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푸둥신구 린강에 건설 중인 테슬라 기가팩토리. ⓒphoto 바이두
중국 상하이 푸둥신구 린강에 건설 중인 테슬라 기가팩토리. ⓒphoto 바이두

“테슬라 상하이 기가(Giga)팩토리 건설은 순조롭다. 2019년 연말부터 정식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 8월 7일,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올린 메시지다. 테슬라는 이같은 메시지와 함께 한 장의 항공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상하이 푸둥의 린강(臨港) 지역에 펼쳐진 푸르른 논밭 위에 거대한 크기의 자동차 공장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기가팩토리’는 테슬라의 생산공장을 뜻하는 말로, 상하이는 미국 네바다주 르노와 뉴욕주 버팔로에 이어 세 번째, 해외 최초의 테슬라 생산공장이 들어선 곳이다. 웨이보에는 ‘중국산 테슬라’의 빠른 출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테슬라 공장 직원 채용절차가 언제부터 시작하는지를 묻는 댓글이 빗발쳤다.

테슬라가 이 사진을 공개하기 하루 앞선 8월 6일, 중국 국무원은 테슬라가 공장을 짓고 있는 상하이 린강 등지를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FTZ)로 추가 확대 지정했다. 자유무역시험구로 지정되면 입주기업에 최초 5년간 법인세가 15%로 감면되고(타 지역 25%), 수출입 및 통관에 필요한 서류와 절차가 간소화되는 등 각종 유무형의 혜택이 주어진다.

테슬라 20억달러 투자 공장 건설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추가 확대 지정은 현지 공장 건설과 함께 미국 등 해외에서 생산설비와 각종 원부자재를 반입해야 하는 테슬라로서는 반색할 만한 뉴스다. 테슬라가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확대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거론되며 관심이 집중되자 다음 날인 8월 7일 한창 건립 중인 기가팩토리의 항공사진을 자사 공식 웨이보에 공개한 것이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중국이 빼어든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확대 카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에 투자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문과는 거꾸로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 현지에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를 투자해 공장을 짓고 있는 테슬라가 최대 수혜기업으로 떠오른 것도 의미심장하다. 앞서 테슬라의 창업주인 엘런 머스크는 “40%의 중국 자동차 관세 탓에 (중국에 자동차를 팔기 위해서는) 현지에 생산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 바 있다.

지난 1월 기공식을 갖고 한창 건립 중인 상하이 테슬라 공장은 오는 연말쯤 완공될 예정이다. 이곳에서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를 생산해 중국 현지에 판매한다는 것이 테슬라의 계획이다. 생산 규모는 연산 50만대가량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상하이는 중국에서 테슬라가 가장 많이 굴러다니는 도시다. 시내 곳곳에 테슬라 전용 충전소와 주차장을 갖추고 있다.

테슬라의 중국 현지 생산공장이 자유무역시험구에 포함되면 법인세(기업소득세)로 15%만 내면 돼 테슬라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다른 지역의 경우 내외자 기업을 막론하고 25%의 법인세를 낸다. 게다가 자유무역시험구에 포함되면 수출관세 등도 면제받는다. 테슬라로서는 당초 목적인 중국 내수시장 공략뿐만 아니라 한국 등 아시아 전체를 상대로 수출할 수 있는 주요 거점이 생긴 셈이다.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2배 확대

아울러 이번 조치로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의 면적 역시 기존의 120㎢에서 119㎢가 추가돼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미·중 무역전쟁 와중인 지난해 11월 상하이에서 열린 ‘제1회 국제수입박람회’에서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를 확대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 지난 7월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상하이에 직접 내려와 이번에 자유무역시험구에 포함된 린강 지역을 직접 둘러봤다. 이에 따라 상하이에서는 자유무역시험구 확대 지정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두 배 가까이 늘린 것은 기대 이상의 파격 조치라는 평가다. 이로써 중국 최초의 자유무역시험구로 지정된 상하이는 2013년 출범 당시 면적(28㎢)에서 약 6년 만에 그 면적이 10배 가까이 늘어나게 됐다.

이번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확대 지정은 과거와 달리 범위도 명쾌하다. 기존에 자유무역시험구에 속하는 지역은 상하이 푸둥의 와이가오차오(外高橋) 보세구, 양산항 보세구 등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2015년 추가 지정된 루자주이(陸家嘴), 진차오(金橋)개발구, 장장(張江)하이테크단지 등도 기존 시가지와 경계 구분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하이 푸둥의 인공운하인 다즈허(大治河) 남쪽과 진후이강(金匯港) 동쪽의 모든 지역을 자유무역시험구로 묶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항만인 양산항이 있는 샤오양산다오(小洋山島) 전체도 자유무역시험구로 지정됐다. 사실상 중국 최초의 국가급 신구(新區)인 푸둥의 주요 핵심지역은 모두 자유무역시험구에 속하게 됐다.

자연히 이번 조치로 상하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미국계 자동차 회사는 모두 자유무역시험구에 편입됐다. 미·중 합작 자동차 회사로 중국 자동차 시장 2위인 ‘상하이GM’ 본사와 생산공장이 있는 푸둥의 진차오개발구는 지난 2015년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로 추가 편입됐다. 과거 상하이에 있었던 GM 아시아태평양 본부의 싱가포르 철수설이 돌자, 중국 측이 그 반대급부로 확대 지정한 곳이다.

테슬라 역시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자유무역시험구에 편입됐다. 앞서 중국 정부는 테슬라 중국 유치를 위해 현대차 등 해외 자동차 기업에 강제하던 지분 제한도 완화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기술력을 갖춘 미국 기업들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어 자국에 묶어 두는 화전(和戰) 양면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무역시험구 확대 지정은 해당 지역의 부동산도 들썩이게 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하늘을 찌르는 상하이는 부동산 규제가 심하다. 자유무역시험구는 부동산 구매에 필요한 각종 자격조건이 대폭 완화된다. 구매제한 단위를 가정에서 개인으로 확대하고, 주택구매 자격취득에 필요한 사회보장 납입연도를 5년에서 3년으로 축소하며, 외지인의 주택구매에 필요한 거주연도를 현행 7년에서 최대 3년으로 축소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로 인해 세계 최대 컨테이너항만인 양산항과 마주 보는 해안을 매립해 조성한 신도시 린강이 특히 직접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의 면적이 2배 가까이 늘면서 외자(外資) 유치 등에서 직접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의 경제자유구역(FEZ)을 확대 지정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상하이의 푸둥신구를 벤치마킹해 2003년 국내 최초 경제자유구역으로 출범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면적은 123㎢로 당초에는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의 면적(120㎢)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의 면적이 239㎢로 대폭 늘어나면서 2분의 1 규모가 되어버렸다.

자유무역시험구에 포함돼 직접적인 혜택을 받은 상하이GM이나 테슬라 등과 달리 인천 최대이자 국내 최대 외국인 투자기업인 한국GM의 경우는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벗어난 인천시 부평구에 본사와 생산공장을 두고 있어 직접적 혜택이 없다. GM은 지난 3월 인천 부평에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중국 제외)까지 옮겨온 상태다. 오히려 인천시는 한국GM의 연구개발법인 분리 등을 이유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청라지구)에 속한 한국GM 청라 주행시험장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GM의 한 관계자는 “아직 별다른 조치는 없다”고 하지만 자유무역시험구를 파격적으로 확대해 외투 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중국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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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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