가. 부동산 개발에서 공공의 권한은 어디까지 허용되야 하는가. 대장동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대장동 사건이 터지자 정치권, 시민단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이 즉흥적이다.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은 채 대책을 제시했다.정의당의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선 이정미 전 대표가 대표적이다. 그는 대장동 사건을 의식한 듯 “민간 개발사업의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발이익의 50%를 환수할 수 있도록 장치를
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포기한 것 같다. 최근의 움직임이 이를 시사한다. 아파트 공급 규모가 늘어나는 효과를 연출하려고 언제 입주할지도 모르는 사전청약을 시행한 것이 일례다. 그 결과 아파트 사전청약 물량은 기존 6만2000가구에서 16만3300가구로 늘어났고, 서울의 사전청약은 4000가구에서 1만3900가구로 증가했다고 한다. 2015년 기준 서울의 총가구 수는 378만5000 가구이며 자가점유율은 41.1%(159만5000가구)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1만3900가구를 사전청약한다고 해서 서울의 주택부족을 해결할 수 있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다시 구설에 올랐다. 국민에게 부동산 ‘훈수’를 많이 둔 탓이다. 그는 지난 7월 21일 관계장관 부동산 대책회의에서 “임대차법 시행 후 전세계약 갱신율이 77%에 달한다”고 자화자찬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자를 찾아내 반드시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의 글이 순식간에 3000명의 동의를 받은 것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주장이었다.홍 부총리의 망언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는 얼마 전 부동산 시장 불안의 원인으로 “수급요인보다 막연한 상승 기대심리, 투기수요, 불법거래가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토지독점규제 3법’을 발의했다. 자산소득 격차와 불평등 해소가 입법의 목적이라고 한다. 토지 독점을 규제하면 집값이 내려가는가? 그가 발의한 토지독점규제 3법은 1989년 말 국회를 통과한 ‘택지소유상한법’ ‘개발이익환수법’ ‘토지초과이득세법’의 토지공개념 3법과 같다. 차이가 있다면 1999년에 위헌 판결을 받았던 택지소유상한법의 관련 내용을 삭제한 뒤 토지독점규제법으로 이름을 바꿨다는 점이다. 토지독점규제 3법의 골자는 도시지역에서 1인당 1320㎡(400평) 이상의 토지는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이
최근 서울·수도권은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신축 아파트 ‘공급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신축 아파트들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 주요 건설사들이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와 주거용 오피스텔(아파텔)을 공급한다. 특히 이번 물량은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주요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공급되는 만큼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서울·인천·세종 등 주요 지역에 공급되는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등
여당 대통령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이 놀랍다. 이재명 후보는 “정부가 주택을 사들여 공공임대로 사용하다가 집값이 오르면 시장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후보는 “택지소유의 상한을 규제하고 개발이익을 환수하겠다”고까지 했다. 이재명 후보는 그렇다 치고 이낙연 후보까지 이런 기상천외한 공약을 내놓다니 가관이다. 이낙연 후보는 법학 전공자에 국무총리까지 지낸 사람 아닌가. 그 누구보다도 헌법 수호에 대한 사명이 투철해야 정상이 아닐까. 그런데 이미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은 사안을 다시 되살리겠다고 하니 전력이 의심스럽다. 말도 안 되는
“부동산 해법이 있다면 그 정책을 어디에서라도 훔쳐 오고 싶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얼마 전 국회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이 발언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와 같은 맥락이다. 두 사람 모두 전문가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그들만의 방식’을 밀고 나가겠다는 고집을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부동산 투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김 총리에게 질의한 여당 의원의 문제의식도 심각하다. 아직도 수요공급의 시장원리를 깨닫지 못한 어리석은 질문이다. 4년 동안 자유주의 경제체
73세 A씨는 서울 용산역 근처에 산다. 지은 지 40년이 넘은 연립주택이 자신의 전 재산이다. 집이 낡아 모든 것이 불편하지만 버티고 있다. 정부가 용산 개발에 미온적인 탓에 다른 지역의 집값은 다락같이 오른 사이 이 지역은 철저하게 소외받아 집값이 10여년 전과 별 차이가 없어서다. A씨는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이 본격화하면 집을 팔고 서울 외곽으로 옮겨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A씨의 노후 계획은 정부가 작년에 용산역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손꼽아 기다리던 용산 개발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구청의 승인
넷플릭스의 인기 중국 드라마 ‘겨우, 서른’의 촬영 장소는 상하이다. 필자는 상하이의 멋진 야경과 고급아파트, 쇼핑몰 등을 배경으로 찍은 이 드라마를 본 뒤 상하이를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하이는 인천 송도지구와 비슷한 시기에 도시 개발에 착수했지만 지금 두 지역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격차가 크다. 상하이를 가로지르는 황푸강과 주변 초고층 빌딩 숲 그리고 랜드마크인 동방명주탑이 발산하는 네온사인과 야경을 보면 화려하다 못해 환상적이어서 천지개벽이라는 단어가 실감난다. 휘황찬란한 상하이의 스카이라인을 보면 중국이 정말로 사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철학이 ‘드디어’ 노출됐다. 지난 4월 21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나눈 대화에서였다. 청와대 오찬에서 오 시장은 대통령에게 서울시장에 취임한 뒤 방문했던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심한 노후도를 언급하며 재건축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심지어 대통령에게 시범아파트 방문을 권유하기까지 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1971년 준공되었으니 지은 지 50년이 됐다. 감정평가업계에서 건물 가치를 산정할 때 적용하는 내용연수는 50년이다. 감정평가의 시각에서 볼 때 시범아파트는 제 수명을 다해 잔존 가치가 없
오세훈이 부활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승리했다. 시장은 그의 기사회생을 두 팔 벌려 환호하는 분위기다. 10년 만의 귀환에 대한 환영은 35층 층수 규제 해제를 기대하고 있는 강남은 물론 박원순 전 시장의 정비사업구역 직권 해제로 피해를 본 강북 지역까지 서울 전 지역에서 관찰된다. 그가 서울시 27개 자치구 모든 지역에서 50% 이상을 득표해 경쟁 후보를 압도한 사실이 그 증거다. 이는 박원순 전 시장이 지난 10년간 고집스레 고수한 공급 규제에 대한 시민들의 심판이기도 하다.박 전 시장이 쓰러져 가는 집 담벼락
‘LH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이 지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토지 투기 혐의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넘어 정부와 각 지자체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 청와대 경호실 과장, 지방자치단체장, 차관급 공직자, 지방의회 의원들이 행정 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3월 23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 직원, 공무원 등의 땅 투기 연루 사건이 다수 접수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선출직을 포함한 다수의 공무원, 공기업 직원들이 자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