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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7호] 202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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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기로에 선 K-배터리 ‘제2 반도체’로 거듭나려면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제2공장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 ‘K-배터리, 세계를 차지(charge)하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한·중·일 배터리 전쟁에서 그런대로 순항하던 한국 배터리 산업에 올해 초부터 갑자기 빨간불이 켜졌다.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에 커다란 차이로 역전당했기 때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장 점유율만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였던 한국 배터리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의 실적을 종합해 보니 전체 매출액은 22조원이지만 영업이익은 3500억원 적자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은 소재 및 가격에선 중국에 뒤져 있고, 품질 면에선 일본에 밀려 있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보다 앞선 것은 제조능력, 즉 제품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국산 소재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의존도가 앞으로도 큰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지금의 배터리(리튬이온전지)는 1991년 일본이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시장을 형성했다. 한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모바일 산업이 성장하면서 함께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 전기차 산업이 성장하면서 중·대형 배터리는 넓은 내수시장의 중국과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한국·일본이 경쟁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전기차 내수시장 공급을, 한국은 유럽·미국 등 다양한 수요 공략, 일본은 테슬라 납품에 주력했다.
   
   지난해 기준 한·중·일 3국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무려 95%이다. 하지만 배터리 수요 확대에 따라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국산 배터리의 강점은 패스트팔로어(새로운 제품·기술을 빠르게 좇아가는 전략)로서 제조능력과 공정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특히 배터리 3사의 셸 설계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규모를 키울수록 마켓셰어(시장 점유율) 급성장이 될 수 있다. 약점은 원자재 확보에서 중국 의존도가 심각해 원가 경쟁력 면에서 중국에 밀린다. 또 R&D, 인력 양성도 중국, 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배터리 핵심소재 양극재 원재료 확보가 중요
   
   무엇보다 배터리에서 양극재는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소재이다. 양극재는 전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해 배터리 형태와 성능을 좌우한다. 이런 양극재는 리튬을 포함,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섞어 만드는데 대부분의 원료가 중국산이다. 양극재 전 단계 물질인 전구체는 거의 중국에서 수입해 가공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양극재나 전구체의 중국산 비중은 90%, 수산화리튬은 80% 이상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의 양극재 소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2020년 기준 20.2%)은 중국의 3분의1 수준이었다. 또 음극재(8.7%), 분리막(11.9%), 전해액(8.1%)도 중국과 일본의 점유율에 한참 못 미쳤다.
   
   한국 배터리는 그동안 중국보다 일본을 따라잡는 전략을 썼었다. 제조능력 면에서는 일본을 따라잡았지만 원천기술은 아직 일본에 못 미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7월 ‘K-배터리 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해 발표했지만 아직도 정부의 의지나 정책이 부족하다.
   
   
   이미 확보한 니켈·코발트 광산도 팔겠다는 정부
   
   한국 배터리는 더 늦기 전에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가 안정적인 원료 확보다.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소재 원료를 다변화해야 하고 안정적 구축망을 확보해야 한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 확보해 놓은 한국광물자원공사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코발트 광산 지분을 팔겠다는 정부의 발상부터 수정해야 한다.
   
   현재도 한국광물자원공사(9월 10일부로 광해광업공단으로 명칭 변경)가 2조1000억원을 투입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 광산 매각을 놓고 논란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1조원 가까운 손실을 낸 이 광산을 이른 시일 내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광산이 일본 기업 등에 헐값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제기되면서 광업공단(한국광물공사와 광해관리공단 합병회사) 내부는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매각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암바토비는 니켈 원광 1억4620만t이 매장된 세계 3대 니켈 광산 중 하나다.
   
   광물공사는 2006년 사업에 뛰어들어 현재 지분 33.3%를 보유 중이다. 일본 스미토모상사(지분 47.67%)와 캐나다 셰릿(12%)도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광물공사는 지금까지 1조원의 손실을 봤다. 정부는 광물공사 부채를 줄이기 위해 갖고 있는 광산 지분을 팔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 생산지로 암바토비 광산이 주목받으면서 상황이 변했다. 또 우리 지분을 만일 스미토모가 매입하면 전기차 배터리 분야 최대 경쟁국인 일본이 이 사업을 사실상 독점(지분율 80.97%)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미토모의 자산은 90조원에 달한다. 민간 기업임에도 30~40년을 내다보고 자원개발에 투자할 기초체력이 있다는 얘기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니켈 가격은 9월 10일 기준 톤당 2만262달러로 전년 대비 34% 뛰었다. 코발트도 5만885달러를 기록해 같은 기간 54% 수직 상승했다.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둘째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제조공정과 규모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개발에 있어 정부 지원과 정책 뒷받침이 연속성을 갖고 추진돼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은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성능과 안전성이 뛰어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에 주력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특허 100여개를 보유한 도요타자동차는 지금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오는 2025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새로운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전문인력도 꾸준히 양성해야 한다. 정부는 매년 1100명 정도 규모의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5개 대학에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참여하겠다는 대학은 모두 함께해야 한다. 산학연이 함께하는 중장기 인력 양성 계획을 수립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배터리의 강점인 제조능력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차세대 기술에 대한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 중국의 몸집 불리기에 맞서기보다는 한국 배터리만의 기술을 개발하는 배터리 로드맵이 필요하다.
   
   배터리 시장 규모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 시장은 2020년 304억달러→2025년 1507억달러→2030년 3047억달러로 늘어나서 향후 10년간 10배 이상 성장한다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한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소재 분야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동반성장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소재 분야의 경우 기술력을 확보한 중소기업이 특화할 수 있는 분야이다. 일본 경쟁력의 원천도 소재 분야에 특화된 중소기업 때문이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대기업과 협력해 제품 개발에 필요한 인력 및 비용 지원을 통한 효과적인 협력 모델을 구축한다면, 한국 배터리 산업은 세계 1위를 고수하면서 대한민국 경제에 있어 ‘제2의 반도체’로 부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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