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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릴레이 인터뷰|스타트업의 프런티어들]  8년간 매출 ‘제로’ 견디며 파도를 에너지로 만든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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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6호] 20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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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스타트업의 프런티어들]8년간 매출 ‘제로’ 견디며 파도를 에너지로 만든 남자

황은순  기자 hwang@chosun.com 2021-01-03 오전 2:39:30

▲ 성용진 대표 뒤로 보이는 배경은 제주도 조천읍에 세운 인진의 발전설비 시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인진은?
   
   태양광, 풍력에 이어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파도에너지의 글로벌 선두주자. 특히 연안형 파력발전이라는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베트남 안빈섬을 탄소제로 섬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세계 바다에 도전하고 있다.
   

   파도로 에너지를 만든다? 창업 8년 동안 매출 제로? 신재생에너지인 파력발전 스타트업 ‘인진’의 성용진 대표 이야기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어떻게 견뎌냈을까’였다. 미루어 짐작해도 그동안의 고생이 상상되는 일이었다. 신재생에너지로 태양광, 풍력은 쉽게 떠올리지만 ‘파력’은 생소하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인진’ 사무실에서 만난 성용진 대표는 “신재생에너지의 다음 선택지로 해양에너지가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에너지로는 조수간만을 활용한 조력, 조류에너지와 파력이 있는데 그중 파력이 가장 ‘핫’한 에너지라는 것이 성 대표의 설명이다.
   
   신재생에너지는 ‘탈탄소’ 경쟁 시대에 선택이 아닌 필수다. 최근 SK그룹 계열사 8곳은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Renewable Energy 100)’ 가입을 선언했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약속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참여가 늘어나고, 참여기업이 협력업체에도 ‘RE100’ 가입을 요구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용은 이제 기업의 생존조건이 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대표주자는 지금까지 태양광, 풍력이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태양광은 낮에만,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가능하다. 땅에 설치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 이미 풍력은 육상에서 해상으로 옮겨 가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이다. 매년 어마어마한 해상풍력이 바다에 설치되고 있다. 성 대표는 “앞으로 바다가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파력발전은 야생마 같은 에너지다. 태풍이 올 때 거친 바다를 생각하면 파도의 위력을 알 수 있다. 그 힘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것이 파력발전이다. 태양광과 풍력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훨씬 높다. 1메가와트(MW)를 생산하기 위해 태양광은 1만3200㎡(4000평)의 땅이 필요한 반면 인진의 파력기술이라면 바다에 부유물 5개만 띄우면 된다. 또 설치면적이 넓고 밤낮없이 이용할 수 있으니 안정적이고 변동성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세계에너지협의회는 파력발전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전기가 2테라와트(TW)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화력발전소 2000개와 맞먹는 것으로 전 세계 에너지 수요보다 많은 양이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파력발전을 하려면 수심 30m가 넘는 먼바다에 장비를 설치하고 해저송전케이블을 이용해 전기를 육지까지 끌어와야 하는데 송전케이블 설치 비용만 최소 100억원이 넘는다. 대기업도 선뜻 뛰어들기 어려운 이유이다. 선진국에서도 수많은 기업이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 인진의 파력발전 조감도. 해상의 부유물이 파도에 움직이면서 육지의 발전기와 연결된 로프를 잡아당겨 전기를 만들어 낸다. photo 인진

   베트남 안빈섬을 ‘탄소제로섬’으로
   
   인진은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했다. 육지에 발전설비를 갖추고 가까운 바다의 파도에너지를 흡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쉽게 설명하면 수심 10m 이하 인근 바다에 부유물을 띄우고 부유물이 움직이면서 육지의 발전기와 연결된 줄을 잡아당겨 전기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해저송전케이블 비용이 필요 없고 시설 투자가 적기 때문에 먼바다에 설치하는 것보다 3분의 1 수준의 비용에 가능하다”는 것이 성 대표의 설명이다.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면 생산단가는 더 낮아진다. 인진의 파력발전 기술은 어디까지 가 있을까. 글로벌 기준으로 기술 성숙도는 1~9단계로 판단한다. 1단계는 기초연구 단계, 9단계는 상용화 단계, 6~8단계는 상용화 직전인 실용화 단계이다. 성 대표는 “아직 9단계는 없고 6~8단계가 세계적으로 20개 정도로 그중 한 곳이 인진입니다. 선두그룹 대부분이 먼바다 설치 방식입니다”라고 말했다.
   
   파력은 작은 섬에 특히 필요하다. 전력공급이 어려워 디젤에너지를 쓰는 외딴섬들에 꿈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인진의 기술이 상용화로 가는 첫 무대는 베트남의 안빈섬이다. 500가구 규모의 안빈섬을 ‘탄소제로 섬’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안빈섬의 주 에너지원인 디젤을 파력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SK이노베이션과 함께 지난해 베트남 성정부와 MOU를 체결했다. 올해 50~100킬로와트(kW) 규모의 파력발전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내년 9월로 완공이 늦춰졌다. 성 대표는 “안빈섬 프로젝트가 끝나면 최소한 8단계 인정을 받을 것이고, 그 안에 다른 주자가 나오지 않으면 글로벌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빈섬은 일종의 테스트베드인 셈이다. 안빈섬을 시작으로 인진의 파력발전이 세계의 바다를 접수하는 때가 머지않아 올 수 있다. 이미 캐나다, 프랑스, 영국, 인도네시아, 모로코 등에서 인진에 손을 내밀고 있다. 한국은 아직 파력 시장에 대한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다. 그린뉴딜을 외치면서도 파력발전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가 없어 기술을 제대로 써먹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성 대표가 파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SK에너지에 다니던 시절이다. 2000년대 후반, 유가가 100달러를 훌쩍 넘어 무섭게 오르던 때였다. 업무상 SK에너지에서 디젤을 공급하는 섬의 전기료를 계산해 보니 터무니없이 비싼 데다 탄소배출도 문제였다. “디젤을 대체할 청정에너지는 없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다 보니 파도가 있었다. 신사업 아이디어 제안을 위해 타당성 검토를 했다. 역시 해저송전케이블 비용 때문에 경제성이 안 나왔다. 그때 떠올린 생각이 육지에 발전기를 두는 것이었다. 신기술사업팀에 지원을 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회사는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곳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창업을 해야 했다. 평생직장으로 여겼던 회사를 나왔다. 서른여섯 살 때였다. “마흔이 넘으면 힘들 것 같았습니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이고, 아이가 어렸을 때 시도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준비도 없이 사표부터 냈습니다.”
   
   해보고 싶은 일은 많았지만 바로 창업하면 망할 것 같았다. 경험이 필요했다. 수소에너지 관련 중소기업에 들어갔다. 2년2개월 동안 새벽 4시에 출근해 미친 듯이 일했다. 수소공장 신설 1곳과 증설 2곳을 진행하고 구매, 재무, 관리 등을 두루 경험했다. 난생처음 전표며 지출결의서를 구경했다. 일에 몰두하다 보니 창업의 꿈이 점점 멀어져갔다. “이러다 이 회사에 뼈를 묻겠다 싶었어요. 2011년 일단 회사 설립을 먼저 하고 다음 해 사표를 냈습니다. 사업 아이템도 정하기 전에 회사 이름부터 지었습니다. 하고 싶은 아이디어는 많았어요. ‘인진’은 사람 ‘인’과 엔지니어링(Engineering)에서 ‘진(Gine)’을 따서 만든 것입니다. ‘사람과 기술로 창의적인 일을 하겠다’는 미션을 담았습니다. 그 미션에 가장 맞는 아이템을 찾은 것이 오래전 미뤄 둔 파력발전이었습니다.”
   
   
   8년간 매출 제로… 돈과의 싸움
   
   2013년부터 본격 연구에 들어갔다. 방 하나 크기의 수조를 놓고 인공파도를 만들어 실험을 했다. 기본 생각은 ‘육지에 있는 발전기와 바다에 있는 부유체를 로프로 연결하면 되겠지’였다. 숱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얕은 바다는 파도가 약해 좌우 움직임만으로는 로프가 발전기를 충분히 잡아당기지 못했다. 상하, 좌우, 앞뒤의 움직임을 모두 잡아내는 기술을 만들고 적용해 보니 에너지 효율이 아주 잘 나왔다. “‘되겠다’ 하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포기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길이 안 보였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겁니다. 처음의 확신이 8년을 버티게 해줬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꿈과 비전이 있으니 일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돈과의 싸움이었다. 매출이 바로 나오는 사업도 아니고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사업이니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성 대표는 “연구하는 시간보다 돈 구하러 다니는 시간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2015년 12월엔 3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제주도 조천읍에 발전설비를 갖추고 실용화 실험에 들어갔다. 실험실과는 돈의 단위가 달랐다. 100억원대의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목표액의 380%에 달하는 25억원을 펀딩 받고 어렵게 투자유치를 해가면서 고비 고비를 넘었다. 됐다고 믿었던 투자 계획이 어긋나면서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도 몇 번 겪었다.
   
   2018년은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해였다. 직원들에게 “월급이 없다”는 말을 해야 했다. 그래도 25명 중 15명이 남았다. 돈이 없으니 일도 늦어졌다. 외롭고 힘든 순간 부인이 힘이 돼주었다. 집을 팔아 겨우 월급을 주면서 또 견뎠다. 8년을 그렇게 버티고 살아남은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지난해 2월, 절망의 끝에서 SK이노베이션의 투자를 받고, 프랑스에서 바이어가 찾아오면서 인진의 시계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베트남 프로젝트를 비롯해서 상용화를 눈앞에 둔 인진의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코로나19로 프로젝트가 늦어진 틈을 타 성 대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었다. 투자를 받지 않아도 어렵지 않은 구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돈이 될 만한 것을 찾아보니 파력발전을 위해 개발한 부품, 기술들이 모두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었다. 부유체와 발전기를 연결하는 특수 로프, 발전기, 배터리뿐 아니라 바다에 부유체를 띄우는 기술이면 태양광을 바다에 설치하는 것도 문제없었다. 덕분에 지난해까지 매출 ‘제로’에서 올해 처음으로 매출 3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거센 파도에 맞서 내공을 다진 성 대표는 “이제 힘든 일이 없다”고 말했다. 파도가 거셀수록 강해지는 인진의 파력발전이 ‘탄소제로’ 시대를 이끌며 대서양, 태평양의 외딴섬들을 환하게 밝혀줄 날이 머지않았다.
   

   다음 추천 주자는?
   닷 김주윤 대표
   
   추천 이유 점자 스마트워치를 통해 시각이 불편한 이들과 세상을 더 깊이 연결해주려는 마음 따뜻한 글로벌 혁신 창업가. 그의 ‘스마트’한 도전이 전 세계 3억명 시각장애인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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