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
[2457호] 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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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人] 아트벤처스 문효은 대표

“토이? 아트! 새로운 한류 스타 기대하세요”

▲ 문효은 대표가 영화 ‘스타워즈-로그원’과 콜라보레이션한 쿨레인의 작품 옆에 앉았다. photo 안호성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지난 5월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트토이컬쳐 2017’ 전시장. 장난감 전시에 몰린 관람객은 아이들보다 어른이 훨씬 많았다. 20~30대가 대부분이었지만 40~50대 중장년층도 눈에 띄었다. 국내 최초의 아트토이 페어인 ‘아트토이컬쳐’는 올해로 4회째. 5월 3일부터 7일까지 한국 대표작가 쿨레인을 비롯해 일본, 홍콩, 프랑스 등 180개 팀이 참가한 행사에는 5일간 8만여명이 몰렸다. 일본 작가 데하라의 한정판 피규어를 사기 위해 개막 3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예술을 입은 장난감, 아트토이가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관심을 끌고 있다. 웹툰·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피규어, 창작 캐릭터에 열광하는 어른들이 늘면서 작가군도 넓어지고 있다. 새로운 시리즈는 무조건 수집 리스트에 올리는 ‘덕후’들은 한정판 피규어를 사기 위해 해외 원정 경매도 마다하지 않는다. 장난감의 몸값도 장난이 아니다. 미국 아트토이 디렉터 크리스 릭스의 18㎝ 장난감 ‘더니’는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서 4억원에 팔렸다. 중국 작가 위에민준의 ‘베어브릭’ 작품은 2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서울옥션 등 미술경매시장에서도 아트토이가 인기다. 샤넬 등 명품 브랜드를 비롯해 협업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아트토이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아트토이컬쳐’를 만든 아트벤처스 문효은(50) 대표를 전시장에서 만났다. 슈퍼픽션, 스티키몬스터, 초코사이다, 초지…, 낯선 이름을 줄줄이 외며 신이 나서 각 부스를 소개하는 문 대표는 소녀 같았다.
   
   “아트토이의 성장은 이제 시작입니다. 마치 10년 전 웹툰시장이 시작될 때의 느낌입니다. 작가군도 다양해지고 작품성도 뛰어난데 아직은 작가들이 작품만 팔아서 살 수 있는 여건이 안 됩니다. 전업작가를 키우고 그들이 지속가능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일반인과 만날 수 있는 판을 벌인 겁니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너무 즐거워합니다. 웹툰이 크는 데 10년이 걸렸다면 아트토이의 성장은 훨씬 빠를 것으로 기대합니다.”
   
   문 대표는 아트토이의 성장동력은 모바일이라고 말했다. 웹툰이 모바일과 만나면서 전성기를 맞았듯 아트토이 또한 모바일을 통해 급속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패션, 게임 등 다양한 산업군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보고 있다. ‘원 소스 멀티 유스’가 가능한 콘텐츠인 것이다. 문 대표는 유망한 작가들과 대중·기업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문 대표는 ‘토이’는 물론이고 ‘아트’와도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았다. 그는 인터넷산업
   
   1세대다. 우리나라 디지털의 발전과 함께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2004년부터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으로 있으면서 2013년까지 다음세대재단 대표도 함께 맡았다. 이화여대 불문과 출신인 그가 IT 기업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게 된 사연도 재미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고민하던 그는 “돈벌이가 쏠쏠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PC 통신 서비스와 관련된 매뉴얼 번역 작업을 맡았다. 전화선을 이용한 통신 서비스가 막 등장하던 시절이었다. 미국 천리안, 하이텔 등에 접속해 작업하다 보니 번역비로 버는 돈보다 전화비가 훨씬 더 들었다. 한국통신에서 “수화기를 잘못 놓은 것 아니냐”고 물어올 정도였다. 돈은 못 벌었지만 그는 신세계를 봤다. 이미 해외 통신망에서는 쇼핑, 검색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었다. 해외 통신을 통해 미국에서 커피를 주문할 수도 있었고 외국 도서관 사이트에 접속할 수도 있었다. 놀라운 경험은 창업으로 이어졌다. 인터넷 비즈니스 관련 기업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주는 사업은 대성공이었다. 코스닥기업과 합병해 큰돈을 벌었다.
   
   더 큰 성공을 꿈꾸며 도전한 것이 온라인 교육 콘텐츠 사업이었다. 앞서가는 비즈니스 모델이었지만 너무 빨랐다. 닷컴 거품이 꺼질 때쯤 그도 망했다. 실패의 충격에서 한동안 헤매면서 국내 최초 여성 리더교육기관인 이화리더십개발원을 만드는 작업에도 관여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3년이었다. “소수미디어가 매스미디어가 되고,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소통하고 세상이 바뀌는 것을 봤습니다. 그만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눈 깜짝할 새 10년이 지난 것처럼 즐겁게 일했다는 그는 다음의 시가총액이 1600억원일 때 시작해 시가총액 2조원일 때 그만뒀다.
   
   
   IT에서 예술로
   
   “20대 후반부터 늘 최초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습니다. 50세가 되기 전 포털을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이에 걸맞은 가치 있고 즐거운 일은 뭘까, 고민 끝에 한예종 예술경영학과 석사과정에 도전했습니다. IT 기업에만 있으면서 메말라버린 문화 DNA가 생길 것이란 기대를 품고 말입니다. 느닷없이 예술한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이 어디 아프냐고 묻더라고요. 하하하.”
   
   새로운 도전은 가나아트센터 이정용(39) 대표와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결국 ‘아트토이컬쳐’로 발전했다. 가나아트의 창업자인 이호재 회장의 장남 이정용 대표는 아트가 대중과 좀 더 폭넓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차였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아트벤처스를 만들고 아트토이 키우기에 나섰다.
   
   인터넷 신세계를 접했을 때처럼 요즘 그의 가슴은 다시 뛰고 있다. 아트토이라는 새로운 콘텐츠와 테크놀러지, 미디어를 엮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일이 그렇게 신날 수가 없다고 한다. 시동을 건 만큼 그가 할 일이 많다. 무엇보다 작가들이 좋아하는 작품만 만들어도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시급하다. 작가의 수준은 ‘아트’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은 ‘토이’ 수준이다. 소량으로 만들면 원가가 올라가고 대량으로 만들자니 판로가 없다. 이런 작가들의 작품을 기업과 연결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 과제다. 그동안 쌓아온 네트워크는 큰 힘이다. 카카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손잡고 아트토이&캐릭터 공모전도 만들었다. 새로운 작가를 키우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올 하반기엔 일단 중국 시장부터 공략할 계획이다.
   
   “작가도 키우고, 콜라보레이션한 기업의 가치도 높이고, 소비자도 즐겁고, 모두가 윈윈할 수 있으니 이만큼 행복한 일이 없죠. 플랫폼을 만들고 불을 지피고 글로벌 콘텐츠로 키우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으니 이만큼 가치로운 일이없죠.”
   
   그가 요즘 꽂힌 문구는 ‘This is not a toy(디스 이즈 낫 어 토이)’.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는 말이다. 조만간 아이돌 못지않은 아트토이 스타가 그의 손끝에서 탄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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