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6일 제3차 봉쇄 조치가 내려진 영국 런던의 피카디리광장. 평소와 달리 행인이 거의 없다. ⓒphoto 뉴시스
지난 1월 6일 제3차 봉쇄 조치가 내려진 영국 런던의 피카디리광장. 평소와 달리 행인이 거의 없다. ⓒphoto 뉴시스

영국은 지난 1월 5일을 기해 전국이 다시 전면 봉쇄(blanket lockdown)에 들어갔다. 그래도 영국인의 삶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상시나 다름없어 보인다. 길거리에 자동차만 좀 줄었을 뿐 동네 산책객들은 여전하다. 지난해 3월 23일부터 7월 4일까지 3개월12일간 지속된 1차 봉쇄 이후 세 번째 봉쇄이니 무덤덤할 만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쇄는 봉쇄다. 3차 봉쇄 기간에도 슈퍼마켓, 주유소, 자동차 수리소 같은 실생활과 연관된 업체를 제외하고 카페, 펍, 미장원, 이발소, 체육관, 수영장, 극장, 서점을 비롯한 각종 상점은 물론 레스토랑까지 다 문을 닫는다. 운동, 생필품 구매, 병원 출입 등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외출해도 갈 곳이 별로 없다. 외출이 전면 금지되지 않았다 뿐이지 일상생활이 완전히 정지되었다고 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도 영국인들의 얼굴에서는 전혀 위기의식을 느낄 수 없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행인들의 눈인사도 여전하다. 봉쇄를 견뎌내는 그들의 의지도 굳건함을 알 수 있다.

1320만명 백신 접종할 때까지 3차 봉쇄

현재의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지속된다면 이번 봉쇄 조치는 최소한 2월 말까지는 계속되리라는 예상이다. 영국의 확진자 숫자는 1월 5일 6만명을 돌파하는 등(6만916명, 사망 830명) 신기록을 매일 경신하는 중이다. 우리나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영국 수석의학사무관이 12월 27일부터 1월 2일까지 영국 인구의 2.6%인 110만명이 코로나19에 걸려 있었다는 추정치까지 내놓아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110 만명에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생사가 오가는 위중증 환자부터 무증상 보균자까지 포함돼 있다. 무증상 보균자는 자신에게 바이러스가 있는지도 모르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사실 봉쇄 조치가 가장 필요하다.

이번 전면 봉쇄는 요양소 연금생활자, 병원 의료진, 70세 이상과 기저질환자 같은 코로나19 취약계층 1320만명이 백신 접종을 끝마치는 2월 말에나 가야 해제될 전망이다. 봉쇄가 발표된 1월 5일까지 영국인 50명 중 1명꼴인 130만명이 백신 접종을 마쳤다. 특히 80세 이상 영국인 중에서는 23%인 65만명이 이미 1차 접종을 마쳤다. 놀랍도록 빠른 속도이다. ‘희망작전(Operation Hope)’이라고 불리는 백신 접종이 군사작전처럼 일사불란하게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2021년 한 해도 코로나19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영국 언론은 1975년 이후 처음으로 ‘이중 불경기(double dip recession)’가 도래하고 있다고 보도한다. 전면 봉쇄가 영국 경제에 매일 3억9000만파운드(5850억원)의 손해를 끼쳐 영국을 ‘재정 아마겟돈의 최후 대혼란’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한 싱크탱크의 통계도 보도됐다.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1709년 대혹한(Great Frost)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21년 1월에만 경제가 전년 대비 3%포인트 줄어들고, 1분기에는 3.5%포인트 감소할 전망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운데)가 수석의학사무관과 수석과학고문을 대동하고 매일 오후 진행하는 기자회견 모습. ⓒphoto 뉴시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운데)가 수석의학사무관과 수석과학고문을 대동하고 매일 오후 진행하는 기자회견 모습. ⓒphoto 뉴시스

재정 비상사태에 돌입한 영국

물론 영국 정부도 매달 GDP의 10%에 달하는 금액이 사라지는 전대미문의 충격으로 경제가 침몰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는 건 아니다. 유례없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는 중이고 추가 예산 집행도 예고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10개월간 2770억파운드(415조원)에 달하는 코로나19 예산을 집행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지난해 3월 이후 3번에 걸쳐 정부 채권 구입을 통해 4750억파운드(712조5000억원)를 투입했다. 이 예산은 기업들이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고 유지하게끔 기존 월급의 80%를 1인당 최대 2500파운드(375만원)까지 국가가 보조하는 데 쓰인다. ‘임시방편 월급 보조(furlough)’라 불리는 이 제도로 550만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매달 평균 55억파운드(8조2500억원)가 여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3월 1차 봉쇄 때 시작돼 오는 3월까지 유지될 예정이었던 이 제도는 3차 봉쇄로 더욱 연장될 전망이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대부분의 영국 월급쟁이들이 정부에 고용된 월급쟁이가 된 셈이다.

영국 재무장관은 3차 봉쇄를 하던 날 더욱 어려워질 경제를 위해 46억파운드(6조90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5억9000만파운드(8850억원)를 들여 소매업과 호텔, 식당 같은 환대 산업과 여가 산업에 업체당 최대 9000파운드(1350만원)의 현금을 60만여 업체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급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돈은 갚지 않아도 된다. 또 5억9400만파운드(8850억원)를 지방 정부에 줘서 이미 폐업한 업체에 3000파운드를 지원해 주고 다시 문을 열면 매달 2100파운드를 추가 지원해서 재개업을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재무장관은 너무 방만한 예산 집행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46억파운드는 영국 GDP의 0.2%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이 정도로도 충분치 않은 비상 상황”이라고 비장한 표정으로 답변했다.

2021~2022년 영국 정부가 무려 4000억파운드(600조원)라는 엄청난 금액을 공공부문차입(public sector borrowing) 형식으로 빌려야 국가가 ‘가라앉지 않고 견딜 것(bailouts)’이라는 경고도 나온 상태다. 2021년 3월로 회계연도가 끝나는 2019~2020년 영국 정부 차입 총액은 4000억파운드(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문 기관들은 전망한다. 현재까지의 영국 정부 누적 차입금은 2조파운드(3000조원)에 이른다. 2002년까지만 해도 GDP의 20% 이하에 머물던 공공부문 국가 채무비율은 2005년 20%를 넘기 시작한 후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중이다. 2009년 40%를 돌파한 이 수치는 2020년에는 100%에 이를 전망이다. 2013년부터는 이 중 일부를 영란은행이 부담하기 시작해 2020년에는 전체 2조파운드 중 10%인 2000억파운드(300조원)를 국가가 영란은행으로부터 빌리는 비상 사태에 들어갔다. 영국 재정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비상 사태이다.

매일 열리는 총리 기자회견의 효과

영국 언론이나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국가 재정 파탄을 우려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정부의 경제 부양조치가 결국 자신들이 낸 세금을 돌려받는 것 아니냐며 편하게 받아들인다. 코로나19로 목숨이 왔다갔다 할 상황에서도 정부가 각자도생하라면서 자신들을 내팽개치지는 않는다는 신뢰도 보내고 있다. 여기에는 최고지도자에 대한 믿음도 나름 역할을 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해 1월부터 거의 매일 오후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좁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직접 열고 있다. 다른 장관이나 보좌관 배석 없이 수석의학사무관(CMO·Chief Medical Officer)과 수석과학고문(CSA·Chief Scientific Advisor) 딱 2명과만 같이 나와 사전 질문서도 받지 않고 돌발 질문에 대답한다. 영국 기자들만 참석하는 이 기자회견은 국민들로 하여금 코로나19 환란 중에도 정부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게 하는 가장 좋은 시책으로 평가받는다. 정부의 자세한 예산 내역 공개와 솔직하게 문제를 인정하는 태도 등이 불안한 국민을 그나마 안심시켜 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과감한 투자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 개발에도 착수했다. 그 결과 나온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가격이 화이자 백신의 5분의 1에 불과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다. 또 화이자 백신과 달리 상온 보관도 가능하다. 이런 백신을 적시에 개발, 공급하게 만든 것도 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있다. 또 영국에서는 3456개의 공립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11~18세의 청소년 340만명에 대한 코로나19 전수 검사도 실시했는데 이 조치도 국민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봉쇄조치 중에 학교가 휴교를 해도 의료진과 의료기관 종사자와 소방관, 경찰 같은 주요 긴급요원 자녀들은 학교 등교가 가능하다.

물론 지난해 초 코로나19 방역에 늑장을 부려 사태를 악화시킨 정부의 책임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더군다나 존슨 총리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되어 중환자실에서 투병한 일은 지금도 놀림감의 대상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여름 코로나19 사태가 조금 가라앉자 성급하게 경기부양 정책을 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실제 영국 정부는 지난해 8월과 9월 두 달 동안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간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정부가 음식값의 50%를 1인당 최대 10파운드씩 보조하는 부양책을 펼쳤다. 식당들이 거의 죽어가는 시점에 취한 비상 조치였다. 이 조치 덕분에 9만여개의 식당에 5억파운드의 정부 보조금이 투여된 1억건의 외식이 몰렸다.

지난 1월 4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영국에서 최초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월 4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영국에서 최초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photo 뉴시스

작년 8~9월 외식 보조금의 후폭풍

그러나 성급한 경기부양 조치가 부른 대가는 너무 컸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9월과 10월 초부터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11월 5일부터 12월 5일까지 방역 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리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 계획이 지난해 10월 31일 언론에 누설되는 바람에 더 큰 화를 부르기도 했다. 이 보도를 보고 영국인들이 잽싸게 ‘5일간의 자유(five days of liberty)’를 즐긴 것이다. 이 5일 동안 젊은이들이 식당으로, 펍으로 몰려가서 마지막 자유를 즐긴 탓에 한 달간의 봉쇄 조치 효과가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또 영국 정부는 유럽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까지 봉쇄로 보낼 수 없다는 여론에 밀려 12월을 느슨한 통제로 보내기까지 했다. 그 결과가 다시 3단계 봉쇄까지 부른 최악의 확진자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영국도 이제는 마스크 착용을 법으로 강제한다. 그러나 실내만 의무 착용이고 실외는 강제하지 않는다. 그래서 길거리 행인의 절반 이상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특히 교외로 나가면 3분의 2이상이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슈퍼마켓이나 상점들은 경비원들이 있어 마스크 미착용자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지만 버스나 지하철 승객 중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타는 승객이 가끔 있다. 왜 그들을 단속하지 않느냐고 지하철 종사원들에게 물으면 자신들은 저지할 권한이 없다고 답한다. 오로지 경찰들만이 권한이 있는데 타지 말라고도 할 수 없고 내리라고도 할 수 없어 경찰을 불러야 한다고 답한다. 사실 영국에는 하숙인을 내보낼 권한도 경찰밖에 없다. 집 주인이 월세를 안 내는 하숙생들을 들이지 않기 위해 방문 자물쇠를 바꾸면 불법이다.

개인의 자유와 공공의 안전 중 어디에 더 방점을 찍느냐는 것은 해당 국가의 국민들이 결정할 문제이다. 결국 영국은 자신들이 무엇보다 중시하는 자유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영국인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부른 참혹한 현실에도 초연하다. 하루에 6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와도 겉으로는 차분하다. 타인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 인상을 약간 찌푸릴 뿐 ‘소란을 피우지(make a scene)’ 않는다. 소란이 바로 영국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일이다.

어쩌면 영국인들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소리 없는 전쟁’을 영국인답게 치르고 있는지 모른다. 영국인들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은 ‘역경을 맞으면(face adversity)’ ‘평상시처럼(business as usual)’ ‘꾹 참고(stiff upper lip)’ ‘허둥대지 않고 언제나처럼 헤쳐나간다(keep calm and carry on)’이다. 영국인들에게 코로나19 사태는 자신들이 겪었던 끔찍한 전쟁과 테러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희망의 대상에 불과할지 모른다.

2차대전 때 구호 다시 등장한 영국

영국인은 기독교도답게 운명론자들이다. 그래서 일어날 일은 어찌 됐건 일어나고 때가 되면 지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호들갑을 떤다고 더 일찍, 더 쉽게 지나가지 않는다는 지혜를 갖고 있다. 그 지혜는 체험으로 습득한 것이 아니라 이미 유전자 속에 들어 있는 듯하다. 전문의가 암 선고를 해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영국인이 많다. 어디 가서 의사의 2차 소견을 받으려 하지도 않는다. 사실 받을 곳도 별로 없다. 마찬가지로 하루에 6만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전국이 봉쇄에 들어가도 자신들의 생활 반경 내에서 체념한 채 즐길 것은 즐기고 수용한다. 코로나19 사태 초창기인 지난해 3월 16일 자 주간조선 2292호에서 필자가 기고한 대로 이런 태도는 아무리 노력해도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현실에 순응하는 제도적 포기일 수도, 인간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고 하늘이 정해준 시련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기독교적 운명론이 곁들여진 생사관일 수도 있다.

전국적인 3차 봉쇄에도 불구하고 영국인들의 일상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여행도 못 가지만 평상시처럼 그들의 3대 취미인 ‘정원 가꾸기, 집안 꾸미기, 자동차 수리’로 소일하고 있다.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어서 그런지 살인적인 런던 집값은 오히려 변화를 보이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런던 시내 주택이나 아파트는 값이 브렉시트로 인한 영향과 함께 코로나19 사태로 하향세를 보인 반면 출퇴근이 용이한 대도시 근교의 주택값이 오르고 있다.

영국인들이 봉쇄 조치를 했을 때 가장 끔찍하게 생각하는 것은 펍 출입을 못한다는 사실이다. 영국인의 삶에서 구원(救援) 같은 세 개의 숨구멍이 있다고 얘기하는데, 그중 하나가 펍이고 나머지가 축구 구경과 취미생활이다. 이렇게 중요한 펍을 못 가게 되니 삶이 피폐해졌다고 얘기들을 한다. 그래서인지 나머지 두 개의 숨구멍인 축구와 취미생활로 관심이 몰리고 있다. 다행히 1차 봉쇄 때와는 달리 프로스포츠는 무관중으로도 계속 열린다는 소식에 조금 안도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영국 언론이나 소셜미디어에는 2차대전의 어려움을 견딜 때나 쓰던 말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턱을 들어올리고) 기운 내서(chin up)’ ‘(역경이 있어도 중단하지 말고) 계속해 나가자(got on with it)’ ‘겁쟁이처럼 굴지 말고 남자답게 계속해 나가자(Don’t be a wuss, man up, get on with it)’ ‘위기에 대처하자(rose to the occasion)’ ‘지지 말고(refusing to crumble)’ 같은 말들이다. 환란의 시대에 서로를 격려해 가며 고난의 시간을 이겨내자는 다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말이 있다. 바로 ‘우유배달부가 평상시처럼 우유를 문 앞에 가져다 놓는다(a milkman continuing his deliveries, business as usual)’라는 말이다. 이 말 앞에는 ‘(독일군의) 공습 중에도(During Blitz)’라는 말이 원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굳이 그 말이 있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안다. 독일군의 극심한 공습 중에도 평소 하던 일을 계속 해냈다는 ‘블리츠정신(Blitz Spirit·공습 당시 정신)’이 영국을 단결시켰듯이 코로나19도 힘을 합해 이겨내자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런던 시내 가장 큰 건물이던 세인트폴 성당이 독일군의 공습에도 살아남아 연기 속에서 우뚝 선 모습이 ‘블리츠정신’의 상징이었다. 3차 봉쇄를 맞은 영국인들은 ‘집에 머물면서 건강보험제도를 지켜내며 생명을 살리자(Stay home. Protect the NHS. Save Lives)’는 구호를 되뇌며 코로나19와의 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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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하 재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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