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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599호]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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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통신]‘다운힐’서 아빠 역 맡은 코미디언 윌 퍼렐

LA= 글·사진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다운힐’은 NBC-TV 심야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출신인 키다리 곱슬머리 코미디언 윌 퍼렐(53)이 오랜만에 나온 블랙코미디 분위기의 드라마다. 인터뷰에서 윌 퍼렐은 가끔 시치미 뚝 떼고 농담을 하긴 했지만 영화가 진지한 드라마여서 그런지 점잖게 앉아 시종일관 진지하고 차분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윌 퍼렐은 ‘다운힐’에서 어린 두 아들, 아내와 함께 알프스로 스키 여행을 갔다가 눈사태가 일어나자 가족을 남겨놓고 혼자 현장에서 줄행랑을 친 남편 피트로 나온다. 이로 인해 단란했던 가족 간에 갈등이 인다. 이 영화는 2014년 나온 스웨덴 영화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을 미국판으로 각색했다. 윌 퍼렐과의 인터뷰는 최근 LA 비벌리힐스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 만약 영화 속 사태가 당신에게 일어난다면 당신은 자신부터 구하겠는가 아니면 가족을 먼저 구하겠는가. “그 질문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면 다 자문할 것이라고 본다. 영화가 끝나면 모두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볼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당연히 바른 일인 가족부터 구할 것이다. 이 말은 공연히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하는 말이다.”
   
   - 영화에서 아내 빌리로 나온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는 이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한데 그와 처음으로 함께 일한 경험은 어땠나. “함께 일해본 어떤 사람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요 제작자다. 제작자로서 이야기의 내용을 상세히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나를 비롯해 영화에 관계하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하면서 자문을 구했다. 그리고 우리의 질문도 경청해 참고했다. 내가 이번에 놀란 것은 줄리아가 눈 속에서 하루 12시간 촬영을 한 뒤 호텔방으로 돌아가선 자기가 제작하고 출연하는 TV시리즈 ‘비프’의 마지막 손질을 했다는 사실이다. 나 같으면 피곤에 절어 기절했을 것이다. 믿지 못할 정도로 재능이 있는 배우인데 그것이 제대로 인정을 받고 있는지 의문이다.”
   
   - 피트는 아내로부터 가족을 버렸다는 비판을 받자 그런 것이 아니라고 우기는데 당신은 실제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편인가 아니면 변명하는 편인가. “나는 내 잘못을 즉시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피트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하나는 ‘아이고, 나도 어떻게 그랬는지 몰라. 당신이 날 미워하는 것도 이해해. 다시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게’라면서 자기 실수를 깨끗이 인정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무도 다치지 않았잖아. 내일 아침에 깨어나면 그저 큰 재난을 당할 뻔했지만 모두 무사하니 이젠 계속 휴가를 즐기자’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피트는 자기 잘못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후자를 택한 것이다.”
   
   - 그가 잘못을 시인하지 않은 것은 남자의 자존심 때문이라고 보는가. “그런 점도 있다. 그는 나중에 시인하긴 했지만 자기가 저지른 수치를 사실로 인정하기 싫어 제 무덤을 판 셈이다. 이 영화는 어떤 면에서 현재 우리 사회가 진실의 결핍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도 본다. 처음 영화를 만들 때부터 그런 현상을 반영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두 번 보고 나니 정치건 언론이건 간에 이들이 진실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더라.”
   
   - 눈사태로부터 아내가 도망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는가. 왜 꼭 남자만 책임을 떠맡는 압력에 시달려야 하는가. “우리는 남자가 보다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자랐다. 난 내 직업을 사랑하지만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가족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나보다는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아내를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를 늘 묻는다. 그러면 아내는 나더러 자기를 위해 해줄 일이 없으니 집 밖으로 나가라고 말한다. 내가 남자다워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는지 확실히 모르겠으나 주위를 둘러보면 내 친구들을 비롯해 남자들이 과거보다 모든 일에 더 많이 관여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것 같다.”
   
▲ 영화 ‘다운힐’의 한 장면.

   - 결혼한 사람으로서 피트와 빌리의 어떤 대사가 당신과 당신 부인의 관계에 상응하는 것으로 느꼈는가. “대사는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영화에서 피트와 빌리가 사사건건 계획을 세우는 것은 실제 우리 부부와 많이 닮았다. 피트와 빌리는 서로 주고받으면서 부부간의 역학관계를 유지하는데 그 점도 실제 우리 부부와 닮은 점이다. 나와 아내는 무슨 일을 결정할 때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도 상대방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의 결정을 따른다. 그것이 부부 관계를 순조롭게 지켜나갈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 겨울 휴가와 여름 휴가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겨울이건 여름이건 간에 난 휴가를 좋아한다. 영화를 스키 휴가지에서 찍은 것은 큰 행운이었다. 스키 휴가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키 휴가는 온 가족이 똘똘 뭉쳐 함께 눈 위에서 스키를 탈 수 있어 참으로 안락한 기분이다. 따라서 선택하라면 여름보다는 겨울 휴가를 선택하겠다.”
   
   - 오스트리아에서 스키를 타는 건 이번이 처음인가. “미국 밖에서 스키를 타긴 처음이다. 미국에선 로키산 등 여러 곳에서 스키를 타봤지만 그 어느 곳도 알프스의 아름다움을 따라갈 수 없었다. 숨이 막힐 지경으로 아름답더라. 내가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서 함박웃음을 짓곤 했다. 친구들을 놀리려고 내가 스키 타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보냈다. 미국과 오스트리아의 스키 예절도 다르더라. 미국에서는 리프트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반면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사람을 치고 다니면서 서로 먼저 타려고 서두른다.”
   
   - 이 영화의 원작은 스웨덴 영화이고 당신 부인도 스웨덴 사람이다. 그래서 출연하기로 했는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각본을 읽기 전만 해도 난 스웨덴 영화를 보지 않았다. 각본이 좋아서 줄리아를 만나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영화에 관해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줄리아의 권유에 따라 참고용으로 스웨덴 영화를 봤다. 참으로 잘 만들고 재미있는 영화였다. 그제서야 아내와 스웨덴과 내 영화의 연관성을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우리 영화를 본 원작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가 아주 잘 만들고 새롭다고 칭찬했다는 말을 들었다.”
   
   - 아버지와 남편이 된 것이 당신의 직업에 어떤 영향이라도 미쳤는가. “아버지와 남편이 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아내는 이해심이 큰 사람으로 내게 배우가 당신 직업이니 일에 충실하라고 이른다. 그리고 언제든지 시간을 낼 수 있으니 그때 계획한 대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된다고 말한다. 어쨌든 나는 대부분의 경우 창조적 입장에서 결정을 내린다.”
   
   - 당신의 세 아이는 부모 말을 잘 듣는가. “물론 아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말을 잘 듣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안 듣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을 친구 집에 보내면 그들 부모로부터 우리 아이들이 아주 예의 바르다는 말을 듣곤 한다. 아이들이 남들에게 그런 칭찬을 받는 한 우리는 고함을 지르고 싶을 만큼 질러도 좋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다. 아이들은 스웨덴 말을 아주 잘한다.”
   
   - 영화에서 피트는 화장실에서도 전화로 텍스트를 보내는데 실제로 당신도 그런가.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스포츠 팬으로서 얼마 전 사망한 미 프로농구팀 LA 레이커스의 전직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에 대한 어떤 추억이라도 있는지. “그의 죽음은 참으로 뜻밖의 일이었다. 깊이 애통하는 마음이다. 난 코비를 몇 번 만났는데 그는 내 영화 ‘대디스 홈’에 잠깐 나오기도 했다. 나는 그때 그가 아주 나이스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는 아주 겸손했으며 경기가 있는 날에도 결코 서두르지 않고 우리가 할 일을 다 하도록 시간을 허락했다. 그는 한 기자회견에서 자기 삶을 다룬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내가 코비 브라이언트로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면 얼마나 우습고 재미있겠느냐고 능청을 떨더라.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내게 큰 영광이다. 그는 참으로 뛰어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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