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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4호]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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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국토부가 공언한 공공주택… 용산, 태릉, 상암의 운명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2021-04-20 오후 4:46:56

▲ 총 1만가구 아파트 공급이 계획된 서울 용산구 철도정비창 부지. photo 뉴시스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5월과 8월 서울시내 신규 공공주택 후보지로 발표한 곳들의 운명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5·6 부동산대책과 8·4 부동산대책에서 국토부가 공공주택 후보지로 발표한 곳 중 서울시에 속한 곳은 노원구 태릉 군(軍)골프장(1만가구), 용산구 철도정비창 부지(1만가구), 마포구 상암 랜드마크타워 부지(2000가구) 등이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선거과정에서 서울의 마지막 남은 알짜 요지라고 할 수 있는 이들 부지에 획일적으로 아파트를 공급하는 데 대한 부정적 인식을 수차례 드러낸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주택공급은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공공사업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주도로 추진한다고 해도, 주택공급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는 관할 지자체장인 오세훈 시장의 권한이다. 특히 국가(국방부) 소유 땅인 태릉 군골프장이나, 한국철도(코레일) 땅인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와 달리 상암동 일대 서부운전면허시험장과 랜드마크타워 부지 등 서울시 소유 시유지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이에 서울시가 상암 랜드마크 부지 등 시유지를 LH 간판을 단 공공주택으로 바꾸는 데 흔쾌히 동의하고 나설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다음 날인 지난 4월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보궐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공약 등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불안 조짐 등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주택공급은 후보지 선정, 지구지정, 심의인허가 등 일련의 행정절차상 중앙정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하지만 4·7 보궐선거 참패에 따라 분위기 쇄신용 개각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홍남기 부총리의 거취도 장담할 수 없는 판국이다. 경제성적표와 무관하게 건국 이래 최장수 경제부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는 이미 사의를 표명한 정세균 국무총리, LH사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함께 교체가 유력하다.
   
   
▲ 총 1만가구 아파트 공급이 예정된 서울 노원구 태릉 군골프장. photo 뉴시스

   용산에는 다시 국제업무지구 추진?
   
   게다가 지난해 5·6 부동산대책과 8·4 부동산대책을 통해 국토부가 총 1만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는 오세훈 시장의 개인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곳이라는 말이 나온다. 오세훈 시장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를 바로 아래 한강과 접한 용산구 서부이촌동과 묶어서 ‘용산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때인 2013년 사업이 최종적으로 좌초된 바 있다.
   
   결국 국토부는 지난해 5·6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나대지로 방치된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에 모두 8000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기로 발표했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지난해 5월,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 회의를 거쳐 용산 철도정비창과 인근 토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또 8·4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기존에 8000가구였던 공급계획에 2000가구를 추가해 총 1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반도 X자형 철도망의 중심인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를 단순히 아파트로 채우는 계획에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당장 지역구 의원인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수차례 반대 입장을 냈고, 오세훈 시장도 보궐선거 때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속 추진’이란 현수막을 내걸었다.
   
   또 보궐선거 과정에서 ‘용산 링킹파크(Linking Park)’ 등의 공약을 발표하면서 용산공원(현 용산미군기지)과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를 아우른 330만㎡(100만평)를 프랑스의 라데팡스와 같이 만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용산전자상가와 용산기지창(철도정비창) 일대를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한 상태다. 철도정비창 부지에 최대 1만가구 아파트를 건립하겠다는 국토부 계획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셈이다. 자연히 국토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오는 2022년 하반기 용산 철도정비창 사전청약(3000가구분) 일정계획도 순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태릉 1만가구도 전면 중지 및 재검토 공약
   
5·6 부동산대책과 8·4 부동산대책을 통틀어 가장 공급 규모가 큰 태릉 군골프장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노원구 태릉 군골프장에 1만가구의 공공주택을 짓는 계획은 8·4 부동산대책의 핵심이다. 하지만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녹지를 헐고 아파트를 짓는 데다가, 바로 맞은편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태릉(泰陵)과 강릉(康陵)의 경관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가 적지 않았다. 서울시도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중인 2018년에도 해당 계획에 반대한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박원순 전 시장의 자살로 인한 공백을 틈 타 서정협 전 서울시장 권한대행과 함께 태릉골프장을 8·4 부동산대책에 포함시켰다.
   
   반면 오세훈 시장은 보궐선거 과정에서 ‘태릉골프장 개발계획 전면 중지 및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오세훈 시장은 보궐선거 와중인 지난 2월 노원구를 찾은 자리에서 “태릉골프장 인근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태릉과 강릉도 위치한다”며 “역사적인 문제뿐 아니라 환경적인 문제도 있다”면서 태릉골프장에 아파트를 짓는 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태릉골프장은 8·4 부동산대책에서 신규공급으로 제시한 공공주택 후보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택지이고 국유지라서 국토부와 적지 않은 충돌이 예상된다. LH는 지난해 10월 국토부 장관에게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제안했고, 국토부는 현재 후속절차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신규택지 발표 이후 부지 확보를 위한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 중이며, 입주민과 지역주민들의 편의 증진을 위해 관계기관과 함께 교통개선, 공원녹지 및 생활SOC 조성방안 등도 논의 중”이라며 “태릉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관계부처 협의에 착수하고 경관 분석 등도 추진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올해 초 터진 LH사태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국토부의 계획대로 일이 추진될지 낙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태릉 군골프장을 대체할 군골프장 확보 역시 경기도 하남의 위례신도시 내에 있는 성남 미군골프장이 대안으로 거론만 될 뿐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알려진다. 토지 관리청인 국방부 시설계획과의 한 관계자도 “국토부에서 하는 사업이라서 진행상황을 잘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서부운전면허시험장(3500가구)과 SH 상암동 미매각부지(2000가구) 등 공공주택 62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인 마포구 상암동 역시 반대가 만만치 않다. 특히 상암동 미매각부지에는 오세훈 시장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시장으로 있을 때 133층 서울라이트타워를 건립하고,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에서 서울라이트타워까지를 순환하는 DMC경전철(모노레일)을 놓기로 한 곳이다.
   
   하지만 랜드마크타워와 경전철 계획은 박원순 전 시장 때 모두 무산됐다. 박 전 시장은 해당 부지를 중국 상하이의 부동산기업인 뤼디(綠地)그룹에 매각하려 했으나 이 역시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결국 국토부는 이 부지에 공공주택 2000가구를 짓기로 방향을 튼 상태다.
   
   
   ‘상암 랜드마크도 아파트로 희생될 수 없다’
   
   오세훈 시장은 보궐선거 과정에서 ‘상암동 랜드마크 재추진’과 ‘랜드마크타워 사업 정상화 및 핵심기능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오세훈 시장은 보궐선거 와중인 지난 2월, 마포구 상암동을 찾은 자리에서 “박원순 전 시장에 의해서 개발이 전면 중단되어 방치되고 말았다”라며 “DMC는 마곡과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첨단산업으로 서울의 산업생태계를 변화시킬 핵심지역이지, 손쉬운 곳에 주택공급을 늘려 생색을 내고자 하는 중앙정부의 갑(甲)질로 희생될 장소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상암자동차검사소(400가구), 상암견인차량보관소(300가구)를 포함해 상암동에 들어설 공공주택 6200가구 중 가장 큰 몫인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 공공주택 3500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지도 오세훈 시장의 동의에 달렸다. 서울시는 경복궁 옆 옛 주한 미대사관 직원숙소 부지를 대한항공으로부터 사들여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서울시 소유의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부지를 매각하기로 내부적으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LH가 대한항공에 현금을 주고 송현동 부지를 매입한 뒤, 이를 서울시에 되팔고, 대신 서울시는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부지를 LH에 넘기기로 한다는 계획이다. LH는 서부면허시험장 부지에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다른 지역 공원 조성을 위해 마포구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에 절대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반발이 큰 상태다. 이에 지난 3월 서울시와 대한항공, LH가 국민권익위 중재로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을 위한 조정서’에 서명했을 때도, 송현동 부지와 맞교환할 부지로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을 특정하는 데는 끝내 실패했다. 3자는 ‘2021년 8월까지 매매계약 및 교환계약을 체결하도록 최대한 노력하되, 맞교환할 시유지는 주택공급 확대정책과 연계해 택지공급이 가능한 부지를 대상으로 LH와 본격 협의한다’고만 정한 상태다.
   
   3500가구가 들어설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은 지난해 8·4 대책이 발표된 지 6개월이 넘게 여전히 서울시 소유로 되어 있다. 부지 확보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와 맞바꿀 부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며 “서부운전면허시험장도 검토된 부지 중 한 곳일 뿐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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