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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259호] 201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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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道人]“승무僧舞는 생로병사의 표현 무舞 통해 무無의 세계 그린다”

‘춤’ 이애주 서울대 명예교수

이범진  차장대우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승무(僧舞)는 자신을 낮추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몸을 굽혀 하늘을 우러르며 상대를 높입니다. 그리고 바닥에 엎드려 절을 올리며 땅과 하나가 되지요. 이게 천지인(天地人)입니다. 천지인 합일을 이룬 뒤엔 두 팔을 좌우로 뻗어 태극(太極)을 그립니다. 두 팔을 좌우로 뿌린 후, 엎었다 젖혔다 하면서 음양(陰陽)을 아우르죠. 그런 다음 서서히 일어나 중심을 잡고 홀로 섭니다.(唯我獨尊) 그리고 세상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거죠. 앞으로 세 번 뒤로 세 번, 삼진삼퇴(三進三退) 하면서 오행(五行·옛 사람들이 우주의 근본을 이루는 물질이라 여긴 다섯 가지 요소)을 섭렵합니다. 이후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힘차게 뻗죠. 두 다리는 육중하게 땅을 박차고 섭니다. 전후좌우 8개 방향으로 나아가며 팔괘(八卦)를 그립니다. 이렇게 한 발 두 발 걸어 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 삶의 모습입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승무)인 이애주(67) 서울대 명예교수(전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승무는 우리 전통춤의 기본이자 최종”이라며 “우리 민족의 전통 사상과 철학이 모두 녹아 있다”고 말했다. “승무는 3000개에 달하는 뼈마디와 피, 그리고 살이 섞여 이뤄내는 삶의 몸짓입니다. 승무라는 이름 때문에 ‘불교의 춤’으로 잘못 알고 있습니다만, 이 춤은 1만년 전부터 유유하게 전해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몸짓이에요. 고구려 무용총(舞踊塚·중국 지린성 지안현에 있는 고구려 고분)에 승무를 추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합니다. 민족의 전통 몸짓을 조선 초에 정립하면서 ‘승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지만 이는 종교 차원을 뛰어넘는 인간의 몸짓입니다.”
   
   지난 5월 2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학림다방에서 만난 이 교수는 승무를 태아의 움직임에 비유했다.
   
   “어머니 뱃속에는 원래 아무것도 있지 않았죠.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부모의 정기를 받아 태아가 생겼습니다. 이것은 천부경에서 말하는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아무것도 없는 무극의 공간에서 하나가 생김)과 상통합니다.”
   
   그는 “승무의 첫 동작은 바로 이렇게 한껏 몸을 웅크리고 있는 태아의 모습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웅크리고 있던 태아는 몸을 일으켜 세상에 나옵니다. 주역에서 말하는 지천태(地天泰·하늘과 땅이 서로 교합해 세상을 여는 모습을 상징하는 주역의 11번째 괘)의 모습이죠. 하늘을 이고 태어난 아이는 굳건하게 땅을 딛고 홀로 서야 합니다. 이것은 다른 누가 대신 해줄 수 없는 일이죠. 오직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습니다. 삶은 힘겨운 것이죠. 승무도 힘이 듭니다. 팔괘를 그리며 앞뒤로 오가면서 춤동작은 점점 빨라집니다. 혼령(靈)을 때리는(打) 타령(打靈)을 거쳐, 굿거리장단을 타고 점차 격해지면서 마침내 법고(法鼓) 동작으로 넘어갑니다. 정신 없이 북을 두드리면서 신명이 최고조에 달하는 거죠.”
   
   이 교수는 “우리의 삶도 그런 것”이라고 했다.
   
   “생사의 갈림길이란 말을 흔히들 하지만, 삶과 죽음을 구별하는 것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숨을 들이쉬는 것이 삶(生)이고 내쉬는 것이 죽음(死)이지요. 사람은 하늘과 땅의 정기를 받고 태어나, 자신의 힘으로 홀로 서서는, 힘들지만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그렇게 신명을 다해 열심히 살다가 아무것도 없었던 원래의 상태로 다시 돌아갑니다. 이것은 천부경의 마지막 구절인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결국 아무것도 없는 세계로 돌아간다, 아무것도 없는 이 세계에서 또다시 새로운 하나가 시작된다)과 상통합니다. 주역의 12번째 괘인 천지비(天地否·하늘과 땅이 서로 막혀 모든 것이 끝난 상태로, 아무것도 없는 이 상태에서 새로운 세상이 싹튼다는 의미) 역시 이와 상통합니다.”
   
   이 교수는 “승무의 마지막은 힘겹게 삶을 살아온 자신에게 감사하는 몸짓”이라고 했다.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함께 세상을 살아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또다시 몸을 낮추는 것이죠. 삶은 힘들고 고단한 것이지만 모든 움직임 안에는 찰나의 휴식이 깃들어 있습니다. 내내 장마가 내릴 땐 힘이 들지만, 비가 그쳐 검은구름이 물러나면 찬란한 빛이 비치죠. 이 잠깐의 휴식, 찰나의 쉼이 있기에 인간사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나아가게 됩니다. 이를 표현한 승무는 춤이자 철학이자 우주관이자 인생인 것이지요.”
   
   이 교수는 “그게 아마 1980년대 초였을 것”이라고 기억했다. “고대 춤의 원형을 찾아 고구려 고분이며 삼국시대 문헌을 온통 뒤지고 다닐 때였어요. 힘이 들어서 이렇게 앉아있는데, 저만치에서 수염이 허연 할아버지가 한복 자락을 휘날리며 걸어오시는 거예요. 신선 같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그냥 달려가서는 ‘선생님 아니시냐’고, ‘선생님 맞으시죠’라며 말을 걸었어요. 그분이 박상화 선생이세요. 일부(一夫) 김항(金恒·1826~1898·정역사상을 창시한 구한말의 대선사)~김창부(金昌夫·본명 영태) 선생으로 이어지는 영가무도(詠歌舞蹈)라는 수행법을 그 분으로부터 배웠습니다.”
   
   이 교수는 영가무도에 대해 “음(宮), 아(商), 어(角), 이(徵), 우(羽)의 오음을 발성해 자연의 기를 흡기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음은 태아가 어머니 양수 속에 있을 때 내는 소리입니다. ‘아’는 태아가 뱃속에서 나오면서 내는 소리죠. 아이는 자라면서 ‘어’ 또는 ‘엄’ 소리를 냅니다. ‘이’는 흩어진 음(音)을 하나로 모으는 소리이고, ‘우’는 한데 모은 소리를 앞으로 밀어내는 것입니다.”
   
   오장육부의 소리를 통해 대자연의 기를 접하다 보면 삼매경에 빠지게 되는데 이때 자기도 모르게 추는 춤이 무(舞)요, 흥에 넘쳐 어쩔 줄 몰라 뛰는 것이 도(蹈)라고 한다. 이 교수는 “무아에 빠져 영가무도를 하다 보면 온 우주와 자신이 하나로 붙어 돌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나이로 올해 예순일곱인 이 교수는 그 나이로 보이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승무 동작을 보여주며 손목을 ‘툭’ 하고 살짝 움직이는데, 60년간 춤으로 갈고닦은 내공에 가슴이 주저앉는 것 같았다. 그는 평생을 독신으로 지낸 춤꾼. 이 교수는 “안 맞았으니까 결혼을 안 했겠지”라며 “누군가 앞장서서 길을 내는 길닦음의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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