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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영수의 보이차 이야기]  병배차는 순료차보다 저급? 상술에 속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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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294호] 201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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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의 보이차 이야기]병배차는 순료차보다 저급? 상술에 속지 마라!

서영수  영화감독 

▲ 편(357g)당 50만원이 넘는 순료차.
보이차(普茶·푸얼차)는 원료인 모차(毛茶)의 사용 방법에 따라 순료차(純料茶)와 병배차(竝配茶)로 구분한다. 같은 시기에 잎을 딴 단일 차산(茶山)의 모차만을 사용하면 순료차라 한다. 반면 서로 다른 모차를 섞으면 병배차로 본다. 같은 차산에서 봄에 만든 모차와 여름에 만든 모차를 섞는다면 순료차로 볼 수 없다. 차산은 다르지만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모차를 섞어 보이차를 만들면 이 역시 순료차가 아니다.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병배차는 순료차에 비하여 저급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 차창에서 출시하는 유명 제품이 아니면 ‘병배한 차’란 사실을 강조하는 보이차는 거의 없다. 일부 차상(茶商)들은 10%의 고수차 순료에 90%의 저급한 모차를 섞어 버젓이 순료차로 속여 팔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포장지에 기재된 산지의 순료는 조금도 들어가지 않고 다른 차산의 모차를 섞어 판다. 사실 순료차를 표방하는 차의 상당수도 병배차다.
   
   하지만 필자는 순료차와 견주어 병배차가 정말 열등한 보이차인지 의문이 든다. 맹해차창에서 병배 전문 기술자로 20여년을 종사하다가 다른 차창으로 스카우트된 50대 L씨는 병배차 예찬론자다. L씨는 맹해차창이 민영화되기 전부터 병배기술 연구에 참여해 왔다. 맹해차창은 국영 차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7542, 7572와 같은 병배차의 고전이자 기준이 되는 보이차를 대량생산해 왔다. L씨는 “맹해차창이 보유한 광범위한 기술 축적과 신기술 개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보급”이라며 “병배차의 장점은 특정 순료차에 부족한 맛을 보충하기 위하여 다른 차를 섞어 균형 잡힌 맛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50대의 그를 새로 채용한 차창도 그가 체험한 병배기술을 높이 샀음이 분명하다.
   
   병배기술의 역사는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조수악퇴발효(潮水渥堆酵)’ 기법으로 만든 숙차는 윈난(雲南)에서 탄생한 1970년대부터 주목받는 기술로 거듭난다. 청(淸)나라 말기부터 번성한 개인 차창이 만든 보이차는 개성을 존중하는 순료차가 주류였다. 하지만 이를 무시한 마오쩌둥(毛澤東)은 질보다 양을 선택했다. 13억 인민이 모두 함께 차를 마실 수 있는 물량 공급이 우선이었다. 이에 중국은 1980년부터 대규모로 조성한 다원(茶園)에서 밀식재배한 대지차(臺 地茶)를 사용한 저급 모차로 그럴 듯한 맛을 만들어내는 병배기술을 중요 국가기술로 대우했다. 오늘날에도 병배기술의 상당 부분은 비밀로 유지되고 있다. 지금도 차창마다 병배기술은 서로 다르며 그 기법을 서로 공유하지 않는다.
   
   병배차를 만드는 방법과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차산이 다른 모차를 적절히 병배하는 방법이다. 이는 다양한 맛을 만들어보려는 과학적이고 긍정적인 시도이지만 오랜 체험과 기술이 축적돼야만 한다. 때로는 라오반장 같은 값비싼 지역의 차맛을 흉내 내기 위해 저렴한 산지의 모차를 섞는 데 병배기술이 악용되기도 한다.
   
   둘째, 등급이 서로 다른 모차를 병배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보이차의 발효와 진화에 결정적 도움이 된다. 녹차처럼 보이차도 우전(雨前)과 같은 첫물차로 만든 것이 원료로서는 최상급이다. 하지만 그 원료로 만든 보이차가 항상 최고의 보이차가 아니라는 점이 재미있다. 보이차의 미덕은 원료의 등급보다 오히려 후(後)발효에 있기 때문이다.
   
   셋째, 계절과 연도가 다른 모차를 병배하는 방법이다. 맛을 풍부하게 하려는 의도지만, 여름차와 같이 맛과 질이 떨어져서 인기가 없는 모차를 양질의 모차와 더불어 소비하려는 생산자의 속셈이 숨어있다. 연도가 다른 차를 섞는 방법도 세월을 뛰어넘어 보려는 상술에서 출발한 기만적 기술임을 부인할 수 없다.
   
   앞의 세 가지 방법 외에 드물게 생차(生茶)와 숙차(熟茶)를 병배하여 만든 ‘반생반숙’이라는 종류의 보이차도 있다. 이는 대부분 경발효가 된 숙차를 ‘반생반숙’으로 오인하거나, 실패한 보이차를 버리지 않고 실험제작한 것으로 보면 된다. 또는 ‘공예품’ 수준으로 만든 제품이 많아 소비자가 음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
   
   속성으로 강제 발효시키는 숙차에 순료 사용을 고집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무의미해 저급한 모차를 쓰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생차인 경우도 중국은 대량생산을 전제로 병배기술을 폭넓게 사용했다. 다만 대만은 순료차를 통한 전통 보이차 복구에 관심이 컸다. 이에 병배 방식도 단일 차산의 단조로움에 변화를 주고자 하는 맛에 대한 탐구심에서 출발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처럼 병배기술은 보이차의 맛과 향을 풍부하게 해 균일한 품질의 보이차를 대량공급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이익의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 저급한 상술로 전락하게 된다. 양날의 칼과 같다.
   
   “병배차가 맛의 균형을 잡아준다는 의견에 일부 동의하지만 개성이 강조되는 맛의 세계에서 굳이 평범한 맛을 만들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결국 병배차와 순료차는 가는 길이 다르다”는 것이 광동성 광저우(廣州)에서 고급 차예관(茶藝館)을 운영하는 주즈리(朱自勵)씨의 결론이다. 주씨는 대학에서 차를 가르치는 교수기도 하다. 다음은 주씨의 설명이다. “수량이 극히 제한적인 순료차를 13억 중국 인민 모두가 마실 수는 없다. 순료차 중에서도 고수차로 만든 최고급 보이차는 생활수준이 많이 높아진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 현상이 일며 최근 공급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올해도 물량 확보를 위해 이미 많은 돈을 거래처에 선불로 지급했다. 하지만 구입원가의 상승폭을 그대로 판매가에 반영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보이차 상식
   
▲ 순료 고수차
산차(散茶)를 긴압(緊壓)하여 완성된 모양에 따라 보이차의 이름이 달라진다. 원형으로 만든 병차(餠茶)는 원차(圓茶)라고도 하며 중국인의 세계관이 녹아 있는 둥근 형태로서 중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모양이다. 병차보다 저급한 모차를 사용하여 벽돌처럼 만드는 전차(塼茶)와 정사각형의 방차(方茶). 만두처럼 생긴 타차(陀茶)는 병차보다 어린잎을 위주로 만든다. 사람의 머리를 닮은 인두공차(人頭貢茶)와 티베트인들이 좋아하는 버섯 형태의 긴차(緊茶) 등도 있다.

서영수
   
   1956년 부산 태생. 유현목·이두용 감독 밑에서 영화를 배운 뒤 1984년 영화감독으로 데뷔. 1980년 무렵 보이차에 입문. 중국 윈난성 보이차 산지를 탐방하는 등 조예가 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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