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고산면에는 ‘공동경비구역’, 아니 ‘공동경비부엌’이 있다. 철모가 아니라 앞치마로 무장한 9명의 여전사들이 이곳을 지킨다. ‘공동경비부엌’의 여전사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이름도 정체도 수상한 ‘요일식당 모여라땡땡땡’을 운영하는 것이다. 9명이 모두 사장이자 셰프이다. 이들은 1~3명씩 팀을 이뤄 특정 요일을 맡아 각자 방식대로 하루씩 운영한다. 9명의 본캐(본캐릭터)는 따로 있다. 농부, 전업주부, 지역활동가, 방과후강사, 일러스트레이터, 편집자 등 하는 일도 다르고 살던 곳도 달랐다. 연령대도 30~50대까지 다양하다.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의 대세는 ‘골프’다. 일부 골프 전문 채널과 유튜브 채널 등에서 다뤄지던 ‘골프예능’에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방송사들이 뛰어들고 있다. 포문은 TV조선이 열었다. TV조선은 지난 5월 프로골퍼 김미현, 연예계 골프 고수 김국진과 함께 ‘골프왕’ 방영을 시작했다. 제각각의 골프 실력을 지닌 이동국, 양세형, 장민호, 이상우가 출연해 골프를 배워나가는 포맷이다. ‘골프왕’은 지난 7월 26일 기준 5.1%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조사)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다른 방송사들도 이미 골프예능을 준비 중이었다. 6월에는
떡집, 쌀집, 미용실, 안경점, 동물병원 등 동네 가게들이 미디어아트를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잡곡 가마니가 쌓여 있는 쌀집의 낡은 유리창 한가운데 영상 예술 작품이 담긴 모니터가 걸려 있고, 카페 한쪽에 설치된 모니터에서도, 안경점 안에서도 다양한 미디어 작가의 영상 작품이 전시돼 있다. 코로나19로 외출도 쉽지 않고, 더구나 예술을 즐기는 일은 더 어려워진 때 동네 산책하면서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미디어아트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image1]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이 공공예술로 기획한 ‘마을가게미술관’ 프로젝트다
팬데믹을 뚫고 올해도 오페라가 찾아왔다. 제12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5월 7일부터 6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과 국립극장에서 개최된다. 지난해 3개 공연만 무대에 올린 것과는 달리 올해는 총 6편이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의 노래를 전한다. 세편의 이태리 정통 오페라 ‘아이다’ ‘토스카’ ‘안나 볼레나’로 축제의 문을 열고, 소극장 오페라 두 편, 국립오페라단의 신작 ‘브람스’가 준비돼있다. 특히 올해 무대에 오를 여섯 작품은 모두 여성의 삶을 모티브로 한다. 사랑 앞에서 비극적인 죽음으로 삶을 마감하는 ‘아이다’ ‘토스
“영화 ‘귀멸의 칼날(鬼滅の刃)’과 노래 ‘시끄럽다(うっせぇわ)’가 공존하고 있다.”최근 전화 통화를 한 일본의 대표적 사회학자로부터 들은 얘기다. 전염병 시대를 사는 일본 청년들의 트렌드가 어떤지 물어봤는데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귀멸의 칼날’과 ‘시끄럽다’가 2021년 일본 청년문화의 중심에 서 있다는 의미다.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은 글로벌 히트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 이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대 성과를 거둔 작품이다. 일본 국민 10명 중 3명이 본 영화로, 수익이 무려 384억
구독자 27만명을 보유한 세탁 전문 유튜버 설재원(42)씨의 원래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영화 현장에서 일하며 꿈을 키우던 그가 진로를 바꾼 이유는 생계 때문이었다. 27살에 결혼한 그는 영화 일로는 생계를 책임질 확신이 서지 않았다. 동대문에서 의류 관련 일을 하던 그에게 세탁업을 배우라고 제안한 이는 세탁소를 운영하던 아버지였다.경기도 화성 동탄에서 6~7개의 지점을 운영하며 10여년간 세탁소에서 일하던 설씨가 유튜브를 시작한 건 2년 전 어느 날 찾아온 회의감 때문이었다. 함께 현장에서 일하던 동료들은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고 제작
인생 오십 고개 앞에 서면 겸손해진다. ‘순간적 풍경’을 주제로 그려온 작가 김남표(50),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의 개막작 ‘기적’을 만든 영화감독 민병훈(51), 전시기획자 김윤섭(51)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도 그랬다. 치열하게 달려왔던 세 남자도 50이라는 숫자가 인생을 중간점검하게 만들었다. 민병훈 감독은 얼마 전 부인과 사별하는 아픔을 겪었고, 김윤섭 대표는 암이라는 강적을 만나 싸웠고, 김남표 작가는 예술과 삶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지쳐 있었다. 2년여 전 겨울이었다. 부인 요양차 제주로 내려와 살던 민 감독의 집에 오랜
요즘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 드라마에는 일본인이 나오지 않는다. 북한군과 한국 여성이 등장한다.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제목으로 올해 초 tvN에서 방영했던 한국 드라마다.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 2월 처음 일본 시장에 소개되기 시작한 이래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보는 작품 순위 10위권에서 벗어나지 않더니 지난 5월 1일에는 요 몇 년 사이 가장 화제가 된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을 넘어서 1위 자리에 올랐다. 몇 주간 1위를 차지하더니 6월 중순이 지나서도 여전히 가장 많이 본 드라마 순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이렇다
처음 샀던 레코드나 CD의 가수, 어머니의 중간 이름, 가장 사랑했던 개의 종류…. 미국 은행이나 보험회사의 개인 확인용 질문들이다. 가끔 황당한 질문도 있다. ‘처음 키스한 상대방의 이름, 가장 싫어하는 동물, 처음으로 함께 여행한 이성’.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혹시 주변이 알면 눈치가 보일 질문도 대수롭지 않게 던진다.어릴 때 즐겨 먹은 초콜릿의 이름은? 최근 자동차 보험 관련 인터넷 계좌를 만들다 접한 질문이다.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어릴 때 초콜릿이 뭔지 처음으로 알려준 친구 이름은?’이라고 묻는다면 답할 자신이 있다.
미국과 유럽에 걸쳐 올해 최대 문화 이벤트가 끝나가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사후 500주기 기념 특별전시회다. 나라별 도시별로 특별전이 열렸지만, 하이라이트는 역시 파리 루브르박물관이다. 루브르 내 다빈치 작품과, 영국 왕실에서 날아온 24점의 데생, 베네치아의 인체비례도(Vitruvian Man)를 포함해 전부 162점이 전시됐다. 전 세계 다빈치 팬들이 몰려든 것은 물론이다.루브르 특별전은 까다롭다. 간다고 해서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리 예약한 사람에게만 관람이 허용된다. 하루 입장 가능 정원은 7000명이다.
주간조선 2540호에서 2019년에 주목할 클래식 무대를 조명하며, 네덜란드바흐협회(Netherlands Bach Society)가 진행 중인 ‘올 오브 바흐 (All of Bach)’라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오는 2021년까지 바흐의 전곡을 연주하고, 그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는 대장정이다. 주위에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네덜란드에서 한다면 믿을 만한 수준인가? 전곡이라면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왜 바흐인가?작년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탄생 333주년이었다. 특별한 숫자긴 하지만 딱히 전례는 없다. 이런 식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와 굵은 시가를 문 처칠 총리, 그리고 돋보기로 구석구석 관찰하는 셜록 홈스.영국 신사(British Gentleman)의 이미지는 세 경우 모두에서 발견되는 공통분모다. 우산, 지팡이, 구두, 모자, 양복, 헤어스타일 등 신사가 지켜야 할 품격과 이미지가 떠오른다. 17세기 처음 등장한 ‘영국 신사’라는 개념은 전 세계 남성이 흠모하는 영국 ‘소프트파워’의 출발점이라 볼 수도 있다. 오해하기 쉬운데, 정장 양복에 관한 한 최고의 장인들은 프랑스가 아닌 영국인이다. 영국제 옷감과 영국인 특유의 수제
몇 년 전 한 일간지 기자가 내게 문의한 적이 있다. 음악계에서 작곡가의 생몰연도를 헤아려 기념하는 관습이 언제 시작되었냐는 것이다.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당장 생각난 것은 모차르트를 숭배했던 신학자 카를 바르트가 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1956년에 쓴 편지였다. 바르트는 자신이 천국에 간다면 아우구스티누스나 토마스 아퀴나스, 루터나 칼뱅, 슐라이어마허보다 먼저 모차르트를 만나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열렬한 모차르트 예찬자였다. 그보다 앞서 1927년 베토벤 사후 100주기 때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각종 공연과 출판, 영
요즘은 매니아, 오타쿠라는 말보다 ‘덕후’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영화·만화·애니메이션 등 서브컬처 매니아를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변용한 단어다. 덕후는 이제 음지(陰地)의 단어가 아니다. ‘덕후가 돼야 성공한다’는 주장에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같은 유명 인사들이 자주 거론된다. 경영학, 소비자학, 사회학에서 ‘덕후’는 소비자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그런데 막상 덕후 콘텐츠, 그러니까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주목하는 사람은 적다. 덕후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덕후를 주목해야
엄마는 긴 출장길에 올랐다. 결혼하고 세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은 쭉 전업주부로 살았지만 기회가 닿아 일을 다시 시작했다. 집을 비운 엄마 대신 아빠가 갓난아이부터 사춘기 소녀까지 세 아이의 양육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다. 서툰 아빠의 육아는 그 자체로 재난이자 전쟁이다.여기서 퀴즈, 이 영화의 제목은? 정답은 지난 7월 개봉한 디즈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 2’다. 초능력을 가진 수퍼히어로 가족의 모험담을 다룬 작품이지만 가족이 겪는 어려움은 낯설지 않다.애니메이션은 양면의 거울과 같다. 한쪽 면에는 판타지와 욕망을, 다
최근 프랑스 파리 시내를 걷다가 ‘인베이더(Invader)’와 또 마주쳤다. 이제 나이가 50대라 벽에 새겨진 인베이더가 어떤 모양인지, 진짜 인베이더인지 아닌지 흐릿하다. 인베이더가 새겨진 벽에 눈을 바짝 붙이고 자세히 들여다본 후에야 정확히 모양을 알아차렸다. 역시 작은 타일을 이어붙인 인베이더 모자이크다. 양손과 양발을 X자로 뻗은, 머리에 뿔이 달린 외계인 캐릭터다. 15년 전 파리에서 처음 마주쳤던 추억의 그 캐릭터다.2030세대가 들으면 꼰대라 무시하겠지만, 인베이더는 20세기 인류가 창조해낸 디지털 게임의 원조다. 인터
‘환상통’, 몸의 한 부위나 장기가 물리적으로는 없음에도 있는 것처럼 느끼는 감각을 말한다. 신체의 일부가 절단된 후 잃은 부위에 가려움이나 통증을 느끼는 이들을 지칭하는 의학용어다. 또한 이것은 1992년생 작가가 문학동네대학소설상 대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스물넷의 이희주 작가는 작가 소개 페이지에서 “복잡한 세상에서 한 아이돌 그룹의 한철과 그 시절 팬의 일상은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 일에 대해 그가 기록한 이유는, 책 속
지난 8월 25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한창 진행 중이던 그 시각 판문점 직전 통일대교. 기자들은 남북 고위급회담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면서 지루한 ‘뻗치기’를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났을 때 누군가 파주의 중국집으로 점심을 주문했다. 얼마 후 짜장면 27그릇이 배달되었다. 취재기자들은 땡볕 아래서 짜장면으로 점심 한 끼를 맛있게 먹었고, 그 힘으로 뻗치기를 이어갔다.취재기자들 대부분은 20~30대였다. 운전기사들과 두세 명의 데스크급 기자들만 40대였다. 이들 중 누구도 ‘짜장면 점심’에 이의를 단 사람은 없었다. 피자나 햄버거가 맛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국립 자연사박물관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은 1800년대에 이미 국립 자연사박물관을 건립했다. 이웃 나라 일본도 1871년 도쿄에 자연사박물관을 지었다. 세계 최대 규모인 뉴욕의 미국 자연사박물관은 총면적 9만㎡의 규모를 자랑하며, 프랑스 파리의 국립 자연사박물관은 1억점 이상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수도 서울에는 대학에 있는 소규모 박물관을 제외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자연사박물관이 하나 있을 뿐이다.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는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이
지드래곤, 조영남, 리사, 최백호, 남궁옥분… 그리고 정미조. 가수인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본업을 하면서 미술에 뛰어들었다. 가수에서 화가가 된 이들을 시간 순으로 볼 때 1세대는 ‘개여울’을 부른 정미조씨. 정씨는 1980년대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 회화를 제대로 공부했다. 2세대는 조영남씨. 1990년대부터 화투라는 대중 오락도구를 회화에 끌어들여 새로운 회화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세대는 빅뱅의 지드래곤. ‘삐딱하게’를 부른 지드래곤은 일찍부터 미술적 감각으로 주목받았다. 지드래곤은 지난 7월 서울시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