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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9호]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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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재인은 실패한 차베스 노선을 가고 있나

김충남  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kimc71234@hotmail.com

▲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시민이 차베스 벽화 앞을 지나가고 있다. photo 뉴시스
한국은 자원빈국이지만 선진국이고 베네수엘라는 세계 제1의 원유매장량을 가졌지만 파산한 나라다. 그런데도 10여년 전 한국에서 차베스(Chavez) 열풍이 일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으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주장을 폈고 그러한 주장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에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노선이 차베스 노선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많다. 과연 발전의 기적을 이룩했던 나라가 최악의 실패한 국가로부터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인가.
   
   부동산 광풍이 휘몰아치면서 집 없는 서민들의 좌절과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20여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부동산 폭등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정부는 허둥대고 있다. 집값을 때려잡겠다며 이쪽을 때리면 저쪽에서 뛰고, 개발계획을 발표하면 주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다.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있듯이 신뢰를 상실한 정부가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수록 악화일로다. 젊은 세대들은 ‘이생집망’(이번 생에 내 집 마련은 망했다)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임대료와 전월세도 속수무책으로 치솟으면서 민생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수도권의 대다수 아파트 가격이 몇 달 만에 몇억원씩 치솟았다. 도시근로자의 10년치 봉급보다도 더 큰 금액이다. 집을 마련하려 했던 사람들은 몇억원을 빼앗긴 셈이다. 지난 3년간 수도권 일부 아파트의 가격은 두 배 정도 올랐다. 집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수시로 뛰는 전월세와 임대료로 서민들과 자영업자들은 아우성이다. 그 결과로 모든 물가가 뛰고 있다.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징벌적 세금폭탄을 떨어뜨리자 사람들은 집값은 정부가 올려놓고 우리에게 왜 무거운 세금을 매기느냐며 분통을 터뜨린다. 달랑 집 한 채뿐인 가난한 은퇴자들은 급등한 세금을 감당할 길이 막막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만큼은 확실히 잡겠다”며 “집값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의 부동산 대란은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을 잡겠다”며 20여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그의 임기 중 수도권 부동산은 2~3배 폭등했다. 노무현 정부의 균형개발정책도 폭등의 원인이 됐다. 세종시, 송도신도시, 10개의 혁신도시, 6개의 기업도시, 7개의 혁신클러스터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건설하며 토지보상금으로 나간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수도권 부동산 투기로 되돌아왔던 것이다. 부동산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 실패 정책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고, 세율을 대폭 높이는 종부세법 개정안과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 등 부동산 규제 관련법들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집권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또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과 시·도지사가 임대료를 정하게 하는 법의 제정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베네수엘라에서 실패한 정책과 유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네수엘라(대한민국+베네수엘라)’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7년 전 한·베네수엘라 경제협력센터가 발행한 차베스의 실패한 부동산정책에 대한 보고서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차베스의 부동산정책 실패 원인이 임대료 동결, 정부에 의한 임대료 산정, 임차인 강제퇴거 금지 등 과도한 부동산시장 통제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대란의 원인은 문 대통령이 “부동산은 반드시 잡겠다”는 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집권세력은 부동산 가격 인상을 부당한 방법에 의한 불로소득이라며 각종 규제와 세금 인상 등 징벌적 대책을 통해 잡으려 한다. 과연 정부가 ‘시장(市場)’을 잡을 수 있는가. 그것은 정부가 해야만 하고 할 수 있는 일인가. 선진국 수준에 이른 나라치고 중앙정부가 부동산정책에 올인(all-in)하는 나라는 없다. 정치논리와 시장논리는 다른 것이다. 정치가 수요·공급이라는 시장경제원리를 무시하고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시장은 왜곡되어 시장 실패를 초래한다.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고, 특히 무능한 정부는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하게 된다. 시장메커니즘은 수많은 수요·공급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거기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 따라서 주무 장관과 관료들의 힘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동산정책은 경제정책의 일환일 뿐이다. 부동산 대란에 대해 국토부 장관이 비난의 초점이 되고 있지만 문제의 근원은 문재인 정부의 반시장적 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이외에 마땅한 투자 대상이 없다는 데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관계는 오묘하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할수록 경제는 뒤틀리기 마련이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통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순수한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에서는 국가가 경제의 모든 것을 통제하지만, 시장 기능이 허용된 체제에서는 기업의 이익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생산량, 가격, 임금과 노동시간 등 기업경영을 지나치게 통제하면 기업은 수익이 별로 없거나 손해를 보게 되고 결국 경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영국, 남유럽 국가와 같이 급진적 사회주의정책을 시행했던 나라들은 모두 경제가 쇠퇴했다.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반시장정책이 문재인 정부에 와서 본격화하였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노무현과 문재인 정부의 정책 노선이 차베스 노선과 유사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 지난 7월 25일 서울 종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photo 뉴시스

   차베스 노선과 노무현·문재인 노선
   
   노무현은 차베스보다 4년 후에 집권했다. 차베스의 사상은 반미(反美)-반자본주의-반세계화-포퓰리즘(populism)의 혼합이다. 그는 “자본주의는 우리를 지옥으로 직행하게 한다. 사회주의야말로 베네수엘라와 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빈곤과 불평등과 고난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본가 등 부패한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민중을 해방시키고, 동시에 미국 등 자본 제국주의로부터 벗어나게 하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노선을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이라 했다.
   
   차베스는 국민에게 빈번한 국민투표 기회를 주며 ‘참여민주주의’를 표방했고 노무현도 국민참여를 확대하며 자신의 정부를 ‘참여정부’라 했다. 막말을 서슴지 않았고, 적과 동지로 양분하여 반대세력을 적대시했고, 친노동·반기업 정책과 대대적인 복지정책을 폈고, 반미자주노선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노무현과 차베스는 비슷했다. 2006년 2월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노무현 대통령이 반미노선을 노골화하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누어 착취자와 피착취자의 대결구도로 몰고 가는 포퓰리즘에서 차베스와 닮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당시 한국에서 ‘차베스 붐’이 일어났다. 김대중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한 긴축정책과 자유경쟁을 원칙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정책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했기 때문에 좌파세력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높았다. 당시 좌파진영은 공산주의 붕괴 이후 뚜렷한 대안(代案)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차베스가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에 정면으로 맞서며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고 노동자 중심의 경제체제를 구축하면서 정치적으로도 참여민주주의를 시도하자 높이 평가했다. 예를 들면, 서강대 손호철 교수는 2004년 말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후 쓴 글에서 차베스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저항하는 볼리바르혁명을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다”면서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추종하고 있는 노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노무현을 비판했다.
   
   조희연 당시 성공회대 교수(현 서울시 교육감)도 차베스가 진보적인 사회경제정책을 추진해온 점을 높이 평가하며 “노무현 대통령은 차베스 대통령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이 무렵 KBS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차베스의 도전’이라는 특집방송을 통해 차베스의 반미주의와 국가사회주의를 소개하며 그의 노선을 미화했다. 한겨레신문은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열풍’ 수준”이라며, “노무현에게 실망한 사람들이 차베스로부터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고 했다. 좌파 지식인들은 “미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서 민중을 해방시키고 있는 위대한 혁명가”로 치켜세우는 등 차베스를 찬양하는 글을 언론에 기고하기도 했다. ‘차베스, 미국과 맞짱 뜨다’ ‘민중의 호민관 차베스’ ‘베네수엘라,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다’ 등 그에 대한 책들도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노무현은 이라크전에 한국군을 참전시키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현실과 타협했다.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해온 신자유주의정책으로부터 이탈하기 어려웠다. 2006년 초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과의 FTA 방침을 밝히자 좌파진영은 강력히 반발했다. 그해 6월 27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한·미FTA 졸속체결 반대 시국선언’에는 30여명의 열린우리당 의원과, 백낙청 등 50여명의 좌파 지식인, 시민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들도 한·미FTA 협정 체결에 강력히 반대했다. 그해 7월 6일 발표된 ‘경제학자 171명의 한·미FTA 원점 재검토 촉구’ 성명에는 강신욱(통계청장), 김상곤(민주당 혁신위원장·교육부 장관), 김상조(정책실장), 홍장표(경제수석·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 등의 이름이 올랐다.
   
   한·미FTA와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논쟁은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더욱 가열됐다. 이 무렵 ‘한국사회포럼’이 한·미FTA 반대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는데, 조직위원장이던 김상곤 한신대 교수는 차베스 업적을 소개하는 영상자료를 상영했다. 한국사회포럼은 손호철, 김상곤, 조희연 등이 주도했으며 참여연대, 교수노조, 민주노총 등 20여개 진보단체가 참여했다. 김상곤은 2008년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총장 시절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바 있다.
   
   노무현은 퇴임 후 자신의 정책이 성공하지 못했음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거행된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에서 “이제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노무현처럼 현실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의 개혁정책에 대한 냉철한 평가도 없이 더욱 과감히 밀어붙였던 것이다.
   
   
   ‘21세기 사회주의’ 실험의 비참한 종말
   
   ‘서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던 차베스의 꿈은 비참한 종말을 맞았다. 지옥이 따로 없다. 국제기구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95%를 절대빈곤층으로 판단하고 있다. 2019년의 물가상승률은 무려 1000만%에 달해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다. 인구의 17%인 530만여명이 해외로 탈출하여 머리카락, 모유, 몸까지 팔며 생존에 급급하고 있다.
   
   차베스는 미국, 자본주의, 대기업을 3대 적(敵)으로 삼았다. 카스트로를 아버지처럼 섬기며, 쿠바식 사회주의체제를 구축하고자 했다. 그것은 곧 신자유주의로 알려진 미국식 자본주의와 세계화에 반대되는 노선이었다. 기업은 착취의 근원이고 기업인은 착취자라 비난하며 기업에 대한 적대정책을 폈다. 그래서 기간산업과 주요 기업을 국유화했다.
   
   그는 ‘자본에 대한 민중 통제’를 실현한다면서 대다수 기업의 경영자와 전문인력을 제거하고 노동자위원회를 구성해 운영케 했다. 또한 협동조합형 기업 설립을 적극 장려한 결과 26만개의 협동조합형 기업이 설립됐다. 국유화된 기업들은 경험과 능력 없는 낙하산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경영부실이 심각했다. 다국적 기업들도 자산을 몰수당하거나 강매해야 했기 때문에 외국 자본은 물론 다수의 경영인력과 기술자들이 국외로 탈출하면서 산업체의 40%가 도산하는 등 제조업 기반이 붕괴됐다.
   
   그는 기득권 세력이 베네수엘라석유공사(PDVSA)를 지배해왔다며 파격적인 개혁을 선언하고 석유공사 직원의 40%인 1만8000여명과 연구개발 인력 80%를 몰아내고 자신의 추종자들과 노동자들로 빈자리를 채웠다. 베네수엘라 외화수입의 90%를 벌어들이던 석유공사는 단기간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동시에 정부는 석유수출로 벌어들인 외화의 대부분을 복지정책에 투입하면서 석유산업에 대한 재투자는 외면했다.
   
   차베스 정부의 반시장적 정책으로 방대한 자본과 100만 가까운 전문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외환보유고가 급감하면서 경제난이 심각해지자 차베스 정부는 주요 생필품 가격을 강력히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채산성이 악화된 업체들은 경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제조업이 무너지자 물자부족이 심각해졌다. 농산물 가격도 통제했기 때문에 농사를 제대로 짓지 않아서 식료품 부족도 심각해졌다.
   
   그래서 식품과 생필품의 상당 부분을 수입할 수밖에 없었지만 석유수출 가격이 급락하면서 외화 획득이 급감했기 때문에 필요한 물자를 수입할 수도 없게 됐다. 그러자 차베스 정부는 환율까지도 강력히 통제했다. 공식 환율은 1달러에 6볼리바르였지만, 실제로는 1000볼리바르를 주어야 1달러를 구할 수 있었다. 정부가 비현실적인 환율을 고집하고 외환거래까지 강력히 통제하면서 무역업자들도 대부분 파산했다. 심각한 물자부족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은 국민을 최악의 어려움에 빠뜨렸다. 무상의료를 자랑해왔지만 병원과 약국에는 약이 없었다. 주민들은 생필품을 사기 위해 매일 새벽 1㎞의 긴 줄을 서야 했다. 물자부족과 물가폭등에 못 살겠다며 대대적인 시위에 나섰다.
   
   제조업을 억압하거나 간섭하고 과중한 부담을 지운 결과 경제가 무너지고 있었는데도 차베스는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의 대부분을 대대적인 퍼주기에 탕진했다. 석유 값이 배럴당 100달러 이상일 때는 지탱할 수 있었지만 3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그의 방만한 ‘21세기 사회주의 체제’는 파탄날 수밖에 없었다. 공산주의가 실패했는데도 차베스가 ‘사회주의혁명’을 시도했던 것은 갑옷을 입고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와 다름없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의 경제난은 신자유주의정책 때문이라며 처음부터 반(反)시장정책을 본격화했다. 기업을 경제성장의 주역이 아닌, 노동자를 착취하는 ‘악의 집단’으로 인식하고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무제, 직장 내 괴롭힘방지법, 채용절차법 등 반기업·친노동정책을 쏟아냈다. 그 결과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말 주요 경제지표는 노무현 정부 이래 최악이었다. 지난 3년간 최대의 자영업 폐업과 최고의 해외 직접투자 등에서 나타나듯이 한국 경제는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몰락 위기에 있는 경제를 대상으로 집권당은 기업을 옥죄고 부담을 가중시키는 법안을 무더기로 발의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무한한 자원이 있어 재기의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은 기업의 경쟁력이 한번 추락하면 재기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시민들이 자동차에 주유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적인 원유 생산국이지만 반기업적 정책으로 정유업을 비롯한 제조업이 와해됐다. photo 뉴시스

   시장통제의 정치적 조건
   
   시장 통제를 위해서는 사회 전체를 통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산국가는 하나같이 독재국가가 되었다. 민주체제하의 정부가 경제를 비롯한 사회 전체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선심성 정책과 선전선동 수단을 동원한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의 노선은 차베스와 유사한 점이 많다.
   
   차베스는 부패한 구체제를 해체하고 권력을 민중에게 돌려주겠다며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여 나라 이름까지 바꾸었지만 실제로는 일사불란한 독재체제를 구축했던 것이다. 동시에 그는 최저임금 인상, 무상교육, 무상의료, 헐값의 식료품 공급 등 복지에 돈을 쏟아부었다. 뿐만 아니라 언론을 통제하며 국민을 선전선동과 동원의 대상으로 삼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이전부터 주류 교체를 포함하여 나라의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고 공언했고, 취임과 동시에 적폐청산을 국정과제 1호로 삼고 다수의 지난 정부 지도자들을 사법처리했다. 또한 사법부와 국회까지 장악한 것은 물론 친정부 여론 조성을 위해 언론과 시민사회까지 통제하려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서민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복지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차베스와 비슷하다. 적과 동지로 편 가르기 하여 반대세력을 악한 세력으로 낙인찍는 동시에 자신들을 가난한 자와 약한 자들을 위하는 투사로 미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차베스의 독재체제 구축은 조직적이었다. 그는 언론이 부패한 기득권 세력을 대변해왔다며 조직적으로 탄압하고 우호적인 언론을 앞세운 대대적인 선전선동으로 여론몰이를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헌법 제정을 위한 제헌의원 선거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시켰다. 뒤이어 실시한 선거에서 집권세력이 제헌의원의 95%를 차지하자 부패한 기득권 인사들을 제거하는 등 초법적인 조치들을 밀어붙였다. 그러한 가운데 제헌의회는 ‘사법 비상사태’를 선언한 후 ‘사법개혁위원회’를 설치하여 190여명의 판사를 제거한 후 법원을 장악했고 나아가 대법원의 판사 수를 20명에서 32명으로 증가시킨 후 차베스 추종자들로 채웠다. 이어 ‘입법 비상사태’도 선언하여 기존 의회를 무력화했다.
   
   새 헌법은 강력한 대통령제였다. 정부 구성도 기존의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외에 선거부(選擧府)와 시민부(市民府)가 추가됐다. 선거부는 선거관리, 시민부는 특별감찰이 임무였는데 대부분 차베스 추종자들로 채워졌다. 새 헌법은 또한 ‘언론은 사실만을 보도해야 한다’며 언론 통제를 합법화했다. 새로운 헌법에 의해 실시된 선거에서 집권세력이 압승한 후 대통령령(令)만으로 어떤 개혁이든 가능케 하는 ‘수권법(授權法)’을 제정하여 차베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했다. 차베스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 같은 체제혁명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뒤이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은 철퇴를 맞았고 친정부 성향의 언론은 활개 치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와 입법부까지 완전히 장악하고 있으며, 언론의 자유도 크게 제약하고 있다. 특히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은 권력 강화의 핵심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사법농단’ 단죄 등을 통해 사법개혁을 추진해왔다.
   
   대법관 9명 가운데 대법원장을 포함하여 5명을 정권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임명하면서 사법부 판결까지 정치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판결을 굽혀 대통령에게 아부한다’는 뜻의 ‘곡판아문(曲判阿文)’이란 신조어가 등장하고 “대네수엘라 사법부”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차베스 집권 기간 4만여건의 재판 중 정부에 반(反)하는 판결이 없었다고 하는데 한국에도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검찰을 ‘민주적 통제’하에 두겠다며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개혁조치들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차베스가 ‘시민부’라는 ‘특별검찰기구’를 만들어 휘둘렀듯이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직속 특별사찰기구인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신설하여 대통령 중심의 권력을 강화하고 있다. 더구나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집권당은 더욱 급진적인 개혁과 무분별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등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필수조건인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서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선진국 수준의 국정운영은 합리적이고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리를 무시하고 잘못된 이념에 집착하는 한 되는 것은 별로 없고 혼란과 퇴보만 가중될 뿐이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위기의식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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