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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호]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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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의 과학자들]송주혜 기초과학연구원 혈관연구단 연구위원

“감염 확산의 통로 림프관은 블루오션”

최준석  선임기자 

photo 조현호 영상미디어 기자
송주혜 기초과학연구원 혈관연구단(단장 고규영) 연구위원은 면역학자이다. 지난 5월 24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카이스트 생명과학관 건물에서 만난 송 박사는 “몸의 일부분에서 시작된 감염이 온몸으로 퍼지는 게 문제다. 그렇게 되면 손을 쓸 수 없다. 그런 전반적인 염증 반응을 막을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혈관과 림프관이라는 순환계는 감염이 온몸으로 퍼지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혈관은 알겠는데, 림프관은 낯설다. 송 위원은 혈관이 체내 상수도관이라면, 림프관은 하수도관에 비유할 수 있다고 했다. 노폐물과 병원균을 처리하는 통로라는 것이다.
   
   송 박사는 경북 포항에 있는 한동대 생명과학과 98학번. 석사과정까지 한동대에서 마치고 고려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박사과정 때 국제백신연구소(IVI)에서 2009년까지 4년간 일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유엔 산하 기관으로 서울대 교내에 있다.
   
   “전반적인 염증 반응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죽어간다는 걸 국제백신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알았다. 후진국 현지에 다녀온 연구자가 국가별 희생자가 얼마나 되고, 백신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얘기했다. 그걸 보고 기초 연구가 인류에 필요하다고 절감했다.”
   
   송 박사가 면역학자의 길에 접어든 건 석사과정 때이다. 체내 1차 방어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점막(粘膜) 면역’을 공부했다. 예컨대 호흡기, 소화기, 생식기에 점막이 있다. 바이러스, 박테리아, 그리고 사스(SARS)도 이곳을 통해 침입한다. 박사논문 주제는 국제백신연구소 경험에서 나왔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주사기가 문제를 일으킨다. 반복 사용이 감염을 일으킨다. 약물을 투여할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송 박사는 입안의 혀 아래에 알약과 같은 걸 놓고 녹여서 체내에 흡수되게 하는 ‘설하(舌下) 투여 독감 백신 점막 접종법’을 연구했다. 그는 “혀 밑에는 혈관이 많이 모여 있다.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약물이 림프절로 이동해 감염된 부분을 치료하게 하는 새로운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박사학위를 받고 다음해인 2010년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 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소화기내과로 연구하러 갔다.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은 2015년도 미국 최고의 병원으로 평가받은 바 있는, 연구 중심 병원이다. 송 박사는 이곳에서 4년을 머무르며, 장내 혈관 옆에 있는 대식(大食)세포를 연구했다. 대식세포는 먹성이 좋아 병원체를 삼키는 면역세포다.
   
   “미국에서는 크론병이 큰 문제다. 장과 같은 소화기에서 염증이 생겨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는 병이다. 전반적인 염증 반응이 장에서 일어나면 환자는 계속 설사를 한다. 치명적일 수 있다. 대장암으로 진행돼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런데 치료 방법이 없다.” 한국에서도 식단이 서구화하면서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IBD·Inflammatory Bowel Disease)이 늘어나고 있다.
   
   음식을 섭취하기에 장에는 외부 물질이 많다. 박테리아와 같은 장내 미생물, 음식물, 병원체가 있다. 장은 외부 물질을 쉽게 흡수할 수 있는 구조이다. 영양분 등 필요한 것 말고 몸에 해로운 물질도 비집고 들어올 수 있다. 몸의 면역체계는 이 중 병원균을 식별해서 공격한다. 이게 망가진 게 ‘자가면역 질환’이다. 병원균뿐 아니라, 영양분과 같은 의미 없는 단백질에 대해서도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장의 혈관 옆에는 특히 대식세포가 많다. 이 대식세포가 체내 혈관에서 오는 물질과, 장을 통해 들어오는 체외 물질 두 가지를 모두 검사한다는 걸 송 박사는 처음으로 밝혀냈다. 그 결과 장의 대식세포는 장의 염증 반응을 조금 더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논문을 2013년에 썼고, 이 논문이 면역학계 학술지인 ‘이뮤니티(Immunity)’에 실렸다. 학술지 평가기준인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피인용지수) 19.748인 권위 있는 학술지에 실린 큰 성과였다.
   
   
   림프관은 시스템 감염 막을 열쇠
   
   한국에 돌아와 삼성종합기술연구원에서 2년간 일한 후 2016년 대전에 있는 기초과학연구원 혈관연구단에 합류했다. 혈관연구단에서 최근까지 한 연구는 장내 ‘세균총’이라고 불리는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에 관한 것이다. 장에는 박테리아가 많이 산다. 위장 바로 아래쪽에는 1000~1만개, 소장에는 100만개가 있고, 대장에 가면 10억개가 있다. 이 마이크로바이오타의 유무에 따라 혈관이나 암죽관(lacteal·림프관) 모양이 바뀌고, 모양이 바뀌면 체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를 송 박사는 연구했다.
   
   쥐에 항생제를 투입해 장내 미생물을 제거했다. 그런 뒤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건강한 보통 쥐와 암죽관 크기를 비교했다. 암죽관은 장내에 울퉁불퉁한 융모 혹은 융털이라는 조직 안에 들어 있다. 송 박사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건강하면 암죽관이 융털 안에 잘 서 있다. 그런데 항생제로 장내 미생물을 죽인 쥐의 경우에는 암죽관이 절반 정도로 짧아져 있었다”고 말했다.
   
   암죽관은 왜 짧아졌을까? 송 박사는 대식세포와 마이크로바이오타, 암죽관 세 개의 관계를 살폈다. 항생제를 투입하면 대식세포의 수도 줄어들었다. 대식세포는 장내 박테리아 생태계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대식세포가 장내 박테리아를 인지하면 혈관과 림프관이 잘 자라도록 성장인자(growth factor)를 보냈다. 그런데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건강하지 못하면, 대식세포가 내보내는 성장인자 분비가 줄어들어 암죽관이 짧아진다는 게 송 박사가 지금 준비하는 논문의 내용이다. 그는 “면역세포와 혈관, 림프관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 박사는 “림프관은 연구자 입장에서 보면 블루오션”이라고 했다. 혈관은 어느 정도 연구되어 있다고 해도, 림프관 연구는 활발하지 않다. 그는 “림프관은 단순 노폐물 처리 통로가 아니며 어떤 면역 억제 기능을 하는지 파고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몸의 1차 방어 체제인 면역세포만을 연구할 게 아니라, 감염 확산의 통로가 되는 혈관과 림프관을 같이 타깃으로 하면 ‘시스템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송 박사는 림프관 내 면역시스템 연구 얘기를 하는 건 조심스러워했다. 연구 내용 보안 때문인 듯했다. 송 박사는 림프관 내 표면단백질 중 면역제어 기능을 한다고 생각되는 게 있다고 했다. 송 박사는 그걸 자세히 알고 싶다고 했다. 기사에 쓸 수 없었지만, 그는 곧 뭔가를 알아낼 것 같았다. 면역학은 낯선 분야여서 송 박사 설명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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