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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610호]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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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스타트업의 프런티어들]‘피자 업계의 맥도날드’ 도전한 임재원 고피자 대표

황은순  기자 hwang@chosun.com 2020-06-03 오후 3:03:22

▲ 고피자 임재원 대표가 본사 옆에 있는 직영점에서 ‘피자 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소스 뿌려주는 로봇이지만 더 중요한 임무는 AI용 빅데이터를 모으는 것이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고피자(GOPIZZA)는?
   
   피자의 패스트푸드화에 도전장을 낸 1인용 화덕피자 브랜드. 피자는 먹고 싶은데 혼자 먹기에는 크고 비싸다? 이젠 햄버거처럼 빠르고 쉽게 피자를 먹을 수 있다. 글로벌 브랜드를 목표로 특허 오븐을 만들고 AI를 접목해 주방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는 푸드테크 기업. 인도, 싱가포르에도 진출, ‘전 세계 매장 1만개’를 목표로 로켓성장하고 있다.
   

   “왜 피자는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간편하게 사먹을 수 없을까?”
   
   1인용 화덕피자 ‘고피자’는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고피자를 만든 임재원(31) 대표는 매일 9첩 반상이 당연했던 집밥을 먹고 자랐지만 집 밖에서는 햄버거에 길들여진 패스트푸드 세대다. 싱가포르에서 대학 졸업 후 카이스트(KAIST)에서 경영공학 석사를 받고 회사를 다닐 때였다. 퇴근길 피자가 먹고 싶었지만 혼자서 간단하게 먹을 만한 곳은 없었다. 피자 대신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다 번개처럼 그 생각이 스쳤다. 2015년 2월 11일이었다. 서울 마포구 독막로 고피자 본사에서 만난 임재원 대표는 “날짜까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날 임 대표는 ‘피자는 왜 주문하고 먹기까지 오래 걸리지? 그 문제를 내가 해결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5년, 결론부터 말하면 임 대표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처음부터 목표는 명확했다. 피자도 햄버거처럼 패스트푸드로 만들자, 즉 ‘피자 업계의 맥도날드’였다. ‘비싸고 느리고 먹기 힘든 피자’를 ‘싸고 빠르고 간편하게 먹는 피자’로. 방향이 확실하니 임 대표는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를 알았다. 패스트푸드의 본질은 한꺼번에 많은 고객에게 균일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빨리’를 해결하기 위해 임 대표는 2~3분 만에 1인용 피자를 5개씩 구울 수 있는 자동화덕 ‘고븐(GOVEN)’을 개발해 특허를 내고, 도우 공장을 만들었다. ‘싸고 간편하게’에 대한 답은 최소의 인원으로 최대한 공정을 쉽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대한 문제 해결에는 IT를 접목했다. 각 매장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인공지능)를 접목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첫 출근한 아르바이트생도 똑같은 피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종의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것이다. 최소 3.3㎡ 크기에서 혼자서도, 쉽고, 빠르게, 피자를 만들 수 있는 공정을 완성하면 ‘복사 붙이기’하듯 매장 늘리기가 가능하다는 것이 임 대표의 구상이다.
   
   
   전 세계 매장 1만개가 목표
   
   임 대표는 “뉴욕 나스닥에 상장된 글로벌 피자 브랜드로 성장해 30년 내 전 세계 매장 1만개가 목표”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2018년 창업한 고피자는 현재 국내 가맹점 70개를 넘어섰고, 글로벌로 가기 위한 전초기지로 인도 벵갈루루에 4곳, 싱가포르에 3곳의 직영점을 냈다. 고피자는 외식 업계 최초로 기술보증기금의 프런티어 벤처기업으로 선정됐다. 임 대표는 미 포브스지가 선정한 ‘2019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인’에도 뽑혔다. 작년에는 벤처캐피털로부터 시리즈A 단계 4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메이저 피자 브랜드 경력자들이 고피자의 가능성을 보고 합류하고 있다. 긍정적인 시장의 평가 뒤에는 임 대표의 치열한 5년이 있다.
   
   햄버거를 먹다 생각한 피자 사업 구상을 위해 임 대표는 먼저 시장조사를 했다. 아는 게 없으니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무작정 피자 배달맨을 붙들고 잘 팔리는 피자 브랜드와 배달시간 등을 물어보고, 인터넷으로 피자 만드는 법도 공부하고, 주말에는 피자 프랜차이즈에서 피자 도우 펴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방에서 일해 보니 피자는 재료도 많고 공정도 손이 많이 갔다. 비쌀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학원에서 피자 요리를 배우고 자격증도 땄다. 이렇게 1년 동안 시장 연구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썼다.
   
   “카이스트 친구 2명을 설득해 빚을 내 푸드트럭을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회사 다니고 퇴근하면 여의도 밤도깨비 야시장으로 달려가 화덕에 피자를 구웠어요. 장사가 어찌나 잘됐던지 하루 5시간 만에 600만~700만원 매출을 올리는 날도 있었습니다. 보통 1시간에 피자 200판은 만든 셈입니다.”
   
   대기번호가 적힌 화면을 걸어놓을 만큼 야시장의 인기 스타였지만 돈 버는 일은 쉽지 않았다. 화덕 때문에 트럭 안 온도가 50도를 넘었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화장실 갈 필요가 없었다. 온몸은 물론 신발까지 젖을 정도로 땀범벅이 됐다. 임 대표는 “한번 나가면 몸무게가 3㎏은 빠졌습니다. 그때 생각하면 어떻게 버텼나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친구들은 제 갈 길을 찾아 떠나고 임 대표는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푸드트럭에 전념했다. 자신이 현장형 인재임을 확인한 임 대표는 길거리에 내던져져도 월급만큼은 벌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했다. 푸드트럭 인기를 업고 백화점 팝업 스토어도 했다.
   
   그렇게 2년여 시장조사와 장사를 통해 1인 피자 체인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바닥부터 기초를 다지는 과정에서 임 대표는 몇 가지를 얻었다. 첫째는 화덕 개발이다. 피자를 골고루 익히기 위해 피자를 계속 돌려주는데 손이 엄청 많이 갔다. 자동으로 돌려주는 화덕을 만들면 되겠다 싶었다. 주방기구 수리하던 기술자를 만나 둘이서 머리 맞대고 만든 것이 특허를 낸 ‘고븐’이다. ‘고븐’은 일정 온도를 유지해주고 자동으로 골고루 돌려준다. 둘째는 피자집 주방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피자 반죽을 얇게 펴서 도우 만드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완성된 도우를 공급하기 위해 전용 도우 공장을 만들었다. 셋째는 작은 점포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가격은 4900~8000원대, 주문하고 5분 이내에 피자를 받아 15분 이내에 먹고 갈 수 있게, 퀄리티는 화덕피자로 잡았다. ‘고피자’의 시작이었다. 2018년 서울 대치동 학원가 딱 3.3㎡ 공간에 첫 매장을 열었다. 비좁아서 다른 매장을 할 수는 없고 옆 식당 손님 대기실로 쓰던 곳이었다. 현재는 옆 매장까지 사서 43㎡(13평)로 늘렸고 월 매출이 6000만~7000만원에 이른다.
   
   
   2단계 미션! 주방에 AI를 접목하다
   
   시간 단축의 핵심인 화덕과 도우를 위한 1단계 기술 개발 다음으로, 임 대표의 2단계 미션은 가맹점 관리를 위한 공정 혁신이었다. 누가 하든 같은 시간에 균일한 맛을 낼 수 있어야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가 가능하다. 햄버거에 비해 피자의 난이도는 높다. 토핑 재료도 수십 가지이고 만드는 사람에 따라 순서도, 맛도 제각각이다. 직원은 일이 손에 익을 만하면 그만두고 또 교육하는 일이 무한반복이다. 임 대표는 “가맹점이 늘어나면서 퀼리티 관리에 인력, 시간이 너무 많이 들고 아무리 교육해도 가맹점들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다른 맛을 내더라”라고 말했다. “훈련된 직원의 노하우를 새로 들어오는 직원에게 그대로 이식할 수 있다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최적의 동선을 찾으려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임 대표는 AI 기술을 접목시켰다. 모든 메뉴에 대한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 각 가맹점의 빅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말하자면 ‘로봇 백종원’이 어떤 피자에는 무슨 토핑을 어떤 위치에 뿌리고 주문이 쏟아질 때 작업 순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장관리를 해주는 셈이다. 2년 내 매장 투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성장곡선을 보면 어느 시점에서 출점 속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그 변곡점이 기술력이 도입됐을 때입니다. 고피자의 경우 1차 기술인 도우, 화덕으로 지금까지 성장했다면 다음은 IT 기술력으로 글로벌로 나가야죠.”
   
   고피자는 하마터면 세상에서 사라질 뻔했다. 엔젤투자를 받고 개인대출 2억여원을 받았지만 창업하고 몇 달 동안 통장 잔고는 빠르게 줄었다. “직원들에게 월급을 못 주는 상황이 되면 포기하자”는 생각까지 했다.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유망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인 ‘디데이(D.DAY)’에 나가보라”는 주변의 조언을 받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갔다가 우승을 했다. 우승팀은 1억원을 투자받을 수 있었다. 당시 법인 통장에는 잔고가 8만원 남아 있었다. 매일 아침 눈뜨면 지옥이었다. 임 대표는 “빚 갚던 날이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고 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임 대표는 자신의 목표까지 30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금은 기초공사 단계인 셈이다. 피자 맛도 아직 원하는 단계에 미치지 못했다. 임 대표는 “현재는 목표의 70% 수준이다”라면서 “최근 도우 전문가가 합류해 업그레이드를 했는데 대만족이다”라고 말했다. 고피자의 고객은 소비자와 가맹점이다. 임 대표는 “맥도날드처럼 만드는 데 집중하느라 그동안 고객을 잊고 있었다”면서 “2~3년 내 프로세스를 완벽하게 만들어놓고 돈은 해외에서 벌겠다”고 했다. 인도·싱가포르 직영매장은 글로벌로 가기 위한 테스트베드이다. “돈을 벌 생각이 아니라 최소한의 돈을 까먹으면서 해외로 나갈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임 대표의 말이다. 글로벌 진출은 3년 후로 계획하고 있다.
   
   ‘고피자’의 성공에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보기 힘든 도전 키워드가 있다. IT 시대에 오프라인 사업으로 승부한 것이다. 오프라인의 단점들을 해결해 오히려 고피자의 장점으로 만들었다. 부동산, 사람, 기계가 필요한 무거운 사업을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 확장성을 높였다. 다음은 ‘젊은 피’보다 ‘숙성된 피’의 재활용이다. 고피자 직원의 평균연령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메이저 기업에서 일한 수십 년 베테랑들이 합류하면서 그들의 노하우가 고피자의 빈 곳을 채우고 있다. 임 대표는 “청년 취업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시니어 고용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2016년 푸드트럭을 준비하면서 공장에 트럭용 화덕을 주문했다. 며칠 후 완성됐겠거니 생각하고 공장에 가보니 한쪽에 팽개쳐져 있었다. 직원에게 항의를 해도 들은 체도 않고 무시하더란다. 임 대표는 그때 깨달았다. “더 절실한 사람이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런 고생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 내 일이구나.” 현장에서는 고스펙 졸업장보다 고개를 숙이는 것이 먼저였다. 그때의 깨달음이 오늘의 임 대표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한 발 한 발 자신의 목표를 향해 걷는 임 대표를 보면서 몇 년 후 해외에서 ‘고피자’ 간판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추천 주자는?
   코딩 부트 캠프 ‘위코드’ 송은우 대표
   
   추천 이유 수퍼개발자 출신으로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들을 돕고 있는 위코드 덕분에 고피자처럼 기술 접목이 어려운 분야에서도 개발자들과 함께 일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모든 산업에서 개발자가 필요한 시대, 위코드의 잠재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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