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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 연구의 최전선] 핵물리학자 유인권 부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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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9호]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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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의 최전선]핵물리학자 유인권 부산대 교수

photo 최준석
부산대 물리학과의 유인권 교수는 핵물리학자이다. 지난 7월 11일 부산의 부산대 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유 교수는 “핵물리학자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이 ‘경호원 데리고 다니세요’라고 묻는다”라며 웃으면서 말했다. “어떤 친구는 내게 북한이 핵폭탄을 갖고 있느냐고 물어본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 영화에는 핵물리학자가 등장한다. 그리고는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한다. 핵물리학이 뭔지 사람들은 모른다.”
   
   그는 내게 “핵물리학과 입자물리학의 차이를 아느냐”고 물었다. 나는 당황했다. 입자물리학은 우주를 이루는 기본 입자가 무엇인지를 파고든다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핵물리학은? 태양이 왜 저리 뜨거운지를 20세기 중반 핵물리학자가 알아냈던 게 떠올랐다. 핵합성이라고 불리는 일이다. 수소를 원료로 해서 더 무거운 원소인 헬륨, 탄소, 산소가 태양에서 제조되고 있다. 별이 빛나는 건 그 과정에서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핵물리학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똑 부러지는 답을 유 교수 앞에 내놓지 못했다.
   
   
   핵물리학과 입자물리학의 차이
   
   그러자 유 교수는 나에게 “입자 하나를 갖고 씨름하는 게 입자물리학이며, 핵물리학은 그 입자들 다수가 모여서 만들어내는 통계적인 효과를 연구한다”고 정리해줬다. 취재를 마치고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핵물리학은 원자핵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해 놓았다.
   
   어쨌든 유 교수는 현재 자신의 연구와 관련해 “대전 오송 쪽에 짓고 있는 중이온 가속기가 있다. 이곳이 핵물리를 연구하는 곳이 된다”고 말했다. ‘중이온 가속기’의 중(重)이온(heavy ion)이란 말은 ‘무거운 이온’이라는 뜻이다. 중이온은 핵 안에 양성자가 3개 이상인 원소, 즉 리튬 핵 이상을 가리킨다. 유 교수는 부산 기장에 들어오는 ‘중입자 치료기’의 ‘중입자’도 사실은 ‘중이온’을 달리 표현한 것일 뿐 “똑같다”고 말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핵물리는 에너지 크기에 따라 저에너지 핵물리학, 중간에너지 핵물리학, 고에너지 핵물리학으로 나뉜다. 이 중 고에너지 핵물리학은 쿼크가 어떻게 양성자나 중성자 안에 들어가게 됐을까를 연구한다. 쿼크는 현재의 우주에서는 낱개 입자로 존재하지 않는다. 양성자나 중성자와 같은, 쿼크로 이뤄진 강입자 안에 들어가 있다. 즉 ‘속박(confinement)’돼 있다. 쿼크는 물질의 기본입자이고, 쿼크와 쿼크끼리 느끼는 힘을 강력이라고 한다. 이 힘은 글루온이라는 힘 입자가 매개한다. 강력을 연구하는 물리학이 QCD(양자색역학)이다. 쿼크와 글루온은 초기우주에서는 자유롭게 돌아다녔을 거라고 추정된다. 언제부터 자유롭지 않고 ‘속박’되었을까? 핵물리학자는 초기우주에서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쿼크를 보고 싶어한다.
   
   핵물리학자는 낱개 쿼크를 보고 싶다는 열망에서 쿼크를 서로 떼어놓을 수 있느냐를 알아봤다. 쿼크끼리 느끼는 힘은 두 입자 간 거리가 커질수록 증가했다. 이건 처음 보는 일이다. 보통 우리가 아는 물체는 두 물체 간 거리가 멀어지면 서로 힘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쿼크끼리 느끼는 힘은 정반대로 작용한다. 가까이 있으면 매우 약하고 멀어질수록 강해진다. 마치 용수철과 같다. 핵물리학자들은 쿼크를 떼어놓는 데 실패했다.
   
   그래서 고에너지 핵물리학자들은 다른 길을 찾아나섰다는 것이 유 교수의 설명이다. “핵자를 부수고 쿼크를 떼어내려고 잡아당기지 않았다. 대신 꽉 눌렀다. 이렇게 해서 양성자 안의 쿼크 간 밀도를 높였다. 힘을 줘서 누르면 온도가 올라간다. 온도가 올라가면 내부 입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공간이 좁아지는 효과가 나온다. 그렇게 하면 쿼크들 사이의 용수철과 같은 강력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 핵물리학계가 QGP 상전이 조건을 알아내기 위해 해온 중이온 충돌 실험들. 왼쪽부터 SPS(유럽 CERN·1990년대), RHIC(미국·2000년대), LHC(유럽 CERN·2010년대) 실험이다. 최근 실험일수록 온도가 높은 영역을 탐색했다. photo 유인권

   초기우주에서 쿼크의 상태 추적
   
   이런 방식으로 자유 쿼크가 언제, 어떤 조건에서 강입자 안으로 속박되었는지를 고에너지 핵물리학자는 추적했다. 현재 우주에서 볼 수 없는 이 특이한 상태의 쿼크 입자를 볼 수 있는 곳은 실험실뿐이다. 초기우주에서 쿼크와 글로온 입자는 쿼크-글루온 플라스마(Quark-Gluon Plasma·QGP)라는 물질 상태로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에너지 핵물리학자는 쿼크와 글루온이 속박상태에서 벗어나 QGP가 되는 조건, 즉 QCD의 상(相)전이(phase transition)를 알아내려고 한다. 입자충돌기라는 거대한 실험장치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초기우주를 핵물리학자에게 보여준다. 이때 QGP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SPS(Super Proton Synchrotron·대형 양성자 싱크로트론 가속기), RHIC(Relativistic Heavy Ion Collider·상대론적 중이온 충돌기), LHC(Large Hadron Collider·대형 강입자 충돌기)가 고에너지 핵물리학자가 사용해온 빅 사이언스 도구이다.
   
   유인권 교수는 서울대 천문학과 1986년 학번으로 1991년 독일 마르부르크대학으로 유학 갔다. 그는 “독일은 천문학과가 따로 없어 일단 물리학과로 들어갔는데 물리학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석사과정 때 다름슈타트에 있는 GSI헬름홀츠 중이온연구소(1969년 설립)에서 실험을 했고, 1997년 박사과정에 들어가면서 스위스 제네바의 CERN(유럽 핵입자물리학연구소)으로 옮겨가 실험을 했다. 당시 CERN에는 SPS라는 입자가속기가 있었다.
   
   그는 “SPS로 했던 중이온 충돌 실험에서 QGP 신호를 봤다고 생각했다. CERN은 2000년 새로운 물질 상태(new state of matter)를 보았다고 발표했다. 내가 이 연구에 참여했다. 2001년 박사 학위 논문도 이와 관련한 연구”라고 말했다. 그의 박사과정 학위 논문은 ‘QGP의 수명’에 관한 것이다. 초기우주에서 QGP가 존재한 시간이 얼마인가를 실험했고, 케이온이라는 입자의 상관 관계를 통한 실험으로 그 시간이 10-22초라는 걸 확인했다.
   
   유 교수는 자신의 노트북을 켰다. 대전 카이스트에서 지난 7월 8일부터 열린 ‘미래 가속기’ 워크숍에서 발표한 ‘중이온 물리학의 현재와 미래 전망’이라는 발표 자료를 보여줬다. 이미지 3장이 보였다. 양성자-양성자 충돌, 양성자-납 충돌, 납-납 충돌에서 각각 나오는 2차입자들의 궤적을 비교한 이미지다. 양성자-양성자 충돌 실험은 입자물리 실험이고, 다른 두 개는 고에너지 핵물리 실험이다. 납의 핵 안에는 양성자와 같은 게 모두 208개(양성자 82개와 중성자 126개)가 들어있다. 양성자 한 개와 한 개가 충돌할 때와, 수백 개의 납 핵 속의 입자가 한꺼번에 충돌할 때 나오는 2차입자들의 수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CERN의 1990년대 SPS 실험을 QCD 상전이 탐색 1단계라고 하면, 2단계 탐색은 2000년대 미국의 국립브룩헤이븐연구소가 이끌었다. 브룩헤이븐연구소는 RHIC이라는 핵물리 실험 전용 입자충돌기를 갖추고 있다.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있다. RHIC은 SPS의 충돌에너지(20기가전자볼트, 즉 200억전자볼트)보다 10배나 높다. 즉 200기가전자볼트(2000억전자볼트)로 올라갔다.
   
   
   운동량보존법칙 깨뜨린 물질의 정체
   
   이 실험에서는 금과 금의 핵을 충돌시켰다. 금의 핵 안에는 양성자 79개와 중성자 118개가 들어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입자가 부딪친다. 충돌하면서 나온 2차입자들의 운동을 본 결과, 운동량보존법칙이 깨진 걸로 나왔다. 고(高)운동량의 입자들이 만든 궤적, 즉 제트가 한쪽으로만 나왔다. 한쪽으로 제트가 나오면, 그 제트가 출발한 지점에서 반대쪽으로도 제트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전체적으로 운동량이 0이 된다. 그런데 RHIC에서 나온 결과는 그게 아니었다. 당구공 두 개가 충돌했으나, 당구공 한 개만 움직이고 다른 당구공은 그냥 서 있는 이상한 모습이었다.
   
   “한쪽 제트를 무언가가 다 흡수한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완벽하게 빨아들였다. QGP이겠지라고 생각했다. 그게 뭔지를 알아내기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나중에 연구해보니, 이 제트입자들을 흡수해버린 어떤 물질은 유체와 같았다. 초기우주는 물 같았다.”
   
   RHIC 데이터를 갖고 연구한 결과, 이 유체와 같은 물질은 점도/엔트로피가 0에 가까운 이상 유체(ideal fluid)에 가깝다는 것이 드러났다. 유 교수는 “2차 입자들을 완전히 흡수해서 일종의 유체에너지로 만들었다는 걸 확인했다. 당시 해외 언론은 이 발견을 크게 보도했다. 한국 언론은 전혀 주목하지 않았다. 한국의 고에너지 핵물리학 커뮤니티가 작아서 그런지 모르겠다. 핵물리학에 대한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4년부터 브룩헤이븐연구소의 중이온충돌기 실험 중 하나인 ‘스타’ 실험에 참여했었다. 유 교수는 “데이터 분석을 위한 국내 컴퓨팅 인프라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함께 구축했고, 검출기를 이용한 물리학 연구를 했다. 교수가 된 후 1호 박사 제자를 배출한 곳도 이곳에서다”라고 말했다.
   
   QCD 상전이 연구 3단계는 2010년대 들어 다시 유럽의 CERN으로 무대가 바뀌었다. CERN이 강력한 입자충돌기(LHC)를 가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LHC는 1년 동안 11개월은 양성자-양성자 충돌 실험을, 나머지 1개월은 납-납 충돌 실험을 수행한다.
   
   납-납 충돌 실험을 ‘앨리스’ 입자검출기로 들여다보는데 앨리스 실험은 충돌에너지 크기가 2.76~5.5테라전자볼트(2조7000억전자볼트~5.5조전자볼트)나 된다. 미국 브룩헤이븐연구소의 RHIC 충돌기보다 충돌에너지가 10~20배가 높아졌다. 유인권 교수는 앨리스 실험에 참여,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 앨리스 팀 대표로 일했다.
   
   
▲ 유럽핵입자연구소의 앨리스 입자검출기에 새로 설치될 내부궤적검출기 개념도.

   CERN의 한국 앨리스팀 대표
   
   앨리스 실험의 새로운 발견은 ‘양성자-양성자 충돌’ 결과와 ‘납-납 충돌’ 비교에서 나왔다. 납 핵과 납 핵이 충돌할 때만 QGP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양성자-양성자 충돌’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확인했다. “양성자-양성자 충돌에서 작은 QGP, 마치 방울과 같은 QGP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나왔다. 양성자-양성자 충돌과 납-납 충돌에서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점진적인 진화(smooth evolution)’라고 불리는 이 결과, 센세이셔널했다. 이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 물리학 2017년 7월에 실렸다. 한국 앨리스팀이 이 연구에 큰 기여를 했다.”
   
   이제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양성자-양성자 충돌에서도 작은 QGP가 나온 것 같은 결과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납-납 충돌까지 그동안에는 꽉 눌러서 온도가 올라가면 물질의 밀도가 높아지는 듯한 효과를 이용했다. 이제 고에너지 핵물리학자는 기대하지 못했던 실험 결과를 통해 배운 게 있다.
   
   “온도가 높은 데서 생긴 물질과, 밀도가 높은 데서 생긴 물질은 성질이 다른 것 같다. 그동안은 쿼크의 한 종류인 기묘 쿼크(strange quark)를 주로 봤으나 고에너지로 가면서 점점 더 무거운 쿼크(charm quark)를 많이 봐야 한다. 앨리스 검출기 성능을 향상시켜야 했다. 현재 대대적인 업그레이드(major upgrade)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까지 마치고 2021년 가동에 들어간다.”
   
   앞으로 앨리스그룹은 입자 궤적 분해능을 높이고, 초당 데이터를 찍는 속도를 올리고, 검출기의 두께를 얇게 해 입자 정보가 왜곡되는 걸 줄이려 한다. 이런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새로 설치하는 장비가 내부궤적검출기(ITS·Inner Tracking System)다. 유 교수는 “이 ITS에 들어가는 실리콘 검출기 제작에 부산대가 중요하게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유 교수 연구실은 6층에 있고, 그의 ‘실리콘 검출기 실험실’은 2층에 있다. 방에 들어가니 클린룸이 있었는데 그 안에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설비가 있었다. 클린룸 안에 들어가려면 방진복을 입어야 해서 들어가지는 않았다. 클린룸 밖 실험실 벽에는 ITS 개념도가 크게 걸려 있었다. ITS 구조를 이해하기 좋았다. ITS는 입자검출기 앨리스의 맨 안쪽이자, 입자들이 정면 충돌하는 LHC의 진공파이프에 바짝 붙어 있었다. 빔 라인을 감싸고 있으며, 중심에서부터 보면 실리콘 레이어가 7겹이다. 가장 안쪽 층은 CERN이 직접 제작하고, 나머지 6겹의 실리콘 레이어는 세계 5곳에서 나눠서 제작한다고 유 교수가 설명해줬다.
   
   “ITS는 초당 10만번 촬영하는 125억개 픽셀의 디지털 카메라이다. 입자가 날아가는 걸 거의 실시간으로 찍는다. 기존에는 초당 1000번 찍었다. 이렇게 빨리 찍는 카메라는 없었다.”
   
   유 교수는 ITS의 실리콘 검출기 제작을 2016년 후반부터 올해 6월 초까지 했다. 1단계는 검출기에 들어가는 칩 제작과 성능 검사였는데 2018년 3월까지 끝났다. 2단계는 칩을 회로기판에 연결하는 작업이었다. 연구개발과 인건비를 모두 포함하면 총 4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다. 칩이 들어간 웨이퍼를 이스라엘 기업에서 생산했고, 이 웨이퍼 전량을 한국 업체가 받아서 가공했다.
   
   “칩을 가공해줄 기업부터 와이어 본딩(wire bonding)할 업체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모두 찾아서 했다. 아무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다. 모든 과정에 연구개발(R&D)이 필요했다. 한국이 모든 칩 검사를 맡았다.”
   
   
   무모한 아이디어인 3체 충돌실험 준비 중
   
   부산대(유인권 교수), 인하대(권민정 교수)와 연세대(권영일 교수) 팀이 칩 6만5000개를 테스트했다. 이를 위해 칩 자동화 검사 장비를 CERN과 공동개발했다. 유 교수는 “학생들이 클린룸 안에 들어가 6시간씩 시간을 정해놓고 작업을 진행했다. 클린복 입고 들어가 있으면 나중에는 정신이 반쯤 나간다”라고 했다. 이후 이상이 없는 칩들을 보드에 고정시켜 회로로 연결해서 ‘하이브리드 집적회로(HIC)’를 만들었다. 부산대 등 5개국 소재 연구기관이 이 일을 나눠서 했다.
   
   유 교수는 “프로젝트가 힘들기는 했지만 영광스러운 일이다. 앨리스 검출기 역사에 이런 일은 몇 번 없다. 지난 6월에 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만든 부품을 CERN으로 다 보냈다. 대규모 파티를 열었다”고 했다.
   
   유 교수는 CERN에 7월 초 다녀왔다고 했다. 제자 4명이 한국에서 보낸 부품을 가지고 현지에서 완성품을 만들고 있다. 이를 테스트하고 직접 설치까지 할 예정이다. 내년에 LHC의 지하 100m 빔 라인에 직접 설치하게 된다. 학생들은 2021년 초까지 제네바에서 일한다.
   
   유인권 교수는 “실험물리학자는 납땜부터 온갖 막일을 다 한다”고 했다. 독일 대학 물리학과는 공장과도 같다. 마르부르크대학 물리학과 건물은 1층은 기계공작실, 2층은 전자기기공작실이다. 유 교수는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 물리학은 수식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유 교수는 앞으로 10년 연구할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그는 3체 충돌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충돌실험은 모두 두 입자가 부딪치는 2체 실험이다. 둘 다 움직이는 입자든 그중 하나는 고정 타깃이든, 두 개의 입자가 충돌했다. “고정 타깃을 양쪽에서 때리는 충돌 실험 장치를 준비하고 있다. 쉽지 않겠지만 성공하면 최초로 ‘고온-고밀도 실험’을 할 수 있다. 금지되었던 QGP 영역을 탐색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봐도 무모한 아이디어다. 정신 나간 짓을 하고 있다. 부산대에 온 지 20년이 지났는데, 다시 조교수 시절로 돌아간다는 각오로 새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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