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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1호] 2013.01.21

삼성전자는 왜 2조 돌려받을까

조특법은 대기업 세금 깎아주는 요술방망이?
조세특례제한법의 불편한 진실

김대현  기자 

상장사 실효세율 17.6%… 140개국 중 99위
56개 대기업이 세금 감면액의 44% 돌려받아
▲ 일러스트 이경국
삼성전자(대표이사 최지성)는 지난해 매출액 201조원, 영업이익 29조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전 세계에서 매출 200조원의 고지를 밟은 기업은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포함해 13개뿐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올해 세금을 얼마나 낼까.
   
   세법에는 과표 기준으로 삼는 영업이익이 200억원을 초과한 법인의 경우 영업이익의 22%를 법인세로 내게 돼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삼성전자는 올해 약 6조3000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보다 훨씬 적은 세금만 낼 전망이다.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을 적용받아 많게는 수조원의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삼성전자는 16조2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당시 법인세율을 원칙대로 적용할 경우 삼성전자는 약 3조5000억원의 세금을 내야 했지만 실제 2조원 정도의 세금만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삼성전자가 납부한 구체적인 세금 규모는 어디서도 확인하기 힘들다. 세금을 거둔 국세청은 ‘납세자 정보 보호’를 이유로 공개를 꺼리고 있고, 삼성전자도 공개할 이유가 없다며 밝히지 않는다. 매년 납세 금액을 확인할 수 없기는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앞서 밝힌 ‘삼성전자의 2011년도 법인세 납부액 2조원’은 주간조선이 국회 및 정부 세정 담당자에 대한 취재를 토대로 추산한 액수다.
   
   삼성전자의 실질 세금 납부액과 관련해 김기식 의원(비례대표·민주통합당)은 주간조선에 “3년 전쯤 조사한 바로는 삼성전자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11% 정도였다”고 말했다. 조특법으로 인해 법인세(22%)의 절반만 적용받아 세금의 절반가량을 각종 세액공제로 돌려받는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법인세 절반 도로 가져간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을 근거로 다시 추산하면 삼성전자는 올해도 법인세 6조3000억원의 절반만 납부하고 3조원이 넘는 돈을 돌려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바꿔 말하면 정부가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거둔 삼성전자에 3조원을 지원한다는 얘기가 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세청의 한 고위 인사는 “삼성그룹이 세액 감면을 받는 전체 규모는 연간 3조원 가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삼성전자가 실효세율 11%를 적용받기는 힘들다. 대기업의 세액공제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정부가 법인세 최저한세율(15%)제도를 도입한 바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세액공제를 받더라도 최소 15%의 법인세는 납부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다. 이 최저한세율을 적용하면 삼성전자는 올해 2조원을 돌려받는다.
   
   이 같은 세액공제 혜택이 외국에도 있을까. 김기식 의원에 따르면 일본을 대표하는 도요타, 소니 등은 38%가량의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다. 일본은 세금을 감면하거나 세액공제를 하기보다 정부가 원칙에 입각해 세금을 거둔다. 도요타의 경우 지난 2011년 우리 돈으로 230조원의 매출에 2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일본의 법인세 세율(38%)을 적용할 경우 도요타는 1조원의 세금을 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같은 시기 도요타에 비해 6배 이상의 영업이익(16조2400억원)을 거둔 삼성전자는 도요타의 2배 정도만 세금을 낸 셈이다.
   
   기업의 실효세율은 일본뿐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등도 우리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착한자본주의연구원(대표 박승록)이 2010년 자료를 기준으로 국내외 상장사 5만곳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실효세율은 17.6%인 반면, 홍콩은 24.3%, 싱가포르 25.5%, 대만 18.2%, 중국 23.3% 등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 출신인 박승록 착한자본주의연구원 대표는 ‘실효법인세율 국제비교와 착한정책’이란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이 실제 부담하고 있는 실효법인세율은 세계 140개 국가 가운데 99위”라며 “대기업 성장으로 인한 낙수효과가 소멸한 상태인 만큼, 세금 감면 조치는 대기업으로만 과실이 돌아간다. 따라서 조세특례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성장에 따른 ‘낙수효과’ 소멸
   
   기업에 대한 특혜인 세금 감면의 근거가 되는 조특법은 1965년 처음 만들어졌다. 애초에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근로자와 중소기업의 세금을 깎아주자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지금도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각종 근로자 소득공제와 농어민에게 적용되는 농·임·어업용 석유류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 면제,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창업중소기업 세액 감면 등이 대표적인 조특법 조항이다.
   
   조특법이 지금처럼 대기업에 혜택을 주게 된 것은 1998년부터다. 당시 국회가 연구개발비세액공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임시투자세액공제 등을 신설하면서 대기업들이 결정적으로 혜택을 보기 시작했다. 특히 연구개발(R&D)비세액공제는 대기업들에 세금을 깎아주는 ‘요술 방망이’가 됐다. 정부는 기업들이 투자한 R&D 비용 총액의 20%를 법인세 과표액에서 깎아주고 있는데, 대기업들이 매년 밝히는 R&D 투자비용은 중소기업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예컨대 삼성그룹 전체의 지난해 R&D 투자비용은 총 13조6000억원에 이른다. 조특법상 세액공제 항목인 ‘연구를 위한 설비투자비’까지 합치면 총 48조원이나 된다.
   
   현재 R&D 세액공제는 정부의 조세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조세지출은 세액을 공제하거나 세금을 감면해줘 사실상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를 내는 예산을 뜻한다. 2012년의 경우 R&D 세액공제로 인한 조세지출액은 2조4977억원으로, 조세지출액 항목 중 가장 많았다.<표 참조> 전체 조세지출액 29조7317억원의 8.4%를 차지한다.
   
   조세지출 항목 중 2위는 보험료 특별공제로 2조1504억원이었지만, 3위는 다시 대기업들에 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임시·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이고 액수는 2조1216억원이었다. R&D 세액공제와 임시·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를 합하면 전체의 15.5%(4조6193억원)를 차지한다. 전체 조세지출 규모는 1998년만 해도 7조700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0조원을 넘어서는 수준이 됐다. 이는 전체 국가 예산(342조원)의 10%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러한 R&D 세액공제와 임시·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 등의 각종 조특법상 조항으로 대기업이 받는 세금 감면액은 얼마나 될까. 국세청과 기업들이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 않아 기업별로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세금 감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통계는 있다. 국세청은 법인세를 납부해야 하는 전체 법인 24만9000여곳을 소득금액(영업이익) 기준으로 몇 개 구간(200억원 이하, 200억~1000억원, 1000억~5000억원, 5000억원 초과 등)으로 나눠 세액공제와 세금 감면 규모를 밝히고 있다.
   
   
   대기업 세금 감면액 4조4000억원
   
   2011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5000억원 초과 구간에 있는 56개의 기업이 받는 세금 감면액은 전체 법인세 납부 기업의 세금 감면액 9조3000억원의 47.1%인 4조3974억원이었다. 즉 24만9000여개의 법인 중 0.02%에 해당하는 기업이 전체 세금 감면액의 거의 절반을 가져간다. 이는 달리 말해 소득금액 5000억원 이상의 대기업(56개)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4조4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삼성전자가 한 해 2조~3조원가량의 세금 감면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56개 기업이 2011년 감면받은 4조3974억원 중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점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국회 예산정책처 소속의 한 세무 전문가는 “삼성전자는 업종이 첨단산업이기 때문에 조특법상 거의 모든 공제 및 감면 혜택을 누린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구체적인 세금 감면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R&D 투자 등 조특법상 세액공제 항목으로 상당한 세금 감면을 받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R&D 비용으로 5조10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시설투자비까지 합치면 투자 규모는 10조원을 조금 넘는다고 했다. 현대차 홍보담당자는 “법인세 납부액은 비공개 사항”이라며 “K9 신차 개발비만 약 6000억원이 들었다. 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세액공제를 얼마나 받는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기식 의원은 이와 관련, “그나마 현대차는 제조업이기 때문에 실효세율이 19%가량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도 그룹 전체로 볼 때 연간 6조원가량을 R&D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전자업종을 주력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보다 R&D 투자금액이 많다. 하지만 LG 측도 연간 세액공제 규모를 묻는 주간조선의 공식 질문에 ‘노코멘트’라 대답했다. LG 홍보담당자는 “대기업 세액공제를 줄이자는 주장에 대해 어느 기업이 환영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연간 1조원가량을 R&D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SK그룹의 홍보담당자 역시 “2006년 70조원의 매출에서 2011년 120조원까지 매출이 증가한 것은 R&D에 주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정부의 세제지원을 받아 수익을 늘리고 세금도 더 냈다. 세액공제의 긍정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에서 보듯 대기업들은 조특법상 세액공제가 유지돼야 하며, 이러한 세액공제가 당초 목적대로 R&D 투자 등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의 홍보담당자는 “대기업의 세액공제를 줄이자는 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은 감면받은 세금으로 재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왔다는 점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서는 반론이 제기된다. 일단 대기업들이 세액공제액을 진짜 R&D 투자 등 조특법이 정한 용도에 제대로 쓰고 있고 이를 국세청이 얼마나 꼼꼼히 따져보는지를 차치하고라도, 과연 R&D 세액공제 등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적으로 돌아가는 세액공제 항목이 지금도 필요한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당초 R&D 비용 세액공제와 임시·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 등의 항목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한다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들 세액 항목에 대한 혜택은 대부분 대기업으로만 흘러들어가는 게 사실이다. 중소기업들은 R&D 투자 여력은 고사하고 일반적 투자조차 어려운 곳이 많기 때문이다.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조특법 조항으로 인해 오히려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황당한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국내 기업들의 실효세율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은 평균 17.0% 수준인 반면, 중소기업은 18.5%로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었다. 돈을 많이 버는 대기업은 세금을 적게 내고 상대적으로 돈을 덜 버는 중소기업은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 것이다.
   
   
   법인세율 인상 논의 재계·여당 반발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조세 감면은 복지를 중시하는 박근혜 정부의 탄생과 맞물려서도 그 실효성을 따져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집권 새누리당이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공약을 지키기 위한 세원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 현실에서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항목과 규모를 줄이면 수조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는 사실은 정부 여당으로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특히 대기업 성장의 온기가 경제 전반에 흘러가지 못한다는 낙수효과 무용론이 팽배한 게 현실이다.
   
   조특법은 국세법이라는 기본법이 있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특례법이기 때문에 각종 조특법상 조항들은 목적을 달성한 뒤 자동으로 폐기되는 일몰제 적용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회는 관련 법률을 계속 연장하거나, 아예 일몰 대상에서 제외시켜 조특법을 기본법처럼 만들었다. 특히 기업의 R&D 세액공제 항목은 국회예산정책처가 2012년 10월 발간한 ‘2013년 조세지출예산서 분석’에서 효과성이 미미하거나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평가를 받은 항목이지만 일몰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여기에는 재계의 집요한 요구와 로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대선 기간 정치권에서 현행 22%인 법인세율을 25% 이상으로 올리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이 역시 재계와 여당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권일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조특법은 기본법과 달리 시한이 정해진 일시적 법률인데, 지금처럼 국세 감면액이 점점 커지고 관행으로 굳어지는 것은 문제”라며 “몇몇 기업에 집중된 세액공제 혜택을 줄여 중소기업 육성에 쓰이도록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기업만 혜택 보는 조특법 개정 움직임
   
   정치권에서는 실제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조특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김기식 의원이 작년 9월 대표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주요 대기업에 주어지는 세액공제를 ‘특혜’로 규정하고 “소득규모 5000억원 초과 기업을 연구인력개발과 고용창출투자 등의 세액공제 수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조특법의 기존 항목은 그대로 두고 투자 여력이 있는 56개 대기업에 더 이상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말자는 것이다.
   
   대기업 세액공제 항목과 금액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금의 제도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얼마의 세금을 돌려받고, 돌려받은 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평가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매년 기업별 세액공제 금액을 공개하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국세청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국세청은 개인납세정보 보호 등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외국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일 국회예산정책처 분석관은 “삼성 등 대기업이 엄청난 세제혜택을 보고 있다는 얘기를 듣지 않으려면 떳떳하게 공제액을 밝히고 어떻게 투자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면 된다”며 “국세청도 대기업을 편든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대기업이 얼마의 세액공제를 받는지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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