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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2호] 20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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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의 현장일지]IT 업체들이 해외 인력 구하러 나선 이유

정재욱  변호사·법무법인 (유한)주원 파트너변호사 

▲ 지난 7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소위원회 유연근로제 관련 노사의견 청취 회의장. ITㆍSW 업체들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같은 유연근무제보다는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더 필요하다. photo 뉴시스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80인 규모의 A업체는 현재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현재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근로시간마저 단축되면 경쟁에 뒤처질 것이 자명하다고 판단한 A업체 대표는 “추후 인력을 추가로 영입하더라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별도의 연구개발 법인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R&D 산업단지 책임자급 연구원 역시 주변에서 이런 사례를 많이 봤다고 한다. 그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내부 마감을 지키지 못하는 프로젝트가 많고, 어쩔 수 없이 주 52시간제의 제약을 받지 않는 해외로 R&D 프로젝트를 옮기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내년부터 시행될 ‘예외 없는 주 52시간제’는 특히 IT·중소·벤처기업들에 매우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는 300인 이상 대형 사업장 등 일부 사업장에 대해서만 주 52시간제가 적용되지만, 2020년 1월부터는 50~300인 미만 사업장, 2021년 7월부터는 5~5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전면 시행된다. 개정된 근로기준법(2018년 3월 20일자 법률 제15513호로 일부 개정된 것, 이하 같음)에서는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등 5개 업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률적으로 주 52시간까지만 근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산업계 내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계도기간을 두어 처벌을 유예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같은 유연근무제의 활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은 정작 우리나라 첨단산업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는 IT·SW·중소·벤처기업들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확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을 뿐, 정작 업계에서 필요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사실상 안중에도 없었다. 여당도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면 충분하고 현재로서는 더 이상의 유연근무제 확대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일정 기간 내에서 어느 주 또는 어느 날의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배치하여 운용하는 근로시간제를 말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해 일하는 스케줄을 미리 정해 두어야 하기 때문에 근무 일정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제조업에 적합한 제도라 볼 수 있다. 계절적 수요에 따라 근무시간을 달리 설정할 수도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일정 기간 동안 총 근무해야 할 시간을 미리 정해 놓고 매일매일 근무시간을 근로자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제도여서, 근무 일정을 예측하기 어려운 IT·벤처·SW 업종에 적합한 제도에 해당한다. IT·중소·벤처업계가 처한 현실을 감안하면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가 아닌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가 절실하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IT·SW 기업에는 절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일정 기간(1개월 이내)의 단위로 정해진 총 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업무의 시작 및 종료시각, 1일의 근로시간을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근로기준법 제52조). 일정 기간(현행법상 1개월 이내) 평균해서 1주 40시간(연장근로까지 하면 52시간)이 넘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근로자는 1주 40시간, 1일 8시간 근로시간 제한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다. 예컨대 이번 주는 70시간 일하더라도 다음 주에 10시간 일한다면, 평균이 1주 40시간이 되므로 문제되지 않는다.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나 소프트웨어(SW)업은 대체로 1주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으나, 일감이 몰리는 시기에는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촉박한 용역기간, 빈번한 과업변경 등 불합리한 발주관행과 SW 개발·업그레이드 시 업무량 집중 때문이다. 통상 사업기획이 수립되는 3~4월과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종료가 예정되어 있는 10~11월에 초과근무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성수기에는 1주 근무시간이 60~70시간에 이르는 반면, 비수기에는 20~30시간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된다. 만약 이러한 기업들이 현행 주 52시간제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성수기 기준에 맞춰서 항상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주 52시간제의 전면시행으로 인한 비용 부담은 상당해질 수밖에 없다.
   
   여당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 확대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노사합의로 근로일 및 당해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명확하게 정하여야 하는데, IT·SW 산업의 특성상 매일매일의 근로시간을 명확하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중소 SW 업체의 경우 개별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를 수주하여 진행을 하는데, 프로젝트가 언제 발주·수주될지에 대하여 예측가능성이 상당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발주처(정부나 대기업 등)의 요구사항이 어떻게 변경되고 늘어날지 알 수 없어서 업무량의 편차가 많다. 결국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계절적 수요가 명확한 제조업 등에 유효한 대안책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IT·SW 업체에 대해서는 그 실효성이 낮다.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인력을 충원하거나, 그게 어렵다면 단기 아르바이트라도 고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일자리 나눔, 일자리 창출 그 취지는 좋다. 그런데 누가 그 돈을 부담하나? 국내 IT 서비스 기업의 37.2%가 연매출 10억원 미만의 영세기업이고, 전체 기업의 75.3%가 연매출 5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수기 기준으로 상시적으로 인력을 유지하고 있기가 쉽지 않다. 정부의 예산 지원, 즉 국민의 세금 투입 없이는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울러 일부 IT·SW 관련 업종의 경우 고급인력 기반의 지식서비스 산업이라는 특성상, 단기 아르바이트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어렵사리 신규 충원을 하더라도 새로 업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려 효율성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급격하고 무리한, 그리고 예외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산업계에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그 방식과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고 대안적 수단도 충분히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전쟁의 승패가 한국이 얼마나 단기간 내에 일본산 첨단소재를 개발할 수 있느냐에서 갈린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당장 내년에 시행될 주 52시간제를 감안하면 첨단소재 개발 기업 입장에서는 사람을 마음대로 뽑을 수 없기 때문에 개발 속도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 왜 선택적 시간근로제의 도입을 주장하는지 정부가 더 세심하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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