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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9호]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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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2021년은 전기차 원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화려한 라인업

김회권  기자 khg@chosun.com 2021-03-18 오후 3:02:16

▲ 현대차 아이오닉5
전기차는 어느새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도로 위를 달리는 파란색 번호판의 자동차들에 별 감흥이 없는 것도, 전기차 테마주에 돈이 몰리는 것도, 서울시장 후보들이 전기차 충전기 보급을 공약으로 내건 것도, 모두 전기차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걸 증명해주는 장면들이다.
   
   자동차 관련 업계도 전기차가 그 어느 때보다 활황이란 걸 느낀다. 한 국내 타이어업체 책임연구원은 “새로 출시되는 전기차용 타이어 개발이 요즘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기존 타이어와 뭐가 그리 다를까 싶겠지만 전기차는 전용 타이어가 필요하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보통 수백㎏ 더 무겁다. 배터리 무게 때문이다. 무겁지만 급격히 가속되며 반응도 빠르다. 게다가 엔진 소음이 없으니 노면 소음이 그대로 올라온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전기차 전용 타이어는 견고하고 마모도 덜 돼야 하며 소음도 적어야 해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물건이다.
   
   2021년 출시되는 전기차를 보면 그 어느 때보다 라인업이 화려하다. 테슬라의 독주를 막으려는 듯,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내놓은 모델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완성차 업체의 화려한 2021년 라인업
   
   국내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전기차는 현대차가 2월에 발표한 아이오닉5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첫 전기차이다. 1회 완충 최대 주행거리는 국내 기준 410~430㎞이며 초고속 충전으로 18분 이내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관심을 증명하듯 지난 2월 25일 첫날 사전계약된 수가 2만3760대였다. 기아차도 E-GMP를 적용한 첫 전기차 EV6의 티저를 최근 공개했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h에 걸리는 시간)이 3초대이며 주행거리는 아이오닉5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전기차 볼트 EV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인 ‘볼트 EUV’를 올해 안에 국내에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인증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는데 이것 역시 GM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모델이다. 최대 주행거리는 약 402㎞로 알려졌다.
   
   독일 3사의 전기차 모델도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EQA’와 ‘EQS’를 출시한다. EQA는 소형 SUV인 GLA 모델을 바탕으로 한 전기차다. 1회 완충 주행거리가 420㎞ 이상으로 알려졌다. 벤츠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VA2’를 통해 양산에 들어갈 대형 세단 EQS는 100㎾h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그만큼 주행거리도 늘어나 약 700㎞까지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 출시돼 있는 이전 전기차 ‘EQC’의 최대 주행거리는 약 300㎞에 불과했다.
   
   BMW도 올해 전기차 2종을 국내에 내놓는다. iX3는 중형 SUV인 ‘X3’의 전기차 버전이다. 고속충전소에서 10분 이내 충전으로 120㎞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으며 최대 주행거리는 약 440㎞로 알려졌다. iX는 BMW가 순수 전기차로 상정하고 만든 모델이다. 여기에도 100㎾h가 넘는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될 것으로 보이는데 최대 주행거리가 400㎞ 후반대로 전해진다.
   
   아우디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플랫폼 MEB를 기반으로 삼은 두 번째 양산형 모델 e-트론 스포트백55를 상반기에 선보인다. 최대 주행거리는 446㎞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내에 출시한 1억1000만원대 아우디 e-트론의 초도물량(600대)은 매진된 바 있다.
   
   기존 자동차산업에 균열을 내던 테슬라는 올해 모델Y를 국내에 내놓는다. 1회 완충으로 하위 트림은 448㎞, 상위 트림은 511㎞ 주행이 가능하다. 테슬라 전용 고속충전기인 슈퍼차저로 15분을 충전하면 약 270㎞를 주행할 수 있다.
   
   

   내연기관차 빅마켓이 사라진다
   
호황 속에 쏟아져 나오는 이런 전기차들이 내연기관차를 이기고 대세가 될 수 있을까. 2020년, 코로나19라는 변수는 거금을 지불해야 살 수 있는 자동차 구매를 힘들게 했다.
   
   지난해 전체 자동차 판매는 20% 정도 감소했다. 반면 전기차만 예상과 다른 결과를 냈다. 전기차 시장분석업체인 EV볼륨스닷컴(ev-volumes.com)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2020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324만대를 기록해 2019년 226만대보다 43%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벗어났다는 점, 그래서 적극적으로 전기차를 내놓는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 그들이 내연기관차에 주력했던 건 거대 시장들의 요구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같은 큰 시장은 내연기관차에 관대했고 그간 큰 문제없이 흘러왔다. 하지만 2020년부터 생존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
   
   시장의 변화는 탄소 배출을 규제하면서 시작됐다. 환경 규제가 가장 강한 EU는 2020년부터 한 해 판매하는 모든 차의 탄소배출량을 일괄 규제하기로 했다. 신차 판매 기준으로 탄소 배출을 평균 1㎞당 95g으로 제한했다. 만약 이를 초과할 경우 1g당 95유로(약 13만원)의 벌금을 그해 제작한 신규 등록 차량 대수에 곱해 내야 한다. 유럽 자동차 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는 폭스바겐은 전기차 생산을 늘리며 열심히 대응했는데도 2020년 1㎞당 99.8g의 배출량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20%나 줄인 결과였지만 기준을 초과했고 결국 1억유로(1358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 이쯤 되면 자동차 기업들에 탄소 감소는 단순한 경영 전략을 넘어 생존 전략인 셈이다.
   
   미국과 중국도 환경 규제를 도입하며 전기차로 무게중심을 이동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연간 1700만대의 미국 내 판매 차 중 300만대를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는 걸 목표로 내세웠다. 최대 시장인 중국은 2035년부터 아예 내연기관차 판매를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2035년이 되면 내연기관차는 최대 시장 한 곳을 잃게 된다는 뜻이다. 시장이 변하자 패러다임도 변했다. 2020년 12월 현대차의 선언은 상징적이었는데 “유럽·중국·미국에서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도 2021년을 전기차 대중화의 시작점으로 보는 이유다. 이건 내연기관차와 다른, 보다 나은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는 요소이다.
   
   자동차 플랫폼은 파워트레인과 차체, 서스펜션 등 차의 핵심 요소를 담은 뼈대다. 이전 전기차를 떠올려보면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부분 수정해 재활용한 차들이 많았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뭐가 그리 다를까. 아이오닉5는 현대차가 개발한 플랫폼 ‘E-GMP’를 사용해 만든 첫 전기차다. 들여다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자동차 바닥이 솟아 있지 않고 평평하다.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언덕처럼 생긴 ‘센터 터널’이 없어지면서 운전석과 조수석을 편히 건너갈 수 있을 정도다. 엔진도 따로 없다 보니 실내가 동급 내연기관차에 비해 훨씬 여유롭다. 전기차의 장점을 살린 혁신적인 공간 구성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만드는 입장에서도 차종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서 매력적이다.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소형 및 준중형, 그리고 중대형까지 다양한 크기의 전기차 개발이 가능해진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기아차의 EV6가 같은 해 같은 플랫폼에서 등장할 수 있는 이유다. 새로운 전기차를 만들기 쉽다는 점은 생산효율이 높아진다는 뜻이고 원가절감으로 이어진다. 소비자에게 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기차를 전달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적용으로 전기차 단점이 크게 개선되고 양산 체제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현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은 테슬라·폭스바겐·현대차·GM·벤츠 등 몇 군데 되지 않는다.
   
   

   경쟁력 결정할 ‘배터리팩 100달러’
   
   전기차는 쑥쑥 크고 잠재적 구매자는 많지만 그 앞을 가로막는 건 결국 가격이다. 우리가 바라는 가격과 지금의 전기차 가격은 간극이 크다. 지난해 8월 친환경 자동차 전시회인 ‘EV트렌드코리아 2020’ 사무국이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전기차의 적정가격으로 3000만~5000만원을 원한 사람이 48%로 가장 많았고 3000만원 이하를 원한 사람이 44%로 두 번째로 많았다. 10명 중 9명이 5000만원 이하를 원했다. 바꿔말하면 보조금이 없어도 내연기관차와 가격 경쟁이 벌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전기차 구매를 유인하는 큰 축은 보조금이다. 전기차 성장을 경고하는 쪽은 보조금 축소가 불러올지 모를 수요절벽을 우려한다. 2020년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린 지역은 중국이 아닌 EU였다. 2019년에 비해 43%가 늘어난 139만대가 판매돼 중국(133만대)보다 더 큰 시장이 됐다. 막대한 보조금 덕분이었다.
   
   국내에서도 전기차를 구입할 때 국고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국내 친환경차의 증가는 이 보조금 덕이 컸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기업이 많은 독일은 정부 보조금으로 전기차 시장을 키운 대표적인 국가다.
   
   2019년 11만대였던 독일의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39만대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6월부터 독일 정부가 보조금을 2배로 확대하면서 생긴 일이다. 전기차 구매자는 바뀐 지원금 정책에 따라 최대 9000유로(1222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보조금이 영원히 유지될 순 없다. 아른트 엘링호스트 번스타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정부와 기업의 할인에 매우 민감하다. 만약 보조금이 없어지면 적어도 한두 분기 동안 전기차 판매량이 30~40%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2020년 8월 이후 일부 지자체 보조금이 조기 소진되자 전기차 판매량이 하락했던 사례가 있다. 결국 보조금 없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언제 비슷한 가격을 형성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그래서 전기차 시장이 주목하는 게 배터리 가격의 100달러 도달이다. 전기차 가격의 하락은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떨어져야 가능하다. 배터리 전문가로 꼽히는 벤캇 비스와나산 카네기멜론대학 교수는 “100달러 정도의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산업의 판도를 가르는 ‘매직 넘버’”라고 말한다. 킬로와트시(㎾h)당 100달러에 도달한다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가격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에너지 조사기관인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배터리 가격은 2010년부터 줄곧 하락해 2019년에는 ㎾h당 156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미 전통 완성차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배터리의 단가를 낮추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h당 100달러 가격으로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의 전용 플랫폼 MEB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기차 ID.3는 가장 저렴한 모델이 3만유로(4074만원)보다 낮게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에서도 경쟁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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