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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2호] 202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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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백신의 최대 적은 ‘인포데믹’? 다국적 연구진이 분석한 코로나19 음모론

김회권  국제·IT 칼럼니스트 judge003@gmail.com

▲ 지난 8월 16일(현지시각) 코로나19가 재확산한 스페인에서 정부의 제한조치에 반대하고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시위가 열렸다. photo 뉴시스
“사랑제일교회 신자는 보건소에서 검사하면 음성도 양성이 된다.” “검사한다면서 균을 넣는다.” 지난 8월 15일을 기점으로 소셜미디어에서 퍼진 소문을 두고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명백히 가짜뉴스다”라고 반박했다. 잘못된 정보로 검사 공백이 생길지 모르고 전염병 확산에 불을 붙일 수 있기에 재빨리 나온 대응이었다. 한시가 급할 때 코로나19 검사를 지연하거나 회피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건 끔찍한 결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현명하게 대처했다는 K방역 속에서도 잘못된 정보를 믿고 코로나19를 확산시킨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월로 거슬러 가보면 경기도 성남시 은혜의강교회는 ‘소금물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었다. 예배를 보러 오는 교인들을 위해 소금물을 담은 분무기를 준비했고 입장하는 신도들 입안에 일일이 노즐을 넣고 뿌렸다. 그렇게 사용된 분무기는 소독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들어갔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분무기가 서울 광진구의 한 확진자 입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소금물의 효력을 잘못 믿은 결과로 이 교회에서는 6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교회발 대량 감염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됐고 최근에는 국제 학술지에도 이 사례가 올랐다. 8월 10일 미국의 열대의학·위생학회(ASTMH) 학술지에 실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인포데믹과 공중보건상 영향’이라는 논문에는 이 은혜의강교회 사건이 등장했다. 논문은 부적절하고 잘못된 조언을 따르는 조직의 사례로 이 사건을 들추어냈다.
   
   
   메탄올 마시고 낙타 소변도 마시고
   
   지금 같은 팬데믹 때 확인된 정보처럼 퍼지는 거짓말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지난 8월 4일 옆 나라 일본에서는 포비돈요오드가 배합된 가글액이 불티나듯 팔려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같은 날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가 기자회견에서 이 가글액이 “코로나19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시민들의 사재기가 시작됐다. 전문가들이 잘못된 정보라고 지적하고 나서자 그는 다음 날 발언을 번복했다. 이처럼 전염병이 초래하는 팬데믹은 사회 혼란을 가져오고 경제에도 영향을 주며 잘못된 정보의 범람, 즉 인포데믹(infodemic)도 낳는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인데 ‘정보전염병’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미국 전략분석기관인 인텔리브리지(Intellibridge)의 창립자 데이비드 로스코프가 2003년 5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단어다.
   
   새로운 유행병이 퍼질 때는 바이러스만 상대할 수 없다. 위기가 오면 정보 수요가 폭증한다. 이 때문에 함께 유행하는 또 다른 전염병인 인포데믹은 공중위생의 성공을 가로막는 가장 강력한 도전자다. 그나마 가글액 사재기는 정보의 출처라도 명확하고 곧바로 번복돼 더 큰 혼란을 막았지만 인포데믹의 대부분은 여기저기를 돌고 돌면서 그 출처조차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앞선 ASTMH가 발간한 논문은 표백제를 마시면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는 이야기부터 코로나19가 자연발생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생화학무기라는 음모론까지 총 87개국, 25개 언어로 된 2311건의 소문과 음모론을 담았다. 2019년 12월 31일부터 2020년 4월 5일까지 떠돈 이야기들인데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서구권으로 퍼져나갔을 때와 맞물린다. 논문을 펴낸 국제연구팀은 추적한 정보들 중 24%는 질병과 전염·사망률, 19%는 백신과 치료, 15%는 코로나19의 발생원인에 관한 것으로 분류했다. 이런 인포데믹은 그 의도가 선하더라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대부분은 이런 상황에서 해를 끼친다.
   
   연구팀이 가장 주목한 해악은 인명피해다. 검증되지 않은 가짜 예방법·치료법에서 시작한 사건이 많다. 지난 3~4월 ‘고농도 알코올을 마시면 바이러스를 소독할 수 있다’는 얘기가 이란에서 퍼지자 사람들은 메탄올을 구해 희석해서 마셨다.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는 술을 판매하는 게 불법이지만 사람들은 암시장까지 찾아가 메탄올을 구해 마셨다. 그 대가는 컸는데 5900명 이상이 입원했고 8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60명 이상이 실명했다. 일부 지역은 코로나19 사망자보다 메탄올중독 사망자가 더 많을 정도였다. 인접한 터키에서도 메탄올 복용으로 3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인도에서는 틱톡에서 본 잘못된 코로나19 예방법을 믿은 두 가족이 독말풀로 만든 술을 마신 뒤 정신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실려갔다. 다행히 적절한 치료를 받고 퇴원했는데 어린이 5명을 포함해 12명이 잘못된 정보를 믿었다가 화를 당할 뻔했다.
   
   
▲ 백신을 둘러싼 음모론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회장을 두고 바이러스를 이용해 지배구조를 공고화하려는 세력으로 묘사하곤 한다. photo 뉴시스

   음모론자들의 연결고리 ‘빌 게이츠 음모론’
   
   기적의 예방법도 세계 곳곳에서 활용됐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낙타의 소변을 마시는 일이 적지 않게 벌어졌다. 이들은 과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했을 때도 검증되지 않은 이 방법을 사용했다. 이런 풍습은 종교의 영향을 받았다. 이슬람 경전인 ‘하디스(Haidth)’에는 “선지자는 풍토병을 앓고 있는 부족에게 낙타유와 낙타 소변을 마시라고 말했고, 이를 따른 사람들은 건강해졌다”라는 문구가 있다. 경전에 적힌 대로 관습을 잘못 따른 사례다.
   
   개인이 아닌 공무원이 코로나19 예방에 염소를 사용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인도 북부에 위치한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는 고향으로 돌아온 이주노동자들을 모아놓고 소독하는 일이 벌어졌다. 방역복을 입은 공무원이 사람들을 줄지어 웅크려 앉게 한 뒤 염소와 물을 섞은 혼합액을 호스와 연결해 뿌렸다. 이런 일이 19차례나 있었고 염소 섞은 물을 맞은 사람이 5000여명에 달했다. 염소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소독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왔는데 표면만 소독하는 염소가 해법이 될 순 없다.
   
   혹시나 내가 코로나19에 걸린 게 아닐까 의심을 한다면 누구나 자가진단법을 찾아볼 법한데 여기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법들이 잇따른다. 한때는 10초 이상 숨을 참아보고 불편함이 없다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는 자가진단법이 유행했다. 전문가들이 폐의 기능을 특정 질환과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고 말하던 방법이다.
   
   세계적 대재앙에는 항상 음모론이 뒤따랐다. 흑사병이 위세를 떨치던 14세기 유럽에서는 유대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어 병이 번졌다는 음모론이 퍼졌고 그 결과 많은 유대인이 학살됐다. 논문에 등장하는 코로나19에 관한 음모론은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스토리들이다. 코로나19 발병이 시작된 뒤 발병의 기원을 좇아 국제적 논쟁이 펼쳐지면서 중국이나 이란, 러시아, 영국, 미국 등에서는 여러 음모론이 돌았고 일부는 세계로 퍼졌다. 대표적으로 중국이 생화학무기로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주장인데 ‘리틀 트럼프’라고 불리는 미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이 이 음모론을 미는 대표적 인물이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인의 23%가 이 생화학무기 음모론을 믿고 있다. 표적이 된 중국은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가져왔을 수 있다며 음모론으로 반격했는데 이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올린 내용이었다. 이 트윗 때문에 우한에 갔던 미군으로 지목받은 여군무원은 중국 네티즌들에 의해 신상이 털리며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백신도 음모론의 좋은 소재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이미 백신이 개발돼 있으며 팬데믹은 이 백신 판매를 위해 벌어진 일이다”라는 주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팝스타 마돈나는 최근 이런 음모론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주장했다가 내용을 삭제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백신 관련 음모론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마치 부두인형(Voodoo doll)처럼 자주 등장한다. 바이러스의 위험을 일찍부터 설파하고 다녔던 그는 음모론자들에게 세계 엘리트 그룹을 이끄는 검은 그림자의 수장이며 코로나19를 활용해 인구 조절에 나선 설계자다. 뉴욕타임스와 미디어 분석 업체인 지그널랩스의 조사에 따르면 2월부터 4월까지 TV와 소셜미디어에서 코로나19와 빌 게이츠 관련 음모론이 언급된 횟수가 무려 120만번이 넘었다. 많은 게 불확실한 전염병이 돌기 시작하자 불확실함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 연결고리를 메우기 위해 빌 게이츠를 활용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백신 접종 안 하면 사람들 계속 죽어간다”
   
   거짓과 음모론에 집중할수록 피해가 커진다는 건 역사가 증명해왔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에이즈의 원인이 아니라는 음모론이 떠돌 때 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에이즈는 가난과 영양실조 탓에 생기는 병”이라고 주장하며 음모론에 동참했다. 에이즈 예방을 위해 권장하던 콘돔은 흑인 인구를 줄이기 위한 백인들의 계략으로 치부됐고, HIV 치료법인 항레트로바이러스는 인간에게 독성이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여기에 편승해 의학적 치료보다 마늘과 홍당무를 활용한 민간요법을 치료법으로 장려했다. 그 결과 에이즈는 2000~2005년 남아공에서 30만 명이 넘는 생명을 앗아갔다.
   
   좀 더 최근에 음모론 대상이었던 에볼라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닮은 점이 있다. 2014~2016년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대유행을 하며 1만명 넘는 사람들을 죽게 했던 에볼라바이러스는 CIA(미 중앙정보국)가 아프리카 인구를 줄이기 위해 만든 생화학무기라는 얘기가 소셜미디어에서 떠돌았고, 시에라리온 동부 지역에선 정부가 반대파의 근거지인 동부의 인구를 줄이기 위해 에볼라를 퍼뜨린다는 유언비어가 빠르게 번져나갔다. 이 때문에 발원지인 시에라리온에서는 정부가 검사하기 위해 데리고 간 주민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구호 차량만 봐도 사람들이 도망갔다. 국가에 따라 치사율이 25~90%에 달하는 이 전염병에 의료진들이 발 빠르게 대처하는 건 상당히 애를 먹는 작업이었다.
   
   연구진이 걱정하는 지점 중 하나도 이 부분이다. 이런 가짜 정보들이 마치 남아공처럼, 백신을 거부하는 데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는 건 앞으로 다가올 큰 위협이다. 백신 개발에 관해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오지만 백신이 나오더라도 접종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은 의외로 적지 않다. 국경이 없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는 전 세계인이 백신을 맞는 게 중요하지만 당장 미국인들부터 저항한다. CNN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5월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33%는 코로나19 백신이 저렴한 가격에 보급돼도 접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8%는 빌 게이츠가 코로나19 백신을 이용해 마이크로칩을 세계인의 몸에 심으려고 한다는 음모론을 믿고 있었다. 영국에서도 백신을 거부하는 비율이 28%나 됐다. B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빌 게이츠는 “백신이 개발되면 전 인류의 80%가 맞아야 한다. 뭔가 음모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이 전염병으로 계속 죽게 된다”고 말했다. 그의 걱정을 가볍게 지나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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