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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607호]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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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통신]액션 스릴러 ‘킬링 이브’의 주연 샌드라 오 “한국인 피가 자랑스럽다”

LA= 글·사진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한국계 캐나다 배우 샌드라 오(48)는 영국 BBC TV의 인기 스파이 액션 스릴러 ‘킬링 이브’(현재 시즌 3 방영 중)에서 살인을 즐기는 여자 킬러 빌라넬(조디 코머 분)을 쫓는 스파이 이브로 나온다. 샌드라 오는 이 역으로 지난해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최근 샌드라 오와 영상 인터뷰를 가졌다. 숱이 많은 머리를 어깨 아래까지 내려뜨린 샌드라 오는 영상으로 필자를 만나자 만면에 미소를 짓고 두 팔을 높이 올려 흔들면서 “하이, 굿 투 시 유”라며 반가워했다. 활기차고 명랑한 샌드라 오는 나이가 들면서 더욱 세련미를 갖추는 듯 얼굴에 윤기가 흘렀다.
   
   
   -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LA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 창조적이 되기 위해 쉬지 않으려고 애쓴다. 난 요즘 옛날에 다닌 연극학교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 오래간만에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람 간의 연결과 건강이다. 나는 명상도 한다. 하루에 두 차례 명상을 오랫동안 하는데 불안의 강도가 높으면 명상의 시간도 따라서 길어진다.”
   
   - ‘킬링 이브’ 이번 시즌에서 당신은 한국 식당에서 요리사 보조원으로 일하는데 집에서 한국 음식을 요리하는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무엇인가. “10대 때 식당에서 일한 적이 있다. LA에는 한국 식당이 많아 한국 음식 먹기가 아주 쉽지만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 음식은 요리하기가 그리 쉽진 않다.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떡만둣국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이것은 설 음식인데 어머니가 아주 좋아해 요리법을 배웠다. 요리를 아주 좋아해 자주 즐긴다.”
   
   - 이 시리즈를 시작했을 때 이렇게 인기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는가. “그렇지 않다. 연기 생활을 오래했지만 작품의 지속성과 인기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여건이 좋은데도 작품이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난 운이 좋은 편이다. 이 시리즈가 시작된 때는 ‘#미투운동’이 있기 직전이었다. 미투운동에 걸맞게 여자들이 시리즈를 제작하고 글을 쓰고 연기해 더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작품이란 하나의 생명체여서 통제하기가 불가능하다. 난 이 시리즈가 강한 생명력으로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 당신은 지난해 타임지에 의해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하나로 올랐는데 이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대단한 영광이었다. 주류로부터 내가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로 고마운 일이다. 내가 남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작품을 통해서라고 생각한다. 타임지에 올랐다고 해서 특별히 내 미래에 관해 무슨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영화 한 편과 두 편의 TV 시리즈에 나올 예정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미래가 불확실하다. 그저 앞으로 나올 작품에 매달리고 현재에 충실히 한다는 것 외엔 별 계획이 없다.”
   
   - 다른 때 같았으면 시리즈를 위해 미국과 세계를 돌며 기자들과 만나고 팬들도 만났을 텐데 그런 일들이 그리운가. 이 위기에 긍정적인 면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제 와 생각하니 시리즈의 방영일자를 앞당긴 건 잘한 일 같다. 그러기 위해 우린 거의 24시간 제작 후반 작업을 해야 했다. 심지어 잠자리에서까지 영상에 맞게 더빙하는 작업을 했다. 모든 것이 원격조종이어서 미친 짓을 하는 것 같았다. 시리즈가 긴장과 불안으로 가득 찬 4월에 방영되면서 집에 있는 사람들에게 휴지(休止)와 긴장해소, 그리고 긍정적 해방감과 함께 에너지를 줄 수 있기를 희망할 뿐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주 고마운 일이다. 이 사태로 배운 것이 있다면 우리가 서로 함께 있는 것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보다 낫다는 점이다. 당신과 나도 여러 번 한 공간에서 만나곤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영상으로만 만날 수 있으니 육체적으로 가까이 있다는 것의 가치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진실로 가까이서 직접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겠다. 그래서 요즘에 전화나 영상으로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 과거보다 더 깊고 심각해진다. 또 하나 배운 것은 이 불안한 때에 너무 급하게 서두르거나 앞질러 나가지 말자는 것이다. 앞의 일을 전연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같은 처지에 있다. 그런 가운데 자기 공간 안에서 서로 이야기하고 위로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걸 다행이라 생각하기 바란다.”
   
   
▲ 영국 BBC TV의 액션 스릴러 ‘킬링 이브’의 한 장면.

   - 드라마에서 이브는 매우 감정적인 사람으로 때론 자기 감정을 누르려 해도 잘 안되는데 당신도 그런가. 당신이 감정적으로 깊이 연결된 것은 무엇인가. “알다시피 이브는 빌라넬을 추적하다가 만나면서 서로 애증의 관계를 맺게 된다. 이브는 이를 거부하려 하나 잘 안돼 고민한다. 현재는 그 감정의 휴지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음대로 다룰 수 없는 감정 문제에 대해 말하자면 지금이 아주 적당한 때다. 우린 지금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경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이브의 빌라넬에 대한 감정과도 같지 않은가. 이 상황에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세 가지 일은 운동과 명상, 그리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또 정신적 건강을 돌보는 일이다. 내가 감정적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는 것은 나의 예술과 창조성이다. 예술이란 고통으로 충족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맡은 역에 깊이 파고들다 보면 상처를 입기도 한다. 창조를 위한 대가라고 본다.”
   
   - 당신은 드라마 시리즈 ‘그레이스 아나토미’에서 의사로 나왔는데 지금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의사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사태가 발발하면서 나는 의사와 간호사가 일하는 병원에 모든 의료장비를 다 공급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레이스 아나토미’ 시리즈를 찍을 때는 침대와 가운과 마스크가 가득 있었기 때문이다. 의사와 간호사와 그들을 돕는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리즈를 찍을 때 의사들의 조언을 받았고 또 많은 간호사가 부업으로 우리와 함께 일했다. 시리즈가 나간 후 많은 젊은 사람들이 날 만나면 의사나 간호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 직업이야말로 어느 것보다 숭고한 일이니 나는 그들이 다 희망하는 대로 됐기를 바란다.”
   
   - 한국 TV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은 문화적으로 지금 찬란한 시대를 맞고 있다. 난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 ‘크래시 랜딩 온 유(사랑의 불시착)’를 열심히 보고 있다. 너무 재미있고 멋져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다. 보면서 울다가 웃곤 한다. 한국 드라마의 인물들은 모두 옷도 잘 차려입더라. 난 몇 년 전에 영화 ‘부산행’을 보고 완전히 빠졌었는데 속편이 나온다니 꼭 볼 예정이다.”
   
   - 어떻게 한국은 코로나19에 그렇게 효과적으로 대처했다고 생각하는지. “전문가가 아니어서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재빨리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미국은 거의 같은 시기에 코로나19에 대해 알았지만 정부의 대처 방법이 각기 달라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이와 함께 개인 위주의 서양식 사고방식과 전체를 생각하는 동양식 사고방식의 차이도 문제 해결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 사고방식은 절대로 이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못 된다. 한국은 지금 문화적으로나 세계적 문제에 있어 앞줄에 서 있다. 그런 면에서 난 한국인 피를 가졌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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