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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0호]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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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중국의 ‘코인 죽이기’는 디지털 위안화 살리기

김회권  기자 khg@chosun.com 2021-06-03 오후 1:13:05

photo 셔터스톡
지난 5월 19일, 암호화폐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보통 2017년의 불장을 ‘시즌1’, 올해의 불장을 ‘시즌2’라고 부르는데, “시즌2의 종말이 시작됐다”며 투자자들은 아우성쳤다. 이날 1비트코인(btc)은 4만3000달러에서 3만달러까지 폭락했다. 1시간 사이에 15%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알트코인들은 더 큰 폭락을 겪으며 사람들의 패닉셀을 끌어냈다. 알트코인 중에서는 30% 이상 폭락한 코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암호화폐 시장이 어느 정도 조정을 겪을 것이라는 건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가격이 너무 올랐고, 금융당국 등에서 경고가 쏟아졌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처럼 이 바닥의 인플루언서들이 부정적인 메시지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급락은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폭락의 원인은 중국발 규제였다. 지난 5월 19일 중국 당국은 ‘암호화폐 서비스 금지 명령’을 하달했다. 중국 국가인터넷금융협회, 중국은행협회, 중국결제청산협회 등 3개 단체는 금융 및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에 가상자산 서비스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암호화폐? 中 안정 추구에 방해”
   
   중국에서의 정책 영향력은 발언자를 살펴봐야 한다. 누구의 입에 의해 천명됐는지가 중요하다. 지난 5월 21일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비트코인의 거래와 채굴 행위가 금융시스템 전반을 위협한다”며 3개 단체 성명의 내용을 재확인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경제 브레인으로 통하는 류 부총리가 직접 못을 박고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규제는 꽤 무겁게 느껴진다.
   
   여전히 일각에서는 중국의 규제를 양치기 소년처럼 보는 시선이 있다. 과거 규제 속에서도 여전히 투자가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2013년과 2017년에도 강력한 규제를 실행한 바 있다. 그 때문에 바이낸스(Binance) 등 중국의 대규모 거래소들은 케이맨제도 등에 본사를 세워 역외에서 영업을 해야 했고, 중국의 법정화폐인 위안화로 암호화폐를 사는 길은 막혔다. 그런다고 규제가 개인의 암호화폐 소유까지 막은 건 아니었다. 중국인들은 규제를 피해 알음알음 암호화폐를 거래했다.
   
   지난 2월 말 6500만원을 찍던 비트코인이 5000만원 초반대로 추락했다가 급반등으로 가격이 회복되는 일이 있었다. 중국인들의 매수세가 빠른 회복의 원동력이었다. 중국 투자자들은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브로커와 p2p 장외거래를 통해 테더(USDT)를 사고 이 테더를 거래소에 입금해 비트코인을 구매한다. 테더는 달러화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1테더는 1달러의 가치를 갖는다. 지난 2월 반등했을 때, 위안화로 표시된 테더 가격에는 1~2%의 프리미엄이 붙었는데 그만큼 수요가 많았다는 뜻이다.
   
   반대로 이번 조치가 예사롭지 않다는 징후는 규제 직후 바로 나타났다. 일단 개인 시장이 일순간 침묵했다. 류허 부총리가 말한 거래의 금지는 그동안 묵인했던 테더를 활용한 개인의 거래다. 중국 사정을 잘 아는 암호화폐 관계자는 “이번 금지조치가 내려진 뒤 테더를 거래하는 대형 브로커들이 일시적으로 확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조치가 내려진 직후 위안화로 매겨진 테더의 가격도 폭락했는데 현금화하느라 매도가 쏟아졌을 거라는 추측이 나왔다.
   
   팬데믹 이후 커져가는 사회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중국은 지금 경제의 방향을 성장보다 안정에 맞추고 있다. 이사벨라 베버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지금 중국의 금융구조는 안정에 힘을 실은 상태다. 암호화폐 거품이 꺼질 경우 생길 수 있는 경제적 충격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규제를 재차 언급하고 나선 것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제가 국가의 지배 아래서 시장화된 중국에서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자본은 쉽게 용납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암호화폐는 특별관리대상이다. 엄포와 방관 대신 관리와 통제의 시기가 왔다는 게 베버 교수의 지적이다.
   
   자본 유출에 대한 위험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암호화폐가 자본 유출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경계심은 자본 통제의 욕망이 강한 중국 정부가 코인 시장을 죽일 수 있는 근거이기도 했다. 중국인이 법적으로 해외로 반출할 수 있는 외화는 1인당 5만달러지만 테더를 구입해 전송한다면 정부의 상한선은 무의미하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지난해 8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전 1년 동안 180억달러 이상의 테더가 동아시아의 지갑에서 해외로 전송됐다. 보고서는 “해당 국가 투자자들이 해외 자본 이전 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테더를 활용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싹 잘라라”
   
▲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암호화폐 규제에 나선 건 디지털위안화와 암호화폐를 분명하게 구별하기 위해서” 라고 보도했다. 여기서 구별이란 제도권 내 유일한 디지털화폐는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위안화뿐이란 걸 뜻한다.
중앙은행이 직접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경쟁상대를 퇴출시킬 수 있다는 건 코인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이다.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가상자산 유동성 제공업체인 B2C2재팬을 이끌고 있는 필립 길레스피 CEO가 “디지털위안화는 암호화폐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중국이 새로운 규제를 천명한 시점은 디지털위안화 등장이 임박한 때와 맞물린다. 2014년부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를 시작한 중국 인민은행은 내년 초 중국 대륙에 디지털위안화를 보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디지털위안화는 실물과 동등한 권한을 갖도록 법적 정비까지 마친 상태다. 지난해 10월 남부 대도시인 선전에서 실제 사용 테스트를 끝냈고 최근에는 홍콩에서 역외를 넘나드는 실험도 실시했다. 다른 두 도시 간의 연계 실험도 마무리됐고 지금은 태국,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해외 결제를 실현하기 위한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암호화폐 규제에 나선 건 디지털위안화와 암호화폐를 분명하게 구별하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여기서 구별이란 제도권 내 유일한 디지털화폐는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위안화뿐이란 걸 뜻한다.
   
   보리스 슐로스버그 BK에셋 디렉터는 “디지털위안화는 모든 통화를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에 엄청난 통제력을 준다.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이제 모든 소비자의 선택을 알 수 있게 되고 소비 행태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는 필연적으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몰고 온다. 내 계좌와 사용기록 등을 정부가 파악할 수 있다는 우려로 CBDC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는 건 새로 안착해야 할 CBDC에 큰 장애물이다. 중국 내 첫 번째 디지털화폐는 비트코인이 아니라 디지털위안화가 돼야 한다는 것은 중국 정부 입장에서 체제 유지의 문제나 다름없고, 그러기 위해서 경쟁자의 싹을 자를 필요가 있었다는 게 이번 규제의 배경 중 하나다.
   
   문제는 이후다. 류 부총리의 발언이 각 성에 하달되고 구체적인 지침과 단속으로 가시화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이후 나타나는 사회적 양상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은 또 한 번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둥시먀오(董希淼) 푸단대 금융연구소 겸임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향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불법 거래 행위를 타격하는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지 모를 또 한 번의 충격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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