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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1호]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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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집]한국 천체·입자물리학자 100명 “중성미자 관측소 만들자”

최준석  선임기자 jschoi@chosun.com 2021-01-15 오전 10:56:42

▲ 도쿄대 가미오칸데 살험.
지난해 11월 초 류동수 한국천문학회 회장(울산과학기술원 교수)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물리학자와 천문학자 100명이 한국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빅 사이언스(Big Science)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한국 중성미자 관측소(KNO)’ 실험이라고 이름도 붙여 놨다. 정부에 11월 말까지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라며 “다음에 (주간조선과) KNO 얘기를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과학 분야 취재를 하면서 ‘KNO(Ko-rean Neutrino Observatory)’ 관련 자료를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류 회장의 제안은 깜짝 놀랄 만했다. KNO 관련 세미나가 이미 경북대 등에서 열렸고, 대구 비슬산이 중성미자 관측소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 특히 KNO 프로젝트 뒤에 그토록 많은 입자물리학자와 천문학자가 있는 줄 몰랐다.
   
   
   추진단이 정부에 보고서도 이미 제출
   
   지난해 12월 14일 네 사람의 물리학자와 천문학자가 그동안 진척된 KNO 구상을 주간조선에 밝혀왔다. KNO를 처음 구상하고 학계 의견을 모아온 핵심 인사들이다. 천문학자로는 류동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한국천문학회 회장)와 박명구 경북대 교수(한국천문학회 부회장), 물리학자 중에서는 유인태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한국물리학회 부회장)와 김수봉 전 서울대 교수가 자리를 같이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면 좌담을 할 수가 없어 온라인으로 서로 만나야 했다.
   
   이들 과학자가 정부에 제출한 KNO 관련 기획보고서 작성 책임자는 유인태 교수다. 유 교수는 지난해에는 한국물리학회 입자물리분과위원장으로, 올해는 한국물리학회 부회장으로 일한다. 유 교수는 “KNO 건설비용은 35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공사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50만t 규모의 대단히 깨끗한 물이 담긴 중성미자 망원경(검출기)을 설치하게 된다. 이를 위해 지표면 1000m 아래에 공간을 만들고, 이 안의 대형 수조에 초순수 물을 담는다. 수조 안벽에는 3만개의 광센서를 설치하게 된다. 중성미자라는 입자가 물탱크를 지나가면 물 분자를 이루는 원자핵과 아주 가끔 반응하는데, 이 신호를 광센서들이 잡게 된다.”
   
   
▲ KNO 프로젝트 연구를 위해 열렸던 2018년 경북대 세미나.

   대구 비슬산과 영천 보현산 지하가 후보지
   
   KNO 후보지로는 대구 비슬산과 함께 경북 영천 보현산 지하도 고려되고 있다.
   
   유인태 교수는 “KNO는 경쟁국보다 우수한 차세대형 중성미자 검출기가 될 것이며, 중성미자 실험 분야에서 세계적인 발견을 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중성미자 분야뿐만 아니라 고에너지 물리 분야, 나아가 기초과학 분야에서 한국이 획기적인 도약을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중성미자 검출기를 갖고 하게 될 연구 분야로, 천문학의 경우 △초신성 폭발 △중성자별 병합과 블랙홀 생성과정과 같은 극한 우주 현상 △펄사(Pulsar)와 별 탄생 은하에서의 고에너지 천체 현상 연구를, 물리학 분야에서는 △중성미자-반중성미자 CP대칭성 깨짐 발견 △양성자 붕괴 탐색 △중성미자 질량 순서 측정 △중성미자 진동변환상수 정밀 측정을 제시했다. 극한 환경에서의 생명체 연구인 우주생물학 연구와, 지진 등 지질학 연구도 할 수 있다고 한다.
   
   KNO 추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국가의 중성미자 연구 경쟁은 치열하다. 1983년 ‘가미오칸데 실험’을 시작한 일본은 2세대 실험(슈퍼-가미오칸데)까지 마치고 3세대 실험(하이퍼-가미오칸데) 시설을 2019년에 짓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다야 베이 실험(2011년부터 실험 시작)을 대단히 성공적으로 마치고, 그 후속 실험인 주노(JUNO) 실험을 2015년 착공해 올해 데이터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남극점 인근에서의 아이스큐브 실험(2010년 12월 실험 시작)과 자국 내에서 구축 중인 DUNE 실험(2017년 착공, 2024년 1단계 가동 예정)이 유명하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지중해 심해에서 중성미자 실험(ANTARES 실험과 그 후속 실험인 KM3NeT)을 하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의 하이퍼-가미오칸데 실험과 미국의 DUNE 실험은 각각 해당 국가 내 중성미자 분야의 핵심 프로젝트일 뿐만 아니라 고에너지 물리 분야 전체로 보아도 핵심적인 대형 연구 프로젝트”라고 설명한다.
   
   
   세계 각국의 중성미자 연구 경쟁 치열
   
   한국에서 입자물리학자와 천문학자들이 협력한 것도 세계적인 연구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중성미자 관측소 시설을 이용해서 중성미자 물리학과 중성미자 천문학을 연구하자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한다. 한국천문학회 회장인 류동수 교수는 “천문학 입장에서 보면, 특히 다중신호 천문학의 일환으로 중성미자 천문학이 부상하고 있어 한국이 지금 시점에 이 분야에 뛰어들기에 좋다”라며 “KNO 프로젝트가 재빠르게 정부 승인을 받아, 한국이 경쟁국보다 너무 뒤늦지 않게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KNO가 3~4년 안에는 첫 삽을 뜰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류 교수는 KNO 실험이 필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국 천문학은 지난 40~50년간 많은 발전에도 불구, 장비 측면에서는 주도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다. 대형 광학 망원경과 전파 망원경을 설치하는 데 금액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도 있지만, 장비의 입지 문제도 중요하다. 한국은 인구 밀집 지역이 많고, 대기가 천문학 연구에 적합하지 않아 적당한 장소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중성미자 망원경은 한국에 설치하기 좋다. 지표 깊숙이 설치하기에 잡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암반도 안정적이어서 유리하다. 중성미자 망원경을 설치하면 지금까지 한국 천문학이 장비 면에서 선도국을 따라가는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뀔 수 있다.”
   
   류동수 교수는 국제 천문학의 흐름과 관련 “기술발전으로 천체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는 ‘다중신호 천문학’이 주목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류 교수에 따르면, 천문학자는 천체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정보를 받아 그 천체를 이해하려고 한다. 가장 오래전부터 천문학자가 이용한 천체 관련 정보는 빛, 즉 전자기파다. 천체가 내놓는 빛을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것이다. 빛을 보는 광학망원경 이후에 나온 건,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천체가 내놓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전자기파를 볼 수 있는 망원경들이다. 예컨대 X선 망원경, 자외선 망원경, 적외선 망원경, 전파 망원경이 그것들이며, 이 장비들이 나오면서 천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일본 J-PARC에서 중성미자 빔을 만들어 HK(하이퍼-가미오칸데)를 향해 쏜다. 이 빔은 한반도 남쪽으로 계속 날아온다.

   최근에 주목받는 중성미자 망원경
   
   중성미자 망원경은 중력파 망원경과 함께 가장 최근에 주목받는 장비다. 중력파는 가령 블랙홀 두 개가 합해지는 경우에 강하게 나오며, 중성미자는 초신성 폭발과 태양, 그리고 고에너지 현상의 결과로 다양한 천체에서도 나온다. 이런 다양한 방법으로 천체의 신호를 포착하려는 게 다중신호 천문학이다.
   
   박명구 경북대 교수(한국천문학회 부회장)는 이와 관련 “빛으로 우주를 관찰하는 건 이미 연구가 무르익었다. 현재는 중력파 관측이 뜨거우며, 중성미자 천문학은 앞으로 뜨거워질 분야이다. 앞으로 부상할 분야에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서 중성미자 천문학을 선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중성미자 망원경을 설치하면 중성자별 형성 과정, 초신성 폭발,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펄사, 초신성 잔해, 별 탄생 은하도 연구할 수 있다. 천문학자는 중성미자 망원경을 통해 알고 싶은 게 많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중성미자 천문학을 하기에는 한국이 최적”이라며 “중성미자 천문학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니라 물을 떠놓고 이 물을 한없이 쳐다보는 것이다. 우주에서 날아온 중성미자가 지하 수조 내의 물과 반응해 빛이 나타나는지를 지켜보면 된다. 빛 신호가 나오는지는 광센서를 설치해 본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가미오칸데 실험의 확대판
   
   한국의 KNO는 일본 가미오칸데 실험의 확대판으로 볼 수 있다. 가미오칸데 실험 역시 천문학과 입자물리학 두 분야를 다 커버하며, 일본에 두 번의 노벨물리학상을 안겼다. 1세대 가미오칸데 실험은 중성미자 천문학 부문의 실적을 인정받았는데, 초신성 폭발에서 나온 중성미자를 관측하여 중성미자 천문학 시대를 열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2015년 노벨물리학상은 중성미자 물리학 분야의 연구가 평가받았다. 2세대 실험인 ‘슈퍼-가미오칸데’ 실험이 공로자였다. 슈퍼-가미오칸데는 ‘중성미자 진동(Oscillation)’이라는 현상을 관측,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고 있다는 걸 처음 확인했다. 중성미자가 질량이 없다는 기존 입자물리학 지식을 뒤엎은 실험이었다. 결국 일본 정부가 연구비를 투자해서 새로운 실험을 할 때마다 도쿄대 물리학자들은 노벨상을 받을 만한 실험 결과를 내놓았던 것이다. 가미오칸데 실험은 도쿄대 우주선연구소가 주관하며, 실험시설은 기후현 히다시라는 곳의 광산 지하 1000m에 자리 잡고 있다.
   
   KNO 추진단이 KNO가 들어설 후보지로 대구 인근 비슬산과 영천의 보현산을 고려하는 것도 하이퍼-가미오칸데 실험과 관련 있다. 김수봉 전 서울대 교수는 “일본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 빔이 영남 지역을 지나간다. 그래서 영남의 산들이 KNO 입지로 타당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김수봉 교수는 이어 “실험시설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가 아닌 다른 우주선(Cosmic ray) 입자를 막을 수 있어야 하므로 지하 1000m로 들어가야 한다. 이 경우 높은 산이 있으면 유리하다. 땅속을 파기가 쉬워서 공사 비용이 적게 든다. 조사 결과, 비슬산이나 보현산 등이 산 높이와 암반 특성이 지하 실험시설을 만들기에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중성미자 빔이 날아온다는 건 무슨 말일까? 김수봉 교수는 도쿄대 그룹이 하는 일본의 슈퍼-가미오칸데 실험과, 또 다른 일본의 실험인 T2K에 참여한 바 있다. 슈퍼-가미오칸데는 앞에서 설명한 바 있으니, T2K(Tokai to Kamiokande) 실험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일본 도카이무라라는 태평양 쪽 해안도시에는 J-PARC라는 국립물리연구소가 있고, J-PARC는 입자가속기를 돌려 중성미자 다발을 만들어낸다. J-PARC는 중성미자 다발을 서쪽으로 300㎞ 떨어진 기후현 히다시 소재 슈퍼-가미오칸데 실험장을 향해 쏜다. 중성미자는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땅속을 거침없이 뚫고 지나간다. 도카이(Tokai)를 출발한 중성미자는 가미오칸데로 날아가는데 이게 T2K 실험이다. 실험목적은 중성미자 진동 현상 확인이었다.
   
   최소 세 종류가 있는 걸로 알려진 중성미자는 날아가면서 다른 중성미자로 변하는 특징을 가진다. 중성미자 세 종류는 전자중성미자, 뮤온중성미자, 타우중성미자이다. 뮤온중성미자가 도카이를 떠나 가미오칸데를 향해 날아가다가 다른 종류의 중성미자로 바뀌는 ‘변환상수’를 측정하여 일본의 2015년 노벨상 수상 연구 결과를 재확인했다. 그런데 도카이를 떠나 가미오칸데 실험장에 도착한 중성미자 다발들을 가미오칸데 실험이 모두 잡아들이는 게 아니다. 거의 포착하지 못한다. 중성미자 다발이 거의 그대로 가미오칸데를 통과해 버리는 것이다.
   
   
   일본 열도를 통과한 중성미자 다발을 잡는다
   
가미오칸데를 통과한 중성미자 다발은 일본 열도를 벗어나 동해 밑으로 들어간다. 이후 경북 포항 인근 앞바다에서 물 밖으로 나온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성미자 다발은 한반도 남쪽 하늘을 지나간다. 이걸 국내 산속에서 잡아 연구하자는 구상이 KNO 제안이다. 일본에서 날아온 중성미자 다발을 갖고 하는 연구는 물리학자가 하게 된다. 지하에 물을 떠놓고 물리학자는 일본 쪽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를 보고, 천문학자는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를 연구하는 데 주로 관심이 있으니 하늘 방향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가 만드는 신호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한국이 대규모 중성미자 실험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 것일까? 유인태 교수는 “한국은 RENO(르노) 실험(Reactor Experiment for Neutrino Oscillation·중성미자진동 원전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고, 현재 IBS가 AMoRE(몰리브덴을 기반으로 하는 희귀 반응 실험·Advanced Mo-based Rare-process Experiment)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남 영광 한빛원전 인근에 2006년 시설 구축에 들어가 2012년 데이터를 얻어낸 RENO 실험은 한국 중성미자 연구가 세계적인 수준임을 알린 바 있다”라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유 교수는 이어 “비슬산 또는 보현산 지하에 검출기를 만들면, 일본의 하이퍼-가미오칸데 실험보다 중성미자 변환을 더 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유인태 교수는 KNO 추진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이디어는 2000년대 초반 서울대 김수봉 교수와 일본 도쿄대의 가지타 교수(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내놓았고,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 돌아가며 세미나도 열렸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진행되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2016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중성미자 학회 때 일본의 ‘하이퍼-가미오칸데 중성미자 검출기와 동일한 검출기를 한국에 설치하자’는 제안이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이후 10여명의 국내외 연구자가 참여하는 워킹그룹이 만들어졌고, 본격적인 추진을 위해 KNO 추진단이 2018년 10월에 조직되었다. 이때를 전후해 워크숍을 7회 이상 열며 프로젝트를 준비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말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정부(과학기술부)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유 교수는 “KNO는 한번 설치해 놓으면 운영비가 별로 들지 않는 사업이다. 앞으로는 KNO 실험이 한국에 왜 필요한지를 정부와 국민에게 설명하려고 한다. 한국 물리학과 천문학의 도약을 위해 빅 사이언스를 해야 하며, KNO가 그 출발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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