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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595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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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OTT 시대 트로트의 반격

▲ 지난 1월 6일 첫 회를 선보인 ‘미스터트롯’은 종편 시청률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photo TV조선
지난해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이 인기를 끌 때까지만 해도 사실 별 관심이 없었다. 식사자리에 ‘미스트롯’ ‘송가인’ ‘홍자’ 이야기가 자주 올라왔지만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빅뱅’이나 ‘AOMG’를 들으며 자라온 20대에게 트로트는 그저 어른들을 위한, 어른들이 좋아하는 장르일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트로트는 ‘어른들의 취향’을 넘어 모두의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2019년 올해를 빛낸 가수와 가요’에서는 송가인·장윤정·홍진영·김연자 등 트로트 가수들이 ‘올해를 빛낸 가수’ 10위 안에 들었다.
   
   올해는 그 열풍이 더욱 거세다. 그 중심에는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의 시즌2인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있다. ‘내일은 미스터트롯’은 매주 방송될 때마다 종합편성채널 시청률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 2월 6일 방송된 ‘미스터트롯’ 6회는 2011년 종편 출범 이후 사상 최고 시청률인 27.5%(닐슨·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종편 최고 시청률이었던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23.8%를 뛰어넘은 기록이다.
   
   전작 미스트롯의 흥행이 발판을 잘 닦아놓은 덕도 있다.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은 대체적으로 시즌1보다 시즌2 이후부터 흥행이 가속화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거 엠넷의 ‘슈퍼스타K’나 ‘쇼미더머니’도 시즌1이 받은 호평과 인기를 발판으로 후속 시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전작 ‘미스트롯’ 마지막회는 최고 시청률 18.1%를 기록했다.
   
   TV조선의 ‘트롯’ 시리즈는 아주 새롭거나 독특한 포맷의 방송은 아니다. 트로트라는 장르로 오디션을 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사실 기존의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과 음악 경연 방송의 포맷이 군데군데 녹아 있다. 무대 앞에 앉은 연예인 심사단이 참가자의 공연을 평가하는 건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엠넷의 ‘슈퍼스타K’부터 시작된 일이다. 10명 안팎의 연예인 심사단(패널)이 무대 앞에 앉아 감상평을 전하고 호들갑스러운 ‘리액션’을 덧붙이는 건 MBC ‘복면가왕’과 닮았다. ‘트롯’ 시리즈와 ‘복면가왕’은 무대 세트의 구성도 흡사하다.
   
   
   예능프로 소외됐던 중장년층 ‘취향 저격’
   
   그럼에도 ‘미스터트롯’이 이른바 대중문화 전체의 판도를 흔들 정도로 시청자들의 인기를 견인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일단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이 즐길 만한 프로그램이 없던 틈을 TV조선이 잘 파고들었다고 평가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주간조선에 “중장년층을 위한 예능프로그램이 새롭게 등장하지 않던 상황에서 ‘트로트’라는 장르만으로도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방송계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플랫폼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했다. ‘1박2일’ ‘신서유기’ ‘꽃보다 할배’를 연출한 CJENM의 나영석 PD는 최근 유튜브만을 공략하기 위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나 PD와 늘 호흡을 맞춰온 강호동과의 ‘라끼남(라면 끓여먹는 남자)’, 이수근·은지원과는 ‘아이슬란드 간 세끼’로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었다. ‘무한도전’ 연출로 잘 알려진 MBC 김태호 PD는 유재석과 함께 유튜브에서 먼저 ‘놀면 뭐하니?’를 선보였다.
   
   여기에 더해 방송국들도 각기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유튜브만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JTBC(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워크맨’과 ‘와썹맨’은 독자 채널을 개설해 젊은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워크맨’은 구독자 391만명, ‘와썹맨’은 229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CJENM의 tvN 역시 개그맨들을 앞세운 ‘유튜브 예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이런 유튜브 예능은 젊은 시청자들에게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젊은 시청자들의 영상 콘텐츠 시청 방식이 텔레비전에서 스마트폰(태블릿PC)으로 옮겨왔고, 그래서 OTT가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빠르게 시청하기 좋은 짧은 길이의 영상을 선호하고, 예전처럼 시간 맞춰 TV 앞에 앉아 방송이 시작하기를 기다리는 경향이 줄어들었다. 수백만 구독자를 가진 1인 유튜버들의 활약 역시 방송가의 위기의식을 자극했고 방송국들은 ‘웹 예능’ 시장에 부랴부랴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 가장 도외시된 것은 5060세대였다. 이들은 방송의 ‘타기팅’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문화 소외층이 되어갔다. OTT 서비스, 웹 예능 등에 중장년층의 접근성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콘텐츠와 편집 역시 호흡이 짧고 압축적이다. 반면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은 대체로 지루한 적체 상황이다. 주말 예능의 대표주자 격인 ‘런닝맨’은 1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불후의 명곡’ 8년, ‘슈퍼맨이 돌아왔다’ 7년, ‘복면가왕’ 5년 등 나이 든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13년 전 출범한 ‘1박2일’은 지금까지 생존 중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들은 현재도 대부분 시청률 10%를 넘기며 꾸준히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그러나 신선함은 떨어진다. 지난 주에 본 방송과 이번 주 방송은 게스트 출연진만 달라질 뿐 반복되고 있다는 기시감까지 준다. 이를 두고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방송계는 OTT 플랫폼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과도기를 겪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틈을 지난해 ‘미스트롯’이 파고든 셈이다.
   
   
▲ 트로트 신드롬을 일으킨 ‘미스트롯’의 송가인. photo TV조선

   한국인의 보편적 감수성 자극
   
   ‘트롯’ 시리즈는 그동안 예능계에서 소외되어왔던 중장년층을 위한 안성맞춤 프로그램으로 등장했다. 트로트라는 장르적 특색이 중장년층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최근 인기를 끌어온 오디션 프로그램은 힙합(쇼미더머니)이나 아이돌(프로듀스 시리즈) 위주의 경연이었다. 트로트라는 장르가 이 간극을 메웠고, 친숙한 포맷과 얼굴(출연 연예인)로 일반인 참가자들이 줄 수 있는 이질감을 극복했다. 한마디로 ‘취향저격’이었다.
   
   트로트의 구성진 가락을 그대로 소화해내면서 ‘신동’이라 불릴 만한 어린 참가자, 조영남의 ‘화개장터’를 한국인보다 잘 부르는 케냐 출신의 참가자도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SBS의 ‘스타킹’이 지금까지 방송되고 있었다면 이들은 곧장 섭외됐을 것이다. ‘트롯’ 시리즈의 기획·연출을 맡고 있는 서혜진 PD는 SBS 출신으로 ‘스타킹’을 연출했다.
   
   연예인 출연진 역시 대부분 익숙한 얼굴들이다. ‘오디션 전문 MC’라고도 불리는 김성주는 ‘슈퍼스타K’ ‘복면가왕’의 진행을 맡아왔다. 데뷔 16년 차의 장윤정과 30년 차의 노사연·이무송 부부, 장영란, 붐, 박명수, 신지 등 최소 10년 이상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온 출연진들이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는 방송의 포맷만 두고 보면 ‘트롯’ 시리즈가 ‘왜 이렇게 선풍적 인기를 끄는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트롯’ 시리즈는 이러한 친숙함이 가장 큰 무기이자 장점으로 꼽힌다.
   
   트로트가 가진 정서도 ‘트롯’ 시리즈 흥행에 큰 몫을 했다. 트로트는 그 기원이 외국일지라도, 지금은 가장 한국적인 장르 중 하나다. ‘한국적인’이라는 수식은 곧 한(恨)의 정서를 뜻하기도 한다. 출연 당시 34살이었던 ‘미스트롯’의 송가인은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한 많은 대동강’을 불렀다. ‘철조망이 가로막혀/ 다시 만날 그때까지/ 소식을 물어본다/ 한 많은 대동강아’ 같은 가사는 그 자체로 한국의 역사(6·25전쟁)를 서사하면서 그 속에 담긴 한을 표현하고 있다. 송가인은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았기에 그녀의 목소리는 한국인의 ‘보편적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다.
   
   ‘미스터트롯’의 임영웅은 ‘바램’을 부르기 전 “불효자로 살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엄마의 고생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바램’의 가사 속에 ‘어머니’는 나오지 않지만 ‘내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 몸을 아프게 하고’의 가사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부모님을 떠올린다. 평생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고생한 부모와 시간이 지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 자식 간의 정서는 한으로 맞닿는다.
   
   ‘뽕짝’이라는 이름으로 수준 낮은 음악으로 취급받기도 했던 트로트는 이런 대목에서 재발견됐다. 관광버스에서 엉덩이를 흔들기 위한 음악만이 트로트가 아니라는 것을 대중에게 각인시킨다. 절절하고 시적인 가사와 실력 있는 가수의 표현력이 만나 트로트의 ‘수준’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했다.
   
   물론 신나고 경쾌한 리듬의 트로트 역시 인기를 끄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미스터트롯’의 김호중이 부른 ‘태클을 걸지마’는 ‘속절없는 세월/ 탓해서 무얼해/ 되돌릴 수 없는 인생인 것을/ 지금부터 뛰어/ 앞만 보고 뛰어/ 내 인생에 태클을 걸지마’라고 한다. 원곡 가수 진성은 1966년 출생이지만, 20대들도 이 노래를 듣고 “우울할 때 들으면 정말 좋은 노래다”라고 호응한다. 트로트의 재발견은 이렇듯 젊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모았다. 장윤정-박현빈-홍진영으로 이어지다 잠시 주춤했던 ‘젊은 트로트’의 계보가 ‘트롯’ 시리즈에서 다시 이어지고 있다.
   
   
▲ 올해로 데뷔 29년째인 유재석은 ‘유산슬’이라는 신인 트로트 가수로의 도전에 성공했다. photo 뉴시스

   2030 호응까지 쌍끌이
   
   결과적으로 중장년층의 사랑을 확보하면서 시작한 트로트 열풍은 강력한 전염성을 내뿜으며 2030세대에까지 전파됐다. 여기에는 MBC ‘놀면 뭐하니?’에서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유재석도 기여한 바가 크다. 유재석은 ‘유산슬’이라는 신인 트로트 가수로 변신에 도전해 지난해 MBC연예대상에서 ‘신인상’까지 받았다. 여전히 예능계를 이끌어가는 유재석의 트로트 가수 변신은 젊은이들로부터 “재밌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한도전’부터 시작되어온 유재석의 ‘도전’은 카타르시스나 감동 이전에 재미가 있기에 사랑받아왔다. ‘유산슬’로의 변신 역시 재미가 담보되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고전적인 트로트뿐만 아니라 아이돌 출신의 등장, 댄스·EDM 등과의 결합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며 “오디션이라는 포맷으로 흥미를 더했고 참가자 대부분이 젊은 연령대인 것도 흥행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재미’ ‘웃음’은 기존 방송이 자극적인 콘텐츠가 널려 있는 유튜브와 인터넷 방송을 넘어서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가장 큰 조건이다. 말초적이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트로트’는 그 자체로 재미있는 콘텐츠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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