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노믹스(Choinomics)’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진 중인 경제활성화 정책을 말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은 지난 7월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섰다. 7월 16일 취임 직후부터 이어지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거침없는 언행과 과감한 정책이 주목을 받으면서 새 경제팀의 정책을 ‘초이노믹스’라고 부른다.

‘초이노믹스’는 크게 △내수활성화 △민생안정 △경제혁신 정책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내수활성화 정책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또 민생안정 정책과 경제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내수활성화 정책은 ‘초이노믹스’의 핵심이다. 새 경제팀은 확장적 재정 및 통화정책, 가계소득 증대세제, 부동산 규제완화를 통해 단기적으로 총수요를 끌어올리고 저성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데 집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이 ‘초이노믹스’로 대표되는 ‘끝장’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국내 경제의 활력이 눈에 띄게 약화돼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부담, 투자부진, 빠른 고령화 등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내수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사고 여파까지 불어닥치며 소비와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또한 일부 품목에 편중된 수출 성장,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수출은 증가하지만 정작 설비투자 및 고용 확대가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수출과 내수의 연결고리가 약화되는 등 수출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경기부양 정책인 ‘초이노믹스’는 기존의 ‘MB노믹스’나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자주 비교되곤 한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MB노믹스’와 ‘초이노믹스’는 다르다. ‘MB노믹스’의 경기부양 정책은 원화약세 유도와 법인세 인하를 통해 수출기업을 지원한 후 고용확대 및 가계소득 확충의 선순환을 기대했다. 반면 ‘초이노믹스’는 배당 확대와 부동산 규제완화를 통해서 가계소득의 직접적인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통화의 양적·질적완화를 통해 엔화약세를 노골적으로 유도한 반면, ‘초이노믹스’는 고환율 정책이 가계 부문의 소득확대에 부정적이라는 한계를 인식하고 별다른 원화약세를 유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 7월 24일 ‘새경제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운데). ⓒphoto 조선일보 DB
지난 7월 24일 ‘새경제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운데). ⓒphoto 조선일보 DB

현재 상황에서 ‘초이노믹스’는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이 공존하고 있다. ‘초이노믹스’는 최근의 경기부진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일시적인 부진이 아닌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들로부터 비롯된 고질병으로 진단하고 있다. 현재 경제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그동안 시도해보지 않았던 가계소득 확대정책을 과감하게 내놓은 것들은 긍정적이다.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지도에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는 최경환 부총리의 의지는 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생각된다.

‘초이노믹스’의 한계도 뚜렷하다. 단기 총수요 회복에 치중한 정책이다 보니 가계부채와 투자부진, 고령화 등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미흡하다. 특히 가계부채의 경우 주택시장 규제완화와 저금리 기조 장기화 등으로 대출이 확대될 경우 건전성 지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내수부진으로 세수부족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까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편성할 경우 중장기 재정건전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초이노믹스’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혼재돼 있다. 한국 경제에서 초이노믹스에 가장 먼저 반응하기 시작한 것은 부동산 시장이다. 규제완화로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가운데 주택거래량이 8만호를 넘어서면서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주택가격도 재건축 가능 및 예상 주택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주식 시장은 배당확대에 대한 기대로 코스피(KOSPI)가 한때 2080선까지 상승하기도 했지만, 이후 기업실적 부진과 유로존 경기둔화 우려로 1920선까지 밀렸다. 실물 부문에서도 소매 판매가 4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민간소비가 세월호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

반면 설비투자는 수출기업 채산성 악화와 석유화학·철강산업의 유휴설비 부담 등으로 투자심리 개선이 지연되고 있는 모습이다.

필자는 ‘초이노믹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가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의 악순환이 장기화되면서 나타난 패배의식과 무력감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초이노믹스가 내놓은 ‘배당소득 증대세제·기업소득 환류세제 등의 세제개편과 확장적 예산안’ 등을 국회의 동의를 얻어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실제 우리 경제가 회복되는 것을 경제주체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서는 시속 300㎞ 이상의 속도가 유지되어야 한다. 이륙하는 도중에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속도를 줄일 경우 비행기는 날아오르지 못하고 심할 경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2% 부족한 정책으로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바꾸는 데 실패한 영향이 크다. 최경환 경제팀이 일본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초이노믹스’를 성공시키고, 이를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제혁신에도 나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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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기 하나금융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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