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대덕의 과학자들] 박형석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 kakao 플러스친구facebooktwiteryoutube
  • 검색
  1. IT/과학
[2516호] 2018.07.16
관련 연재물

[대덕의 과학자들]박형석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CT 속 흐릿한 영상 ‘수학’으로 살려낸다

최준석  선임기자 

photo 최준석
박형석(36) 박사는 의료영상을 연구하는 수학자다.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국가수리과학연구소(소장 정순영) 바이오의료영상-컴퓨팅연구팀 선임연구원. 지난 6월 20일 그를 만났을 때 ‘의료영상’과 ‘수학자’의 접점이 어딘지 궁금했다. 의료영상은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X선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말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의료 영상 장비들이다. 박 박사는 연세대에서 의공학(Biomedical Engineering)과 수학을 복수전공했고(02학번), 계산과학공학과 대학원에서 2015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MRI나 CT 영상이 항상 깨끗하게 나오는 건 아니다. 몸에 임플란트, 인공고관절, 코일, 와이어를 삽입한 사람이 많다. 이 부위를 촬영하면 주변에 ‘인공물(artifact)’이 낀다. 줄이 생기거나, 그림자가 지거나, 혹은 밝게 나온다. 그렇게 되면 영상을 제대로 판독할 수 없어 병변을 찾아낼 수 없다.”
   
▲ 금속이 몸안에 있으면(첫 번째 사진), 줄무늬와 같은 인공물이 낀다(네 번째 사진). CT 사진에서 줄무늬가 나타난다(두 번째 사진). 동그란 게 금속이다. 이를 제거하면 깨끗한 CT 영상을 얻을 수 있다(세 번째 사진). photo 박형석

   MRI나 CT 영상에 그런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 박 박사는 내게 영상을 보여줬다. 흑백 영상 속에서 원들이 보였다. 금속 단면이다. 동그란 금속 단면들 사이로, 혹은 그 주변에 검은색 줄들이 어둡게 나타나 있었다.
   
   수학자는 깨끗한 의료 영상을 얻는 데 어떤 일을 하는 것일까? 그 일은 어려울 걸까? 박 박사는 “이런 걸 분석하고 제거하는 게 응용수학자인 나의 연구”라며 “인공물 보정 및 이미지 복원은 매우 어렵다. 완벽하게 해결하면 엄청난 일이다”라고 말했다.
   
   박 박사는 특히 CT 영상에서 금속에 의해 발생하는 금속인공물(metal artifact)을 연구한다. 인공물이 발생시키는 현상은 비(非)선형방정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지난 30년 동안 수학적 분석이 불가능했다. 비선형방정식은 풀기가 어렵다. 박 박사는 “내가 수학자로서 최초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X선 영상을 휴대폰 속에서 찾아 보여줬다. 영상 안에는 동그라미 몇 개가 있었다. 금속의 단면이다. “원들을 잇는 접점이 있다. 두 원을 수평에 가깝게 연결하는 접선 두 개와, 서로 교차하는 접선 두 개 형태가 발생하는 걸 볼 수 있지 않느냐? 방금 보여드린 건 바로 이 그림이다.”
   
   그의 연구는 2012년을 전후해 연세대 치과대학의 양악수술 권위자인 이상휘 교수가, 박 박사의 지도교수인 서진근 교수(계산과학공학과)를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이상휘 교수는 안면비대칭 환자를 치료하는 데 수학자의 도움을 받고자 했다. “양악수술을 하려면 가상 수술 계획을 세운다. CT를 찍고, 이미지를 3D로 복원하고, 턱을 이리저리 자르고 어느 정도 맞추면 되겠구나 판단한다. 그리고 수술실에 들어간다. 그런데 인공물을 몸에 갖고 있는 환자는 의료 영상이 깨끗하게 나오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레이저 스캐닝이라는 걸 한 번 더 한다. 인공물 때문에 안 해도 되는 걸 한 번 더 한다. 작업이 2~3단계 추가된다. 비용과 시간이 더 들어간다.”
   
   박사과정 학생이던 박 박사는 양악수술 전문가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2013년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수학자 빌 라이언하트 교수 연구실에 방문학자로 가서 3주일간 X선 CT를 연구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라이언하트 교수로부터 웨이브프런트셋(wavefront set)이라는 수학 개념 이야기를 들었다.
   
   웨이브프런트셋 개념은 난해했다. 스웨덴 수학자 라르스 회르만데르가 개발했다. 회르만데르는 1962년에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은 바 있다. 박 박사는 “그가 쓴 책 내용은 한 장을 읽기도 어려웠다. 이걸 조금씩 읽어나갔다”고 말했다. 박 박사에 따르면, 웨이브프런트셋은 푸리에 적분연산자에 의해 수학적으로 특이점(singularity), 즉 한 점이 툭 튀어나와서 어떻게 특정 방향으로 퍼져나가는가를 말한다. 그는 금속으로 인한 인공물 발생에는 세 가지가 있음을 알아냈다. 줄무늬는 두 금속 겉면을 연결하는 접선을 따라 발생한다. 매우 볼록한 금속물에서는 줄무늬 인공물이 생기지 않는다. 노이즈, 산란에 의해서도 줄무늬 인공물이 생긴다.
   
   맨체스터에 다녀오고 3년을 서진근 교수, 최재규 박사(중국 산둥대)와 함께 연구한 결과물이었다. 인공물 보정 알고리즘 논문이 2016년 의료영상 분야 상위 저널(IEEE Transection on Medical Imaging)에 실렸다. 인공물 발생 원리를 분석한 논문은 2017년 수학 분야 상위 1% 저널인 CPAM 저널에 실렸다. 이 두 개 논문 내용은 그의 박사학위 논문이기도 하다.
   
   그의 보정알고리즘은 ‘빔 경화 인공물 보정자(Beam Hardening artifact Corrector)’라는 방정식이다. 인공물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수식으로 표현한다. 금속물의 위치와 같은 정보를 보정자 수식에 대입하면 그 금속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공물 이미지가 나온다. 실제 환자를 찍은 영상 데이터에서 ‘빔 경화 인공물 보정자’로 얻은 값을 제거하면 깨끗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2016년 박 박사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 입사했다. 의료영상팀에는 수학자 8명과, 컴퓨터공학자 한 명이 일하고 있다. 박 박사는 연구소에서도 금속으로 발생하는 CT영상의 인공물 제거 연구를 계속해, 지난해 11월 민간 업체(대전 소재 기업 덕인)에 1억원을 받고 기술이전을 하는 성과를 올렸다. 수학연구소가 기술이전을 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수리과학연구소 개소 이후 처음이었다.
   
   요즘은 충남대 병원 의료영상과와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유선경·이정은 교수와 진행하는 연구는 ‘딥 러닝을 이용한 의료영상 노이즈 보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노이즈는 금속인공물에 의해서 발생하는 건 아니고 저선량(Low Dose)으로 인한 노이즈다. 최근에는 X선 과다 노출로 인한 위험성에 대해 사람들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충남대병원도 X선 촬영할 때 전에 비해 70%만 쏘라고 한다. X선이 충분할 때는 깨끗한 영상을 얻었는데 요즘은 영상의 품질이 떨어졌다. 딥러닝을 이용하면 그런 걸 보정할 수 있다.”
   
   박형석 박사는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수학자대회인 국제 역(逆)문제 학회에 주요 연사로 참석한다. X선을 단면 촬영해 3차원 이미지를 복원하는 CT 영상 촬영이 ‘역문제’의 한 예다. 밖에서 촬영해서 얻은 값을 갖고 내부 모습의 값을 찾는, 내부를 역으로 복원하는 게 CT 촬영이다. 박 박사는 자신을 응용수학자라며, “수학으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