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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3호]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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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1인가구’ 탓? 문 대통령 부동산 인식의 오류

김원중  WJ부동산연구원장·건국대 겸임교수 

▲ 지난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photo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1일 신년사에서 주택시장의 혼란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던 1년 전 신년사 태도에서 180도 바뀐 셈이다. 그랬던 대통령이 지난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작년 한 해 인구가 감소했는데도 무려 61만가구가 늘어났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부동산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1인가구와 유동성의 증가’ 때문인 것처럼 말을 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파탄은 정책 실패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에둘러 말한 셈이다. 대통령의 주장은 과연 옳은 것일까?
   
   대통령의 발언처럼 집값 상승이 1인가구의 증가에서 비롯됐다면 현재 국토부가 추진하겠다는 역세권 중점 개발이 모범 답안이다. 역세권은 접근성은 좋지만 위락시설이 많아 소음이 심하고 공기가 탁하다. 밤늦게 귀가해 잠만 자는 1인가구에 걸맞은 환경일 수는 있어도 어린아이를 둔 3인 이상의 가구가 거주할 주거공간은 결코 아니다. 대통령의 주장처럼 1인가구의 증가 때문에 집값이 올랐는지 사실 여부를 확인해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수도권 인구는 2589만명으로 2018년(2571만명)보다 18만명(0.7%)이 늘었다. 서울 인구는 2019년 964만명으로 2018년 대비 0.4% 감소했다. 서울 인구는 줄고 인천·경기도 인구는 증가한 것이다.
   
   
   서울 1인가구 2019년 고작 6만여 늘어나
   
   통계자료에서 가구수의 변화는 인구수 변화보다 변화율이 컸다. 2019년 수도권에는 전국 가구의 49.3%인 1029만2000가구가 거주해 2018년보다 25만4000가구(2.5%)가 증가했다. 수도권 가구수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보다 3배 이상 컸던 셈이다. 수도권 가구수 증가는 주로 경기도에서 일어났다. 경기도는 2018년과 비교해 가구수가 3.3% 늘어나 세종(9.2%)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2019년 서울에 거주하는 가구수는 2018년 대비 1.6% 상승한 389만6000 가구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특히 대통령이 강조한 1인가구는 서울에서 2018년보다 고작 6만2336가구 늘어났다. 따라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작년 한 해 인구가 감소했는데도 무려 61만가구가 늘어났다” “이렇게 가구수가 급증하면서 예측했던 공급 물량에 대한 수요가 초과하게 됐고, 결국 공급 부족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고 말한 것은 2020년 전국적 현상을 겨냥했다면 맞지만 서울의 현상은 아닌 것이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을 들었을 때 일반 시민들은 대통령이 말한 대로 1인가구의 증가 때문에 공급 부족이 발생해서 집값 급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 결국 대통령은 집값 급등과 공급 부족이 정책 오류에서 비롯됐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대신 애매한 표현으로 자신에게 향할 화살을 피한 셈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61만가구 증가의 허구성
   
   그렇다면 대통령이 언급한 ‘61만가구 증가’는 어디서 나온 숫자일까? 이 수치는 일반에 공개된 통계청 자료가 아니고 행정안전부의 ‘2020년 주민등록인구 현황 통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1가구 1주택 또는 무주택자에게 주택 청약이나 세제 혜택을 주면서 오직 행정상으로만 가구를 분리하는 경우가 증가했다고 한다. 행안부의 1인가구 통계자료에는 허수가 많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가구 분화’ 핑계는 주택 부족에 대한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10여년 전부터 1~2인가구는 계속 증가해왔기 때문이다. <그림1>이 가리키듯이 1인가구의 비중은 2005년에 이미 20%였고 문 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에는 28.6%를 거쳐 2019년에 30.2%에 이르렀다. 오랜 시간에 걸쳐 가구 분화, 가구의 소형화가 진행된 것이다.
   
   가구의 분화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보다 경제 발전을 먼저 성취한 서구권 국가들이 경험한 역사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주장하듯이 현 정부가 들어선 다음에 갑자기 가구 분화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통령 임기가 시작한 뒤 주택공급을 준비할 시간을 4년 가까이 허송세월한 다음에 집값 폭등에 대한 변명으로 내놓기에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대통령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다 보니 해석상의 오류가 발생한 것인가?
   
   대통령의 주장처럼 1인가구 수의 증가가 주택 부족의 원인이었다고 전제하자. 그리고 1인가구들이 아파트를 산다고 가정하자. 2015년 이후 서울 집값은 계속 상승해왔기에 예금 금리보다 높고 주식보다 안전한 아파트를 거주와 투자 목적으로 취득할 사람들은 실제 많았을 것이다. 과거에 그랬듯이 현 정부 들어 나타난 집값 상승은 강남에서 시작되어 용산, 마포 등 강북 도심으로 전이됐다. 그렇다면 1인가구 중에서 강남 3구나 마·용·성의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1인가구 중 얼마나 아파트를 샀을까?
   
<그림2>에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1인가구의 비중은 전체의 31.3%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통계청이 전국 단위로 계산한 결과 값이고 서울 거주 1인가구의 비율은 아니다. 서울 집값이 비수도권과 비교해 매우 높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서울에서 1인가구가 아파트를 보유하거나 세를 사는 비율은 지극히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 주변에도 자식교육 목적으로 가족을 해외에 내보내고 홀로 사는 ‘기러기 아빠’가 여럿 있다. 그들 중,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 중에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사례는 많아도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보유했던 아파트를 팔아 자녀의 유학비와 현지 생활비 등으로 충당하고 남는 돈으로 오피스텔을 구입하거나 세를 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밤늦게 귀가해 잠만 자는데 아파트를 들고 있기에는 기회비용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인가구의 폭증으로 공급이 부족해 아파트값이 올랐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보통 사람들의 생활수준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은 또한 시장에 많이 풀린 돈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이 주장도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유동성은 집값 상승의 부가적 원인은 될 수 있어도 결정적 요인은 아니다. 국내외의 많은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은행 손종칠 박사의 논문(‘통화정책 및 실물·금융변수와 주택가격 간 동태적 상관관계 분석’·2010)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주택가격 변동은 콜금리로 대표되는 금리변동에서는 미약한 영향을 받았지만 실질소득, 소비지출, 주거용 건설투자 등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유동성 때문에 집값이 급등했다는 대통령의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닌 것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장이 된 국토부는 서울 역세권을 고밀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역세권 100곳 주변 지역의 용적률을 기존 200%에서 700%로 끌어올려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면 역세권 고밀 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은 집값이 급등한 주택시장을 당장 정상화할 수 있을까? 서울에서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한 방법은 4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기존 아파트의 재건축, 두 번째는 역세권 개발, 세 번째는 3기 신도시와 같은 신도시 개발, 네 번째는 인프라시설이 열악한 지역의 재개발사업이다. 변창흠 장관은 두 번째 수단인 역세권 개발을 공급 대책으로 선택했다. 주택공급 효과가 빠른 첫 번째와 네 번째 옵션은 배제한 것이다.
   
   
   역세권 개발은 3인가구에는 부적절
   
   그렇다면 역세권을 고밀도로 개발하면 주택을 많이 공급할 수 있을까? 역세권 개발의 공급 효과는 재개발·재건축보다 훨씬 미약하다. 역세권은 공간의 한계가 뚜렷해 1인가구에는 적합할 수 있어도 3인가구가 살기에는 여러모로 부적합하다. 역세권 개발은 토지 확보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국토부는 서울 역세권 100곳을 개발해 2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론상 역세권 1곳에 200가구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다. 2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려면 적어도 1000~1300㎡(300~400평) 정도 되는 땅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전철 역세권이므로 지주들의 호가가 높아 매수 가격을 합의하는 과정은 멀고도 험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역세권을 고밀도 개발한다고 해서 당장 주택공급이 이뤄질 수는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따라서 역세권 개발을 통해 2만가구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은 ‘희망고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인허가 절차는 정부와 지자체의 협조 아래 ‘패스트 트랙’을 밟겠지만 토지 확보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시점은 재건축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역세권 고밀화 개발은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금지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내놓은 임시방편 카드에 불과한 셈이다. 재건축·재개발 허용으로 빠른 주택공급을 통해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시장을 안정화하려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려는 전략에 방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재건축·재개발이 정답인 줄 알면서도 지금까지 반대해온 입장을 갑자기 철회하면 모양새가 빠진다고 생각해서 고집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부가 진정으로 시민들의 주거복지를 염려한다면 용적률을 높여 재개발·재건축을 허용해야 한다. 정부는 그 대가로 민간에서 임대주택 물량을 확보하면 될 일이다.
   
   <그림3>은 서울 전역의 아파트 용적률을 20% 확대할 때 인구는 얼마나 늘어나고 아파트값은 어느 정도까지 하락하는가를 보여준다. 이 그림은 필자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서울 집값: 진단과 해법’에서 발췌한 것이다.(책은 2월 초 서점에 배포된다.) 그래프를 보면 아파트 용적률을 20% 올렸을 때 아파트 가격은 35% 하락하고 인구는 23만명 증가에 그친다. 이때 서울 인구는 현재의 970만명에서 993만명으로 증가한다. 한 가구의 평균 가구원수를 3명으로 가정하고, 늘어나는 인구가 경기도 등 서울 바깥에서 유입된다는 가정에서 계산한 결과다. 그러나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라 한 가구의 평균 가구원수를 2.39명으로 적용한다면 서울 인구의 증가는 20만명 미만이 될 것이다. 요약하면 서울의 아파트 용적률을 20% 상향하면 아파트를 34만호(2019년 기준, 서울 아파트의 수 172만호×20%) 추가공급해 집값은 35% 떨어진다. 용적률을 20% 늘리더라도 서울 인구는 1000만명이 넘지 않는다.
   
   
   용적률 20% 상향하면 집값 35% 떨어져
   
   이 분석은 용적률을 20% 상향하더라도 도시계획가들과 진보진영 인사들이 우려하듯이 서울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인구가 1000만명이 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예상되는 도심 혼잡은 우려할 수준은 아닐 것이다.
   
   현 정부는 토지공개념을 누누이 말하고, 토지공개념을 기초로 부동산 정책을 펼치고 싶어 한다. 토지공개념은 토지 소유자가 공공이 아니고 개인이더라도 토지의 유한성을 고려해서 토지의 공적 활용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주택공급 정책에서 토지공개념을 실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토지의 공적 활용을 강화하려면 동일한 면적의 토지에 주택을 많이 짓는 것이 토지공개념 실천에 걸맞은 정책이다. 지금처럼 용적률을 규제해 집을 적게 올리는 것은 토지공개념을 거스르는 행위인 것이다.
   
   대만은 코로나19 사태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구 2400만명, 사망자 7명의 대만은 인구 5200만명, 사망자 1236명(1월 17일 기준)의 대한민국과 비교할 때 무결점의 방역을 했음을 보여준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장관은 방역 성공의 비결로 “(시민이 지적한 잘못에 대해) 솔직하게 공개하고 사과한 뒤 빠르게 정책을 수정한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정부가 권력을 분산하는 것은 게으른 것이 아니다”라면서 “민주적인 방식이 강압적인 방식보다 더 효과적이다”라고 지적한다. 대만 정부가 국민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경직되기 쉬운 정부 정책을 유연하게 구사해 방역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주택시장의 혼란에 대해 사과를 했다. 주택시장이 이미 엉망진창이 됐는데 대통령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면 부동산 시장은 정상화되는가? 이사 갈 집이 없어서, 전셋값이 급등해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국민의 아픔과 상실감을 어떻게 그 말뿐인 사과 한마디로 해결할 수 있는가? 부동산을 핑계 삼아 국민을 타도해야 할 적인 것처럼 때려잡으려 들던 김현미 전 장관도 사과 한마디로 직을 내려놓으면 면책되는 것일까? 일은 정부가 저질러놓고 뒷감당은 왜 정부에서 하지 않는 것인가?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의 잘못을 ‘투기꾼들 때문’이라고, ‘1인가구의 증가 탓’이라고 둘러대면 집을 못 구한 사람들은 집을 살 수 있는가? 정부가 해서는 안 될 ‘대형사고’를 쳐놓고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이 겨우 입주 시점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역세권 개발이라니 한심한 노릇이다.
   
   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는 태도와 그 과정은 군사정권, 권위주의 정권의 모습과 똑같다. 정부가 심사숙고 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에서 필자는 1980년대 군사정부의 모습을 다시 본다. 걱정하는 국민의 의견은 무시한 채 자신들은 선출된 권력이라는 이유로 허점투성이 정책을 속전속결로 내지르고 있다.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국민이 찬성하는 사람보다 많았다는 것은 대통령이, 그리고 현 정권이 반대하는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자신의 믿음이 옳다는 이유로, 자신을 지지하는 여론을 방패 삼아 ‘마이웨이’했다. 대통령의 이런 권위적인 모습은 역대 정권에서도 반복돼왔다. 자신의 정책이 사회·경제 측면에서 어떠한 파급 효과를 초래할 것인지를 심사숙고하지 않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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