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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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일각에서 김어준이 화제다. 지난 10월 4일자 조선일보에도 김어준이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김어준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인터넷 신문 딴지일보 총수라는 명함을 갖고 있는 김어준은 현재 인터넷 라디오 정치 풍자 토크 ‘나꼼수(나는 꼼수다)’를 진행하고 있다. ‘나꼼수’는 팟캐스트 방송 청취율 1위를 달리는 중이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언론 자유를 누리는 게 ‘나꼼수’다. 정치 풍자라는 미명 아래 김어준과 단골 패널들은 정치 현상과 인물에 대해 어마어마한 정보와 상상력과 추론을 동원해 해석하고 난도질한다. 팩트, 픽션, 상상력이 마구 뒤섞여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꼼수’에서 가장 처절하게 난자를 당했고, 앞으로도 당할 인물은 당연히 이명박 대통령(MB)이다. 여기에 주요 청취자인 20대가 열광한다. 그들에게 사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 답답한 현실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카타르시스를 원할 뿐이다.

김어준은 누구인가? 그는 최근 ‘닥치고, 정치’(푸른숲)를 펴냈다. 약력에는 아무런 경력을 써놓지 않았다. 1968년 경남 진해 출생. 홍익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1998년 ‘딴지일보’를 만들었다. 그밖의 것은 알려진 게 없다. 딴지일보는 시종일관 안티 조선을 표방했다. 그는 한동안 ‘안티 조선’을 팔아 재미를 봤다.

이 책은 방향성이 뚜렷하다. 노무현재단이사장 문재인을 내세워 2012년 대선에서 정권을 빼앗아 진보좌파 진영으로 갖고 오겠다는 것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인 ‘노빠’다. 그러니까 ‘나꼼수’와 ‘닥치고, 정치’는 노빠의 세계관이 맨얼굴로 드러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닥치고, 정치’를 보면 그의 통찰과 혜안이 번득인다. 그는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설명하는 능력과 상상력이 뒷받침되는 추론 능력이 탁월하다. 특히 MB와 그 측근들, 한나라당을 비판할 때 그것은 빛난다. 그는 MB의 모든 정치 행위를 이권과 이익이라는 코드로 해석한다. 상당 부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그는 대한민국과 한국 현대사에 대해 깡그리 부정한다. 천안함 폭침, 종북주의자, 반국가 단체, 북한 인권, 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등에 대해선 예리한 추론의 칼이 입에 들어간 껌처럼 갑자기 흐물흐물해진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은 해방 정국에서 좌파(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를 반대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따르는 보수우파에 의해 세워진 정부다. 지금 그가 누리는 무한대의 언론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주는 선물이다. 본인 스스로 ‘무학의 통달’이라고 자인했으니 더 이상 뭐라 말할까. 나는 그에게 중앙일보 조우석 기자가 쓴 ‘나는 보수다’를 권한다. 이 책의 부제는 ‘진보에 홀린 나라, 대한민국을 망치는 5가지 코드’. 혹시 책이 두껍다고 불평한다면 주간조선 2164호(7월 10일자) ‘함재봉 인터뷰’도 있다.

그는 목표를 향해 돌진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주제의식이 분명하다. 노무현의 아바타인 ‘문재인 대통령’에 방해가 되는 것은 박근혜든 손학규든 누구도 무자비하게 짓밟는다. 그는 노무현을 기억하게 만든 것은 MB라고 치켜세운다. MB 동상을 세우자는 말도 한다. 그의 어법을 빌리면, 김어준이 인기를 누리는 건 100% 철학 없는 MB 덕분이다.

그는 선거는 감성과 분노의 표출 행위라는 진리를 꿰뚫고 있다. 또 선거판에서 20대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법을 안다. 그들의 방향 모를 분노를 좌파정서로 교묘하게 환치시키는 노하우가 있다. 그중 하나가 욕설의 수사화다. ‘시빠’ ‘조또’ ‘졸라’가 마침표처럼 자주 나온다. 그러니 ‘시빠’의 뜻도 모르며 쓰는 철없는 20대가 자신과 동일시하며 껌뻑 하고 넘어간다. 그는 말한다. “… 중간 과정 다 떼고 대통령 하라고 하면 하겠다고. 그리고 다 죽여버리겠어.(웃음) 나쁜 놈들을….”(책 21쪽). 솔직한 게 김어준의 매력이다.

조성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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