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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2호]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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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청소년의 달’ 5월에 청소년이 없었다

박대권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drpark@mju.ac.kr

5월은 청소년의 달이었다. 인구가 한창 늘어나던 1980년대나 1990년대까지는 5월에 어린이와 청소년에 관련한 글이나 특집이 신문과 잡지, 텔레비전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 ‘청소년은 미래의 꿈’ ‘어린이는 나라의 희망’ 등 지금 세대에게는 생경한 표현이 당시에는 상투적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 쓰였다.
   
   하지만 지난 5월 우리의 인쇄매체와 방송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잊힌 것 같다. 관련 칼럼도 특집 방송도 눈에 띄지 않았다. 코로나19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청소년 인구가 감소한 것 이상으로 청소년에 대한 관심은 사라진 것 같다. 청소년에 대한 관심은 ‘보호나 육성’이라는 정책담론보다는 안전한 등교 정도나 온라인 가정수업 등이 거의 전부였다. 실제로 청소년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청소년박람회도 올 하반기로 연기되었다.
   
   5월이 청소년의 달로 지정된 것은 지금부터 40년 전인 1980년이다. 지금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진 4H클럽의 기념일을 1967년부터 기념하던 것을 확대한 것이다. 머리(Head), 마음(Heart), 건강(Health), 손(Hands)을 의미하는 영어단어의 머리글자를 딴 4H클럽은 1902년 시작된 세계적 청소년단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광복 직후인 1947년 낙후된 농촌의 생활 향상과 기술 개량을 도모하고 청소년들을 고무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아직 산업화의 씨가 뿌려지기 전인 농업사회에 심어진 다음 세대 주인공들의 꿈에서 시작된 것이 청소년의 개념이다.
   
   
   청소년기본법 ‘만 9세 이상 만 24세 이하’
   
   법에서 청소년의 개념은 다양하다. 국어사전에는 ‘청년과 소년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하며 특히 10대를 가리킨다고 정의한다. 그러나 국가가 사용하는 정책상 개념은 이와 사뭇 다르다. 청소년기본법은 청소년을 9세 이상 24세 이하(만 나이)로 규정하고 있다. 학령으로 환산하면, 초등학교 3학년에서부터 대다수의 대학 재학생 연령을 포함한다. 청소년과 관련한 국가정책은 청소년기본법을 기준으로 제정된다. 청소년보호법에서는 19세 미만을 일컫는 개념이다. 생일 기준이 아니라 해당연도 1월 1일이 기준이 된다.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청소년에 가장 부합하는 개념일 것이다. 음주와 흡연이 불가능한 연령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게 있었냐고 의아해할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정부는 청소년과 관련한 6번째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 중이다. 제6차 청소년정책기본계획(2018~2022)의 비전은 원대하다. ‘현재를 즐기는 청소년, 미래를 여는 청소년, 청소년을 존중하는 사회’이다. 청소년 관련 최우선 과제는 ‘청소년 참여 및 권리 증진’과 ‘청소년 주도의 활동 활성화’이다. 좋은 말들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생각이 든다. 청소년들에 대한 바람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어른들과 사회가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이나 계획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뭔가 하기를 바라는 내용이다. 국가 계획의 대상이 청소년인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 주체가 청소년인 점은 의아하다.
   
   1990년대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민 인식의 변화, 소득의 증가, 상급학교 진학률 상승 등으로 청소년은 과거 보호의 대상에서 육성과 자립의 대상으로 변화하였다. 청소년을 성인이 되지 않은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면 시대착오적이거나 보수적이라고 여긴다. 시쳇말로 꼰대로 취급당한다. 선거연령이 하향된 이후 더 심해진 것 같다. 2005년 선거 가능 연령이 만 19세로 하향되었고, 올해부터는 만 18세부터 선거가 가능하다.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아름답게 들리지만, 유권자가 보호의 대상이라는 건 듣기에 편하지 않다. 같은 말인데도 말이다. 만 18세면 국방과 납세의 의무를 지니고 이제 선거도 가능하다. 민법으로는 결혼도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10대 청소년도 어른과 거의 비슷하게 여기는 것 같다. ‘다 컸다!’라는 칭찬은 ‘지켜주지 않아도 된다’는 의식을 드러내고 강화한다.
   
   쿨한 어른, 시대의 변화에 맞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보호’의 개념이 약화되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듯이 용어가 없어지니 의식도 희박해졌다. 어린 여성 청소년 101명을 경쟁시키는 프로그램을 온 나라가 거리낌 없이 시청했다. 그 프로그램을 만든 PD는 “남자들에게 건전한 야동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출연자들을 보면 여동생이나 조카 같아서 귀엽지 않냐”는 이야기까지 했다. 공분은 잠깐이었고 프로그램이 없어지기는커녕 남성 청소년을 출연시키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두 편의 프로그램이 남긴 씁쓸한 교훈은 투표의 공정성이 성의 상품화보다 사회적으로 더 중요한 가치라는 점이다. 여성 청소년에 대한 성적 상품화는 논란만 있다가 없어졌지 법적 처벌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n번방이라는 괴물을 키우고 있었을지 모른다.
   
   
   유권자가 법적 보호 대상?
   
   지난해 대단원의 막을 내린 마블코믹스 ‘어벤져스’ 시리즈의 한 장면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쳐들어온 악당들과 싸우기 위해 우주선의 본진에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이 침투했다. 호기심 많은 10대인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의 명령에 상관없이 침투에 합류한 것이었다. 악당과 싸우려면 한 손이라도 아쉬웠을 텐데, 성인인 아이언맨은 청소년인 스파이더맨에게 왜 우주선에 탑승했냐며 나무랐다. 이건 어른들의 일이라며 임무를 맡기지 않으려고 했다. 악당을 지척에 두고 이런 대화가 이어졌다. 지구를 구하는 히어로도 먼저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SF영화가 일깨워주었다. 아이언맨은 자기 때문에 스파이더맨이 죽었다는 사실에 후편에서도 괴로워한다. 미국 어른들이 공유하는 상식적 시각이다. 가면과 유니폼을 벗은 피터 파커뿐만 아니라 히어로 스파이더맨도 일단 보호받아야 하는 청소년이다. n번방의 원조라는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가 미국으로 보내지기를 거부하는 이유일 것이다. 청소년 보호 의식이 강한 미국에서는 그의 잘못이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 중범죄이다.
   
   일이 터진 다음에 법적으로 처벌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대책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선제적인 것은 ‘그런 일을 하면 절대 안 된다’는 인식을 개개인이 갖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사회가 그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영양 상태가 좋아져서 신체 발육이 좋아지고, 학교에서 화장을 허용해 성인과 외모의 구별이 없어져도 청소년은 청소년이다. “교복을 안 입어서 몰랐어요” “얼굴 보고 대학생인 줄 알았어요” 등의 변명보다는 “주민증을 보고 어려서 놀랐어요” 같은 말이 더 많아져야 한다. 2004년 러시아의 테니스선수 마리아 샤라포바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180㎝를 넘는 큰 키에 화려한 외모였지만 나이는 17세였다. 샤라포바가 앉은 자리에도 포도주잔이 채워졌다. 당시의 ‘청소년 인지 감수성’이 지금은 많이 나아졌을지는 의문이다.
   
   꼰대 소리를 들어도, 시대 변화에 뒤떨어진 것 같아도 이 점을 지키는 것이 성인의 의무임을 알았으면 한다. 어른처럼 보여도 어른이 아니니까 일단 보호해야 하는 것이 청소년이다. 미성년으로 18세까지 보호하는 게 먼저지만 24세까지도 청소년의 범주로 둔다. 청소년은 일단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다. 보호가 먼저 이루어져야 자립도 육성도 가능하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하며 후회하는 어른보다는 안 된다고 말하는 ‘꼰대’가 그리운 청소년의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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