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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5호]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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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홍콩판 태극기부대의 떼창

▲ 지난 6월 30일 홍콩 정부청사 앞 타마르공원에서 열린 친정부 집회. photo 이동훈
홍콩 반환 22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30일, 홍콩섬 애드미럴티의 정부청사 앞 타마르공원에서는 친(親)정부 집회가 열렸다. 타마르공원은 과거 영국 해군(로열 네이비)이 쓰던 타마르 해군기지를 매립해 수변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오성홍기와 홍콩특별행정구기를 든 시민들이 주최 측 추산으로 16만5000명(경찰 추산 5만3000명)이 몰려들었다. 홍콩 영화 전성기 때 이름을 날렸던 량자후이(양가휘), 탄융린(알란 탐) 같은 익숙한 얼굴도 보였다.
   
   주로 50~60대 이상으로 구성된 친정부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흰색 옷을 입고 왔다. 이들은 검은 옷을 입고 타마르공원 바로 옆 입법회 앞에서 점거농성 중이던 10~20대 학생시위대와 극한 대치상황을 연출했다. 이날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은 입법회 의원 출구에서 친중시위대에 갇히는 봉변도 당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시위 참가자는 기자에게 “조슈아 웡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홍콩에 분란을 일으킨 주구(走狗)”라고 비난했다.
   
   친중시위대는 학생시위대가 정부청사 벽에 붙여둔 엄청난 숫자의 전단과 포스트잇을 거의 남김 없이 떼내는 ‘기적’도 연출했다. 전날까지 이곳에 걸려 있던 ‘레인코트 보이’의 노란 비옷 역시 이 와중에 사라졌다. 한 시위학생은 전날까지 걸려 있던 비옷의 행방을 묻는 기자에게 “흰옷을 입은 늙은이들이 고인의 비옷을 떼내 갔다”며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는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개했다.
   
   경찰 역시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친정부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을 보면 엄지손가락을 들어 격려하면서, 학생시위대를 향해서는 ‘폭도’ ‘쓰레기’라며 삿대질도 서슴지 않았다. 부부 동반으로 친정부 집회에 참석한 한 60대는 한국 기자라고 소개하자 “왜 외신에서는 이런 것은 보도하지 않느냐”며 “지금까지 참고 있었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나오게 됐다”고 했다.
   
   이날 친정부 집회는 오후 7시경 ‘사자산 아래(獅子山下)’라는 곡을 ‘떼창’하는 것으로 끝났다. 한 참석자는 “홍콩인의 정신을 상징하는 노래”라고 기자에게 소개했다. 사자산은 2차 아편전쟁의 패배로 영국에 할양한 커우룽(九龍)반도와 그 후 추가로 99년간 조차한 신계(新界)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홍콩으로 건너온 중국인들은 사자산 아래 움막을 짓고 살며 홍콩을 ‘아시아 4룡(龍)’으로 키웠다.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2002년 홍콩 방문 때 홍콩인들의 불굴의 개척정신을 얘기하면서 언급한 적도 있다. 완차이의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나 홍콩 최초 여성 행정장관에 오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사자산 정신’의 상징처럼 언급됐다. 최근 학생시위대 역시 사자산에 ‘보위(保衛) 홍콩’이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는데, 친정부 시위대도 사자산 정신을 언급한 것이다. 이번 사태을 보는 세대 간 갈등이 극명히 드러났다.
   
   중국에 대한 홍콩인들의 귀속감은 젊은 세대들이 늘면서 사상 최저로 떨어진 상태다. 홍콩의 주요 기관들은 1997년 홍콩 반환 후부터 홍콩인의 정체성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홍콩사태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홍콩인’으로 밝힌 사람이 76.4%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인’으로 답한 사람은 23.2%로 역대 최저였다. 1997년 홍콩인(59.5%), 중국인(37.8%)이었던 격차가 베이징올림픽이 있었던 2008년 한때 역전된 적도 있으나, 지금은 그 격차가 다시 벌어지는 추세다.
   
   
   커우룽폭동, 67폭동 떠올리는 장년층
   
   홍콩의 중장년층들은 이번 시위에서 과거 끔찍했던 유혈사태를 떠올리기도 했다. 홍콩 최악의 유혈폭동으로 꼽히는 1956년 쌍십절 커우룽폭동 때는 친국민당 우파들과 하부 행동대로 활동했던 삼합회(三合會)가 쑨원과 장제스의 사진을 내걸고 대규모로 개입했다. 60명의 사망자와 300여명의 부상자를 낸 최악의 유혈사태였다. 반대로 1967년에는 마오쩌둥이 발동한 문화대혁명 와중에 중국공산당의 지원을 받은 좌파 폭동이 무려 8개월이나 지속되면서 51명의 사망자와 832명의 부상자를 냈다.
   
   자연히 이번 학생시위와 외부 정치세력과의 연계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다. 반중 성향의 홍콩 빈과일보는 지난 6월 28일 “대만 해바라기운동의 학생규찰조장이 여자친구와 함께 홍콩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과거 대만 반중시위의 지도부가 격려차 홍콩을 찾았다는 것이다. 실제 입법회를 점거하는 등 홍콩 반중시위 양상은 2014년 ‘해바라기운동(태양화운동)’과 거의 흡사하게 진행 중이다.
   
   당시 대만 대학생들은 중국과 ‘양안(兩岸)서비스무역협정’ 체결에 반대하며 타이베이의 입법원(국회)을 점거했다. 해바라기운동은 당시 야당이었던 현 집권 민진당의 뒷받침을 받았는데, 대만 대학생들이 입법원을 점거한 것은 처음이었다. 결국 친중 성향의 국민당 마잉주 정부는 2016년 대선에서 정권을 민진당에 넘겨줬다. 지금도 내년 대선을 앞둔 대만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총리) 등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계속 내놓는 등 복잡하게 얽혀들고 있다.
   
   홍콩 역시 현 집권 세력인 친중 성향 건제파(建制派)와 대척점에 있는 반중 성향의 민주파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내년 9월 입법회 선거 때 직접 선출하는 의석을 놓고 건제파와 민주파 간에 기선 잡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6년 입법회 선거의 경우 총 70석 중 35석을 직선제로 뽑았다. 당시 선거 결과 총 70석의 의석 중 친중 성향 건제파가 40석, 반중 성향 범(汎)민주파가 30석을 나눠 가졌다.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를 요구한 ‘우산혁명’ 이후 반중을 기치로 내건 크고 작은 시위는 점점 일상화하고 있다. 2016년 춘절에는 몽콕(旺角)에서 노점상 단속에 대한 항의로 촉발된 ‘어묵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2017년에도 ‘국가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지난해에는 고속철 서(西)커우룽역에 출입국시설(CIQ)을 세우는 ‘일지양검(一地兩檢)’ 정책에 반대하는 반중시위가 벌어졌다.
   
   매년 잦아지는 시위에 피곤함을 호소하는 홍콩 시민들도 있다. 홍콩 거주 외국인들은 정정 불안을 염려하기도 한다. 시위가 잦아진 타마르공원은 홍콩 거주 필리핀 입주가정부들이 모여 찬송가를 부르면서 고향을 떠나온 애환을 달래는 곳이다. 홍콩에만 약 30만명의 필리핀 입주가정부가 일하고 있다. 타마르공원에서 만난 한 필리핀 입주가정부는 “솔직히 시위가 열리면 무섭다”고 말했다.
   
   홍콩 반환 기념식이 열린 완차이는 베트남전쟁 때 형성된 홍콩 최대 유흥가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단기 공연비자를 받아 클럽에서 일하는 필리핀 출신 여성들이 많다. 한 필리핀 여성은 “뱃속에 있는 아기까지 죽인 살인자를 그대로 놔두는 것이 정의인가”라고 말했다.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으로 송환법 사태를 촉발시킨 홍콩 남성 찬통카이(陳同佳)를 겨냥한 지적이었다.
   
   아편전쟁과 함께 국제무대에 등장한 홍콩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완벽한 정치적 자유를 누린 적이 없다. 경제적 자유만 허용됐을 뿐, 단 한 번도 자신들의 손으로 대표자 전체를 뽑아본 적이 없다. 22년 전인 1997년 홍콩 반환을 앞두고 홍콩의 마지막 영국 총독 크리스 패튼은 ‘입법회 부분 직선’이라는 민주주의의 씨앗을 심어둔 뒤에 브리타니아호를 타고 빅토리아항을 떠났다. 지금 그 씨앗이 자라면서 홍콩은 성장통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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