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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644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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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재정 논란 속 기재부를 위한 변명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 지난 1월 20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했다. photo 조선일보
여당이 손실보상법과 이익공유법, 그리고 사회연대기금법의 이른바 ‘상생연대 3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들고나온 것이 이익공유제이고, 정세균 총리는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제였다. 법제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야당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회 논의 과정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기획재정부는 줄곧 비판의 대상이었다. 보편적 재난지원금 문제를 제기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에 소극적인 기획재정부를 ‘자린고비’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동원하며 비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소상공인 손실보상제의 법제화에 미적대는 기획재정부를 ‘개혁 저항 세력’이라며 비난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의 역할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재정은 그 정부가 가진 철학을 반영한다. 세상을 떠난 후에 출간된 ‘진보의 미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모든 정책은 재정으로 통한다’고 썼다. 정부는 재정을 통해 자신의 철학에 기반한 정책을 실현한다. 철학은 가치의 문제다. 그래서 재정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정치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아 재정으로 자영업자들의 손실까지 보상해주는 게 옳은가 하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정치철학의 문제다. 잘못된 방향이라고 할 수도 없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어떤 정책이든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원칙이다. 경제정책의 정치화, 재정의 정치화는 피하기 어렵다. 특별히 지금은 위기 상황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생존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만큼 차라리 정부가 빚을 내 소득과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낫다.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착한 부채와 필요한 빚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데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영업제한 정책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6월 이미 770조원이 넘은 자영업자 부채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대표적 자영업인 도소매·음식·숙박업종을 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30만명 이상 줄었는데 부채는 40조원이 늘었다.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협조 때문에 어려워진 사람들이 있다면 보상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헌법은 제23조 제3항에서 ‘공용 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조정 보상의 원칙이다. 지원의 전례도 있다. 정부는 인천공항 건설과 관련해 어민들의 손해에 대해 보상했다.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으로 강제 살처분을 당하는 경우도 축산업자에게 보상해준다. 물론 정치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분야 종사자는 700만명이 넘어 전체 취업자의 25% 수준이다. 농어민의 5배가 넘는다.
   
   피해를 보상하는 쉬운 방법은 국가의 재정을 동원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네 번이나 편성했다. 60년 만에 처음이었다. 전 국민을 상대로 재난지원금을 준 것도 처음이었다.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자금 마련이 필요하다. 증세가 어렵다면 국채를 찍으면 된다. 지난해 정부가 그렇게 했다. 1차 재난지원금의 규모는 14조3000억원이었다. 2차 재난지원금을 위해서는 7조8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했다. 세상에는 착한 부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빚이든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때로는 필요한 빚도 있다. 게다가 다행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아직도 가장 낮은 편이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아 많은 나라가 전례 없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채택했다. 국가부채 비율도 급격히 상승했지만, 우리나라 국가부채의 증가 속도는 OECD 42개국 중 네 번째로 느리고 부양 규모는 세 번째로 적다. 따지고 보면 적정한 국가부채 수준에 대한 합의 같은 것도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국가부채 비율 60% 기준도 마찬가지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3월 국가부채 비율 60%라는 EU 재정준칙 적용을 중단했다.
   
   다만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구체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영업손실은 자영업 업종별·규모별로 천차만별이다. 견디지 못하고 이미 폐업한 자영업자는 또 어쩔 것인가. 집행방식이 번거롭고 형평성마저 의심스럽다면 보상의 효과는 줄어든다. 법제화를 한 나라가 많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실제 보상에 착수하기 시작하면 생각 외로 박수보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 ‘의식있는 자영업자모임’ 요식업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1월 1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영업자 구제대책 마련, 시간제한 해제 등을 촉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위기 극복? 국채만 가지곤 불가능
   
   하지만 기획재정부를 비판하는 건 표적이 잘못됐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곳간 지기인 기획재정부를 구박한다고 무엇이 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말 그대로 기획재정부는 곳간 지기다. 기재부의 의무는 국가재정법에 규정돼 있다. 국가 예산에 관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재정법은 예산의 원칙에 대한 제16조 1항에서 “정부는 재정 건전성의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제부총리가 국가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법을 정해놓고 다른 얘기를 하라고 하면 곤란하다. 현 정부 집권 초기 670조원이던 국가부채가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에는 1000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1년에 100조원씩 늘어나고 있다. 부채가 너무 늘면 원리금 부담으로 소비와 투자 여력이 떨어진다. 일정 수준을 넘으면 국가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을 경제 규모가 크고 기축통화를 가진 나라들과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다.
   
   국가가 나서야 하는 방법밖에 없다면 논점은 두 가지다. 국가가 얼마나 돈을 쓸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쓰는 것이 가장 나은가 하는 문제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버팀목이 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자면 돈이 든다. 국채만 가지곤 안 된다. 당장이야 괜찮다고 하지만, 국채는 항구적 재원조달 수단이 아니다. 이 문제에 진지하다면 동시에 정직해야 한다. 제도를 만든다면 지속이 가능해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 복지 확대를 바란다면 장기적으로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한 증세를 검토하라는 지적에 여당은 논란을 크게 만들어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라고 반발한다. 아마 그런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증세는 지속가능한 재정지출 확대를 뒷받침하는 재원조달의 수단이다. 물론 증세는 힘든 작업이다. 대중의 지지를 받기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러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말대로 국가 권력과 예산은 국민의 것이다. 국민은 예산을 어떻게 조달하고 어디에 쓰여야 하는지 선택할 권리가 있다. 정부가 돈을 쓰는 데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애쓴다면, 돈을 마련하는 일도 역시 국민의 눈치를 보는 것이 옳다.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적정 국가채무비율에 대한 문제도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편지원보다 경기회복 효과 큰 선별지원
   
   국가부채를 보는 시각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미래 세대는 채권, 채무를 모두 물려받으니 국채가 이들의 부담만을 늘리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나랏빚은 언젠가 후손이 물려받겠지만 그 빚에 대한 청구권인 국채도 후손이 물려받는 것이고, 후손이 세금으로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면 그 이자를 받는 이도 바로 그 후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간과하는 점이 있다. 국채 발행에 의한 재원조달은 유동성 증가로 이어져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반대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특히 자산 가격의 상승을 초래한다. 인플레이션으로 혹은 늘어난 세금으로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후손과, 이자를 포함해 그 수혜를 보는 후손은 같은 사람들이 아니다. 집값이 오른다고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는 건 아니다.
   
   시장이 만능은 아니다. 시장이 실패할 때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개입은 당연하다. 그 배경과 관계없이 정책 방향에 대한 치열한 논쟁은 나쁘지 않다. 논란에 정치적 동기가 깔려 있다고 해도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주제를 놓고 공론화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바람직하다. 갈등이나 정쟁으로 정책의 효과와 대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사라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사실 선별지급과 보편지급의 문제도 이념적 논쟁의 대상은 아니다. 코로나19는 그 충격이 저마다 다르다. 재난이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응력은 계층별로 다르다. 충격이 큰 곳이 있고 덜한 곳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수혜를 누리는 곳도 있다. 순전히 피해를 구제한다는 정책의 효율성 관점에서 본다면 재난지원금은 정말 어려움이 심한 계층을 선별해 지원하는 것이 낫다. 선별지원은 보편적인 지원보다 소비촉진이나 경기회복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1차 재난지원금 가운데 실제로 추가 소비지출로 이어진 건 투입 재원의 30% 정도였다고 한다. 소득 증가에 따른 한계소비성향이 그 정도 수준이기 때문이다. 반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했던 서울의 재난 긴급생활비는 지원금의 60% 이상이 소비로 이어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꼭 효과만 따지지 않고 방역과 경제 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지급방식을 채택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거리두기가 필요할 때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지급만을 하고,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된 후에는 경기회복과 소비진작을 위해 보편지급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문제의 핵심은 오히려 정부의 역량에 있다. 지원 대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급 체계를 빠른 속도로 갖추는 건 오로지 정부의 능력이다.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돈을 쓰더라도 제대로 좀 더 효과적으로 쓰는 것이 맞다. 국가가 가진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정부의 입장은 선거를 앞둔 여당과 다르다. 기획재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걱정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기재부는 원래 그런 일을 하라고 있는 조직이다.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도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민의 부담을 줄이면서 정부 재정지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고민은 항상 필요하다. 돈은 써야 한다. 그러나 기왕에 쓰려면 잘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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