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
[2481호]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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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옥, 영화와 놀다] 블레이드 러너 2049

복제인간이 정체성을 찾는 과정 묵직하고 집요
우리 미래가 영화처럼 된다면 살고 싶지 않아

신용관  기획취재위원 qq@chosun.com 

신용관 오늘은 ‘블레이드 러너 2049’(감독 드니 빌뇌브)를 하기로 하지요.
   
   배종옥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2년 작품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이지요. 저는 그 작품은 보지 못했지만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열렬한 팬입니다. 얼마 전에 ‘델마와 루이스’(1991)를 다시 봤는데, 정말 그 감동이 여전하더군요.
   
   신용관 리들리 스콧 감독은 35년 만에 만들어지는 이번 속편에 제작자로 참여했습니다. 이 작품은 모태가 된 원작이 따로 있지요. SF소설 작가 필립 K. 딕이 1968년에 쓴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입니다. ‘복제인간’의 의미로 필립 K. 딕은 ‘안드로이드’라는 용어를 사용한 거지요.
   
   배종옥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몇몇 용어 정리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신용관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인간형 로봇을 지칭할 때 흔히 쓰이던 안드로이드란 단어 대신 관객이 완전히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개념을 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긴 말이 ‘리플리컨트(replicant)’이지요. 인간과 같은 지적 능력을 갖고, 훨씬 우월한 신체적 조건을 갖춘, 노동력 제공을 위한 인간의 대체품입니다.
   
   배종옥 제목의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리플리컨트를 색출해 제거하는 임무를 가진 특수경찰을 지칭하는 말이고요.
   
   신용관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스토리는 ‘블레이드 러너’가 배경으로 했던 2019년으로부터 30여년이 지난 뒤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배종옥 인간과 리플리컨트가 혼재된 2049년, 통제를 벗어난 리플리컨트를 쫓는 블레이드 러너 ‘K’(라이언 고슬링)는 임무 수행 도중 약 30년 전 여자 리플리컨트의 유골을 발견하고 충격적으로 출산의 흔적까지 찾아냅니다.
   
   신용관 리플리컨트가 출산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이 초래할 사회적 혼란이 두려워 이를 덮으려는 경찰 조직과, 그 비밀의 단서를 찾아내 더욱 완벽한 리플리컨트를 거느리고 세상을 장악하기 위해 K를 쫓는 ‘니안더 월레스’(자레드 레토)도 등장하지요.
   
   배종옥 리플리컨트의 숨겨진 진실에 접근할수록 점차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는 K는 오래전 블레이드 러너로 활동했던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를 찾아가고 전혀 상상치 못한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신용관 화면은 암울한 미래 사회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요. 꼭대기가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이 늘어선 고층빌딩, 잿빛 하늘에서 쉼 없이 내리는 비, 건물만 한 대형 홀로그래피 광고, 인간인지 복제인간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군중들. 전편과 마찬가지로 필름 누아르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배종옥 드니 빌뇌브 감독이 “예전의 ‘블레이드 러너’가 가진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블레이드 러너 2049’만의 고유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하려 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고 하네요.
   
   신용관 속편은 주인공 K가 갖고 있는 기억이 실제 기억인지 이식된 기억인지 본인도 헷갈려 하고 덩달아 관객도 궁금하게 하면서, 그 실체를 찾아가는 과정이 결국 포인트입니다. 리플리컨트는 공장에서 생산된 인간 형태의 로봇이므로 그들이 갖고 있는 기억은 직접 경험한 과거의 일이 아니라 입력된 메모리에 불과하지요.
   
   배종옥 근데 왜 굳이 리플리컨트에게 기억을 심어주려고 하는 건가요?
   
   신용관 힌트가 될 만한 대사가 살짝 지나가긴 합니다. “힘든 일을 하는 리플리컨트에게 유일한 낙일 것”이라고.
   
   배종옥 서양인들이 기억이란 소재를 즐겨 다루는 측면이 있는 듯해요. ‘이터널 선샤인’(감독 미셸 공드리·2004)이란 영화는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를 찾아간 주인공의 이야기예요. 기억이 지워질수록 오히려 미워 보였던 애인과의 기억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는 줄거리지요.
   
   신용관 한데 2시간4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감독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복제인간도 인간보다 더 인간적일 수 있다”, 정도일까요.
   
   배종옥 저는 그게 똑 떨어지게 다가오지 않더군요. 다만 리플리컨트 K가 자신의 정체를 찾아가는 짧지 않은 과정을 묵직하고 집요하게 끌고 나가는 감독의 역량은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신용관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는 ‘조이’(아나 디 아르마스)라는 캐릭터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듯해요. 홀로그램이지만, 휴대용 투사 장치 덕분에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K와 함께할 수 있게 만들었지요.
   
   배종옥 스칼렛 요한슨이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의 목소리로 등장한 영화 ‘그녀(Her)’(감독 스파이크 존즈·2013)를 떠올리게 하더라고요. 물론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조이는 눈앞에 진짜 현실처럼 나타나니까 차원이 다르긴 합니다. 저걸 어떻게 찍었나, 싶을 정도로 실감 나는 화면이었어요.
   
   신용관 이 영화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왔습니다. 홀로그램인 조이와의 육체적 결합이 불가능하자, 마리에트라는 리플리컨트를 대역으로 쓰지요.
   
   배종옥 그렇게 볼 수 있지요. 이른바 남성 ‘고객’이 원하는 대로 다 해주니까요. 매사 순종적이고. 모든 남자들은 그런 여자를 꿈꾸나 봐요(웃음).
   
   신용관 ‘블레이드 러너’의 주인공이었던 해리슨 포드는 75세 나이에도 35년 만에 속편에 등장했습니다.
   
   배종옥 75세나 됐다니 믿기지 않네요. 외국 배우들 중에도 성형수술 잘 못해서 추하게 보이는 이들이 적잖은데, 잘 늙었네요. 몸 관리도 잘했고. 이 영화에서 해리슨 포드가 뿜어내는 존재감이 좋았습니다. 영화 중간에서야 등장해서 화면을 그 정도로 장악할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거든요.
   
   신용관 음악이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로 유명한 한스 짐머였습니다만.
   
   배종옥 음악은 기억도 나지 않는데요. 영화음악은 스토리나 상황과 맞아떨어졌을 때 빛나는 건데, 이 영화는 영상의 무드가 더 압도적이었던 듯해요.
   
   신용관 우리나라에서는 누적 관객 31만여명(10월 30일 기준)으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북미와 중국에서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군요.
   
   배종옥 사색적이고 정적인 영화 분위기가 젊은층에 어필하지 못한 거 아닐까요?
   
   신용관 제 별점은 ★★★☆. 한 줄 정리는 “감독의 강한 의욕만큼 길고 긴 영화.”
   
   배종옥 저는 ★★. “우리의 미래가 저 모양이라면 나는 그곳에 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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