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하며 자주 만나게 되는 고객의 유형이 있다. 다양한 레저 스포츠를 통해 건강관리를 하는 ‘스포츠맨’ 이다. 이들은 워낙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몸을 사용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다소 편향된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즐겨 하는 스포츠에서 자주 움직이는 방향으로 몸이 틀어져 있는 경우도 많다. 상당 부분이 운동 동작의 속도를 잘 조절하지 못 하는 데서 오는 특징이다.

대부분의 스포츠는 빠르고 폭발적인 움직임을 요구한다. 그렇다보니 별도의 트레이닝 없이 스포츠 종목만 반복해온 스포츠맨들은 더 빨리, 더 많이 움직이는 데 주목한다. 빠르게 움직이고 많이 반복하는 것은 익숙하지만 느리게 움직이거나 가만히 멈춰 있는 운동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프로 선수들이 움직임의 속도와 방향을 섬세하게 조절하며 한결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데엔 별도의 트레이닝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동작의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은 스포츠를 오랫동안 오롯히 즐기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바쁜 일상 중에 주 1~2회 바짝 시간내서 스포츠를 즐기는 생활 체육인들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근육 수축’이라고 하면 보통 근육의 짧아지는 것만을 생각한다. 상완이두근을 수축하면 알통이 볼록 올라오면서 팔꿈치를 구부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근육이 수축할 때 근육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동작이 발생하는 것을 ‘단축성 수축’이라고 한다. 반대로 근육은 수축하는 힘을 유지하면서도 길이가 길어질 수도 있다. 팔씨름을 할 때 내가 팔씨름에 지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상완이두근에 잔뜩 힘이 들어가지만 팔꿈치는 오히려 펴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상완이두근이 힘이 들어가 있지만 길이는 오히려 길어지는 셈이다. 이를 ‘신장성 수축’이라 한다. 신장성 수축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팔씨름에서 지는 쪽의 팔꿈치가 지체 없이 쭉 펴저버릴 것이다.

근육이 수축하면서 움직임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근육의 길이 변화가 없는 상태다. 팔씨름을 할 때 양쪽의 힘이 동일해서 어느 쪽으로 기울어짐 없이 팽팽한 접전을 펼칠 때를 생각해보자. 상완이두근이 힘을 쓰고 있지만 팔의 움직임은 없다. 이런 근 수축을 ‘등척성 수축’이라 한다. 가만히 힘을 주고 버티는 모든 운동동작은 등척성 수축을 반복하게 되는데 물구나무를 서서 버틴다거나, 철봉에 매달려 버틴다거나 또는 기마자세로 버티는 동작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스포츠맨의 사례와 동작의 속도조절을 이야기하다가 근육의 수축 유형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다음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보통 운동을 한다고 할 때 인지적으로 주목하는 움직임은 근육의 단축성 수축인 경우가 많다. ‘근육을 사용한다’는 것도 근육이 짧아지며 힘을 쓰는 움직임으로 이해하곤 한다. 하지만 모든 움직임은 관절의 주변 근육들이 단축성 수축과 신장성 수축, 등척성 수축을 반복하며 이뤄어진다.

다양한 수축 작용이 없다면 관절은 정말 위태로울 것이다. 산 정상에서 하산할 때를 생각해보자. 다리에 힘이 풀려 자꾸만 휘청대기 쉬운 상황에서 다리를 지탱해주는 건, 허벅지 앞 근육(대퇴사두근)이다. 이 근육이 단축성, 신장성, 등척성 수축을 계속 반복해줘야 한다. 무릎을 구부릴 때나 무릎을 펴며 다리를 뻗을 때, 무릎을 고정한 상태에서 체중을 지지할 때 단축성, 신장성, 등척성 수축을 반복한다. 신장성 수축과 등척성 수축이 고루 이뤄지지 못한 경우 무릎을 구부리며 내려가는 순간 몸이 휘청하거나 갑자기 주저 앉게 된다. 이 과정에서 무릎에 압박이 가해지기도 한다. 이처럼 근육이 근 수축의 모든 유형에 있어서 기능을 잘 발휘해야 관절에 무리가 없고 움직임도 바르게 조절될 수 있다.

스포츠를 하는 순간엔 근육의 수축까지 생각하며 조절할 여유가 없다. 때문에 평소 기본적인 근력운동이나 맨몸운동을 통해 연습해주는 게 좋다. 대표적인 근력운동 동작인 스쿼트(앉았다 일어나기)를 예로 들어보자.

※스쿼트로 움직임의 속도 조절하는 연습하기

1. 4초에 걸쳐 앉기. 스쿼트 하위 지점으로 4초에 걸쳐서 천천히 내려간다. 이 과정에서 허벅지 앞 대퇴사두근과 허벅지 뒤 햄스트링 그리고 엉덩이 근육이 신장성 수축을 연습하게 된다. 높낮이가 조절되는 의자를 엉덩이로 눌러 내릴 때를 생각해보자.

2. 2초 동안 버티기. 스쿼트 제일 아래 지점에서 2초 동안 버틴다. 언제라도 일어날 것처럼 바닥을 단단히 누르며 온 하체에 힘을 주어 버틴다. 하체 근육의 등척성 수축을 연습할 수 있다.

3. 1초 동안 일어나기. 힘차게 지면을 눌러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강하게 조이며 일어난다. 신장성 수축으로 늘어났던 근육이 단축성 수축을 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photo 이우제
ⓒphoto 이우제

위의 스쿼트를 상체운동에 적용한다면 당기는 운동은 당길 때 1초, 당기는 동작이 풀릴 때는 4초에 걸쳐 이뤄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미는 운동은 그 반대가 된다. 처음 수행하는 동작이나 처음 다뤄보는 중량이나 부하를 이용할 때, 이렇게 템포를 적용해 연습한다면 안전하게 운동을 할 수 있다. 의미 없이 빠른 반복을 할 때보다 적은 반복 수로도 근육에 훨씬 많은 자극을 줄 수도 있다. ‘4-2-1’ 템포의 운동이 충분히 익숙해진다면 템포를 좀 더 빠르게 올릴 수 있다. 점프를 하는 등 역동적인 운동동작으로 확대해가도 좋다. 푸시업, 스쿼트, 런지 등과 같은 대표적인 맨몸운동에 템포를 먼저 적용해보고 차근차근 강화해보자. 어떤 스포츠를 하든 한결 안정적인 움직임으로 기분 좋게 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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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제 퍼스널트레이너 ·요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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