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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4호]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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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감독의 두 번째 시선]‘그레타 툰베리’... 지구는 그만의 것이 아니다

박수영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영화에 관한 글을 쓴다  2021-07-01 오전 9:00:02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시절 나는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학생이었다. 영화를 보느라 자주 밤을 새웠고, 불규칙한 생활 패턴 때문인지 툭하면 체했다. 심하게 체한 날엔 학교를 빠질 수 있었는데, 엄마가 담임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체기는 사라졌다. 그 시절 내 일기장은 학교에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학생은 당연히 학교에 가야 한다는 엄마를 향한 반항심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다른 어떤 것보다 내 고민이 중요한 학생이었고, 그것이 열다섯 살다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스웨덴 태생의 그레타 툰베리는 내가 오직 나만을 생각하던 나이에 지구의 안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기후위기의 해답을 찾기 위해 관련 서적을 읽고, 팻말을 챙겨 들고 국회로 향한다.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 지금은 시위가 아니라 공부를 할 때라고 나무라는 어른들에게 툰베리는 말한다. 미래가 없는데 공부는 해서 무엇하느냐고.
   

   처음 툰베리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두근거렸다. 영화라는 대중적인 매체를 통한다면 그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그레타 툰베리’는 사진과 영상 작업으로 기후위기를 고발해 온 나탄 그로스만의 첫 장편이다. 그러나 고백하자면 나는 이 영화에서 ‘영화적인 감흥’을 찾는 데 실패했다. 툰베리의 목소리에 자꾸만 눈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먹먹해져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툰베리의 행동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그가 시작한 1인 시위는 세계적 기후 운동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로 이어진다. 지구 곳곳의 학생들은 매주 금요일 등교를 거부하고 동조 시위를 벌이기에 이른다.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그는 세계 곳곳의 초청을 받는다. 정치인들은 툰베리의 용기 있는 행동을 높이 사며 그에게 연설을 부탁하고, 툰베리는 여기에 화답한다. 그는 유엔 기후변화 회의, 유럽 경제사회 위원회 등에 참석해 기후위기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거기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은 툰베리를 화나게 했다. 그들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비행기를 타고 행사장에 오고,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한 고기와 유제품을 먹는다. (세계식량기구에 따르면, 공장식 축산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의 18% 정도로,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이 배출하는 것(13.5%)보다 많다.) 그리고 여기에 그 어떤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한다. 더욱이 자신들이 기후위기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툰베리를 이용한다. 툰베리는 그들에게 퍼포먼스의 도구일 뿐이다.
   

   황당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표적이 되는 사람이 바로 툰베리라는 사실이다. 일부 정치인과 언론들은 작당이라도 한 듯 툰베리를 비난한다. 그들은 ‘지구온난화는 음모론’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거나 ‘지구 온도가 몇 도쯤 올라가도 나쁠 것 없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툰베리를 향한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정치적 선동을 멈추고 학교에 가라’고 조롱하는가 하면, ‘부모와 좌파에 조종당하는 정신병 있는 아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의심스러워지기까지 한다. 도대체 저 사람들과 내가 같은 지구에 살고 있는 것이 맞나. 지구온난화, 아니 ‘가열’이 지구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온난화가 음모론이라는 음모론’을 퍼뜨리는 것은 앞으로의 논의를 방해할 수 있을뿐더러 이제까지 진척되어 온 논의마저 무색하게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문제적이다.
   
   2019년, 툰베리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한다. 기차로 갈 수 있는 유럽 국가들과 달리, 스톡홀름에 사는 툰베리에게 뉴욕은 바다를 건너야만 도달할 수 있는 먼 곳이다. 그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비행기 대신 60피트짜리 경주용 보트를 타고 미국에 가기로 한다. 무동력 보트로 바다를 건너는 데는 정확히 2주가 걸린다. 화장실도 없는, 그래서 양동이에 볼일을 봐야 하는 소형 보트 위에서 툰베리는 울먹이며 일기를 녹음한다. 그는 “평범하고 규칙적인 일상들이 그리운” 열여섯 소녀였다.
   
   툰베리의 말들이 사무쳤다. 그는 ‘누구를 위해’ 이런 일상을 감당하고 있는 것인가? 누구를 위해 결석하고, 누구를 위해 힘든 시위를 이어가는가? 다름아닌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존재들, 바로 우리들이다. 그런데 일부 정치인과 언론들은 툰베리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이제까지의 궤적을 돌아보지는 못할망정 비난하고 조롱하기까지 한다.
   

   툰베리는 우여곡절 끝에 회의장에 도착해 연설을 시작하지만, 곧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러나 건너편의 사람들은 툰베리와 다른 행성에 살고 있기라도 한 듯 편안한 모습이다. 그들에게는 어떤 위기의식도, 간절함도 없다. 툰베리는 절망적이다. 그는 울분이 가득한 목소리로 여전히 경제 성장과 돈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친다. 더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없다고.
   
   5년 전 나는 비건 지향 생활을 하는 채식인이 되었다.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것은 물론, 옷을 입거나 생활용품을 살 때도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동물들이 위해를 입지는 않았는지 따져보게 되었다. 먹고 입는 것을 바꾸는 일은 삶의 근간을 뒤흔드는 변화에 가까워서 당사자인 나 역시 몹시도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무엇보다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달라진 나를 바라보는 바깥의 시선이었다. 동물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때때로 날카로운 질문을 받아내야 했고, 마주 앉은 사람의 조롱에도 즉각적으로 응수할 수 있어야 했다. 이 작은 나라의 작은 도시에서 아주 좁은 생활 반경만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인데도 그랬다. 그런 나로서는, 툰베리가 짊어진 무게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아이러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를 위해 일할수록 모두의 적이 되는 아이러니. 조롱의 대상이 되고, 심지어 살해 협박까지 받는 아이러니. 그러나 지구온난화는 툰베리 집 뒷마당에서만 일어나는 재난이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툰베리의 어깨를 토닥이거나 그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봉 2021년 6월 17일
   감독 나탄 그로스만
   등급 전체관람가
   장르 다큐멘터리
   국가 스웨덴
   러닝타임 1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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