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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2552호]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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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기행] 마이애미 핫 플레이스 모건스 브런치 기준을 바꾸다

박대권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 마이애미 핫 플레이스 ‘모건스’의 프렌치토스트.
마이애미(Miami)는 미국의 최남단에 위치한 플로리다주의 최대 도시이다. 마이애미시 자체 인구는 50여만명에 불과하지만 마이애미를 중심으로 한 도시권은 600여만명 규모다. 미국 내 대도시권 규모로는 7위이다. 큰 규모이고 이름이 낯익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는 직항이 없고 미국 내에서도 끄트머리에 떨어져 있는 도시이기에 한국인 방문객 수도, 교민도 많지 않다.
   
   나이가 든 세대는 미국 드라마 ‘마이애미 바이스(Miami Vice)’를 기억할 것이고, 조금 젊은 세대는 과학수사물인 ‘CSI 마이애미’가 익숙할 것이다. 농구팀 마이애미 히트의 홈구장인 아메리칸 에어라인 아레나가 도심에 위치하고 있다. 뉴욕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오는 이민자들의 관문이었다면 마이애미는 중남미 출신들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출입문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이민의 상징은 뉴욕에 있는 엘리스섬이지만, 중남미계 미국인들에게는 마이애미 시내의 프리덤타워(Freedom Tower)가 그 상징이다. 피델 카스트로 집권 이후 쿠바를 탈출한 이민자들이 현재의 마이애미 기틀을 세우는 데 크게 기여를 하였다. 그래서 도시민의 70% 정도가 중남미 출신인 히스패닉으로 분류된다.
   
   
   담벼락 예술로 유명한 윈우드 명소
   
   윈우드(Wynwood)는 마이애미 도심에서 북쪽으로 차를 몰면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철도기지창으로 쓰였던 넓은 벌판에 간간이 창고가 있던 동네가 2000년대 초부터 재개발이 시작되어 예술과 패션의 중심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윈우드 담벼락(Wynwood Walls)은 이 동네의 대표적 예술품이다. 길게 늘어져 있는 한 마을의 담벼락을 벽화와 그래피티로 가득 꾸며놓았다.
   
   토니 골드만이라는 개발업자가 24채의 집을 사들여 시작한 이 프로젝트에는 여러 나라의 미술가들이 참가하여 담벼락을 수놓았다. 언론의 관심이 이어졌다. 뉴욕타임스와 영국 방송 BBC가 명소로 보도를 하였고, 미국에서 인스타그램 사진을 찍기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외관 전체를 그림으로 뒤덮는 건물들도 인근에 생겼다. 이 덕에 미국에서 담벼락 그림의 성지가 되었고, 주변에 갤러리와 음식점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관광객이 몰리는 마이애미에서 가장 뜨는 동네가 되었다. 마이애미의 대표적 음악 페스티벌인 ‘울트라 마이애미(Ultra Miami) 2018’에 출연했던 소녀시대 소속 가수 유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려 대중들에게 노출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위치한 브런치 식당이 ‘모건스(Morgans)’다. 모건스는 평범한 2층의 흰색 미국 가정집을 식당으로 개조하였다. 열대지역답게 커다란 야자나무 가로수가 가게 주변에 서 있고, 사철 초록빛을 띠는 나무 잎사귀로 둘러싸여 있다. 실내는 외양과는 다르게 깔끔하고 잘 정리된 도시풍의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고, 베란다에 빙 둘러 펼쳐진 야외 테이블은 가정집 식탁처럼 소박하다. 발코니도 천막으로 덮여 있어서 마이애미의 따가운 햇볕을 잠시 막아주기에 충분하다.
   
   식당 평가 전문지인 저갯(Zagat)은 모건스를 다음과 같이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다. ‘남부 플로리다에서 가장 핫한 15개 브런치집’ ‘꼭 먹어봐야 하는 마이애미의 브런치 메뉴 3곳’ ‘윈우드에서 꼭 가봐야 하는 18개의 핫 스팟’ ‘마이애미의 정통 가정식 10집’ ‘윈우드에서 브런치를 먹으려면’ ‘마이애미 미술관 달(Miami Museum Month) 중 먹어야 할 곳’ 등으로 선정하였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명소로 분류되는 걸 보면 인근에 오면 꼭 가봐야 할 곳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다. 저갯이 가장 많이 언급한 메뉴는 ‘치킨 앤 와플(Chicken & Waffle)’이었다. ‘초콜릿 딥드 와플(Chocolate Dipped Waffle)’ ‘에그 베네딕트’ ‘프렌치토스트’ 등의 전형적인 브런치 메뉴들이 그 뒤를 이었다.
   
   최근 이곳에 들른 필자 일행은 ‘치킨 앤 와플’ ‘프렌치토스트(Mascarpone & Raspberry Stuffed French Toast)’, 그리고 ‘팬케이크(Pancakes)’ 등을 주문하였다. 치킨 앤 와플은 처음 본 음식이었다. 와플에는 과일로 만든 컴포트, 잼 또는 버터 등이 올라가는 게 기본인데 좀 생경했다. 벨기에 출신 ‘와플’에 ‘튀긴 닭’이 올려진 조화는 닭을 좋아하는 히스패닉 문화와 남부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들의 ‘영혼의 음식’인 소울푸드가 그 기원이었다.
   
   치킨 앤 와플은 미국의 전통음식으로 분류되는데, 소울푸드와 펜실베이니아 거주 네덜란드인의 음식 두 부류로 나뉜다. 소울푸드 양식은 튀긴 닭을 와플 위에 올리고, 펜실베이니아식은 닭고기를 찢어서 스튜를 만들어 올린다. 현재는 대부분의 치킨 앤 와플이 소울푸드 방식으로 요리된다.
   
   
▲ 담벼락 그림의 성지 ‘윈우드’에 위치한 브런치 식당 모건스 외관.

   치킨 앤 와플의 마법
   
   한입 베어먹고 몇 번을 씹자마자 짭조름한 치킨과 달콤하고 부드러운 와플의 어울림이 느껴졌다. 막연한 거부감이 기우였음이 단박에 증명됐다. 익숙하던 ‘단짠’이 어색한 유럽 출신 백인들과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의 음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한국에서 먹던 치킨이 경제성 문제 때문인지 충분히 크지 않은 닭을 사용하여 씹는 맛이 떨어지는 것에 반하여 미국 닭은 씹는 맛까지 괜찮았다. 한국 치킨과 함께 먹었으면 달달한 와플을 반쯤은 같이 먹고 나머지는 따로 먹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덩어리가 크고 식감이 쫄깃한 미국 닭은 접시 위에서 시작한 와플과의 의리를 끝까지 지켰다. 내 입속에서 와플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와플 위를 지키며 함께 식도를 타고 넘어갔다. 살짝 숨긴 체다치즈는 유럽·미국 연합의 조정자 역할을 충실히 하며 ‘단짠’을 배가시켰다.
   
   이런 훌륭한 조합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음식을 보고서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 아니라 불여일식(食)이었다. 전에도 소울푸드가 우리 입맛에 맞는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지만, 치킨으로 불리는 튀긴 닭이 왜 요즘 우리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프렌치토스트는 미국, 그것도 따듯한 남부지방의 자연스러움을 만끽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겉이 울퉁불퉁하고 둥그런 식빵에 전혀 외부적 힘을 가하지 않고 그대로 달걀물에 담갔다가 뺀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여느 프렌치토스트처럼 두께가 두꺼운 식빵이었지만 식빵의 중반까지 달걀물이 충분히 스며들어 가운데 부분을 먹어도 전혀 퍽퍽하지 않았다. 계란물에 너무 오래 담그면 구운 토스트의 바삭함을 느끼기 힘들고, 제대로 담그지 않으면 중간 부분은 계란맛을 충분히 느낄 수 없어서 퍽퍽하다.
   
   그런데 모건스의 프렌치토스트는 재우기와 굽기에 부족함도 과함도 없었다. 한국인 정서로는 살짝 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겉을 그을린 것이 비결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프렌치토스트 표면을 덮은 가루 설탕과 아끼지 않고 올려진 생딸기는 굳이 메이플시럽을 뿌리지 않아도 프렌치토스트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팬케이크는 두께부터 압권이었다. 거의 1㎝에 육박할 정도로 두꺼워서 손가락으로 꼬집어서 사진을 찍어볼 정도였다. 그래서 외관상으로는 맛이 매우 퍽퍽할 것 같았다. 두께와 부드러움은 양립하기 힘들다는 그동안의 경험 때문이었다.
   
   앞의 두 접시가 맛있었으니 하나는 별로여도 괜찮다는 위안을 곱씹으며 한 입 베어물었다. 그래서 일부러 맛없는 순간을 피하기 위하여 버터와 컴포트를 가득 발라 먹었다.
   
   그런데 팬케이크 안이 맛있었다. 육중한 무게감이 묻어나는 두꺼운 두께와 달리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버터와 컴포트 없이 오직 팬케이크만 날것으로 먹어보았다. 마이애미 히트 농구팀의 에이스였던 샤킬 오닐의 덩크슛 같았다. 팬케이크에 대한 내 선입견을 그의 전매특허였던 백보드 브레이킹 덩크슛(Backboard Breaking Dunk)처럼 부숴주었다. 겉이 두꺼우면 속까지 열이 전달되기 힘들어서 촉촉하기 힘든데 그렇지 않았다. 식감이 부드러우면 버터가 많이 들어간 이유여서 느끼하기 마련인데 뒷맛이 깔끔했다. 그리 달다는 느낌도 들지 않아서 버터와 컴포트를 남기지 않고 먹는 게 자연스러웠다. 입맛이 까탈스러운 친구를 둔 덕에 별 기대 없이 한끼 때우러 따라갔다가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 팬케이크의 기준점이 바뀐 날이었다.
   
   
   파란 하늘과 함께 떠오르는 맛
   
   모건스에서 바라본 마이애미의 파란 하늘은 미세먼지가 공기의 분자 속까지 켜켜이 파고든 서울의 하늘과 너무 달랐다. 애국가에 나오는 공활한 가을하늘이었다. 소녀시대 유리가 인스타그램에 주로 올린 사진도 하늘 사진이 많았다.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생각을 했음이 분명하다. 마이애미 다운타운의 마천루와 항구에 정박 중인 초대형 크루즈, 작은 섬에 지어진 호화주택들을 오픈카를 운전하며 쉴 새 없이 설명하는 친구 옆에서 나는 하늘과 구름만 계속 쳐다보았다. 문명이 아니라 자연이 좋아서였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금수강산에서 온 이방인이 현대문명의 총아인 나라에서 깨끗한 공기와 하늘에 매료된 것이었다. 이게 아이러니가 아니라 이제 일상이 되었다. 미세먼지 낀 서울 하늘을 보면 마이애미의 파란 하늘과 오버랩되며 양 미간이 더 찌푸려진다. 그러다 금방 양 미간이 펴지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모건스에서 먹은 세 가지 음식이 파란 하늘과 함께 떠오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를 마시면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중독성 강한 천상의 맛이었음에 틀림없다.
   
   미국 본토에 갈 일이 있으면 일부러라도 마이애미로 기수를 돌려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뉴욕에서 마이애미까지는 1200마일, 약 2000㎞ 거리이다. 안 쉬고 가도 스무 시간이 더 걸리는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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