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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한 장의 사진으로 본 일본의 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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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피니언
[2567호]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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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 장의 사진으로 본 일본의 혼네

유민호  퍼시픽21 소장·‘일본 내면풍경’ ‘일본직설’ 저자 sikroad100@gmail.com

▲ 지난 7월 12일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 별관에서 열린 한·일 실무양자협의 광경. photo 뉴시스
‘한국 대표 맞은 일본인의 냉대. 악수 명함도 없이 창고 같은 회의실에서 응대’.
   
   지난 7월 12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수출규제 관련 한·일 실무양자협의 광경을 전한 한국 신문·방송들의 제목이다. 당시 회의가 열린 장소는 도쿄 가스미가세키(霞ヶ関) 경제산업성 별관 10층.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과장 2명과 일본 경제산업성 과장 2명이 참석자였다. 서로 마주 앉아 쳐다보는 ‘기묘한’ 사진을 보면서 17년 전 기억을 불러냈다. 회의가 열렸던 건물 바로 위층에서 보냈던 필자의 일본 생활이 떠올랐다. 경제산업성 내 정책연구소인 경제산업연구소(www.rieti.go.jp)가 당시 필자가 일했던 곳이다. 정부 내 연구소지만 이례적으로 글로벌 차원의 싱크탱크로 출발한 일본 초유의 정책전문연구소였다. 한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리스트에 올랐던 아오키 마사히코(靑木昌彦) 스탠퍼드대학 교수가 이끌었다. 필자는 당시 한반도 안보 관련 연구원으로 일했다. 시기적으로 북한 핵에 대한 우려와 노무현 정부에서 한·일 갈등이 불거지던 때였다.
   
   
   경제산업성에서의 근무 경험
   
   이번 한·일 간 ‘냉랭한’ 회의 사진은 2019년 7월 한·일 양국 간에 벌어지는 ‘총성 없는 전쟁’의 실태를 파악게 하는 증거다. ‘차 한잔 없는 의도된 홀대’라는 비판처럼 한국에서 통하는 주자학적 예의론은 생략하자. 서로 갈 데까지 간 판국에 악수를 나눈다고, 명함 주고받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이미 회의 시작 전부터 ‘설명회’라 토를 단 것이 일본이었고, 한국 측은 마지막까지 ‘협상’이란 모양새에 매달리며 도쿄로 달려갔다. 협상이란 명분에 맞춰 참가자를 국장급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일본 측은 냉정하게 거부했다. “오는 것은 자유이고, 모르는 것이 있다면 설명해주겠다”는 사무적인 메시지만 전달했다. 회의장 화이트보드 위에 붙은, A4 프린트 2장을 이어붙인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輸出管理に関する事務的說明會)’라는 글자는 한국 측 요구와 기대에 대한 정면대응이라 볼 수 있다.
   
   놓치기 쉬운데 사진 속에는 일본 관료들의 캐릭터와 습성 같은 것들이 드리워져 있다. 숨은 코드(Code) 찾기처럼 자세히 봐야 보인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낮은 천장,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접는 책상, 장식물 하나 없는 회의장, 수많은 색인표로 장식된 수출규제 관련 책자…. 필자가 경험했던 17년 전 경제산업성 관료와 사무실의 모습은 조금도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더불어 두 일본 과장이 입고 있는 반소매 와이셔츠를 통해 회의장 온도까지 피부로 느껴졌다. 일본 공무원이 일하는 사무실 크기는 한국에 비해 거의 절반 정도다. 천장도 엄청 낮기 때문에 공간 전체가 사람으로 꽉 찬 상태다. ‘창고 같은 회의장’이라 말하지만 한국인들이 보면 비좁은 일본 관청 사무실 대부분이 허름한 창고처럼 느껴질 듯하다. 경제산업성 사진은 한·일 갈등의 현재만이 아닌, 싸움에 임하는 양국 정부의 자세와 환경을 설명해주는 최적의 증거다.
   
   ‘김현종 전격 방미… 일본 맞서 청·외교·산업부 대미 외교 총력전’.
   
   한국 공무원 2명이 도쿄를 찾기 직전 전해진 뉴스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워싱턴에 들러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부당함을 백악관, 정부부처, 의회 등을 상대로 ‘맨투맨’ 설득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뭔가 대단한 성과가 벌어질 듯한 뉴스였지만 이미 출발부터 ‘거품’이 잔뜩 낀 기사다. 회의 일정이 목요일·금요일로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7월부터 미국 전역은 여름철 휴가에 들어간 상태다. 더위를 피해 도심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의회·행정부·백악관·싱크탱크 대부분이 빈 자리 천지다. 경력을 쌓으려는 대학생 인턴들만 넘칠 뿐 워싱턴 전체가 고스트시티(Ghost City)로 변한 지 꽤 됐다. 김현종 차장이 온 날은 그 같은 휴가철의 출발점에 들어선 시기다. 주요 인사들과 약속을 잡았을지 여부도 의문이지만, 목·금요일이 면담일이란 점에서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휴가철이 아니더라도 얼굴만 잠시 내밀었다가 오후부터는 퇴근하는 곳이 금요일의 워싱턴 풍경이다. 김 차장이 한국을 지지하는 오피니언 리더를 단 한 명이라도 확보했을지 의문이다. 쇼는 트럼프만의 전매품이 아니다. 이미 첫 단계에서부터 내실 하나 없는 ‘거품 이벤트’다.
   
   
   내실 없는 거품 방미
   
   “사령탑은 총리관저지만, 실무는 외국에 대한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경제산업성이다. 상하관계로 보면 총리관저가 위지만, 실무에 기초한 각론의 대부분은 경제산업성의 목소리가 그대로 반영된다. 둘은 밀접하게 오가면서 향후 방향과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식이다. 한국은 청와대가 사령탑인 듯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방향까지 제시하는 판이다. 아베 총리의 경우 방향 제시가 아니라 배경에 대한 설명이 전부다. 각론에 약하기 때문에 잘못 말했다가는 상대방에게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실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 나아가 외교부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 총론·각론 전부 상명하복이라고나 할까? 현장의 분석이 없는, 톱다운 방식의 업무패턴이라 볼 수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 일본은 관료가 주도하는 데 비해 한국은 정치가가 최전선에 나선 상태다. 현재 한·일 갈등 최전선에서 한국은 정치가, 일본은 관료가 맞대응하고 있다.”
   
   10여년 전 워싱턴 특파원 경험을 가진 일본 언론계 인사로부터 들은 말이다. 수출규제를 주도한 인물이나 조직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도쿄, 워싱턴을 무대로 한 한국 관리들의 활동은 실무부서 스스로의 결정이라기보다 정치가들의 입김과 기대에 맞춘 ‘반짝쇼’라는 비판이다. 토론과 각론에 기초한 실무 공무원들의 판단보다 정치가 주도하는 슬로건과 이벤트가 도쿄발 수출규제에 맞서는 한국 측 자세라고 단언한다.
   
   바둑이나 장기가 그러하듯 장외에서 제3자의 눈으로 지켜볼 경우 더더욱 판이 확실히 보인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면 현재의 판세는 물론 대략 어디로 나아갈지 예측도 할 수 있다. 한·일 간의 최근 갈등도 마찬가지다. 냄비 같은 한국을 벗어나 밖에서 냉정하게 살펴보면 보다 확실히 드러난다. 물론 국내와 국외, 정치와 경제, 과거와 미래 어디를 가치의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글로벌 시대의 대세인 ‘민주, 다양성, 개방성’에 입각한 가치관과 ‘과거사와 우리끼리’에 올인하는 사람의 판단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극단적인 상이점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필요로 하는 공통분모도 있다.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상황, 데이터에 관한 부분이다.
   
   손자병법의 기본이지만 지피지기(知彼知己)는 적을 굴복시키기 위한 기본전제다. 주의할 부분은 순서다. 먼저 상대를 알고 난 뒤 나를 아는 것이다. 나를 앞세우면서 상대에 맞서는 것이 아니다. 상대에 나를 맞추는 것이 먼저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 역시 상대에 관한 부분이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일본이 적이다. 그러나 적을 에워싼 환경, 즉 미국·중국을 비롯한 주변국 모두에 대한 연구가 필수다. 자신의 주장과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필자의 판단이지만, 일본과 일본을 둘러싼 주변국에 대한 한국 측 정보의 상당수는 20세기 흑백필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본다.
   
   한국에 어긋나면 ‘극우’이고 한국에 조금이라도 달콤한 말을 하면 ‘친한세력’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막히면 ‘극우 아베’를 주문처럼 외운다. 아베를 ‘적극’ 지지하는 일본인이 50% 이상이란 사실을 잊고 있다. 일본 2030세대의 경우 70% 정도가 적극 지지한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맞게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지피(知彼)’를 해야 한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 역사문제에 올인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전후 처음으로 한국에 맞대응한 일본의 ‘혼네(本音)’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주변국의 반응이나 대응책도 마찬가지다. 과연 지금 어떤 분위기와 상태일까? 크게 보면 네 가지로 집약된다.
   
   
▲ 지난 4월 1일 나루히토 시대를 맞아 새 연호로 결정된 ‘레이와’에 대해 설명하는 아베 총리. photo 뉴시스

   세대교체가 이미 끝난 일본
   
   올해 5월 1일을 기해 나루히토(徳仁)가 새로운 일왕으로 등극했다. 30년간 이어져온 ‘헤이세이(平成)’ 연호 시대가 막을 내리고 ‘레이와(令和)’ 시대로 접어들었다. 나루히토의 등장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석될 수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새 일왕의 출생연도다. 그는 1960년생이다. 3개월 아르바이트만 하면 유럽 최고 호텔 여행이 가능했던 그 유명한 일본의 버블세대다. 오는 11월 중순,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로 기록될 아베도 버블세대다. 아베는 1954년생으로, 전후 처음으로 미국·유럽 여행에 나섰던 세대다. 와인과 프랑스 요리에 빠진 아시아 최초의 유학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전전(戰前) 기억은 없다. 식민지, 난징대학살 얘기를 해봤자 ‘그래서…’라는 반응만 나온다. 북한 김정은에게 한국전쟁 책임지라고 말하는 식이다. 현재 일본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의 중추는 이들 버블세대와 그 이후의 젊은이들로 바뀐 상태다. 패전일본과 가난한 부모를 통해 체득한 전전 책임론은 70대 단카이(団塊)세대 퇴장과 함께 거의 사라졌다. 20세기 식민지 역사 관련 한국의 주장과 생각은 그동안 단카이세대를 통해 퍼져나갔다. 그런 매개체가 한순간 사라져버린 것이다. 거꾸로 74년 전 태평양전쟁에 대한 반성을 자학사관이라 몰아세우는 것이 2019년 일본의 대세다. 세대도 변했고, 세계관도 달라졌다.
   
   
   미국의 방관 또는 동조
   
   일본은 20세기 한국 경제사의 분수령을 가늠하는 상수로 존재해왔다. 크게 보면 두 가지다. 먼저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 따른 경제지원이다. 3억달러 무상지원과 2억달러 차관이다. 경제개발 종잣돈으로, 이후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한국 역사의 기폭제에 해당한다. 1981년 전두환 정권이 주도한 안보경협론은 두 번째 분기점이다. 우여곡절 끝에 40억달러를 받아낸다. 한국이 일본을 대신해 안보 방패로 활용되는 만큼 일본은 한국 안보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전두환의 논리였다. 2019년 트럼프의 논리와 비슷하다. 일본에서는 전두환의 요구를 세계 역사상 전례가 없는 ‘강탈외교’로 평가한다. 당시 전두환이 받아낸 40억달러의 대부분은 반도체산업에 투자됐다. 현재 한국 반도체산업 종잣돈이 이 40억달러였다.
   
   두 가지 상황을 살펴보면서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의 역할이다. 간단히 말해 미국이 뒤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역사다. 1965년에는 케네디, 1981년에는 레이건 대통령이 뒤에 서 있었다. 미국의 압력하에 돈을 통해 문제를 푼 것이다. 2019년 한·일 갈등의 경우는 어떨까? 간단히 말해 미국이 개입할 경우 금방 풀릴 문제다. 그러나 미국은 방관, 아니 아예 일본에 동조한 상태로 선 밖에 서 있다. 트럼프와 아베의 밀월관계는 골프 친구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에서 보면 트럼프 탄핵이 당장 내일이라도 벌어질 듯하지만 전혀 반대다. 개인적 판단이지만 큰 변수가 없는 한 트럼프 재선 가능성은 무척 높다. 아베 역시 도쿄올림픽 이후 2021년까지 총리로 살아남을 전망이다. 두 사람은 어제와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까지 이어질, 서방 선진국 가운데 가장 오래 집권할 지도자들이다.
   
   일본어로 ‘네마와시(根回し)’란 말이 있다. 구체적 행동에 나서기 전 주변부터 하나씩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나가는 과정이다. 아베의 경우 적어도 1년, 아니 2년 이상 트럼프에 대한 네마와시를 시행해왔다. ‘급소를 겨냥한 듯한’ 아베의 수출규제는 트럼프의 동의나 방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극우 아베, 선거용 이슈’가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한·일 갈등을 한국식으로 풀기 위해서는 방관, 나아가 동조 상태의 미국부터 설득해야 한다. 일본이 투자한 네마와시 이상의 ‘길고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추락세의 중국 경제와 중·일 관계
   
   역사문제는 한·일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다. 역사문제에 관한 한 중국은 한국과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 당시 장쩌민(江澤民) 주석과의 한·중 역사연대는 유명하다. 2019년은 어떨까? 중국이 침묵하고 있다. 도쿄에 갈 때마다 만나는 중국계 일본인 친구는 말한다. “역사문제를 내세울 경우 중국 역시 한국과 함께 반일 전선에 나서리라 생각하는 듯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미·중 무역마찰로 인해 그 같은 한국 측 기대는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중 간 반일 연대는 물 건너갔고 지금은 거꾸로 중국이 일본을 필요로 하는 시기다. 미국이 등을 돌린 상태에서 당장 중국이 기댈 곳은 일본밖에 없다. 2019년 중국 외교의 최대 현안 중 하나가 나루히토 일왕의 베이징 초청 건이다. 중국 경제는 앞으로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다. 돈도 안 되는 역사문제로 한국과 연대할 이유가 없다.”
   
   IMF의 전망이지만 중국은 당장 2022년부터 경상무역 적자국으로 내려앉을 수도 있다. 트럼프의 무역공세는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중국 경제 추락이 가속화될수록 일본을 더더욱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이 주시하는 북·일 수교 변수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제기는 곧 닥칠 북·일 수교를 위한 환경조성이라 볼 수 있다. 징용 문제를 통해 남북 간 연대감도 높일 수 있고,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논의될 식민지 보상액을 올리려는 의도다.” 지난 2월 일본에 들렀을 때 일본 정부 관료로부터 들은 얘기다. 징용 피해보상 문제를 국가 간 관계가 아닌, 개인보상 차원으로 돌리기 위한 사전준비로서 ‘한국 사법부의 쿠데타’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북한과의 수교 시 일본이 북한에 줄 배상금을 100억달러 선으로 추정하지만 북한의 위안부·징용 피해자 개개인에게까지 보상기준을 확대할 경우 일본이 북한에 줄 돈은 엄청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만난 일본 관료는 이런 설명을 추가했다.
   
   “북한은 핵을 가진 테러지원국이다. 일본이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 돈이 오갈 경우, 미국과 유엔의 감시하에 전부 투명하게 처리될 것이다. 위안부나 징용 피해자의 경우 북한 주민 개개인을 상대로 한 개인 차원의 보상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물론 한국이 원하는, 국가 간 보상 외의 보너스에 해당한다.”
   
   하지만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보상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게 일본 전체를 관통하는 여론이다. 한국과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 모든 나라가 보상 요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일 역사 쿠데타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와 워싱턴 분위기를 종합하면 한·일 갈등은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첨단 산업소재만이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일본 측 반격이 이어질 것이다. 한 세대도 훌쩍 지난 어릴 때 기억이지만, 단지·혈서 퍼포먼스는 과거 반일집회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광경이었다. 의병·이순신·죽창가는 단지와 혈서를 대신한, 2019년 새롭게 등장한 반일 덕목들이다. 아무리 미국의 제재가 강해도 물과 공기만 있으면 생존할 수 있다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과 비슷하다. 전원 옥쇄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아베를 잠재울 한국의 결정적인 카드가 무엇인지에 대한 얘기가 거의 없다.
   
   미국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한국 정부는 국제기구에 호소하는 데 올인하는 듯하다. 지금 당장의 문제인데, 2년 뒤에나 나올 국제기구의 판단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추세라면 조만간 단교나 전쟁이란 단어도 난무할 것 같다. 한국 정치가와 일본 관료가 벌이는 길고도 긴 치킨게임의 향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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