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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8호] 2020.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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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주한미군 감축설? 2사단 기갑여단은 알고 있다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 주한미군의 순환배치 기갑여단이 탱크 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photo US Army
“한국으로부터 50억달러를 얻어내는 방법은 모든 미군을 철수한다고 위협하는 것이다. 그것은 협상에서 매우 유리한 입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돈을 요구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다. 상황이 평화롭게 되면 아마도 우리는 떠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매우 부자 나라를 그 북쪽 이웃으로부터 지켜주는 데 대한 보상을 원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 언급한 내용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 ‘그 일이 벌어진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서 기술한 부분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규모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을 여러 차례 표시했고,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적당한 액수’라고 판단하는 만큼 지불하지 않는 나라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위협이 한국의 경우 진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두려워했다고 지적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특종 보도했던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도 저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Fear:Trump in the White House)’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이유가 북한과의 대치 국면에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서 중요한 안전책이라는 것을 설명해야 했다고 기술했다.
   
   
   미 국방부가 백악관에 보고한 은밀한 옵션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몇 가지 옵션을 백악관에 은밀하게 보고한 것으로 밝혀져 자칫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미국 조야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국방부의 주한미군 감축 옵션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특종 보도로 자세하게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내용(7월 17일 자)에 따르면 백악관이 지난해 가을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을 포함해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을 철수하기 위한 예비적 옵션을 제시할 것을 지시했고, 미국 국방부는 같은 해 12월 중국과 러시아와의 경쟁을 위한 전략과 미군의 순환배치 중요성 등을 반영한 광범위한 아이디어를 내놨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또 지난 3월 주한미군에 대한 상당수의 옵션들을 다듬고 이를 백악관에 제시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국방부의 이 같은 검토는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이견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왔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내용을 보도한 다음 날(7월 18일 자) ‘트럼프가 한국에서 철수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관한 기사를 게재한 이유를 상세하게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두어 달 전 그런 소문을 듣고 곧바로 취재한 결과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감축의 초점이 맞춰져 있고 한국과 독일은 선거가 치러지는 올해에는 안전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런 취재 내용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사설은 트럼프 대통령은 주독미군 3만4500명 중 9500명의 철수를 공식화했고, 이제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같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자신들이 보도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주한미군 감축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탈레반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하려고 했던 일 이후 최악의 국가안보 구상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또 주한미군은 북한을 방어하는 것이 주요 목표이지만, 미국이 중국의 위협에 맞서 동아시아 동맹국들을 지켜주는 데 헌신하며 안심하게 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설은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서는 북한의 젊은 독재자 김정은을 빼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가장 기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방부는 “우리는 전 세계 미군 배치 태세를 일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내용을 사실상 부인하지 않았다. 게다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난 7월 17일 배포한 ‘국가국방전략(NDS) 이행:첫 1년의 성취’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앞으로 몇 개월 내에 인도태평양사령부 등 몇몇 전투사령부의 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태평양사령부에는 주한미군이 속해 있다. 이런 보고서 내용은 주한미군도 재편 대상에 올랐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IISS 화상 세미나에서 미군의 순환배치를 강조하고 있다. photo DVIDS

   “트럼프 11월 대선 전 감축 시도할 것”
   
   그러자 미국 조야에선 주한미군 철수는 물론 감축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의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모두 초당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을 위한 일종의 정치적 이익으로 이어질 경우 미국의 이익을 버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왔다”며 “우리는 4년 전보다 북한의 핵무기와 중국의 공격성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아미 베라 하원 외교위 아태 소위원장(민주당)도 “주한미군 감축은 무책임한 결정이 될 것”이라면서 “한국과의 파트너십은 의회의 강력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민주당)은 “미국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벤 새스 상원의원(공화당)은 “미국은 한국에 복지 프로그램으로 미사일 시스템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고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와 탄약을 그곳에 두고 있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핵을 가진 북한의 독재 지도부가 우리를 건드리기 전에 생각할 무언가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 그린 하원의원(공화당)도 “나는 대통령에게 동의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지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한국과 협력해야 한다”며 “우리는 그들이 필요하고, 그들도 우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중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을 위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에 주한미군 감축을 발표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간 중요한 사안을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 이슈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주한미군 감축 위협은 한국에 더 많은 방위비를 낼 것을 압박하는 협상 전술”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주독미군 감축을 결정했듯이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켄 가우스 해군연구소(CNA)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주한미군 감축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USIP) 연구원은 “주독미군 감축도 뜬 사상(floated idea)에서 시작했었다”며 “주한미군 감축은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도 “주한미군 감축의 필요성은 국방부가 따져봐야 할 문제”라면서 “분명한 것은 대선 전 정치적 이슈로 끌고 가선 안 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토머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감축 위협은 협상의 지렛대를 얻겠다는 의도인 동시에 선거용”이라고 분석했다.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KEI)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에 주한미군 감축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주둔 미군이 너무 많다고 보고,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에 주한미군 감축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오산기지를 방문해 주한미군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photo USFK

   의회 국방수권법이 ‘대못’이 아닌 이유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주한미군 감축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의회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회는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서 주한미군 규모를 2만 2000명으로 규정했으며, 현행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은 물론 의회가 논의 중인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도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인 2만8500명 이하로 감축할 경우 승인을 받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특히 중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한다는 것은 중국의 영향력만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한국에서 미군을 빼낸다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도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한 사례가 상당히 많다. 주독미군 감축은 국방부 및 외교안보 라인의 고위 관리들 대부분이 모르는 상태에서 결정됐고, 논의 과정에서 당사국인 독일에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게다가 국방수권법이 주한미군 감축을 막을 수 있는 ‘대못’은 아니다. 현행 NDAA에는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과 협의할 것’ 등의 예외 조항들이 있다. 국방장관이 이런 조항들을 입증하면 주한미군 감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많은 돈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실제로 꺼내들 수도 있다. 한·미는 지난해 대비 13%를 인상하는 협상 유효기간 5개년 안(한국)과 2020년 분담금 13억달러 협상 유효기간 1년 안(미국)을 서로 최종 제안이라고 제시한 뒤 협상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제시한 분담금 증액안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을 3개월 앞두고 지지율이 저조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미군에 이어 실제로 주한미군 감축을 재선용 카드로 삼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집권 1기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삼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 성향으로 볼 때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에스퍼 국방장관이 지난 7월 21일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화상 세미나에서 “한국에서 군대를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면서도 “전 세계 미군 병력을 검토하고 최적화돼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에스퍼 장관은 “미군의 더 많은 순환배치를 계속 원한다”면서 “세계적 도전 대응에 있어 미국에 더 큰 전략적 유연성을 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의 이런 발언은 의회 등의 반대를 고려할 때 주한미군을 감축하기는 어려운 만큼 순환배치 규모의 축소를 통해 병력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을 의미할 수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결심만 하면 주한미군 병력 중 6000여명은 당장 줄일 수 있다. 주한미군은 대부분 지휘·행정, 항공기·포병 등 전투 지원부대로 이뤄져 있고, 전투부대는 9개월 순환부대인 육군 2사단 예하 1개 기갑여단밖에 없다. 2사단은 보병여단, 기갑여단, 항공기갑여단, 화력여단 등 4개 여단으로 구성돼 있는데, 보병여단은 이라크전에 투입된 이후 본토로 돌아갔다. 기갑여단은 2015년 해체됐다. 대신 미군은 본토에서 기갑여단을 9개월 단위로 한국에 순환배치하고 있다. 미군이 현재 배치된 기갑여단을 교대하는 순환부대를 파견하지 않으면 사실상 병력을 감축하는 셈이 된다.
   
   주한미군은 그동안 북한이 남침할 때 예상되는 주요 길목에 배치돼 이를 저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이 이른바 ‘인계철선(tripwire·引繼鐵線)’으로서 전쟁을 억지해왔다. 미국은 미군의 역할을 인계철선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한국의 입장에선 미군이 이런 역할을 담당해야 안보를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2사단 기갑여단이 순환배치되지 않는다면 지상군 전투부대가 없어지면서 인계철선이 완전히 없어진다. 한국의 입장에선 안보에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순환배치된 기갑여단은 최신형 전차인 M1A2 SEPv2 90여대와 보병전투장갑차 M2A3 90여대 등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연합훈련의 일환으로 부교 설치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US Army

   ‘강 건너 불구경’인 문재인 정부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도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한국으로부터 방위비를 더 받아내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블러핑(허풍)’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물론 국방부와 외교부는 앵무새처럼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심지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주한미군 감축 상황이 오면 이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카드로 쓸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너무 과도하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핵전력 고도화에 대비해 주한미군 전력을 증강하지는 못해도 감축은 막아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내심으론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바라는 듯하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놓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대북 제재를 해제하려는 청와대의 일방적인 행동과 위험한 반미(反美) 의식, 평양에 대한 포용 정책 등도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무튼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상징이며, 북한의 군사 도발을 억지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해주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을 문재인 정부는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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