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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9호]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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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본 휩쓴 노래 ‘시끄럽다’는 MZ 세대의 절규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silkroad100@gmail.com 2021-03-18 오전 10:26:12

▲ 일본 오리콘 차트를 석권한 여고생 가수 ‘아도’의 노래 ‘시끄럽다’ 뮤직비디오의 장면. 어두우면서도 잔인한 애니메이션 영상이 이어진다. photo 유튜브
“영화 ‘귀멸의 칼날(鬼滅の刃)’과 노래 ‘시끄럽다(うっせぇわ)’가 공존하고 있다.”
   
   최근 전화 통화를 한 일본의 대표적 사회학자로부터 들은 얘기다. 전염병 시대를 사는 일본 청년들의 트렌드가 어떤지 물어봤는데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귀멸의 칼날’과 ‘시끄럽다’가 2021년 일본 청년문화의 중심에 서 있다는 의미다.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은 글로벌 히트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 이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대 성과를 거둔 작품이다. 일본 국민 10명 중 3명이 본 영화로, 수익이 무려 384억엔(3월 8일 기준)에 달한다.
   
   한국에도 1월 말 상영 이래 6주 만에 100만 관객을 끌어모은 흥행작으로 부상한 상태다. 불사신 귀신들과 싸우면서 벌어지는, 일본 특유의 집단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도전, 희생, 우정, 의리, 초지일관 같은 미덕이 곳곳에 배어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주군의 원수를 처형한 뒤 벌이는 집단할복 드라마, 21세기판 주신구라(忠臣蔵)로 느껴진다. 집단은 지혜를 모을 수도, 반대로 광기로 발전할 수도 있다. 위기와 역경에 처할수록 1인 카리스마가 아니라 집단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일본이다.
   
   
   아도의 ‘시끄럽다’ 오리콘차트 3주간 1위
   
   일본 대중문화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만, 일본인 사회학자가 말한 노래 ‘시끄럽다’에 대한 얘기는 금시초문이었다. 인터넷으로 들어가 키워드를 치는 순간 곧바로 답이 나왔다. 불과 1개월 전부터 일본 대중 음악계를 석권한 노래다. 문화적 대열풍(Phenomena)이라고나 할까? 등장하는 순간 인기가 급상승했기 때문에 알아챌 틈이 없었던 것 같다. 출시 직후인 2월 8일부터 오리콘 디지털의 싱글, 스트리밍 두 부문의 1위에 오른 이래 지금까지(3월 9일 기준) 3주간 1위를 지키고 있다. 디지털 영상재생은 누적 9300만에 달한다고 한다. 거의 하루에 300만이 본다는 의미다. 청년문화를 대변하는 노래라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남녀노소 모두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한다.
   
   ‘시끄럽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끄러운 멜로디의 노래다. 그러나 일본어를 이해한다면 듣는 순간 그대로 빠져들게 된다. 50대인 필자도 마찬가지다. 장르를 가늠하기 어려운 제멋대로의 곡이지만, 한 번만 들어도 잊지 못할 노래다. 보통 중독성 강한 노래라고 하면 멜로디부터 떠올릴 듯하다. ‘시끄럽다’는 화성악을 무시한 노래다. 따라서 리듬, 박자로 이뤄진 멜로디는 기억하기 어렵다. 대신 강렬하게 남는 것은 가사다. 지금껏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별세계 스토리’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일본인 모두가 공감할 만한 가사다. 다소 길지만 ‘시끄럽다’의 1절 가사를 살펴보자.
   
   ‘옳다는 것이 뭔지, 멍청하다는 것이 뭔지…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겠다. 어릴 때부터 우등생이었지만, 어느새 시간이 흘러 어른이 돼버렸다. 칼날처럼 (정확한) 사고 회로. 그러나 나는 그런 것(사고 회로)을 갖고 있지 못하다… 목적지도 없이 단지 혼란에 빠진 하루하루. 그건 그렇다고 치자. 최신 유행은 당연히 알아야 하고, 경제 동향도 통근 도중 체크해야 한다. 순수한 정신으로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는 것은 사회인으로서의 당연한 규칙이라고 말한다. 웃기네. 시끄럽다. 시끄럽다. 입 닥치고 있어라.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는 건강하다(잘하고 있다)… 나는 당신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간다. 나한테 문제는 전혀 없다.’
   
   유튜브에 실린 노래는 애니메이션 영상과 함께 이어진다. 검은색, 푸른색, 붉은색 중심의 어두우면서도 무섭고 잔인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영상 속의 주인공은 제복을 입은 여고생이다. 화를 참지 못하면서 절규하는 모습이 곳곳에 등장한다. 바로 가수의 아바타다. ‘시끄럽다’ 한 곡으로 가요계의 정상에 올라선 인물은 2002년 출생의 현역 여고생 아도(Ado)다. 작사·작곡·녹음 나아가 비디오 제작 콘셉트까지 전부 혼자서 해냈다고 한다. 중학교 때부터 소셜미디어(SNS)에 자신의 노래를 올려온 아마추어 가수다. 노래의 주인공이 19살 여고생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 ‘깜짝’ 놀랐다. 가사 멜로디를 통해 젊은이의 노래라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사회 경험이 전무한 여고생의 작사·작곡 노래라는 것은 믿어지지 않았다.
   
   
▲ 미국의 대표적 MZ세대 가수 빌리 아일리시. photo 뉴시스

   ‘여고생조차 악 쓰면서 세상과 맞서 싸운다’
   
   혜성처럼 나타난 여고생의 ‘시끄럽다’는 일본 신문·방송에 문화비평을 쓰는 전문가들의 주된 관심사로 떠오른다. 일본 야후(Yahoo) 문화 비평란에 실린, 자칭 대중문화 오타쿠 평론가가 쓴 감상을 보자. “여고생조차 악을 쓰면서 세상에 맞서 싸우겠다는 것이 전염병 확산 1년이 지난 일본의 상황이다. 이른바 Z세대(1997년 이후 출생)의 저항이다. ‘노예 공화국’으로 변해가는 나라와 사회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전염병 상황은 기존의 안전위주 행동과 보수적인 사고를 한층 더 강화하는 결과로 가고 있다. 위기의식을 조장하거나 포퓰리즘 정책을 통해 기존의 정치권력을 연장 확대하는 것은 최적의 본보기다. ‘구관이 명관(Oldies, but goodies)’이란 주문이 곳곳에 표류한다. ‘시끄럽다’는 그런 생각에 대한 반발이자 자신만의 컬러를 지키려는 의지의 발산이다.”
   
   시대정신이라고 할까? 공간, 언어, 국가체제가 달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끼리 통하는 공통분모가 ‘항상’ 존재한다. 가장 예민한 세대는 물론 30대 이하 젊은층이다. 멀리는 M세대(밀레니얼세대, 1981~1996년 출생)에서부터 가까이는 Z세대가 해당한다. 팬데믹 환경에서 탄생한 ‘시끄럽다’와 아도에 비견될 만한 노래나 가수는 세계 어디에 가도 만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의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는 전 세계 Z세대, 나아가 M세대의 영웅이다. 2001년생으로 지난 2019년에 1997년생 오빠와 함께 작곡한 노래 ‘모두 잠들 때 어디로 가야 하나(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가 미국 음악계를 석권했다. 곧바로 타임지 매거진의 차세대 100인에 들어갔다. 한국의 젊은층에도 잘 알려진 가수다. 노래를 들으면 알 수 있듯이 우울, 불안, 비관이 노래의 주제다. 러브스토리나 청년 특유의 패기나 희망을 찾기보기 어렵다. 미국의 Z세대는 스스로를 ‘절망의 세대’ ‘최후의 세대’로 자임한다.
   
   국제화, 세계화로 대표되는 21세기 세계관은 아시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상식이자 희망으로 발전된다. 20세기 글로벌 논리의 수혜자는 서방 선진국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달라진다. 글로벌 논리 확산과 더불어 안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나라가 미국이다. Z세대는 그 같은 과정을 지켜보고 최대의 피해자로 남게 된다. 출생 즉시 직면한 2001년 9·11 동시다발 테러사건에서부터 학교 내 총기사고, 경제불황에 직면한다. 자학적 세계관이 만연한다. 2020년 이후의 팬데믹은 어두운 세계관을 한층 더 짙게 만드는 결정타가 된다. 빌리 아일리시는 그 같은 Z세대의 심리를 대변하는 가수로 통한다. 지난해 중반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노래 ‘나의 미래(My future)’는 팬데믹 시대 청년들의 심리를 정확히 그린 작품이다. 아도의 ‘시끄럽다’처럼 애니메이션 영상이 깔린다. 단 한 명의 여자만 영상 속에 등장한다.
   
   
▲ 유럽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1991년생 여성 가수 에펜디. photo 유튜브

   미국 빌리 아일리시의 ‘나의 미래’
   
   ‘나는 나의 미래를 상대로 한 사랑에 빠져 있다. 나의 미래를 만나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도 기쁘다. 사랑을 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다. 단지 나의 모습을 알고 싶을 뿐이다.’
   
   가사 내용을 보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시스 신화가 떠오른다. 나만을 사랑하고, 나의 미래에만 관심을 갖겠다는 자세다. 이기적이고 편협하다고 지적할 수 있겠지만, 전염병 공포를 감안하면 당연한 결론으로 느껴진다. 팬데믹 이전에 풍미한 ‘우리 모두 함께’에 기초한 글로벌 차원의 거대담론이 아니다. 어둡고도 고독한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노래다. 글로벌 시대가 박수와 슬로건이었다고 할 때, 전염병 시대는 기도와 1인 독백에 맞춰져 있다.
   
   시(詩)는 노래의 또 다른 얼굴, 아니 ‘시=노래’라 봐도 될 것이다. 이미 두 달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지난 1월 20일 미국 대통령 취임식 당시 환영행사가 떠오른다. 주관적 판단이지만, 취임식의 하이라이트는 78살 역대 최고령 대통령 조 바이든보다 젊은 여성 시인에게 맞춰진 듯하다. 1998년생 Z세대 아만다 고먼(Amanda Gorman)이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마다 지켜봤지만, 역대 취임식에 등장한 시인 중 최연소라고 한다. 아만다 고먼은 ‘우리가 넘어설 언덕(The Hill We Climb)’이라는 제목의 시를 5분30초에 걸쳐 낭독했다. ‘다양성에 기초한 화합’이 시의 주제인 듯하다.
   
   바이든은 소수층(마이너리티) 우대정권으로 통한다. 아만다 고먼은 미혼모 손에서 자란 언어장애자로, 이후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흑인이란 얘기가 생중계 내내 강조됐다. 박수를 보내며 환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21세기 미국 사회를 설명해주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ly Correct)’의 대표적 모델로도 느껴진다. 부자 부모의 사랑 속에 곱게 자란 백인이 하버드대에 간다고 할 때와는 반응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가 당시 생중계를 지켜보면서 주목한 부분은 ‘정치적 올바름’ 여부에 관한 것이 아니다. ‘미혼모 가정+언어장애자+흑인+하버드대’에 관한 배경을 뛰어넘는, Z세대 특유의 사고가 더 큰 관심사였다. 붉은 머리 장식대와 노란색 롱코트 차림을 한 아만다 고먼의 패션이 핵심 포인트다.
   
   
▲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시를 낭송한 Z세대 아만다 고먼. photo 뉴시스

   프라다로 치장한 Z세대 시인의 문화 코드
   
   실제 올해 대통령 취임식에서의 화제 중 하나는 아만다 고먼의 패션이었다. 멋진 조화를 이룬 환상의 컬렉션이란 관점도 있었지만, 필자의 관심사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둘 다 명품 ‘프라다(Prada)’ 제품이란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프라다는 명품 중의 명품으로 통하는 최고가 브랜드다. 퍼스트레이디 패션은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백악관발 뉴스 중 하나다. 얼마나 싼 옷을 입고 나오느냐가 ‘정치적 올바름’의 증거다.
   
   2011년 12월 보도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은 H&M 브랜드의 35달러짜리 원피스를 입고 NBC 인터뷰에 나갔다. 퍼스트레이디와 젊은 하버드대생 시인의 사회적·정치적 입지는 엄연히 다르다. 그러나 ‘정치적 올바름’이란 관점에서 볼 때, 대통령 취임식 시 낭송에 최고가 유럽산 브랜드가 등장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아만다 고먼은 그 같은 통념을 무시했다. 3000달러 선의 프라다 코트를 입고 ‘미혼모 가정+언어장애자+흑인’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등장했다. ‘다양성 화합’ 이전에, 내가 좋아하는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려는 자세다. 부조리극, 또는 포스트 모더니즘이라 불러야 할 듯하지만, ‘미혼모 가정+언어장애자+흑인+하버드대+명품 패션’이 언젠가 미국 대통령에 출마하겠다는 Z세대 아만다 고먼의 스펙이다.
   
   구대륙 유럽은 항상 느리다. 시대정신으로서의 청년문화라는 면으로 봐도 뭔가 빠져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 같은 상황은 외면에 그칠 뿐 내면은 다른 대륙과 똑같다. 노래를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도 마찬가지다. 전염병 비상시국을 맞아 지난해 유럽 내 수많은 문화행사가 중단됐다. 유럽 대중음악 이벤트의 상징인 ‘유로비전 음악제(Eurovision Song Contest)’도 그중 하나다. 예선을 통해 5곡이 올라갔지만, 갑자기 본 행사가 중단되면서 미리 제작된 영상물로만 남게 된다.
   
   음악제는 중단됐지만, 유튜브와 모바일을 통한 결선 진출 5곡의 인기는 폭증한다. 가장 유명한 것은 ‘클레오파트라(Cleopatra)’란 노래다. 듣는 즉시 기억할 만한 간단한 멜로디의 곡이다. 그러나 가사는 21세기 젊은이의 시대정신을 120% 반영하고 있다. ‘클레오파트라는 나를 닮은 여왕이었다. 분명 나를 닮은 여왕이었다. 스트레이트나 게이(동성애), 아니면 둘 다 가진… (나를 닮은 여왕이었다).’
   
   

   죽음을 각오한 에펜디의 노래
   
   유럽에서 폭발적 인기를 끈 노래의 주인공은 1991년생 여성 에펜디(Efendi)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 거의 벌거벗은 상태에서 클레오파트라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다. 레이디 가가 스타일 노래와 영상의 짝퉁으로 보이지만,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 에펜디가 아제르바이잔 출신이란 점이다. 이슬람이 99%인 나라에서 온 가수와 노래다. 멜로디, 가사, 영상을 보면 참수나 죽음을 각오한 노래로 비쳐진다. 전염병뿐만 아니라 종교도 노예 공화국 탄생의 가장 큰 명분이자 원인 중 하나다. 대중음악을 통한 젊은 여성 가수 에펜디의 저항이자 경종이 ‘클레오파트라’ 인기의 배경일 듯하다.
   
   “대통령이 백신을 맞으면 나도 맞을 것이다.”
   
   글을 쓰는 순간 들려오는 어느 한국 아이돌의 발언이다. 1993년생 27살 M세대에 속하는 여성이라고 한다. 이 당돌한 발언을 야당·여당, 보수·진보와 같은 정치적 시각에서 해석하려는 사람도 많을 듯하다. 필자가 보면 팬데믹 시대 젊은 세대의 자연스러운 발언이자 세계관으로 느껴진다. 봉사 아버지를 위해 임당수에 뛰어내린 딸에 관한 얘기는 이제 한여름 밤의 꿈에 불과하다. 접종 후 위험에 빠지기보다, 안전하다고 말한 사람부터 맞는 것이 당연한 논리이자 상식이다.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 발언일 뿐이다. 고교생이 ‘시끄럽다’고 절규하고, 흑인 피를 가진 배우 출신 1981년생 여성이 1000년 전통의 영국 왕실을 공개 비판하는 시대다. 정치적 감각이나 의도는 아예 없고, 필요하지도 않다. 시대정신의 무게중심은 기성세대의 눈에는 괴상하게 비치는 이들 청년들로 이미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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