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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2호] 201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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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LHC는 절반의 성공?”

한국 입자물리학자들 강원도에 모인 이유

최준석  선임기자 

▲ 스위스 제네바 지하에 있는 대형강입자충돌기(LHC) 내부. photo CERN
지난 1월 7일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에 한국의 입자물리학자들이 몰려들었다. 양운기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한국 LHC CMS그룹’과, 윤진희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한국 LHC 앨리스 그룹’이 각각 워크숍을 열었다. 기자는 한국 LHC CMS 대표로 일한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로부터 워크숍 얘기를 듣자마자 부리나케 물리학자들을 취재하러 갔다.
   
   LHC(Large Hardron Collider)는 유럽핵물리연구소(CERN)가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 지대의 지하에서 가동 중인 대형강입자충돌기다. 반경 27㎞의 터널에 만들어진 진공관 안에서 양성자와 양성자를 충돌시키는 실험을 한다. 양성자는 원자핵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입자다. 이번에 워크숍을 연 두 연구 그룹의 이름에 들어 있는 ‘CMS’와 ‘앨리스’는 LHC에 설치된 검출기를 뜻한다.
   
   양운기 교수는 이날 CMS 워크숍을 시작하면서 60명 가까운 대학원생 앞에서 한국CMS그룹이 지난해 이룬 성과를 자랑했다. 논문 수가 크게 늘었고, CMS그룹에 합류하는 기관과 학자 수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CMS 검출기를 이용한 입자물리학 연구가 한국에서 활발하다는 증거라고 했다.
   
   
   물리학자들이 우울증 걸렸다
   
   양 교수의 말대로 한국CMS그룹은 LHC에서 쏟아져나오는 데이터를 분석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LHC를 주목하는 세계 입자물리학계는 요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입자물리학계가 기대해온 ‘초대칭입자’(Supersymmetric Particles·물리학자들은 수지(SUSY)라고 줄여서 부른다)가 LHC에서 검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특히 이탈리아 물리학자 잔 주디체가 이끄는 CERN 이론물리학자들의 분위기가 밝지 않다고 한다. 이로 인해 “일부 이론가는 우울증에 걸렸을 정도”라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스위스 제네바 지하에 있는 LHC는 지난해 12월 3일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CERN의 웹사이트 홈페이지에 1월 15일 들어가 확인해보니 ‘LHC의 실시간 상태: 가동중지(Shutdown), 빔이 나오지 않고 있음(NO BEAM)’이라고 쓴 안내문이 크게 보인다. LHC는 향후 2년간 설비 업그레이드를 위한 시간을 가진 후 2021년 다시 가동을 시작한다.
   
   LHC는 2012년 7월 4일 힉스입자를 발견했다고 발표,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었다. 힉스입자는 우주를 이루는 기본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메커니즘에서 만들어진다. 크기도 모양도 없는 입자가 어떻게 질량을 갖는지를 풀어내는 건 입자물리학계의 최대 의문 중 하나였다. 힉스입자의 발견으로 입자물리학의 소위 ‘표준모형’의 마지막 퍼즐이 풀렸다는 얘기가 나왔다. 힉스입자의 존재를 이론으로 예측한 물리학자 피터 힉스(영국 에든버러대학)와 프랑수아 앙글레르(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는 201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LHC는 힉스입자 발견 말고도 또 하나의 목표가 있다. ‘초대칭입자’의 발견이다. 그런데 ‘초대칭입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LHC가 절반의 성공에 그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진 이유다.
   
   ‘초대칭입자’는 2008년 LHC가 가동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발견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가동 4년이 되도록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힉스입자가 먼저 검출됐다. 힉스입자는 125GeV(기가전자볼트·GeV는 10억전자볼트)의 질량을 갖고 있었다. 사실 초대칭입자는 당초 LHC보다 충돌에너지가 낮은 전(前) 세대 입자가속기에서도 나올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미국 시카고 외곽의 고에너지연구소 페르미연구소가 가동했던 테바트론에서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LHC가 힉스입자와 함께 초대칭입자의 존재를 확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지만 아직까지 성과가 없다. LHC의 가동이 거의 전면적인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초대칭입자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초대칭입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무얼 의미할까.
   
   
   초대칭입자가 왜 중요한가
   
   강원랜드 워크숍 현장에서 만난 양운기 서울대 교수는 “힉스입자의 질량은 양성자 질량의 100배 정도인 100GeV로 예상됐다. 그런데 실제로는 125GeV의 질량을 갖고 있는 걸로 나왔다. 예측과 다르다. 이 문제를 풀어주는 방법이 ‘초대칭성’이다. 우주가 초대칭성이라는 새로운 대칭성을 갖고 있다면 힉스입자의 질량이 양성자의 125배로 나온다”고 말했다.
   
   LHC가 찾으려 한 초대칭입자는 ‘카이’ 입자라는 닉네임으로 불린다. 워크숍 현장에서 만난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2019 고에너지물리 입자검출기 겨울학교 교장)는 “질량이 가벼운 초대칭입자가 검출될 걸로 보았다. 가벼운 초대칭입자 후보로는 힉스입자의 초대칭 짝인 힉시노, W입자의 짝인 위노 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알링턴 소재) 물리학자인 유재훈 교수는 한국CMS 워크숍에 강사로 왔다. 역시 강원랜드에서 만난 유 교수는 “이론가(입자물리학)의 레시피는 동이 났다. 이론가가 말한 에너지 영역에서 실험물리학자는 초대칭입자를 찾았지만 발견되지 않았다”며 LHC에서 향후 초대칭입자 발견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한국CMS 워크숍에 강사로 나온 박명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입자물리학 이론가)는 “초대칭이론은 물리학자의 수만큼 종류가 많다. LHC에서 지금까지 초대칭입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건, 많은 초대칭이론 중에서 에너지가 낮은 수준에서 설명하는 ‘저에너지 초대칭 모델’이 지고 있다는 걸 말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LHC는 끝난 것인가.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입자물리학계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LHC 비관론이다. “LHC에서 초대칭입자를 다 뒤져봤지만 나오지 않았다. 결국 입자물리학도, 초대칭이론도 끝장났다”는 생각이라는 것. 이들은 LHC는 더 돌려봤자 소용이 없으니 새로운 충돌기를 짓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CERN의 차세대 입자가속기 모델인 FCC(Future Circular Collider)가 그 한 예다. 현재 LHC는 반경이 27㎞인데, FCC는 이의 4배인 100㎞를 목표로 한다. LHC는 스위스 제네바 인근 지하의 스위스·프랑스 땅에 설치돼 있다. FCC는 제네바에서, 국제 애니메이션 축제로 유명한 프랑스 안시까지 걸쳐서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안시는 제네바 남쪽 방향에 있다. FCC는 설계 중이며, 2040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중국도 FCC와 같은 규모의 가속기를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초대형 입자충돌기 이름은 CEPC(Circular Electron Position Collider). 1단계에서는 전자·양성자 충돌을, 프로젝트의 2단계에서는 양성자·양성자 충돌을 하게 된다고 CEPC 웹사이트는 밝히고 있다.
   
▲ 표준모형 속의 입자 17개는 모두 발견되었다. 오른쪽의 ‘초대칭입자들’ 17개는 각각 표준모형 속 입자의 짝들이다. 우주가 초대칭성을 갖는다면 이들 초대칭입자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LHC 최대 에너지 준위로 올린다
   
   둘째는 LHC 희망론이다. 양운기 교수는 “CMS검출기가 생산한 데이터를 조금밖에 들여다보지 못했다. 앞으로 연구할 게 많다”며 LHC 희망론을 얘기했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 역시 “우리 입자물리학자들은 대양(大洋)의 물가에 발을 살짝 담가본 정도밖에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운기 서울대 교수는 힉스입자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양 교수에 따르면,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은 힉스입자가 한 개 있다는 걸 전제로 한다. 그러나 우주에 새로운 대칭성, 즉 초대칭성이 있다는 걸 전제로 하면 힉스입자가 5개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양 교수는 “힉스입자를 왕에 비교할 수 있다면서 내가 속한 서울대 그룹은 왕이 1명인가, 5명인가를 측정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5개의 힉스입자 중 2개는 전하를 띠기에, 이 전하를 띤 힉스입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관건이다. 이걸 확인한다면 ‘표준모형 너머’에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입자물리학이 있다는 게 양운기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LHC 업그레이드 계획이 희망론자가 기대는 언덕이 되고 있다. LHC는 2년간의 업그레이드 뒤에 에너지 준위를 13TeV(테라전자볼트는 1조 전자볼트)에서 14TeV로 더 높인다. 14TeV는 LHC가 가질 수 있는 최대 충돌에너지다. CERN은 이와 함께 LHC의 ‘휘도(luminosity)’를 올리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 휘도를 올린다는 것은, LHC 안에서 충돌하는 양성자의 수를 늘린다는 것이라고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설명했다.
   
   LHC는 양성자와 양성자를 서로 반대방향에서 돌려 충돌시킨다. 이때 양성자가 정면 혹은 빗면으로 충돌하면서 생긴 파편 입자를 분석하는 게 CMS 그룹이 하는 일이다. 충돌을 많이 만들어내야 많은 파편이 생기고 그래서 ‘휘도’를 올리는 작업이 중요하다. 반면에 ‘LHC의 에너지를 올린다’는 건 회전하는 양성자의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일이다. LHC는 2년간의 업그레이드 뒤인 2021년 제3차 가동(Run3)에 들어가고, 2035년까지 제4차 가동(Run4), 제5차 가동(Run5)이 예정돼 있다. 매번의 가동 사이에는 LHC 업그레이드와 유지관리 작업을 한다.
   
   LHC의 에너지가 14TeV로 올라가고 충돌하는 양성자의 수도 늘어나면 데이터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초대칭입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동희 경북대 교수(물리학)는 “LHC에서 새로운 물리학을 찾아내느냐 여부는 향후 5~6년이 중요하다고 본다. 에너지가 1TeV 높아지면 데이터로 따지면 2배 효과가 있고, 휘도 향상까지 생각하면 관련 데이터가 8~10배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각국은 LHC에서 발견된 힉스입자의 물리적 특성을 정밀하게 알아내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한국은 고에너지연구소가 없으나, 중국과 일본은 ‘힉스입자 생산공장’이라고 불릴 가속기를 짓고 있다. 앞에서 말한 중국의 CEPC(베이징 동쪽 보하이만의 진황다오에 추진)와, 일본에 추진되고 있는 국제선형충돌기(ILC·International Linear Collider)가 ‘힉스입자 공장’을 표방하고 있다. 이 두 개의 충돌기는 LHC 다음 세대 가속기다.
   
   인류가 힉스입자를 발견하기 위해 14조8000억원(132억5000만달러)을 썼다는 얘기가 있다. 2012년 7월 힉스입자 발견 뒤 미국의 격주간 경제잡지 포브스가 그렇게 보도했다. 막대한 액수이다. 이는 인류가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를 이해하기 위해 지불한 비용이다. 힉스입자는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발견이라고 얘기된다. 표준모형은 우주가 쿼크와 경입자(ex 전자) 등 모두 17개의 입자로 되어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표준모형이 설명하지 못하는 게 있다. 표준모형 속 입자인 중성미자가 왜 질량을 가지느냐는 점과 암흑물질이다. 초대칭입자는 이 표준모형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풀기 위한 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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