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관 오늘은 디즈니 영화 ‘정글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기로 하지.

배종옥 나는 굉장히 재미있게 봤어. ‘디즈니가 또 새로운 역사를 쓰는구나’ 싶더군. 개봉과 동시에 3주 연속 전미 박스오피스 1위, 전 세계 39개국 박스오피스 1위라는 흥행기록을 세웠다고 하대.

신용관 원작은 영국 소설가 러디어드 키플링이 1894년에 펴낸 동화 모음집이지. 원작이 나온 지 70년쯤 뒤인 1967년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고. 그 후 50년쯤 지난 뒤에 ‘정글북’ 실사(實寫) 영화가 나온 셈이지.

배종옥 그런데 이 작품을 ‘실사’라고 부를 수 있는지 회의가 들어. 동물들이 인간처럼 표정을 짓고 말을 하니, 분명 컴퓨터그래픽(CG)이니 말이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서 디캐프리오와 싸우던 곰이 실제처럼 보이는 정교한 CG였듯이.

신용관 동물만이 아니야. 정글과 폭포, 화재 장면도 CG였다고.

배종옥 정말? 난 정글 모습은 실사인 줄 알았어. 실사 배경에 동물 CG를 입힌 것으로 여겼는데.

신용관 주인공 늑대소년 모글리(닐 세티)만 실제이고 나머지는 전부 CG라는 놀라운 사실. 실제 정글에서 10만장 이상의 사진을 촬영해서 정글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작업 소스를 만들었대. ‘디지털 정글’이란 얘기지.

배종옥 놀랍네. 하긴 동물들이 말을 하지 않았으면 CG인 줄도 몰랐을 정도로 진짜 동물들 같았어.

신용관 살아 있는 듯한 동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70여종류가 넘는 CG 동물들의 근육, 피부, 털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하는군. 그래서 이 ‘정글북’을 ‘CG영화’라고 부르자는 이들도 있어.

배종옥 아이가 연기하느라 힘들었겠다. 상대배우 없이 혼자 연기하는 게 무척 어색하거든.

신용관 모글리 역을 맡은 닐 세티는 12세 인도계 미국 아이야. 2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됐는데 연기 경력이 전무한 신인이라더군.

배종옥 신인치고는 연기가 꽤 자연스럽던데.

신용관 감독 존 파브로가 배우 출신이라 아이가 힘들어 할 부분을 적절하게 컨트롤할 수 있었대. 메이킹 필름을 보면, 모글리가 곰 발루의 배 위에 앉아 강물을 따라 떠내려가며 대화 나누는 장면에선 감독이 곰 역할을 하며 아이의 연기를 끌어내고 있더군. 하지만 영화에서 주인공의 매력이 십분 발휘됐는지는 다소 의심스러워.

배종옥 실사가 아니어서 그랬을 거야. 연기를 해보면 블루스크린 앞에서 상상을 하며 연기하는 게 생각보다 많이 어색하거든. 감정 몰입도 잘 안 되고, 배우의 감정을 100퍼센트를 끄집어내기가 힘들지.

신용관 동물들의 목소리 연기진이 아주 화려하더군. 매력 만점인 곰 발루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빌 머레이, 짧게 등장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뱀 카아는 스칼렛 요한슨, 모글리의 멘토 흑표범 바기라는 ‘간디’의 벤 킹슬리였어.

배종옥 그들의 목소리 연기는 흠 잡을 데 없이 좋았어. 특히 스칼렛 요한슨은 아주 매력적이더군.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영화 ‘그녀’에서도 목소리만으로 ‘사만다’ 역할을 했었잖아.

신용관 노래하는 곰 발루가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모글리가 표주박을 사용해 물을 마시다가 늑대 무리의 지도자 아킬라에게 ‘늑대답지 않다’는 이유로 혼나는 장면에서 드러나듯 모글리는 도구를 쓰지 못하도록 교육받지. 하지만 발루와 지내게 되면서 모글리는 인간 특유의 도구 사용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잖아. 늑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아기 코끼리와 위기에 처한 숲, 그리고 늑대 가족을 구하고.

배종옥 겨울잠을 자기 위해 꿀을 모아야 한다고 사기 친 게 거짓말로 들통난 뒤에도 발루가 ‘그게 뭐 그리 대수냐’고 뻔뻔하게(?) 나오는 장면도 재밌어. 디즈니 영화가 갖는 잔재미적 요소가 여기저기에 많이 깔려 있어. 하지만 악역을 맡은 호랑이 시어칸은 개연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봐. 모글리를 그렇게까지 죽이려 드는 게 납득이 잘 안 되더라고. 시어칸의 새끼나 가족이 인간에 의해 죽은 것도 아니잖아. 갈등구조를 만들기 위해 무리수를 둔 거 같아.

신용관 성인의 입장에서는 작품 내용보다는 영화의 기술력을 감상한다는 측면이 강한 듯해. 들소 떼가 이동하는 도중 산사태가 나는 장면 같은 건 CG라는 걸 알고서 봐도 놀라운 수준이잖아.

배종옥 그런 면에서 영화를 충분히 즐기려면 3D로 봤어야 해.

신용관 나는 제임스 캐머런의 ‘아바타’(2009)를 애들과 함께 3D로 봤었는데, 문제는 자리가 제일 앞줄 왼쪽 끄트머리였다는 거지. 3D 입체안경을 쓰고 보면 화면이 일그러져 어지럽기 짝이 없고, 안경을 벗고 보자니 이중 화면이고. 나중에는 멀미가 날 지경이더군. 같은 입장료 내고 어찌나 화가 나던지. 3D 상영관은 좌석 위치에 따라 화면을 체크한 뒤 표를 팔아야 한다고 봐.

배종옥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요소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아. 내가 워낙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앵그리버드 더 무비’도 챙겨봤는데 너무 지겹고 재미가 없더라고. ‘정글북’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영화였다고 봐. 줄거리가 특별한 것도 아니고. 하지만 동물과 정글의 CG 외에도 ‘정글북’에는 포인트가 있어. 인간과 동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라인에 효과적이고 흥미롭게 담아 놓았다는 거지.

신용관 관객 반응이 워낙 좋아서 디즈니가 ‘정글북 2’의 제작을 확정지었대. 1편의 감독과 각본가, 제작자가 속편에 그대로 참여한다더군.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없고?

배종옥 동물들이 말을 할 때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입 모양과 대사가 맞아떨어지는 게 나는 어색하더라고. 표정도 마찬가지고.

신용관 디즈니로선 자기들의 기술 수준을 과시하고픈 측면이 있었겠지.

배종옥 과유불급이라, 지나쳐서 좋은 게 있을까.

신용관 내 별점은 ★★★☆. 한 줄 정리는 “CG가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도 하네”.

배종옥 나는 ★★★★. “자연·동물·인간, 결국 모두가 하나.”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인터넷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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