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조선일보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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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돼버린 대기오염. 대기오염이 우리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호흡기 질환은 미국인들의 주요 사망 요인으로 점차 그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두 번째로 흔한 사망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영국에선 9세 여아가 이산화화질소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아, 역사상 첫 대기오염 사망사례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런데 어릴 적 산불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등이 유발한 대기오염에 단 한번이라도 노출된 경험이 있을 경우 성인이 됐을 때 질병의 유발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은 산불 연기나 자동차 배기 등 대기 오염에 단 하루라도 노출된 어린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심장병과 같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지난 2월 22일 과학저널 ‘네이처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한 이 연구는 단일 세포 수준에서 대기 오염의 영향과 그것이 어린이의 심혈관 및 면역 체계에 주는 영향에 초점을 맞춘 최초의 분석이다. 오염된 대기가 건강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식으로 유전자 조절(gene regulation)을 바꿀 수 있다는 이전의 연구 결과를 확인한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스탠포드 의대 산하 션앤파커알레르기및천식연구센터의 대기오염 및 건강연구 책임자 메리 프루니키 의사는 “대기오염이 천식과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면역 및 심혈관에도 변화를 일으킨다는 증거”라며 “대기오염에 잠깐만 노출돼도 아이들의 유전자의 조절과 발현에 실질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고, 혈압에 영향을 주며 잠재적으로 그 아이가 자라났을 때 질병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산업화된 농업과 잦은 산불로 미국 내에서 가장 대기 오염도가 높은 캘리포니아 프레즈노 지역의 6-8세 히스패닉계 어린이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연구진은 프레즈노의 중앙대기측정소에서 측정한 연속 일일 오염물질 농도, 주기적 공간표본에서 측정한 일일 농도, 기상 및 지구물리학 데이터를 조합했으며, 일간‧주간‧월간으로 간격을 두고 평균 대기오염 피폭치를 추정했다. 이 수치들을 건강 및 인구통계 설문지, 혈압 측정, 혈액 샘플 등과 결합시켰다.

연구 결과 중 일부는 초미세먼지(PM2.5), 일산화탄소, 오존 등 공기 중 미세한 미립자에 꾸준히 노출되는 것이 메틸화 증가와 관련이 있었음을 보였다. 메틸화는 염기서열을 바꾸지 않고 활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DNA 분자의 변화를 말하는 것으로, 이런 유전자 발현 변화는 후대에 전해질 수 있다. 대기오염 물질에 꾸준히 노출되어 발생한 유전자 변화가 대를 이어 전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대기오염 노출이 동맥에 혈전이 쌓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단세포의 증가와 관련이 있으며, 대기오염에 노출된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심장병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도 발견했다.

이번 연구 논문의 수석 저자로 이름을 올린 카리 네이두 션앤파커알레르기및천식연구센터장은 사이언스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모든 사람들의 문제”라며 “거의 절반에 달하는 미국인들과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건강한한 대기환경 속에 살고 있다. 대기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완화한다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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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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